삼례읍ㅡ온고지신(溫故知新)하여 환골탈태(換骨奪胎)한 완주(完州)
▲전북 완주군 삼례읍에는 일제강점기에 쓰던 양곡 창고에 조성한 문화공간 ‘삼례책마을’
‘삼례문화예술촌’이 들어서면서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벽면에 ‘삼례농협창고’라는 글씨가 또렷한 삼례문화예술촌의 건물.전주는 알아도 완주는 잘 모른다. 완주라고 하면 ‘어디더라’ 고개를 갸웃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지만, 전주 바로 옆이 완주다. 지도를 보면 전북 완주군이 전주시를 담장처럼 둘러싸고 있다.
전주와 딱 붙어 있다 보니 완주 입장에선 손해보는 것도 많다. 이를테면 현대차, 하이트진로, KCC 등 대기업 공장들은 전주가 아닌 완주에 있는데도 모두 전주공장이라 부른다. 관광지로 유명한 전주 못지않게 볼거리가 많은데도 알려지지 않았다.
그랬던 완주가 요즘 ‘핫’하다. 일제강점기에 지은 양곡 창고가 책방, 복합문화 공간으로 하나둘 바뀌더니지역의 명소가 됐고, 방탄소년단(BTS)이 영상과 화보 촬영차 완주를 다녀가면서 입소문을 탔다.
덕분에 완주는 지금 여행자들이 애써 찾아오는 여행지로 거듭나고 있다.그동안 몰라봤던 완주에 다녀왔다. 완주는 소란스러운 일상에서 잠시 벗어나고 싶은 이들이 다니기에 그만이다. 준비 없이 대충 다녀도 되는 그런 곳이다.
▲그래픽지도출처 / donga.com
◆책 향기 가득한 양곡 창고 가볼까?
▲삼례책마을’ 중심에 자리한 북하우스.
삼례, 이름이 참 예쁘다. 삼례는 주민 7400여명(2021년 8월 기준)의 소도시다. 이 작은 마을로 사람들이 찾아들고 있다. 삼례읍 후정리 일대 양곡 창고들이 헌책방과 미술관, 전시장 등으로 바뀌면서다. 그 중심에는 ‘삼례책마을’이 있다. ‘삼례는 책이다’라는 구호를 내세우고 있는 마을은 영국의 헌책방 마을 ‘헤이 온 와이’처럼 책을 지역발전의 동력으로 삼고자 공을 들이고 있는 곳이다.
삼례책마을은 헌책방과 북카페 등을 갖춘 북하우스를 중심으로 전시 및 강연 시설이 있는 북갤러리, 한국학문헌아카이브, 책마을센터, 그림책미술관 등이 옹기종기 모여 있다. 이곳에서 해마다 기획 전시는 물론이고 각종 도서전 등 문화 행사를 열고 있다. 지금은 코로나19 사태로 주춤하지만 전국 각지에서 책을 아끼는 사람들의 발길로 분주했다.
하지만 불과 몇년 전만 해도 삼례는 온기가 없는 쇠락한 마을이었다. 과거 삼례는 호남 최대 역참(공공 업무 수행용 교통 통신기관)이 있던 교통의 요충지였다. 그런 이유로 일제강점기 수탈의 전초기지이기도 했다.
삼례역 일대 양곡 창고들은 일본이 빼앗은 곡물을 보관하기 위해 만든 것이었다. 이 양곡창고들은 해방 이후에도 농협의 창고로 사용되다가 저장기술의 발달로 쓸모를 잃고 2010년 아예 문을 닫았다. 양곡창고가 있던 주변은 방치된 공간으로 전락했다.
▲삼례문화예술촌의 제1전시관.
도시화·산업화로 쇠락해 가던 이 농촌 마을에 완주군은 새 건물을 세우는 대신 기능을 상실한 양곡창고를 고쳐 2013년 6월 복합문화공간 ‘삼례문화예술촌’을 세웠다. 그리고 여기에 강원도 영월에서 폐교를 빌려 ‘책박물관’을 열었던 박대헌 삼례책마을 이사장이 이삿짐을 꾸려 들어왔다. 그는 그곳에서 책박물관을 다시 열었고, 서울 인사동에서 운영하던 고서점 ‘호산방’도 이전했다.
책박물관에다 고서점, 북카페 등이 모여 ‘삼례책마을’로 확대됐고, 2018년 3월 삼례예술촌 건너편에 자리를 잡았다. 삼례의 변신에 구경꾼들의 발길이 이어졌다.이제 삼례책마을은 국내 헌책의 메카로 지역 명소가 됐다. 옛것과 새것이 공존하는 책마을은 공간 구성이 작은 세트장처럼 아기자기하다. 어린 왕자가 처마에 앉아 있는 건물이 ‘북하우스’다.
책이 빼곡하게 꽂혀 있는 북하우스에 들어서면 분주했던 마음도 느긋해진다. 책장에는 대형 서점이나 인터넷 서점에서 구하기 힘든 희귀 고서를 포함해 세월의 흔적을 고스란히 간직한 헌책들이 꽂혀 있다. 이름난 헌책방인 ‘공씨책방’의 공진석 대표는 “좋은 책이라야만 헌책방에 꽂힐 수 있다”고 했으니, 눈이 밝으면 이 책더미 속에서 뜻밖의 보물을 찾아낼 수 있다.
책들은 저마다 가격표를 붙이고 있다. 책을 사는 사람도 파는 사람도 줄어든 요즘, 도서관의 기능만 있으면 안 되고 사고파는 행위가 이루어져야 책마을이 활성화될 수 있다는 박 이사장의 소신 때문이다.
책방의 운영은 마을협동조합이 맡고 있다. 책을 하나 골랐다면 북 카페에서 느긋하게 차를 마시며 책장을 넘겨보자.북하우스 옆 북갤러리에서는 세계 문자의 역사를 보여주는‘문자의 바다-파피루스부터 타자기까지’ 전시가 열리고 있다.
조그만 시골 동네 전시라고 깔보면 안 된다. 고대 레반트 쐐기문자부터 이집트의 파피루스, 인도네시아 바탁족의 골각문자, 아메리칸 인디언의 암각 그림문자와 세계 여러 나라의 필사본과 타자기까지 총 186종 2775점의 유물이 전시돼 있다.그다음으로 들른 곳은 북하우스에서 200m 떨어진 그림책 미술관이다.
이곳은 어린이날인 지난 5월5일 문을 열었다. 전국에서 유일한 그림책미술관이라고 한다. 이곳도 다른 건물처럼 옛 양곡 창고를 개조했다. 그림책미술관은 작가의 친필 원고와 원화를 전시하고, 작품 속 등장인물을 조형 작품으로 형상화해 책을 읽듯이 돌아볼 수 있게 꾸몄다.
현재 개관 기념으로 영국 동화 작가 G 그레이브스의 미출판 원고를 수집해 전시하는 ‘요정과 마법의 숲’이 열리고 있다. 이 원고는 제2차 세계대전 발발로 세상에 나오지 못했다.
그레이브스가 글을 쓰고 아일랜드 그림책 작가인 나오미 헤더가 그림을 그렸다. 2층에는 빅토리아시대 그림책 3대 거장인 케이트 그린어웨이, 랜돌프 칼데콧, 월터 크레인의 작품과 원화, 친필 편지 등을 소개한 상설 전시 공간이 있다.
▲멀리 삼례성당이 보이는 삼례문화예술촌 전경.
책마을에서 길을 건너면 삼례성당이다. 성당을 지나면 바로 ‘삼례문화예술촌’이다. 1만1825㎡ 터에는 1920년대에 지어진 창고 5개 동과 1970~1980년대 건축한 창고 등 모두 7개 동이 남아 있다. 이 창고에 목공소·책공방 등 7개 문화시설이 모여 있었지만, 운영을 맡았던 수탁기관의 계약 기간이 끝나고 올해부터 완주군 직영 체제로 바뀌면서 목공소와 책공방은 짐을 쌌다.
예술촌은 새단장과 콘텐츠 구상을 위한 사업 추진을 위해 임시휴관 중이다. 전시관, 공연장 등일부 시설은 운영하고 있으니 둘러볼 수 있다.현재 전시관에서는 ‘프랑스와 예술의 혁명’ 특별전이 열리고 있다. 19~20세기 프랑스에서 교류하던화가와 문인들의 저술과 그림, 조각품 등 227점을 감상할 수 있다. 폴 세잔의 작품도 있다.
▲만경강을 가로지르는 옛 만경강 철교(등록문화재 579호).
비비정, 수탈 상징 ‘만경강 철교’ 한눈에
예술촌까지 봤다면 인근의 비비정(飛飛亭)에도 가보자. 만경강을 굽어보는 언덕에 자리한 비비정은 조선시대 정자인데 소실되어 1998년 복원됐다. 비비정에 오르면 옛 만경강 철교(등록문화재 579호)가 한눈에 보인다. 일본이 1912년 호남평야의 농산물을 반출하기 위해 세운 다리다.
이 철교는 2011년 전라선 복선화 사업으로 교량이 새로 건설되면서 폐쇄됐다. 현재 폐철교 일부에새마을호 객차 4량을 개량해서 비비정예술열차(카페, 공연, 전통품판매)를 운영하고 있다.비비정에서 바라보는 만경강 낙조가 장관이라 했는데 시간이 맞지 않아 이를 보진 못했다.
비비정에서 언덕을 따라 10분 정도 걸으면 이 마을에서 가장 높은 곳에 있는 카페 ‘비비낙안’에 도착한다. 이곳은 BTS가 촬영을 한 장소로 ‘완주 BTS 힐링 성지’라는 안내판이 세워져 있다.
■BTS가 날았던 그곳, 경각산
▲전북 완주군 고산면 고산자연휴양림 산책로.
완주에는 ‘차박(차+숙박)’하기 좋은 캠핑장도 있다. 고산면 고산자연휴양림 입구에 있는 무궁화오토캠핑장은 캠핑을 위한 다양한 편의시설을 갖추고 있다. 무궁화를 콘셉트로 한 이곳에는 식물원과 생태체험관 등도 있어 함께 둘러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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