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선·영월·평창 기행ㅡ나리소 굽이 도는 동강,뼝대 아래에서 페달을 밟다
▲정선군 정선읍 가수리 인근서 바라본 동강
동서울터미널을 출발해 아침 8시56분 평창터미널을 지나는 정선행 시외버스는 제시간을 훌쩍 넘기고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숙소를 구하기 힘든 휴가철 금요일이라 평창군청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정선까지 시외버스로 이동한 뒤
자전거로 되돌아오는 96km짜리 당일치기 여행을 택했는데, 시작부터 위기였다.
터미널을 지키던 어르신은 “휴가철엔 연착이 잦다”며 안심시켰지만, 기다림이 1시간을 넘기자 “오늘은
좀 심하다”고 말을 보탰다.
시원한 대합실을 나와 땡볕 아래 서성이자 대화면에서 왔다는 어르신이 이것저것 묻는다. 발이 묶인
서울내기의 넋두리에 “시골은 이게 불편하다”며 혀를 찼다.
서울 바깥 대중교통에게 정시성을 기대해선 안 된다. 툭하면 밀리는 영동고속도로를 달리다가 새말
나들목뒤로는 험한 고개를 연달아 넘어 평창 지나 정선 가는 완행 노선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대화를 마치자 거짓말처럼 버스가 도착했다. 평창에서 내린 이는 많았으나 오른 건 뜨내기인 필자뿐,
승객도 대여섯이 전부였다. 평창과 정선만 오가는 노선이 유지될 수 없는 까닭이다. 버스는 사연 많은
고개 비행기재를 무심하게 터널로 관통해 30분 만에 정선에 닿았다.
▲정선에서 처음 만난 얼굴, 숲요정 ‘와와군’이 그려진 정선시내버스.
연착이 없었다면 9시께 문을 여는 향토음식점에서 여유롭게 아침을 먹었겠지만, 계획 첫줄에 올려놓은
아리랑시장 북문 인근 식당 앞에는 11시부터 긴 줄이 섰다. 시내를 벗어나면 곧바로 무인지경이
펼쳐질테니 군말 없이 기다릴 수밖에.
기다리는 동안 짐을 확인하고, 편의점에서 간식과 생수, 돌얼음을 사서 하이드레이션 백(튜브가 달린
물가방)에 채웠다. 정선 시내부터 예미리까지 42㎞는 녹색 사막이나 다름없으니 단단히 준비
해야 한다.
▲정선읍은 조양강 상류 아우라지에서 벌채한 최고급 건축재 황장목을 한양으로 보내던 물류기지였다.
정선 '떼꾼'들은 황장목을 뗏목으로 엮어 마포나루까지 갔다. 목숨을 걸어야 하는 고된 일이었으나,
성공하면 벼슬아치 부럽지 않은 ‘떼돈’을 벌었다고 한다.
떼꾼들의 큰 씀씀이에 기댄 주막들도 있었다지만 내륙수운이 쇠퇴하며 옛 이야기가 됐고, 뒤이어
온 석탄산업 전성기가 화양연화처럼 지나가자 정선은 휴전선 이남 최고 오지 중 하나가 됐다.
강원랜드와 평창겨울올림픽 특수로 예전보다 나아졌다지만, 여전히 멀고 외딴곳이다.
▲정선의 콧등치기국수와 메밀전병.
콧등치기국수는 정선 일대 향토음식으로, 탄력 있는 면발이 콧등을 친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김치말이 메밀 냉칼국수’라고 생각하면 쉽다.
메밀향 나는 굵은 면과 담백한 멸치 된장 육수가 여름 별미로 제격이다. 함께 주문한 메밀전병은
도톰한 메밀떡에 생김치를 말아 폭신하고 아삭했다.얇은 떡에 볶음김치를 넣는 다른 지역과는
사뭇 다른 맛이다.
정선의 문명과 자연 사이에는 바림이 없다. 시내를 벗어나면 초록 물감을 여러 겹 덧입힌 듯한
풍경이 곧바로 이어진다.
인기척 없는 강변에 어른 키 두 배만 한 옥수수가 숲을 이루고 있으니, 온통 녹색인 땅에 개입한
인간의 한 줌 손길을 어림짐작할 뿐이다.
정선 시내부터 용탄대교를 잇는 조양강 북단 도로는 예고 없이 좁아져 중앙선이 사라지거나
포장이 거칠어지기를 반복한다.
강 건너편에는 솔치재를 터널로 가로지르는 아스팔트 비단길이 있으니, 네 바퀴는 굳이 이 길을
지날 필요가 없다. 조양강과 주변 산세를 벗 삼아 자전거로 산책하기 좋다는 뜻이다.
▲솔치재 자락에서 광하탐방안내소 가는 길목에 세워진 정선 떼꾼 조형물
길은 용탄대교를 건넌 뒤 솔치재 자락을 살짝 스치며 야트막한 오르막을 만든다. 본격적인 동강
코스는 내리막 뒤 광하탐방안내소부터다.
어깨에 강을 맞대고 달리는 동안 노란 바탕의 표지판들이 시선을 끈다. B급 정서 가득한 문구와
그림에 피식 웃음이 난다.
하지만 실제 돌 크기 조형을 붙여놓은 낙석 경고만큼은 마냥 웃어넘길 수 없다. 까마득한 ‘뼝대
(고생대 지층 절벽을 뜻하는 정선 사투리)’에서 방금 막 떨어진 듯 날카로운 돌덩이가 널려
있으니 강변 쪽으로 달리는 편이 안전하다.
▲동강의 낙석주의 표지판.
▲동강의 사진명당 표지판.
▲동강의 표지판들.
이 일대는 강원고생대국가지질공원이다. 수억 년 세월은 지층 사이에 석회암과 석탄 같은
자원을남겼을 뿐 아니라 바위에 무늬를 새기고 동굴을 팠다. 지층을 따라 한 줄로 뚫린
동굴은 약 5억년 전 캄브리아기에 생성된 것이다.
▲강원고생대국가지질공원의 고생대 지층 석회동굴.
타지인들은 정선·영월·평창 일대 한강 상류를 ‘동강’이라 통칭하고 정부 표지판에는 ‘한강’으로
적혀있지만, 이 고장 사람들은 가수리 지장천 합수부를 기준으로 정선 방향 상류는 조양강,
영월 방향 하류는 동강으로 구분한다. 정선에 '조양'을 내세운 가게 이름이 유독 많다.
▲가수리 마을 어귀 도로 복판에 솟은 나무.
▲뼝대 위에서 동강을 굽이보는 가수리 소나무. 보호수로 지정되어 나무가 선 곳까지는 접근할 수 없다.
▲가수리 소나무가 선 뼝대에서 내려다 본 동강.
조양강이 동강으로 바뀔 즈음, 외길 위로 큰 나무가 장판파의 장비처럼 나타나 가수리 도착을 알린다.
정선초등학교 가수분교에는 '동강 1경'으로 꼽히는 수령 560년 추정 느티나무가 있고, 뼝대 위에는
소나무가 버티고 있다. 세 나무 모두 독특한 아름다움을 품고 있으니 찬찬히 둘러보자.
▲‘동강 1경’ 정선 가수리 느티나무.
▲가수리 남쪽에서 바라본 동강-지장천 합수부.
시간이 넉넉하다면 지장천을 거슬러 올라가 미리내폭포를 찾는 것도 좋겠다. 흔히 떠올리는 낙차와
물보라 대신, 굽이치는 물줄기에 두 동강 난 암벽이 감탄을 자아낸다. 긴 세월 뒤 청령포나
한반도지형도 이런 식으로 분리되어 섬이 될 수도 있겠다.
▲암반을 토막낸 것 같은 기이한 모습의 미리내폭포. 자전거에서 내리지 않아도 볼 수 있다.
가수리에서 지장천을 건너면 여행의 결이 조금 바뀐다. 숙박시설과 과수 농가가 늘고,
작은 오르막과 내리막이 반복되며 길과 강이 멀어졌다 가까워지기를 되풀이한다.
달리는 즐거움에 약간의 인내가 덧붙는다.
▲얼음골: 운치삼거리에서 입구까지 자전거 약 1.7km-도보 150m 이동 ◎나리소탐방로
내 전망대: 나리소전망대에서 입구까지 자전거 약 300m-도보 250m 이동.
신동면 운치삼거리에서 예미초등학교 운치분교 방향으로 향하면 한여름에도 찬 바람이 솟는 풍혈,
정선 얼음골이 나온다. 뽀얀 김을 뿜는 바위 틈 찬 바람은 특수효과처럼 신기하다.
주변보다 습도가 높고 서늘한 숲은 온통 이끼로 포장됐고, 풀과 나무도 흔한 여름 풍경과 다른 모양
으로 자라니 ‘신비의 숲’ 같은 느낌이다. 5분 남짓 숲길을 오르며 흘린 땀은 가장 큰 풍혈이 뿜는
찬 바람에 금세 식었다.
▲얼음골의 가장 큰 풍혈과 습기를 잔뜩 머금은 노란 기린초. 몇몇 풍혈에는 온도계가 설치되어 있다.
▲얼음골의 찬바람을 따라 흐르는 안개.
얼음골은 진귀한 곳이지만 경로에서 꽤 벗어난 데다, 길을 찾기 어려운 곳이다. 이끼 낀 바위를 딛고
표지 없는 산길을 왕복 300m가량 ‘등반’해야 하니, 시간이 촉박하거나 자전거용 클립리스
(클리트) 신발 차림이라면 다음 기회를 기약하는 편이 낫다.
운치삼거리에서 멀지 않은 곳엔 동강 3경 나리소를 조망하는 전망대가 있다. 나리소는 동강 일대
감입곡류 중 가장 극적인 형태로, 180도로 휘돌아나가는 강물이 육지를 거의 섬처럼 깎아놓았다.
길가 전망대에서 보는 옆모습도 장관이지만, 앞모습까지 온전히 즐기려면 15분가량 탐방로를 걸어
뼝대 위 전망대를 찾아야 한다.
얼음골에 비해 길찾기는 쉽지만 왕복 500m 숲길이 매우 험하니 클립리스 신발 차림이라면 도로변
전망대에서 바라보 풍경으로 만족하는 것이 안전하다.
▲도로변 전망대에서 바라본 나리소
▲탐방로 내 전망대에서 바라본 나리소 일대.
길은 고성탐방안내소 부근부터 강과 멀어지더니 이내 사나운 고개 고성리재를 만난다. 동강을
따라 정선에서 영월까지 가는 육로는 없다. 화장실과 정수기를 이용하러 들른 안내소에서
혹시나쉬운 샛길이 있는지 물었지만 그런 건 없단다.
해발 621미터 고성리재 정상보다 낮은 지점에 터널이 있다는 게 유일한 위안이다. 물론 터널
입구까지도 가파른 구절양장 비탈길이니 단단히 각오해야 한다. 이번 여행 최대의 고비다.
신동읍 고성리재 해발 520미터 지점에는 폭 3.5미터, 길이 596미터의 터널이 있다. 1985년
상수도관 설치를 위해 만든 관리시설이라 별다른 이름 없이 '도수터널'로 불린다.
애초 차량 통행 목적이 아니었기에 터널 내 교행은 불가능하다. 먼 불빛을 확인하고 재빨리
지나는 것이 최선이다.
반대편 차량을 마주치거나 뒤차를 먼저 보내야 한다면 군데군데 회피 공간을 이용하면 된다.
좁고 긴 암흑은 미지의 우주 공간 같으니, 다른 운전자에게 존재를 알리려면 전조등과
후미등을 반드시 챙겨야 한다.
▲정선군 신동읍 도수터널 입구.
터널 출구부터 태백선 예미역이 있는 신동면 소재지까지는 급경사가 이어진다. 통행량 많은 강원남로와
합류하니 마을이 보이면 미리 속도를 줄여야 한다. 강원남로를 건너면 신동읍의 중심지 예미리다.
예미리는 석탄산업으로 뜨겁게 달아올랐던 1960년대의 ‘미니 신도시’였다. 운탄고도 비포장길을 위태
롭게 내려온 제무시 트럭들이 석탄을 쏟아내면 검은 태백선 기차가 온 나라로 실어날랐다.
역 주변으로 주택가와관공서, 학교, 병원이 들어서며 번듯한 읍내를 이뤘던 호시절도 있었지만, 지금은
산골 마을들의 거점역할을 할 따름이다. 그래도 운탄고도 트레일의 종점이자 아무것도 없다시피 한
동강을 벗어나 처음 만나는 번듯한 마을이니 식사나 숙박을 해결하기엔 충분하다.
예미리부터 영월역 부근까지 의림로 20km 구간은 나란히 달리는 강원남로가 통행량 대부분을 가져간
덕에 여유롭게 달릴 수 있는 완만한 내리막길이다.
이 곳은 생활용 자전거나 접이식 자전거로도 시속 30킬로미터 이상을 어렵잖게 유지할 수 있는데다
적당한 굴곡까지 있어 달리는 맛이 각별하다. 운이 좋다면 태백선 기차가 발에 닿을 듯 협곡을 가르며
달리는 장관을 담을 수 있고, 길에서 벗어나지 않고도 연하계곡 같은 명소를 만날 수 있다.
▲석항역 인근의 태백선-의림로 교차점. 운이 좋으면 지붕이 발에 닿을 듯 가깝게 이 곳을 지나
협곡을 향해 달리는 기차를 만날 수 있다.
▲생성형 인공지능으로 인적을 지운 연하계곡.
무엇보다 마을과 마을을 잇는, 고갯길 아닌 평지의 옛길 가운데 이만큼 원형이 훼손되지 않은 곳은
드물다.
석탄은 기차를 타고 사람은 버스를 타던 시절, 산골의 유일한 포장도로 위엔 얼마나 많은 사연이
새겨져 있을까. 쇠락한 마을을 하나둘 스쳐 지날 때마다 마음 속 시계는 1980년대로 거꾸로 돈다.
이 아련한 풍경이 사라지지 않길 바라며 영월 시내로 길을 재촉한다.
▲영월 시내 근처 강원남로-의림로 근접 지점. 간선도로의 번잡함과 옛길의 스산함을 동시에 느낄 수 있다.
▲영월역 한옥 역사
그리 늦은 시간도 아니었건만 영월 시내 노포 막국수집은 재료 소진으로 문을 닫았다. 배가 고픈 것도,
달리 먹고 싶은 것도 아니어서 단종의 마지막 거처 관풍헌과 옛 빨래터만 잠시 둘러본 뒤 북면
마차리로 이어지는 분덕재를 향했다.
▲영월 시내의 백월빨래터. 최근까지 방망이질을 한 흔적이 있다.
영월 시내는 이 지역 최대 번화가지만, 역설적으로 정선에서도 평창에서도 접근하기 무척 어렵다.
영월에서 평창 가는 길목 분덕재에 터널을 뚫으려던 계획이 있었으나, 2020년 천연기념물급
석회암 동굴이 현장에서 발견되어 멈췄다.
그런 까닭에 영월 시내와 등을 맞댄 험준한 분덕재는 지금도 현역이다. 앞서 넘은 고성리재보다
낮고 완만하지만 차량 통행이 제법 번번하니 주의해야 한다.
분덕재를 넘으면 마차리로 더 잘 알려진 영월군 북면을 만난다. 마차리는 1935년부터 채굴을
시작한 강원도에서 가장 오래된 현대식 탄광인 영월탄광으로 번성한 마을이다.
군민의 절반이 모여 살았다는 전성기의 위세는 대도시 학교를 통째 옮겨놓은 듯한 규모의 마차
중.고등학교의 여섯 학년 전교생이 40여 명뿐이라는 사실로 어림짐작할 수 있다.
옛 영월탄광 자리는 강원특별자치도탄광문화촌으로 탈바꿈했으나 2026년 연말까지 내부
정비로 닫혀 있었다.
▲영월군 북면과 평창군 평창읍의 경계 원동재 정상. 평창 방향 노면에 자전거 우선도로 표지가 그려져 있다.
마차리에서 원동재 입구 연덕교차로까지 약 4km구간은 이 여행에서 가장 번잡한 곳으로, 평창
가는 차들과 함께 달려야 한다.
평창과 영월을 직결하는 유일한 길목 원동재는 예로부터 통행이 많아 길을 넓혔고, 나중에 원동
터널까지 뚫은 덕분에 ‘통행량 적고 넓은 옛 고갯길’로 남았다.
원동삼거리부터 평창 시내까지 차량 스트레스는 거의 없다. 평창 시내와 매우 가까운데도 외딴
고성리재보다 오히려 한산해서 운동삼아 걷거나 자전거로 오르기 좋은 고갯길이다. 원동재
정상부터 평창 시내 인근까지 노면에는 ‘자전거 우선도로’ 표지가 새겨져 있다.
▲원동재 평창 방향 내리막. 도로 포장을 덧붙인 턱을 지날 땐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원동재는 과거 석탄을 가득 실은 트럭들이 넘던 고갯길이라 높지도 급하지도 않지만 굴곡이
심하며 옛 도로를 뜯어내는 대신 옆에 아스팔트를 덧대 폭을 넓힌 탓에 급커브에 턱이
도사린다.
정상에서 평창으로 향하는 내리막에서는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으니 미리 속도를 줄이고
최대한 직각으로 통과해야 한다.
▲평창강 건너편에서 바라본 종부리 일대.
원동재를 지나자 평창강 일대의 평화로운 풍경이 눈앞에 펼쳐졌다. 강변의 한적한 마을들, 높은
산맥을 배경으로 독보적인 풍경을 뽐내는 종부리 곡저평야는 자연과 인문이 함께 빚어낸
조화로운 장관이다.
나지막이 내려앉은 저녁 햇살을 받으며 근심 없이 페달을 밟다 보니 어느새 평창 시내로 되돌아와
있었다.
*중요: 여행 초반 정선 시내부터 예미리에 이르는 42㎞ 구간은 오지다. 도중에 만나는 광하탐방
안내소와 고성탐방안내소에서 정수기와 화장실을 이용할 수 있으니 참고하자. 두 안내소
모두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운영하며, 매주 수·목은 휴무다.
▲동강의 야생동물 출몰지역 표지판.
◆여행 정보 수첩
이번에는 출퇴근용으로 자주 쓰는 페달 보조 방식(PAS) 전기자전거로 96km를 달렸다. 전기자전거는
체력 소모를 줄여주지만, 전기가 없으면 일반 자전거보다 모든 면에서 불리하다.
20kg이 넘는 무게에 더해 모터의 저항이 상당하다.전기자전거 장거리 여행은 전원 관리가 관건이다.
1박 이상 여행은 숙소에서 충전하면 되지만, 당일치기 여행은 배터리가 바닥나면 곧바로 중단해야
하는 수준이다.
필자가 타는 전기자전거는 완충 시 평지 기준 약 100km를 주행할 수 있다. 오르막을 만나면 전비가
급격히 떨어지므로, 출발 전 지도를 확인해 전기를 아끼는 계획을 짰다.
동강 광하탐방안내소부터 나리소전망대 인근까지 24km, 고성리재 정상부터 영월역까지 25km는
다리 힘으로만 주행했고 고성리재·분덕재·원동재는 최저 단계의 동력 보조로 넘었다.
평지에서는 체력 소모가 컸지만 오르막에서는 어렵잖게 시속 15km 안팎을 유지했다. 덕분에 폭염
노출 시간이 줄었고 방충 장비 없이도 벌레를 피할 수 있었다.
여행을 마친 뒤 확인한 배터리 잔량은 33%였다. 오르막 외 구간은 모두 페달로 주행하고, 오르막에
서도 동력 보조를 최소화해 전비를 극한까지 ‘쥐어짠’ 결과다. 정선부터 평창까지 전기의 도움을
받으며 근심 없이 달리기는 어렵다는 뜻이다.
종합하면 체력 소모는 일반 자전거 여행보다 근소하게 낮은 수준이었으나, 배터리 잔량에 대한 부담
때문에 속 편하게 여기저기 둘러볼 마음의 여유는 생기지 않았으니 전기자전거는 출퇴근이나 단거리
이동에 적합하다는 게 결론이다.
필자는 배터리를 아끼느라 건너뛴 지점을 살펴보기 위해 정선을 다시 찾아야 했다. 첫 방문은 폭염,
재방문은 폭우와 무더위가 겹친 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