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노벨 문학상 수상자, 앤 카슨이 스웨덴에 반드시 가야 할 이유?

▲스웨덴 스톡홀름 감라스탄 풍경, 노벨박물관 앞 광장의 모습
◆문학의 별이 뜨는 도시, 스톡홀름
올가을 문단의 가장 뜨거운 키워드는 ‘앤 카슨(Anne Carson)’이다. 스웨덴 한림원이
2026년 노벨 문학상의 주인공으로 캐나다 작가 앤 카슨을 호명했다.
한림원은 그녀가 구축한 세계를 ‘고전 전통과 유희적으로 대화하며 현대문학의 새로운
형식을 창조한 대담하고 독창적인 작업’이라 설명했다.

▲스웨덴 전도 / 원본출처 / graphicmaps.com

▲스칸디나비아 반도 3국 위치도 / 원본출처 / graphicmaps.com

▲스톡홀름의 전경
그녀는 낡은 클래식을 해체해 다시금 재단 후 오늘의 언어로 새롭게 매만졌다. 유희와
대담함, 그리고 독창성이란 세 단어는 앤 카슨의 문학 세계를 관통하는 키워드다.
우리나라의 한강 작가도 같은 자리에 선 적이 있다. 2024년, 한강 작가는 한국인
최초로 노벨 문학상을 수상했다. 스웨덴 한림원이 꼽은 18번째여성 수상자였고,
앤 카슨이 그 뒤를 이어 19번째 여성 수상자로 이름을 올린 것이다.

▲앤 카슨 일러스트 초상화

▲노벨박물관 외관
올해 일흔여섯인 앤 카슨은 수상 소식 앞에서도 뜻밖에 담담했다. 여느 때처럼 아침에
일어나 차를 마시고 청소를 하려던 참이었단다.
그런 그녀에게 날아든 노벨 문학상의 소식에 카슨은 믿기지 않는다는 듯 웃으며
말했다.
“이 모든 게 말도 안 되는 것 같아요. 다들 미친 게 아닐까요?” 평생 문학의 언어와
형식을 새롭게 빚어온 작가의 입에서 나온 말치고는 현실적이고 인간적이다.
세계가 자신의 작품에 보내는 찬사 앞에서도, 그녀의 아침은 차 한 잔과 밀린 집안
일로 시작되고 있었다.

▲노벨 박물관 내부에 위치한 노벨 레스토랑. 시그니처 메뉴는 노벨상 모양의 초콜릿 디저트

▲노벨박물관 내부
노벨 문학상 수상자를 결정하는 스웨덴 한림원은 1786년 스웨덴 국왕인 구스타브 3세
가 세운 기관이다. 종신회원 18명으로 구성되며, 문학상 심사와 선정을 맡는다.
한림원은 스톡홀름 구시가지 감라스탄에 있는 옛 증권거래소 건물에 자리한다. 같은
건물에 ‘노벨박물관’이 있다.
노벨박물관에는 역대 수상자들이 수상 후 기증한 물건들이 전시되어 있다. 그중에서
유독 눈길을 끄는 것은 한강 작가가 기증한 작은 찻잔. 소설 <작별하지 않는다>를
집필하던 시절, 그녀는 아침 산책을 마치고 돌아와 찻잔에 홍차를 우려 마시는
일상을 반복했다.
하루에도 예닐곱 번씩 들여다보던 찻잔은 어느새 집필 루틴이자 창작의 시간을 지탱
하는사물이 되었다. 한강 작가는 본인의 찻잔과 당시 생활습관을 적은 메모를 함께
기증했다. 세계적인 문학상의 영예 뒤에는 이처럼 조용하고 사적인 일상이 있었다.

▲노벨박물관에는 다양한 전시품중 하나이다

▲노벨박물관에 전시중인 수상자들의 물건들.

▲노벨박물관에 전시되어 있는 한강 작가의 메모.
▶작은 찻잔
<작별하지 않는다>를 쓰는 동안 몇 개의 루틴을 지키려고 노력했다(늘 성공했던 것은 아니다).
1. 아침 5시 30분에 일어나 가장 맑은 정신으로 전날까지 쓴 소설의 다음을 이어 쓰기.
2. 당시 살 던 집 근처의 천변을 하루 한 번 이상 걷기
3. 보통 녹차 잎을 우리는 찻주전자에 홍차잎을 넣어 우린 다음 책상으로 돌아갈 때마다
한 잔씩만 마시기
그렇게 하루 예닐곱 번, 이 작은 잔의 푸르스름한 안쪽을 들여다보는 일이 당시 내 생활의
중심 이었다.
-노벨박물관에 기증한 한강 작가의 메모

▲스톡홀름의 올드 타운 풍경.
2026년 노벨 문학상 시상식은 12월 10일, 스웨덴 스톡홀름 콘서트홀에서 열릴 예정이다.
노벨상을 받은 사람들은 그날 밤 어떤 표정으로 한자리에 모일까.
평생의연구와 집필을 인정받은 기쁨에 들떠 있을까, 아니면 여전히 믿기지않는 얼굴일까.
또 어떤 이야기를 나눌까. 시상식을 마친 이들은 스톡홀름 시청으로 향하게된다.노벨상
의 밤은 이곳에서 비로소 축제로 바뀌기 때문이다.
붉은 벽돌로 지은 스톡홀름 시청사 안쪽, 블루홀에서는 수상자와 왕실 가족,세계 각국
의 초청 인사 등 약 1,300명이 모여 특별한 만찬을 즐긴다

▲스톡홀름 시청의 내부 모습

▲스톡홀름 시청사
스톡홀름 시청사는 건축가 ‘라그나르 외스트베리(Ragnar Östberg)’가 설계했다.
1923년 문을 연 이곳은 스웨덴의 국가적 낭만주의 건축과 북유럽의 전통,
이탈리아 르네상스 건축의 영향을 한데 녹여낸 건축물로 평가받는다.
이 시청사에서 가장 유명한 공간이 바로 만찬 장소, 블루홀(Blue Hall)이다.
이 만찬행사는 노벨상의 상징적인 장면 가운데 하나로 자리 잡았다.

▲스톡홀름 시청사를 건축한 라그나르 외스트베리(Ragnar Östberg)
사실 블루홀에는 그 이름에 흥미로운 반전이 있다. 블루홀이라는 이름과 달리 내부는
푸른색이 아니라 붉은 벽돌로 가득하다.
처음 설계할 때 외스트베리는 벽과 공간을 파란색으로 마감하는 방안을 고려했다.
하지만 벽돌 자체가 만들어내는 색감과 질감이 아름다워 이를 그대로 드러내기로
했고, 처음 구상했던 이름은 그대로 남은 것이다.
이름과 실체가 다른 이 공간은 오히려 시청사를 대표하는 독특한 건축적 특징이
되었다.

▲노벨상 만찬이 열리는 스톡홀름 시청의 블루홀
외스트베리가 이 공간을 설계하며 품었던 생각은 실내에 있으면서도 야외에
서 있는 듯한 느낌을 구현하는 것이었다.
천장이 있지만, 안뜰에 들어선 것처럼 느껴지도록 공간을 구성했고 창과 벽,
천장의 관계를 세심하게 조율했다.
이 설계는 이탈리아 르네상스 궁전, 특히 베네치아의 건축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한다. 사실 외스트베리는 블루홀을 이탈리아 궁전의 안뜰처럼 하늘이 열린 공간
으로 설계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스웨덴의 혹독한 겨울 추위와 폭설을 고려해 결국 지붕을 씌우게 된 것
이다. 블루홀의 넓은 계단 역시 베네치아 도제 궁전의 기념비적인 계단에서
영향을 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스톡홀름 시청 들어가는 입구의 모습
계단 맞은편 벽면 위쪽에는 12각 별 하나가 새겨져 있다. 계단을 내려오며 이 별을
바라보면 시선이 가장 자연스럽게 정돈돼 사진을 찍기 좋은 순간이 만들어
진다고 한다. 노벨상의 밤은 이 붉은 벽돌의 푸른 홀에서 절정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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