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크 타고 돌아본 인천 ‘삼형제 섬’ 신도(信島)··시도(矢島)··모도(茅島)
인천 영종도에서 배로 10분 거리에 있는 ‘삼형제 섬’ 신도·시도·모도는 서울에서 불과 한 시간이면 닿는다.
바쁜 일상을 쪼개 반나절만 시간을 내면 섬 여행의 낭만을 충분히 즐길 수 있다.
섬 여행은 늘 설렌다. 배를 타는 것도 한적한 섬 풍경도 일상을 벗어나는 쾌감을 키운다. 도심에서 가까운 곳에도 가볼 만한 섬이 꽤 있다. 인천 옹진군 북도면에 속한 신도(信島)·시도(矢島)·모도(茅島)는 서울에서 불과 한 시간여 거리다.
인천공항이 있는 영종도에서 배를 타고 10분이면 닿는다. ‘삼형제 섬’으로 불리는 세 섬은 연도교(섬과 섬을 잇는 다리)로 연결돼 있어 한 번에 둘러보기 좋다.
최근 정부의 예비타당성조사 면제로 2024년이면 영종도와 신도를 잇는 다리가 들어서게 된다. 새 다리는 서해 남북평화도로의 시발점으로 향후 강화도는 물론 북한 해주·개성까지 연결된다고 한다. 배를 타고 섬 여행을 하는 지금 같은 낭만도 몇 년 안 남았다는 얘기다.
▶ 땀 한 방울 안 흘리고 비경 감상
영종도 삼목선착장에서 신도로 향하는 배는 아침 일찍부터 저녁까지 1시간 간격으로 하루 10회 이상 운항한다. 뱃삯도 편도 2000원으로 저렴하다. 신도에서 출발해 세 섬을 모두 돌아보는 데 서너 시간이면 충분하니 평일에도 점심 무렵 도착하면 충분히 반나절 섬 여행을 즐길 수 있다.
▲원본출처 / naver 백과
▲전동바이크(위 사진)를 빌려 타면 삼형제 섬을 편리하게 여행할 수 있다.
삼형제 섬은 교통량이 적고 길이 평탄해 자전거족이 많이 찾는 라이딩 코스다. 추가요금 1000원을 내면 자전거를 배에 싣고 탈 수 있는데, 신도 선착장 옆 무인 자전거대여소나 근처 식당 등에서도 쉽게 자전거를 빌려 탈 수 있다. 요즘은 힘들게 페달을 밟을 필요가 없는 전동바이크가 인기다.
대여료는 시간당 1만5000원. 가족이 함께 탈 수 있는 3인승(시간당 3만5000원) 바이크도 있다. 스로틀만 당기면 앞으로 나가고 바퀴도 자동차 바퀴처럼 두꺼워 균형 잡기도 쉽다. 전기모터로 움직이니 소음도 배출가스 걱정도 없다.
가격이 좀 비싼 게 흠이지만 결과적으로 전동바이크 덕분에 쾌적한 여행을 할 수 있었다. 바람을 가르며 신나게 달리다 마음에 드는 풍경을 만나면 재빨리 멈춰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찍고 다시 움직였다. 자전거였다면 땡볕에 땀을 뻘뻘 흘려야 했을 게다.
조선시대에 넓고 비옥한 목초지에 말을 사육하는 국영 목장이 있었다는 신도는 삼형제 섬 중 가장 면적이 넓다. 신도 수변공원은 갈대밭과 모래체험장, 해안 산책로가 이어지는 코스로 30분가량 산책하면 딱 좋다.
섬 중앙의 구봉산(179m)은 야트막한 정상의 구봉정에 오르면 바로 붙은 시도와 모도는 물론 북쪽으로는 강화도 마니산이, 남쪽으로는 인천공항이 훤히 내려다보이는 전망을 자랑한다.
▲모도 남쪽 끝 박주기해변에는 예쁜 조형물이 있어 인증샷 촬영지로 인기가 높다.
▶일상과 휴식이 맞물리는 섬 풍경
시원한 바닷바람 맞으며 다리를 건너 시도로 향한다. 옆으로 작은 포구 마을과 낮은 산자락, 하얀 구름이 담긴 저수지가 차례로 풍경화처럼 흘러간다.
동화책 속에서 튀어나온 것처럼 예쁜 파스텔톤의 아담한 시도교회 앞에선 저절로 멈춰 카메라를 들게 된다. 다리 밑으로 넓게 펼쳐진 갯벌에는 물때 맞춰 바지락 캐는 어민들 손길이 바쁘게 움직이고 저만치 한쪽에는 낚싯대 드리운 이들의 꼼짝 않는 모습이 재밌는 대조를 이룬다.
푸른 들판과 바다, 하늘이 어우러지는 삼형제 섬의 풍경은 사실 여느 섬마을과 크게 다르지 않다. 그 소박함이 마음을 푸근하고 여유롭게 만든다.
다른 섬과 다른 유별한 모습도 딱 하나 있는데 바로 수시로 머리 위를 지나는 비행기다. 잊을 만하면 부아앙 소리를 내며 날아가는 여객기는 어디론가 떠나는 이들에 대한 동경과 나 역시 새로운 곳에 와 있다는 자각을 동시에 불러일으킨다.
시도에서 가장 예쁜 길은 수기해수욕장까지 1.4㎞에 걸쳐 이어진 해당화 꽃길이다. 신도와 시도를 잇는 연도교를 건너자마자 오른쪽으로 펼쳐지는 길은 해당화가 만개할 때면 더없이 낭만적인 분위기를 연출한다.
시도 북쪽의 수기해변은 2004년 방영된 송혜교·정지훈(비) 주연의 드라마 <풀하우스> 촬영지로 유명하다. 수심이 얕고 백사장 뒤로 소나무 숲이 울창해 온 가족이 함께 물놀이와 캠핑을 즐기기 좋다.
갯벌에 넓게 쌓은 석방렴도 눈요깃거리다. 수기해변으로 들어가는 입구엔 천일염을 만드는 강원염전이 있다. 날씨가 좋으면 관광객들도 장화를 신고 들어가 염전 체험을 할 수 있다.
전동바이크를 탄 지 1시간이 채 안된 것 같은데 벌써 마지막 섬 모도에 다다랐다. 모도 남쪽 배미꾸미해변에 이르자 알록달록 커다란 조형물들이 해변가를 채우고 있다. 배미꾸미는 배 밑구멍처럼 생겼다 해서 붙은 이름이다.
조각가 이일호가 이곳을 개인 작업공간 삼아 앞마당 잔디밭에 작품을 하나둘 전시한 것이 점차 늘어 지금은 어엿한 조각공원이 됐다. ‘모도와 이일호’라고 쓴 커다란 비석 뒤에는 알쏭달쏭한 문장이 적혀 있다.
“바다는 모도를 섬으로 고립시킬 생각이 없었고 모도 또한 바다의 품에 안기고 싶지 않았다. 우리는 여기 왜 서 있나.”
성애(性愛)를 주제로 했다는 초현실주의풍 작품들 역시 무얼 말하는 건지 요령부득이긴 마찬가지다. 갯바위 위에 얹어놓은 쇠붙이로 만든 나무는 바람에 흔들릴 때마다 금속성 마찰음을 내며 기괴한 감성을 뽐낸다. 주변엔 카페와 펜션이 있고 사진 찍기 좋은 포인트도 많아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배미꾸미 조각공원에서 해안둘레길을 따라 10여분만 걸으면 박주기(박주가리)해변이 나온다. 모도 남쪽 끝뿌리 지명으로 박쥐처럼 생긴 지형에 곡식을 쌓은 듯 높은 더미가 있는 곳이라는 뜻이다.
지금은 해변가에 영어로 ‘Modo’라고 쓴 커다란 조형물이 있어 여행 인증샷 촬영지로 인기를 끄는 장소다. 빨간색 알파벳 문자통 안에 들어가 포즈를 취하고 운이 좋으면 하늘 위로 비행기가 날아가는 모습까지 한 화면 안에 담을 수 있다.
다시 신도 선착장으로 돌아나오는 길, 모도의 넓은 논밭을 보며 옛이야기를 다시 떠올린다. 원래 모도엔 논이 없었다고 한다. 1980년대 한 소녀가 청와대에 “개구리 울음소리를 듣고 싶다”며 편지를 보냈고, 이 부탁이 받아들여져 섬에 제방과 함께 농경지가 조성됐다고 한다. 곧 그 논에서 개구리가 울었음은 물론이다. 동화 같은 섬 풍경에 어울리는 동화 같은 이야기다.
출처 / kyunghyang.com / 영종도=김형규 기자 fidelio@kyunghyang.com
'▣新八道(신팔도)*紀行錄 > ⊙경기 인천****기행' 카테고리의 다른 글
경기 용인ㅡ한국 천주교 聖地ㅡ손골 성지(성 도리 헨리꼬 신부가 체포된 선교사들의 전교 유적지) (0) | 2022.10.03 |
---|---|
경기 남양주ㅡ한국 천주교 聖地ㅡ마재성지(순교자 정약종과 다산 정약용을 비롯한 4형제의 생가터) (0) | 2022.09.30 |
경기 안성ㅡ뭘 좋아할지 몰라서…펼치고 보니 '안성맞춤' (0) | 2022.09.24 |
경기 강화ㅡ석모도(席毛島)ㅡ‘바다의 단풍’ 강화 석모도 칠면초 군락지 붉게 물들었네 (0) | 2022.09.22 |
경기 구리ㅡ가정집 빨래판으로 전락한 청나라 마지막 황제 푸이의 휘호 (0) | 2022.09.2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