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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新八道(신팔도)*紀行錄/⊙경기 인천****기행

경기 안성ㅡ뭘 좋아할지 몰라서…펼치고 보니 '안성맞춤'

by 삼수갑산 2022. 9. 24.

안성ㅡ뭘 좋아할지 몰라서…펼치고 보니 '안성맞춤'

▲안성맞춤랜드는 24시간 무료 개방하는 대규모 시민공원이다. 조각공원 건너편으로 남사당공연장이 보인다.

 

안성맞춤은 경기 안성에서 주문한 유기그릇처럼 꼭 마음에 든다는 데서 유래한 말이다. 지역에서는 꽃신과 가죽신, 백동과 담뱃대 등도 안성맞춤에 들어가는 명품이었다고 자랑한다. 조선 시대 전국 3대 시장이었던 안성시장에서 주문하면 뭐든지 안성맞춤이라는 얘기다.

 

보개면에 ‘안성맞춤랜드’라는 시설이 있다. 대형 놀이공원으로 착각하고 입장료가 얼마냐는 문의가 많다. 실제는 24시간 무료로 개방하는 시민공원이다. 도심에 위치한 다른 지역의 공원과는 좀 다르다.

 

산자락 하나를 통째로 정비한 넓은 골짜기에 안성을 대표하는 인물과 민속, 즐길 거리를 한곳에 모아 놓았다. 무엇을 좋아할지 몰라서, 취향대로 즐기도록 두루 갖춘 모양새지만 무질서하거나 어지럽지 않다. 과하지도 모자라지도 않을 정도의 ‘안성맞춤’이다.

 

▲안성맞춤랜드 초입의 메타세쿼이아 가로수길.

 

▲안성맞춤랜드 잔디광장 끝에 남사당패 조형물이 세워져 있다.

 

▲안성맞춤랜드의 수변공원. 지금은 잎이 넓은 가시연꽃을 볼 수 있다.

 

주차장과 도로를 사이에 두고 넓은 잔디광장이 펼쳐진다. 광장 왼쪽은 일직선의 메타세쿼이아 가로수길이고, 오른쪽에는 남사당공연장과 사계절 썰매장, 캠핑장 등이 들어섰다. 공연장에서는 매주 토·일요일 오후 2시 남사당패 공연이 펼쳐진다.

 

최초의 여성 꼭두쇠(남사당패의 우두머리)였던 바우덕이의 전설과 함께 흥겨운 춤과 노래를 즐길 수 있다. 바우덕이는 탁월한 능력으로 경복궁 중건 때 사기가 떨어진 공역자들에게 신명을 불어넣었다는 전설적 인물이다. 나중에는 ‘바우덕이’ 자체가 안성남사당패를 통칭하게 됐을 정도다.

 

잔디광장 끝에 남사당패의 몸짓을 딴 조형물이 나열돼 있고, 뒤편에는 수변공원이 자리 잡았다. 동심원 형태로 가설한 산책로를 따라 갖가지 수생식물을 관찰할 수 있다.

 

요즘에는 대형 가시연꽃이 연못 일부를 뒤덮고 있다. 그 뒤로는 바닥분수와 낮은 담으로 쌓은 미로공원이 위치하고, 주변 산책로에는 황화코스모스가 화사하게 피어 있다.

 

공연장 맞은편 언덕에는 천문대가 세워졌다. 천체 투영실과 관측실을 운영하고 있다. 천문대 아래 숲속에는 ‘안성을 빛낸 인물’ 4인의 동상이 쉬고 있다.

 

임진왜란 때 의병장이었던 홍계남, 독립운동가 이유석, 사회운동가 김태영 사이에 낯선 서양인의 얼굴이 있다. 프랑스 선교사인 공안국(본명 앙투안 공베르)으로, 안법학원을 세워 안성의 현대식 교육을 선도한 인물이다.

 

▲안성맞춤랜드 야생화단지에 억새 종류의 풀들이 가을 햇살에 반짝이고 있다.

 

▲박두진문학관에 시인의 붓글씨가 새겨진 도자기가 전시돼 있다.

 

▲안성맞춤랜드의 야생화단지 언덕에 양떼와 스톤헨지 모형이 놓여 있다.

 

▲안성을 빛낸 인물상 조형물. 왼쪽부터 홍계남, 공안국, 이유석, 김태영.

 

안성을 대표하는 인물은 누가 뭐래도 박두진 시인이다. 천문대와 좀 떨어진 언덕에 박두진문학관이 있다. 한학에 밝았던 부친의 영향으로 필묵을 즐긴 시인은 여러 글씨와 그림을 남겼다.

 

전시실 한 칸은 그의 글씨를 새겨 빚은 도자기 작품으로 채워져 있다. 전문가의 안목으로 모은 수석 전시장도 있다. 수석에 붙인 명칭이 그대로 시 제목이다. 무심한 돌덩이가 아름다운 시어로 탄생한 공간이다.

 

문학관 주변은 그의 시를 새긴 조각공원이다. 대표작 ‘해’를 비롯해 청록파 시인으로 함께 활동한 조지훈과 박목월의 작품도 있다. 야생화단지와 식물원으로 꾸민 정원에 억새풀이 차츰 풍성해지고 있다. 곳곳에 그늘막과 벤치를 놓아 부서지는 가을 햇살 속에서 한가롭게 소풍을 즐길 수 있다.

 

안성맞춤랜드와 헷갈리는 곳이 공도읍의 안성팜랜드다. 1969년 독일(서독) 차관으로 준공한 '한독낙농시범목장(안성목장)’을 2012년 경관농업 테마파크로 개조한 시설이다.

 

야트막하고 부드러운 능선이 하늘과 맞닿아 이국적인 풍광을 자아내는 들판마다 특색 있는 작물을 가꿔 여행객을 불러들인다. 계절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꽃 사진 명소에 빠지지 않고 등장할 정도로 유명해졌다.

 

▲안성팜랜드 들판 끝에 황화코스모스가 한창이다.

 

▲안성팜랜드 코스모스 밭에는 이제 막 한두 송이씩 꽃이 피기 시작했다.

 

요즘은 입구에서 약 1.5㎞ 떨어진 농장에 황화코스모스가 한창이다. 바로 앞 코스모스 밭에는 이제 막 분홍색이 오르기 시작했고, 핑크뮬리도 풍성하게 몸집을 불리고 있다. 소, 말, 양 등을 기르는 체험 목장은 어린이들에게 인기다. 팜랜드 입장료는 성인 1만4,000원이다.

 

글.사진출처 / hankookilbo.com / 안성= 최흥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