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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 아시아*****국가들/⊙이란*******기행

이란ㅡ이스파한(Isfahan)ㅡ세상의 절반을 줘도 바꾸지 않겠다는 17세기 페르시아 수도

by 삼수갑산 2022. 5. 5.

이스파한(Isfahan)

세상의 절반을 줘도 바꾸지 않겠다는 17세기 페르시아 수도

 

◈강이 지나가는 '이란의 오아시스'… 수도 테헤란에서 남쪽 400㎞에 위치아바스 1세, 이스파한으로 수도 옮겨…

대학 48개, 여관 1802개 생기며 번성 도시 중앙에 지은 화려한 '이맘 광장'…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돼있죠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된 이란 도시 이스파한의 '이맘 광장' 전경. 광장을 병풍처럼 둘러싸고 있는

2층 아케이드가 특징입니다. 이스파한은 페르시아 사파비 왕조 시기 국제도시로 발전했습니다.

/게티이미지코리아

 

뜻밖에도 과거에 이스파한은 유대인과 인연이 깊은 땅이었습니다. 기원전 538년 페르시아의 키루스왕이 바빌론을 점령하고 그곳에 잡혀 있던 유대인을 풀어줬는데 이들 일부가 예루살렘으로 돌아가지 않고 이스파한에 정착했다고 해요.

 

이후 사산 왕조 페르시아의 야즈데게르드 1세(재위 399~420)는 유대인 부인을 위해 이스파한에 유대인 정착촌 '예후디예'를 조성했고요. 사산 왕조가 멸망하고 유대인들은 아랍인들에게 쫓겨나서 지금은 거의 남아 있지 않지만요.

'세상의 절반 줘도 안 바꿀 도시'

이스파한이 본격적으로 발전하기 시작한 것은 사파비 왕조(1501~1736) 4대 샤(황제) 아바스 1세(재위 1587~1629) 때였습니다. 이슬람교 시아파였던 그는 수니파인 오스만 제국을 견제하기 위해 유럽 국가들과 교류하며 유연한 입장을 보였습니다. 그는 수도를 카즈빈에서 이스파한으로 옮기고 상업을 발전시켰어요.

 

그는 아르메니아의 부유한 상인들을 이스파한으로 불러옵니다. 기독교 신자였던 아르메니아 상인들에게 종교적 자유를 주면서까지 경제를 살렸습니다. 아바스 1세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시를 만들라"고 명령했고, 당시 내로라하는 예술가와 공예가를 데려왔어요.

 

새 건물들이 착착 지어졌지요. 17세기 페르시아를 다녀와 여행기를 남긴 프랑스인 샤르댕(Chardin)은 이스파한을 이렇게 묘사했어요. '사원 162개, 대학 48개, 여관 1802개, 공중목욕탕 273개가 있고 인구가 100만에 달한다.'

그 결과 아바스 1세 시절 이스파한은 '세상의 절반(Nesf-e Jahan·네스페 자한)'이란 새로운 이름을 얻습니다. 세상의 절반을 줘도 이스파한과 바꾸지 않겠다는 자부심이 담긴 이름이었죠. 이스파한은 여러 민족과 종교를 아우르는 국제도시로 발전합니다.

유네스코 세계유산 '이맘 광장'

이스파한에는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된 '이맘 광장'이 있습니다. 이스파한 심장부에 자리한 남북으로 길쭉한 직사각형 광장입니다. 광장을 중심으로 서쪽에는 왕궁의 문인 '알리 카프(숭고한 문)', 동쪽에는 아바스 1세의 장인을 기리기 위해 지어진 '셰이크 로트폴라흐 사원'이 있지요.

그리고 남쪽에는 이맘 사원과 자미아 사원, 북쪽에는 게이사리예 바자르(재래시장)가 있습니다. 광장이 2층 아케이드로 둘러싸여 있다는 게 특징이죠. 오늘날에도 광장 주위로 늘어선 건물들의 채색 타일과 화려한 아라베스크 무늬는 당시 사파비 왕조의 전성기를 보여주고 있어요.

기원전 페르시아서 시작된 '폴로'… 실크로드 따라 동아시아로 전파


이스파한의 이맘 광장〈그림〉은 사파비 왕조 시절 '폴로' 경기장으로 사용됐다고 합니다. 현재 광장에는 분수와 정원이 조성돼 있지만 남북으로 양쪽에 각각 두 개씩 대리석 골 기둥이 남아 있어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4일 "이란 내 공격 목표 52곳을 정해뒀다"는 글을 트위터에 올렸습니다. 그는 이란의 문화유적도 포함돼 있다는 뉘앙스의 말도 덧붙였죠. 13일 현재 미국이 이란의 유적을 타격할 가능성은 희박해 보입니다.

 

그렇지만 사람들이 이란에 많은 문화유적이 있다는 걸 알게 되는 기회가 됐죠. 이란은 유네스코 세계유산만 24곳이 있거든요. 고대 페르시아의 수도 페르세폴리스, 조로아스터교 유적이 남아 있는 도시 야즈드, 그리고 오늘 소개할 도시 '이스파한' 같은 곳이 즐비합니다.

 

이란이 품은 오아시스

 

이스파한(Isfahan)은 이란 수도 테헤란에서 남쪽으로 400㎞ 떨어진 곳에 있습니다. '이란이 품은 오아시스'로 불리기도 하는데 생명을 주는 강이라는 뜻의 자얀데(Zayandeh)강이 이스파한을 가로지르기 때문입니다.

 

자얀데강 덕분에 이스파한은 건조한 사막 기후에서도 푸르른 오아시스 도시가 될 수 있었어요. 자얀데 강 주변의 비옥한 토지에는 기원전부터 사람들이 모여 살았다고 합니다. 이스파한은 현재 이란에서 셋째로 인구가 많은 도시입니다.

 

폴로는 '말을 타고 하는 하키'라고 설명하면 이해하기 쉬울 겁니다. 흔히 영국 상류층이 즐기는 스포츠라고 생각하지만 사실 페르시아에서 시작됐다고 해요.

 

기원전 페르시아에서 기마병 훈련법으로 도입됐고 이후 인기를 얻으면서 페르시아 여성도 폴로 경기를 즐겼다고 합니다. 폴로는 서쪽으로는 이스탄불을 거쳐 유럽에 전해졌고, 동쪽으로는 비단길을 따라 동아시아에도 '격구(擊毬)'라는 이름으로 퍼졌어요.

 

출처 / chosun.com / 윤서원 서울 성남고 역사 교사 기획·구성=양지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