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자베스 2세 ‘영원의 궁전’ 에 들다
영국 여왕 ‘세기의 장례식’ 엄수
각국 정상·왕족 등 500명 참석
수십만명 애도 속 윈저성 안치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의 관이 19일(현지시간) 런던 버킹엄궁을 지나고 있다. 런던/AP연합뉴스
영국 역사상 최장기 군주인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장례식이 19일(현지시간) 수도 런던 웨스트민스터 사원에서 엄수됐다. 여왕의 마지막 가는 길을 보기 위해 수십만명이 몰려 들면서 장례식 미사가 치러진 웨스트민스터 사원부터 여왕의 관이 안치된 런던 서부 외곽 윈저성까지 30㎞ 넘는 긴 줄이 이어졌다.
윈스턴 처칠 전 총리 서거 이후 57년 만에 국장으로 치러진 이번 장례식에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 등 세계 주요국 정상과 왕족 500여명을 비롯해 2000명이 참석했다.
국장 절차는 이날 오전 6시30분부터 웨스트민스터 홀에서 일반인 참배가 끝나고, 여왕의 관이 장례식장인 웨스트민스터 사원으로 운구되면서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여왕은 이곳에서 1947년 필립공과 결혼식을 올렸으며, 1953년 대관식을 치렀다.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의 관이 19일(현지시간) 장례식을 위해 웨스트민스터 사원으로 옮겨지고 있다. 런던/로이터연합뉴스
웨스트민스터 사원은 오전 8시부터 장례식 참석자들을 위해 개방됐다. 여왕의 관은 포차에 실려 운반돼 오전 10시55분 웨스트민스터 사원 서문에 도착했다. 찰스 3세 왕(74)은 아들인 윌리엄 왕세자, 해리 왕자 등과 함께 운구 행렬을 따라 직접 걸어서 장례식장으로 이동했다.
오전 11시부터 시작된 장례식 미사는 웨스트민스터 사원 사제가 집전하고, 캔터베리 대주교 저스틴 웰비의 설교, 리즈 트러스 영국 총리의 성경 봉독으로 진행됐다.
웰비 대주교는 “여왕은 21살 생일에 영국과 영연방을 위해 평생 헌신하겠다고 약속했다”면서 “그 약속을 매우 훌륭하게 지켰다”고 말했다. 오전 11시57분부터 전국이 2분간 묵념이 이어졌고, 백파이프로 “신이여, 왕을 지켜주소서”로 시작되는 국가가 연주되며 장례식은 끝났다.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의 장례식에 참여한 찰스 3세 왕(앞)과 윌리엄 왕자. 런던/로이터연합뉴스
이후 운구차에 실린 여왕의 관은 버킹엄궁을 지나 하이드파크 구석에 있는 웰링턴 아치까지 천천히 이동하며 런던의 대중에게 작별을 고했다. 장례 행렬에는 기마대와 군악대 등이 포함됐으며 찰스 3세 등 왕실 일가는 걸어서 따라갔다. 국회의사당 시계탑(빅벤)은 여왕의 96년 생애를 기려 1분마다 한 번씩 96차례 종을 울렸다.
오후 1시에 여왕의 관을 실은 운구차는 윈저성까지 이동하고, 오후 3시부터는 윈저성 앞 넓은 잔디밭 사이로 5㎞ 뻗은 롱워크를 따라 성 조지 성당으로 향했다.
런던 시내는 전날 밤부터 여왕의 장례 행렬을 지켜보기 위해 좋은 자리를 선점하려는 이들이 몰려들면서 북적거렸다. 영국 태생으로 현재 미국 아이오와주에 산다고 밝힌 데이비드(79)는 BBC와 인터뷰를 통해 앞서 웨스트민스터홀에서 일반인에게 허용된 여왕 관 참배를 위해 14시간이나 기다렸는데, 이번에는 여왕의 장례식을 앞두고 텐트에서 밤을 지새우게 됐다고 말했다.
재향군인 가레스 존스와 데이브 캣라이트는 여왕의 장례식 참석을 계기로 21년 만에 런던에서 재회했다고 전했다. 캣라이트는 아프가니스탄에서 왕립 육군 의무병으로 복역하던 중인 2010년 폭발로 중상을 입고, 6년 뒤 윈저성에서 여왕과 만나 대화를 나누던 때를 떠올렸다. 그는 “여왕은 키가 작았고 마치 우리 할머니와 대화하는 것 같았다”며 “하지만 여왕은 이렇게 큰 존재감을 가지고 있다. 우리는 그가 너무 그리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여왕의 관이 윈저성으로 안치되기 전 마지막으로 운구차가 지나가는 롱워크 주변에도 밤을 새운 이들이 많았다. 모린 스미스(70)는 딸 데비 코스텔로(42), 손녀 메이시와 함께 전날 밤 10시 롱워크에 도착해 날을 샜다. 스미스는 BBC와 인터뷰에서 여왕에게 작별 인사를 하고 꽃을 전달하기 위해 이 곳에 왔다고 말했다.
여왕의 어떤 점이 좋았냐는 질문에는 “여왕은 공손하고 다정했다”고 답했다. 사촌과 함께 롱워크에서 날을 샜다는 빌리 몰로이(27)는 따뜻한 모자와 샴페인 덕분에 견딜 만했다면서 “여왕은 우리에게 70년을 할애했다. 우리는 그에게 14시간을 내줄 수 있다”고 말했다.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의 장례 행렬을 지켜보기 위해 시민들이 런던 시내에 모여 있다. 런던/AP연합뉴스
수백만명의 인파가 몰릴 것으로 예상되면서 영국 경찰은 경계 태세를 최고 수준으로 올렸다. 앞서 영국 국내외 정보기관인 MI5와 MI6는 테러 위협을 검토했다.
이날 장례식에는 저격수들이 각 건물 옥상에 배치됐으며 상공에는 감시 드론이 떠다녔다. 수천명의 사복 경찰을 포함해 단일 행사기준으로는 최대인 총 1만여명의 경찰 인력이 행사장 전역에 배치됐다. 웨일스 기병대부터 영국 공군에 이르기까지 2500명 이상의 제복 군인도 동원됐다.
오후 4시부터는 성 조지 예배당에서 다시 800명이 참석한 가운데 장사를 위한 소규모 예식이 치러졌다. 여왕은 이때 백파이프 연주를 해달라고 개인적으로 요청했다고 버킹엄궁은 전했다. 오후 7시30분 왕실 일가가 모인 가운데 여왕은 70여 년 해로하고 작년 4월 먼저 세상을 떠난 남편 필립공 옆에 묻혔다.
찰스 3세 왕은 이날 장례식에 앞서 “지난 10일 동안 나와 아내는 이 나라와 전 세계에서 받은 애도와 성원에 깊은 감동을 받았다”고 말했다. 영국 정부는 이날을 휴일로 선포해서 대다수 학교와 사업체들이 문을 닫게 했다. 파리 지하철 공사는 여왕을 기리기 위해 샹젤리제 대로를 지나는 ‘조지 5세’역을 이날 하루 동안만 ‘엘리자베스 2세’역으로 이름을 바꾸었다고 밝혔다.
세계 각국에서 여왕에 대한 추모가 이어졌다. 영연방 국가인 캐나다에서는 전직 총리와 원주민 지도자 등 유력 인사들이 참석한 가운데 공중 분열식과 추모 퍼레이드를 진행하며 96발의 예포를 쐈다. 호주는 이날을 올해만 한시적으로 공휴일로 선포하고, 오전 11시부터 1분간 묵념했다.
글.사진출처 / kyunghyang.com / 박효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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