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엥카(Cuenca)ㅡ에콰도르 쿠엥카 대성당
정식명칭은 에콰도르공화국(Republica del Ecuador)이다. 북쪽으로 콜럼비아 남쪽과 동쪽으로 페루와 국경을 접하고, 서쪽으로는 태평양에 면한다. 본토에서 965km 떨어진 태평양의 갈라파고스 제도가 국토에 포함한다.
'에콰도르'는 '적도'를 의미하는 에스파냐어(語)로, 실제로 적도가 국토의 북부를 지나간다.'남아메리카의 티베트'라고 불릴 정도로 국토개발이 뒤진 편이지만, 수도인 키토는 오랜 역사와 풍부한 유산으로 UNESCO에 의해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다.행정구역은 22개주(provincia)로 되어 있다
▲계획 도시의 모습을 온전히 보존하고 있는 쿠엥카의 역사 지구
에콰도르의 수도 키토에서 판아메리카 고속도로를 타고 남쪽으로 472킬로미터를 내려가면 인구 20만의 작은 도시 쿠엥카다. 해발고도 2,530미터의 고원도시는 에콰도르 제 3의 도시로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된 곳이다.
인구의 대부분이 인디오인 이곳에는 원주민들의 오랜 전통과 풍습이 남아있다. 그래서인지 도시 전체에 평화롭고 느긋한 분위기가 흘러 넘친다. 중앙 안데스 산맥 아래 4개의 강이 흘러 드는 계곡에 이루어진 이 도시는 연평균 기온 14도의 온난한 기후까지 갖춰 에콰도르에서 가장 살기 좋은 도시로 꼽힌다.
▲쿠엥카의 중심지인 칼데론 공원
이 도시를 처음 건설한 이는 잉카인들이었다. 쿠엥카가 지금의 모습을 갖추게 된 것은 1557년,스페인 왕 카를 5세의 칙령에 따라 계획도시를 만들면서다. 도시는 아브돈 칼데론 (Parque Abdon Calderon) 공원을 중심으로 수직 격자형으로 뻗어나간다. 칼데론 광장에는 대성당, 옛 성당, 정부청사, 시청사 등이 모여 있다.
그 중에서도 1885년에 로마네스크와 신고딕 양식으로 지어진 대성당은 쿠엥카의 상징이다.밝은 푸른색과 흰색 돔이 눈길을 끄는 대성당의 종탑은 마치 칼로 자른 것처럼 직선이다. 종탑을 짓다 말았기 때문이다.
건축가의 계산 착오로 잘못 설계된 종탑은 완공했다면 그 무게를 견디지 못해 무너졌을 거란다. 이탈리아 카라라에서 공수해온 핑크색 대리석이 깔린 성당의 내부는 당시 쿠엥카의 인구 만 명 중 9천 명을 수용할 수 있는 규모였다.
제단의 예수상은 원주민의 피부색을 반영해 유난히 짙은 색을 하고 있어 친근하다. 성당을 나오니 바람결에 꽃 향기가 실려 온다. 마리스칼 수크레 거리를 반 블록 정도 걸어가니 꽃시장이다. 주변의 하얀 건물을 배경으로 늘어선 화사한 빛깔의 꽃바구니들이 거리에 활기를 더한다.
▲쿠엥카 대성당
쿠엥카 도시의 건설과 동시에 1557년 건축된 지어진 역사적 성당으로
지금의 성당은 1885년에 지어진 것이다.
▲쿠엥카 대성당
▲푸른 색 돔으로 도시의 상징이 된 대성당
▲설계 오류로 완공되지 못한 대성당의 종탑
꽃시장 근처의 중앙 시장은 이 도시 사람들이 매일 장을 보러 오는 곳이다. 약으로 쓰이는 온갖 풀과 꽃을 모아놓은 가게도, 색색의 열대 과일이 쌓인 가게도, 통째로 구우 돼지 한 마리를 올려놓은 식당들도 신기하기만 하다.
‘찬초오르나도’라 불리는 삶은 돼지는 매운 양념에 찍어먹거나 감자 토르띠야에 싸서 먹는다. 시장에서 옥수수로 만든 음료를 사 마신 후 다시 거리로 나온다. 소박한 규모의 모자 박물관으로 들어가니 밀짚으로 만든 파나마 모자를 만들고 판매하는 곳이다. 에콰도르 사람들이 17세기부터 생산해온 이 여름용 모자는 미국의 루스벨트 대통령이 애용하면서 유명세를 타기 시작했다.
토낄라라는 식물의 잎을 사용해 모자를 짜는데 쿠엥카의 모자 짜기 기술은 세계무형유산으로지정될 정도로 빼어나다. 최고급 품질의 파나마 모자는 결혼반지 사이를 통과할 수 있을 정도로 가늘게 말리고, 구겨지더라도 바로 펴진다고 한다.
이 모자가 파나마 모자라 불리게 된 이유는 파나마 운하를 통해 세계로 수출되었기 때문이다. 이제는 중국산 싸구려 모자에 밀려 사양 산업이 되어가는 파나마 모자. 돌돌 말아서배낭에 넣을 수도 있어 나도 한 개를 사 들고 나온다.
▲쿠엥카의 특산품인 파나마 모자
쿠엥카에서 가장 재미있는 박물관은 토메밤바 강가에 있는 중앙은행 박물관이다.중심지에서 걸어서 30분 남짓 걸리는 이 박물관은 1층은 식민지 시대에 만들어진그리스도상을 비롯한 성물을 모아 놓았고 2층은 민속 박물관이다.
에콰도르 각지에 사는 부족의 생활상과 그들이 만든 수공예품 등을 전시했는데 제법 재미있다.그 중에서도 아마존 정글에 사는 부족이 만든 인간의 말린 머리가 가장 충격적이다.이곳을 둘러보다 보면 에콰도르가 기후나 풍토, 인종적으로 얼마나 다양한 나라인지 감이 온다.
쿠엥카에 밤이 내린 시간, 옛 성당을 찾아간다. 도시의 건설과 더불어 지어진 옛 성당은이제 박물관과 공연장으로 쓰인다. 성당의 내부 벽은 소박한 파스텔 색조의 그림들로 채워져 있다.액자나 커튼처럼, 혹은 창문이나 대리석 기둥처럼 보이도록 그려 넣었는데 이 그림들 덕분에재미있는 성당이 되었다. 복원할 당시 이미 훼손 정도가 심각했는지 지워진 곳이 꽤 많다.
야심한 시각에 이곳을 찾아온 이유는 이곳에서 열리는 공연을 보기 위해서다.클래식과 대중가요가 섞인 공연의 압권은 관중의 태도다.공연 도중에 거리낌 없이 동영상을 찍고, 핸드폰이 울리면 큰 소리로 전화 받고,아는 노래가 나오면따라 부르고, 공연이 지루하다 싶으면 옆 사람과 떠들고...정말이지 이렇게 자유분방한 공연장은 처음이다.피아노 독주도, 오페라 아리아도, 남미의 대중가요도 다 좋았는데, 관중 때문에 한숨이 절로 나오는 시간이었다.
▲쿠엥카의 골목에는 많은 교회들이 옛모습을 간직한 채 남아있다.
다음날은 국립공원 까하스(Parque Nacional Cajas)로 향한다. 쿠엥카에서 30킬로미터 남짓 떨어진 국립공원은 들판과 호수, 강이 어우러진 곳으로 해발고도 3500미터에서 4200미터를 오르내린다.
버스와 트럭을 얻어 타고 공원의 입구에 내리니 바람이 불고 비가 내린다. 온통 노랗게 바랜 풀들이 바람에 흔들리고 낮게 내려온 구름이 산을 뒤덮고 있다. 어쩐지 버림 받은 황무지 같은 풍경이다. 송어낚시로 유명한 호숫가에는 비옷을 입고 낚시하는 남자들이 곳곳에 보인다.
토레아도라 호수를 따라 한 바퀴 도는 3시간짜리 코스를 걷는다. 바위 위에 코스마다 다른 색깔로 표시를 해놓아 길을 잃을 염려는 없다. 비가 잠시 그친 틈을 타 삶은 계란으로 간단한 점심을 먹는다. 길은 진흙탕이라 옷도 신발도 다 젖고 만다. 그래도 오랜만에 비속에서 걷는 기분이 나쁘지 않다.
▲반대편에서 찍은 3개의 푸른 돔
▲대성당의 내부, 좌측에는 전 교황의 상이 보인다
▲스테인드글라스
▲까하스 국립공원의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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