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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ㅡ문헨(Munich)ㅡ옥토버페스트를 위한 사전답사, 뮌헨에서 축배를!

by 삼수갑산 2022. 5. 30.

문헨(Munich)ㅡ옥토버페스트를 위한 사전답사, 뮌헨에서 축배를!

▲한산한 뮌헨의 거리

 

어릴 때부터 이상한 고집이 있던 나는 한 가지에 꽂히면 무슨 수를 써서든 반드시 끝장을 내야 직성이 풀리곤 했다. 사람은 변하지 않는다는 말이 맞는 게 나는 여전히 별것 아닌 것에 꽂혀서 그것만 보고 직진하는 스타일이다.

 

어쩌다가 알게 된 뮌헨의 ‘힙’하다는 카페. 사진으로 본 그곳의 조명이 참 마음에 들었고 첫 일정으로 성당도 박물관도 아닌 카페를 찜했다. 호텔에서 꽤 떨어져 있었음에도 메트로를 포기하고 그냥 걷기로 했다.

 

"Drink! Drink! Drink!"

 

족히 1L는 돼 보이는 맥주를 한숨에 들이켜는 황태자. '탕-, 탕-' 축배의 노래를 부르며 리듬에 맞춰 맥주잔으로 탁자를 치는 무리들. '찰랑-' 넘치는 하얀 맥주 거품 사이로 젊음과 열정 그리고 패기가 넘쳐흐른다.

 

- 영화 <황태자의 첫사랑> 중

 

주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도 과연 저 맥주는 무슨 맛일지 궁금해지는 장면이다. 테너 마리오 란자가 주연한 <황태자의 첫사랑: The student prince>의 유명한 축배의 노래 씬이다.

 

대학생 때 이 영화를 본 이후로 줄곧 독일 맥주 축제에 참가하는 게 버킷리스트 중 하나가 되었다. 언젠가 뮌헨 옥토버페스트에 가서 맥주잔으로 나무 탁자를 내리치며 축배를 들겠다고 다짐했었다

 

옥토버페스트는 매년 9월 말 – 10월 초 뮌헨에서 열리는 세계적인 맥주축제다. 올해 반드시 뮌헨의 비어가든에 앉아 흥청망청 마시고 즐기는 일원이 되자고 동기와 진즉에 약속을 해놓은 터인데 예상치 못하게 사전 답사할 수 있는 기회가 찾아다. 오로지 맥주만 생각하고 뮌헨을 찾은 나에게 뮌헨은 '요건 몰랐지' 하며 프랑크푸르트와는 또 다른 독일의 매력을 보여주었다

 

▲이게 다 날씨 때문이야.

 

아침엔 좀 서늘하다 싶던 날씨가 22도까지 올라갔고 걷지 않으면 왠지 손해 볼 것 같은 날이었다. 그래서 카페까지 40분을 무작정 걸었다. 약간의 보충 설명을 하자면 절대로 조명 하나에 꽂혀 40여 분을 걸어간 건 아니었다. 근처엔 마리엔 광장과 빅투알리엔 시장이 있었기에 사전에 파악하고 결정한 동선이었다.

 

뮌헨의 중심부까지 걸어가는 길은 매우 즐거웠다. 여타의 유럽 도시들과 마찬가지로 적당한 바람과 싱그러운 풀냄새가 훑고 지나갔고, 머리 위엔 맑고 파란 하늘이, 눈앞에는 아름다운 건물들과 호기심을 자극하는 상점들이 있었다. 무엇보다 뮌헨의 건물들은 전부 높아봤자 5층 정도라서 시야가 탁 트여 걷는 내내 지루할 틈이 없었다.

 

음? 뮌헨 프레즐이 유명한가?

 

맥주가 전부인 줄 알았던 뮌헨의 길거리 곳곳에는 프레즐이 그려져 있는 간판이 즐비했다. 유명한 걸 안 먹어 볼 수 없지! 손바닥만 한 큼직한 프레즐은 생각보다 딱딱하고 짭조름했다.

 

길거리 좌판대에서 판매하는 포스터 카드 속 언니가 왜 한 손에는 맥주를 다른 한 손에는 프레즐을 들고 있었는지 이해가 가는 대목이었다. 그렇게 신나게 프레즐을 질겅질겅 씹으며 뮌헨 시내를 향해 걸었다.

 

▲생각보다 질기고 짭쪼름했던 뮌헨의 프레즐

 

▲요즘 뮌헨에서 핫하다는 카페

 

열심히 걸어 도착한 카페는 헬싱키를 연상케 하는 곳이었다. 하얀 페인트 칠로 깔끔한 내부, 심플한 가구 배치, 내가 반한 까만 조명까지. 북유럽 인테리어를 품고 있었다.

 

고집은 강한 주제에 은근히 남의 평가에도 신경 쓰는 나는 리뷰에서 본 맛있다고 소문한 플랫화이트를 주문했다. 물론 시나몬롤도 함께. 이 정도면 진짜 중독인 듯싶다. 경쾌하고 가벼운 배경음악에 플랫화이트조차 가벼운 맛이었다. 진한 향과 무거운 바디감을 기대했는데 살짝 아쉬웠다.

 

▲플랫화이트와 시나몬롤을 주문했다.

 

오래 머물기보다는 잠깐 들러 기분 전환하고 나서기 좋은 곳이다. 햇살 아래 걷느라 배가 고팠는지 커피와 시나몬롤로는 부족했다. 그래서 마리엔 광장에 가기 전에 빅투 알리엔 시장으로 직행했다.

 

빅투알리엔 시장은 1807년에 문을 연 역사와 전통이 살아 숨 쉬는 상설시장이다. 소시지, 청과물, 트러플 치즈, 각종 채소는 물론 꽃, 생활용품 등 다양한 것들이 진열되어 있다. 좌판대를 기웃거리며 이것저것 물어보고 건드려보는 것만으로도 시간은 금방 간다.

 

▲빅투알리엔 시장(Viktualien Market)

 

빅투알리엔 시장의 시작점을 알리는 기둥

 

주소: Viktualienmarkt 3, 80331 München, Germany

 

▲전통시장의 가장 큰 재미는 뭐니 뭐니 해도 먹거리다. 과연 맥주의 도시답게 시장 한가운데 나무 탁자가

빽빽하게 놓여있고 낮술과 간단한 스낵을 즐기는 사람들로 활기가 넘쳤다.

 

4.10유로야.
- (동전을 세다가 말없이 20유로 지폐를 건넨다.)
잔돈 없어?
- 나 4유로 밖에 없어...
(시크하게 손을 내밀며) 담에는 동전 갖고 와.

 

맥주를 파는 마차에 가 냉큼 줄을 섰고 500ml짜리 맥주잔을 움켜쥐고 주문을 하려고 보니 딱 10센트가 모자랐다. 지폐를 내민 나에게 아저씨는 다음엔 동전을 갖고 오라며 어서 가라는 듯 휘휘 - 손을 저어 보였다. 10센트 할인받은 4유로짜리 맥주는 천상의 맛이었다.

 

특별히 선호하는 브랜드가 없다면 위에 올려져 있는 맥주잔을 쥐고 바로 옆에서 계산하면 된다. 영화 <황태자의 첫사랑>에 나올 것 같은 투박한 맥주잔을 보자 심박수가 빨라지면서 손이 떨리기 시작했다. (알코올 중독 아닙니다.)

 

▲오랜만에 맛본 발효의 맛, 소시지와 사워크라프트

 

아니, 여기 물을 탔나 왜 이렇게 잘 넘어가?

한 손엔 맥주잔을 다른 한 손엔 소시지와 사워크라프트로 가득 찬 접시를 움켜쥐고 빈자리를 찾아 앉았다. 맥주잔으로 탁자를 쾅쾅 내리치며 축배를 들겠다는 패기는 사라지고 조용히 소시지를 썰면서 맥주를 꿀떡꿀떡 들이켰다. 캬- 이런게 진짜 여행의 묘미지!

 

오통통한 소시지를 썰어 입안에 넣는 순간 육즙이 터졌다. 소시지도 쫄깃쫄깃할 수 있는 거구나. 보통 번(바게트 빵)을 함께 구매해서 소시지와 사워크라프트를 넣어 직접 핫도그를 제조해 먹곤 한단다.

 

다 못 먹을 것 같아서 소시지와 사워크라프트만 주문했는데 번에 소시지를 못 껴 먹은 게 못내 아쉬웠다. 독일식 김치라는 사워크라프트는 처음이었는데 생각보다 시큼하고 짭조름한 게 입맛에 잘 맞았다.

 

맥주를 못 마셔도 괜찮다. 해산물과 와인도 있고 아이스크림도 판매하고 있으니 얼마든지 빅투알리엔 시장 분위기에 녹아들 수 있다. 걱정하지 말고 꼭 이곳을 찾길 바란다.

 

▶마리엔 광장 (Marien Plazt)
주소: Marienplatz, 80331 München, Germany

 

▲화려한 프라우엔 성당 내부

 

빅투알리엔 시장 바로 옆이 마리엔 광장이다. 2분만 걸으면 초입에 있는 프라우엔 성당이 보인다. 드디어 중심에 들어온 건지 사람들도 많아지면서 깃발을 따라다니는 단체 관광객들도 눈에 띄기 시작했다.

 

▲프라우엔 성당은 천장에 있는 그림이 참 인상적이다. 성당 내부 규모는 작은데 그림과 제단은 상당히 화려하다. 다시 고민이 몽글몽글 끓어오르기 시작한 요즘 괜한 마음에 한켠에 놓여있는 초를 구매해 기도를 올렸다.

 

싱숭생숭한 마음을 안고 광장으로 진입한 순간 입이 떡 벌어졌다. 신 시청사는 압도적이었다. 신고 딕양식의 이 거대하고 웅장한 청사는 보는 이로 하여금 입을 다물 수 없게 만들었다. 무엇보다 정교했다. 조각 하나하나는 물론 중앙 시계탑에 반짝이는 인형들까지 대충 만들어진 곳이라곤 찾아볼 수 없었다.

 

광장 안에서는 한 프레임 안에 담기조차 어려워 최대한 멀리 떨어져 사진을 찍어야 했다. 1800년대 후반에 지어졌다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였다. 뮌헨 신 시청사의 가장 큰 볼거리 중 하나는 시계탑 인형극이다. 특정 시간이 되면 시계탑의 인형들이 잠에서 깨어나 살아 움직인다.

 

신 시청사 전망대에서 바라본 마리엔 광장

 

17시 땡 하자 시작해서 딱 10분 동안 생명을 얻었던 인형들이 다시 잠들었다. 바라보던 군중 속에서 박수와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아쉬운 마음에 한참을 쳐다보다가 뮌헨 시내가 한눈에 보인다는 신 시청사 전망대로 향했다. 전망대 입장료 4유로를 지불하고 엘리베이터를 타고 9층으로 향했다.

 

보통 유리나 철조망에 막혀 있는 전망대들과 다르게 시원하게 뻥 뚫린 신 시청사의 전망대. 맞은편 성당 전망대에 올라선 사람들, 광장의 파란 분수대, 야외 식당의 파라솔까지 세세하게 볼 수 있었다.

 

때때로 강한 바람에 머리카락이 흩날리고 햇살에 눈이 부셔 저절로 미간이 찌푸려졌고 바람을 타고 광장 거리에서 버스킹 공연을 하는 오페라 가수의 Time to Say good bye가 울려 퍼졌다. 돌아가는 길은 올드타운 쪽을 택했다. 오페라의 성지 아니랄까 오페라 하우스 앞에는 드레스업 한 사람들이 무리 지어 있었다.

 

▲뮌헨을 가로지르는 이자르 강

 

돌아가던 중 잠깐 길을 헤매게 되었다. 왼쪽으로 삥 돌아가라는 지도의 충고를 무시하고 울창한 수풀에 끌려 공원으로 들어섰더니 그 안에 갇히고 만 것이다. 방향감각을 상실해서 두리번거리고 있는데 저 멀리서 왁자지껄한 소리가 들렸고 모여있는 사람들의 무리가 보였다.

 

▶그래 일단 소란의 근원지로 가보자.

 

놀랍게도 그곳은 울창한 나무를 파라솔 삼아 맥주를 즐기고 있는 사람들로 가득했다. 녹음이 울창한 공원 근처에서 맥주를 즐기는 저 무리에 끼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서둘러 돌아가야 했다. 뻘쭘하게 사이를 뚫고 왠지 출입문처럼 보이는 곳을 거꾸로 밀고 나왔다.

 

앉아서 맥주를 즐기는 인파 속 유일하게 빠른 걸음으로 지나치는 한 사람이었다.'이런 곳에 대규모 맥주집이 숨어있다니...' 혼자서 중얼거리며 서둘러 빠져나온 그 곳은 그 유명한 biergarten hofbräukeller였다. 동기와 옥토버페스트 때 가자고 약속했던 바로 그곳이었던 것이다.

 

▶사전답사 제대로 하는구나.

 

나도 예전엔 퇴근하고 을지로 노가리 골목에서 한잔 하곤 했었는데… 평일 늦은 오후 사랑하는 이들과 맥주 한잔 즐기는 사람들을 뒤로하고 나오자 기분이 묘해졌다. 어쩐지 서울이 그리워지는 뮌헨에서의 마무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