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크푸르트ㅡ혼자서 더 좋은 프랑크푸르트 반나절
▲ 중앙역 앞 전차
한번다녀온 이후로 주구장창 프랑크푸르트 꼭 가보라며 전파를 하고 다녔더니 왜 좋은지, 어디가 그렇게 좋은지 일정을 짜달라는 지인들의 요청이 참 많았다.
그냥 도시 자체가 풍기는 느낌이 너무 좋다는 나의 무성의한 대답에 정확한 이유를 대라는 무서운 닦달을 당하고 나서야 혼자라서 더 좋았던 그리고 혼자서 둘러보면 더욱 좋을 프랑크푸르트 반나절 일정을 소개하려고 한다.
프랑크푸르트는 부유하고 현대적인 도시다. 독일의 경제 수도로 증권거래소가 위치해 있으며 유럽 경제의 심장인 유럽 중앙은행이 있다.
그래서 길거리에서 정장 입은 사람들과 심심찮게 마주친다. 배낭을 멘 여행객들과 서류 가방을 든 직장인들을 비슷한 비율로 만나볼 수 있는 참 신기한 도시다.
사실 프랑크푸르트를 검색하보면 DM 쇼핑, 자일거리, 버켄스탁 싸게 사기 등 쇼핑 연관 검색어뿐이라 일정에 쇼핑을 먼저 넣는 친구들을 보면 안타깝다. 물론 쇼핑도 좋다. 하지만 내가 이곳을 유독 사랑하는 이유는 따로 있다.
일단, 내 인생 시나몬 롤을 파는 포즈카페가 있고, 볼 때마다답답한 가슴이 탁 트이는 마인강이 있으며 마지막으로 목 넘김이 부드러워찰싹 감기는 하우스 맥주를 파는 클러스터호프가 있다.
▲혼자 여행하는 걸 즐기는 편이다. 일명 ‘혼행족’이 여행 트렌드로 떠오르기 훨씬 전인 7년 전부터 혼자서 다니는 걸
좋아했고 이제는 혼자가 편하다.
여행을 하다 보면 딜레마에 빠지곤 하는데 나는 여행자이길 원하는가 혹은 현지인이 되길 원하느냐이다. 어리바리하게 헤매는 것도 관광객만 가는 식당이나 명소는 싫고 그렇다고 뭐든 익숙하게 척척해내는 모험 없는 완벽한 현지인으로도 보내긴 싫고….
프랑크푸르트에서는 그럴 걱정이 없다. 여행자도 됐다가 현지인도 됐다가 그 중간을 경험하는 나만의 방법이 있으니까. 일단 시작은 언제나 포즈카페다.
평범한데 맛있는 포즈카페의 시나몬롤
"응? 이게 무슨 냄새지? 시나몬 향인데?"
"아~ 저기 시나몬 롤 맛집 있는데 먹고 갈까? 괜찮겠어?"
프랑크푸르트에 살고 있는 친구를 만나기 위해 처음으로 방문했던 지난 4월, 우리는 만나자마자 무한리필훠궈 집에서 무려 3시간 동안 먹고 떠들며 더 이상 못 먹을 때까지 먹다가 겨우 엉덩이를 들어 천천히 산책 중이었다.
분명히 더 이상 말도 못할 정도로 배가 불렀는데 달콤한 시나몬 향을 맡자마자 이상하게 침이 고이면서 어느 정도 소화가 된 것 같은 착각 아닌 착각에 휩싸였고 더 이상 고민할 필요도 없었다. 현지인이 추천하는 시나몬롤 맛집인데 안 들어가는 건 예의가 아니지.
메뉴에는 없지만 아이스도 가능하다. 그냥 맛만 보자며 플레인 시나몬 롤과 아이스커피 두 잔을 시켜 야외 테라스에 앉아 느긋하게 여유를 즐겼다. 그때의 따스했던 햇살, 적당한 온도, 살랑이는 바람과 내 앞에 있는 보고 싶었던 얼굴까지 모든 게 완벽한 순간이었고 이 날의 기억이 머릿속에 시나몬 롤의 달달하고 부드러운 맛으로 각인되었다.
그래서 틈만 나면 그때의 맛이 생각나곤 한다. 달콤하면서 씁쓸한 시나몬 롤과 진한 아이스커피의 맛은 행복 그 자체였다. 뭐든지 첫인상이 중요하다고 했던가? 이후로 나의 프랑크푸르트는 언제나 포즈 카페에서시작된다.
▲프랑크푸루트의 생기넘치는 거리
이번엔 친구와 함께했던 바로 그 테이블에서 혼자 시나몬 롤과 아이스 라떼를 시켜놓고 수다 대신 펜을 들고
끄적거리고 있지만 여전히 내가 기억하는 바로 그 맛이었다.
▲거리의 과일 채소가게
▲자일거리로 가는 길
▲자일거리로 가는길
포즈카페는 중앙역을 나서자마자 정면에 있는 메인 거리를 쭉 따라 15분 정도 걷다 보면 나온다. 쇼핑몰이 몰려있는 자일거리 쪽에 위치해 있어서 DM이나 로스만 등 일명 '약국 화장품'을 대량 구매하기 전 간단히 요기하기 딱 좋다.
백화점이나 약국 이외에도 현지 의류 브랜드 등을 만나 볼 수 있다. 딱히 뭘 사지 않아도 차도만큼이나 넓은 도보를 휘적휘적 걷다가 윈도쇼핑도 하고 마음에 들면 가게에 들어가서 이것저것 대보기도 하면서 마치 현지인 같은 시간을 보낼 수 있다.
▲슈니첼, 학센 그리고 샐러드까지
새로운 음식을 맛보는 건 여행하는 자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이다. 독일에 왔으면 대표 메뉴 한 개쯤은 섭렵해야 하지 않겠어? 독일에서 제일 유명한 건 학센이지만 사실 학센은 혼자 먹기에 양이 좀 많은 편이다.
슈니첼이라면 혼자서도 거뜬하다. 버섯소스를 뿌린 담백한 슈니첼과 클러스터호프의 하우스 맥주의 조합 그리고 야외 테라스의 분위기까지 더하면 미슐랭 부럽지 않은 최고의 맛이 탄생한다.
▲클러스터호프의 야외석
슈니첼은 한국의 돈가스보다 좀 더 얇은 독일식 돈가스인데 무조건 부먹이다. 여기엔 논쟁의 여지가 없다.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 소리와 주변 테이블의 즐거운 수다 소리는 적당한 백색 소음이 되고 맛있는 양념이 된다.
맥주를 좋아하는 나에게 메인으로 시킨 슈니첼은 거들 뿐 이곳의 하우스 맥주가 메인이었다. 부드럽게 착 감기는 맥주 한 모금에 유독 힘들었던 이번 달 피로가 싹 잊혀버렸다.
▲프랑크푸르트 중앙역
▲중앙역으로 가는 길
중앙역 쪽으로 걷다 보면 인증샷 남기기 최적의 장소인 유로 타워 유로화 동상이 있다. 이곳을 기점으로 왼쪽을 향해 5분만 걸으면 마인강에 닿는다. 강변 옆에 펼쳐진 푸른 잔디밭에는 늦은 오후의 햇살을 즐기는 사람들이 가득하다. 조깅하는 사람, 자전거 타는사람, 심지어 조정 연습을 하는 무리도 눈에 띈다.
다리 위에 올라서면 순간 어리둥절해지는데 현대적인 건물로가득한 곳 한 귀퉁이에 전통 목조 건물이 모여 있는 뢰머 광장이 언뜻 보이기 때문이다.대성당의 시계 첨탑도 한눈에 들어온다. 한 폭의 그림 같은 마인강에서는 압도적인 아름다움보다는 안정감과평화로움이 느껴진다.
▲마인강
마인강에 취해 다리 위에서 한참 시간을 보내다 문득 신기한 점을 발견했다. 왜 사람들이 전부 젤라또를
손에 들고 있는 거지? 나도 강렬하게 저 무리에 끼고 싶다.
▲마인강 전경
젤라또를 손에 쥐고 오는 사람들을 거꾸로 추적하다 보면 다리 바로 아래쪽까지 닿는다. 젤라또도 팔고 맥주도 파는 곳.
오래간만에 맛보는 쫄깃한 행복에 젖어 잠시 잔디밭에 앉아지지 않는 유럽의 6월 태양에감탄하며 한껏 늘어졌다. 스트로베리 맛을 끝장내고 초코쿠키 맛마저 끝내기 전에 서둘러 뢰머 광장으로향했다.
▲뢰머광장의 시청사 목조 건물
뢰머광장은 ‘나 프랑크푸르트 여행 중임’ 인스타그램용 사진 찍기 딱 좋은 곳이다. 프랑크푸르트의 매력이 한눈에 보이는 곳이다. 현대적인 건물들 사이에 이렇게 아름다운 목조건물이 숨어있다는 게 놀라울 따름이다. 처음 보는 굉장히 특이한디자인의 건물이다.
광장을 중심으로 위치한 고딕 양식의 목조건물은 지난 500년간 시청사로 사용되었던 곳이라고 한다. 도시에 무슨 일이 있을 때마다 광장에 모여 집회와 모임을 열었을 옛 광경이 눈에 보이는 듯했다.
한 도시를 여행하면서 반나절로는 부족하다. 혼자라서 아쉬울 수도 있다. 하지만 프랑크푸르트에서는 혼자라서 더 좋을 수도 있는 반나절이 일정이 될 수도 있다.
살펴본 모든 곳이 중앙역을 기점으로 근거리에 위치해 있어 걸어 다니기 딱 좋다. 만약 다음번에 다시 이 도시에 온다면 U반이나 S반을 타고 혹은 트램을 타고 근교로 나가볼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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