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루브르 박물관 소장품ㅡ도박에 빠진 부잣집 도련님
카드놀이 판이다. 주위는 칠흑같이 어둡고 마치 이 테이블 위로만 조명을 비춘 듯이 밝다.
프랑스 화가 조르주 드 라투르(Georges de la Tour·1593~1652)의 그림은 이렇게 강렬한 빛의
대비를 만들어 보는 이로 하여금 숨을 멈추고 빨려 들어가게 만든다.
▲조르주 드 라투르, 다이아몬드 에이스가 있는 속임수, 1635~1638년경, 캔버스에 유채, 106x146cm,
파리 루브르 박물관 소장.
이토록 어두운 화면은 비현실적이지만, 심리적으로는 이보다 현실적일 수 없다. 오른쪽 끝에 앉은 청년의 귀에는 지금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고, 자기의 패 이외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을 테니 말이다.
풍성한 깃털을 꽂은 모자, 곱게 말아 올린 머리카락, 앳된 얼굴 아래로 반짝이는 새틴에 자수를 놓은 고급 옷을 차려입은 이 청년은 높은 신분의 부잣집 도련님일 것이다. 하지만 가까이해서는 안 될 모든 것, 즉 술과 여자와 도박에 뛰어든 이상 그의 앞길이 훤하지 않은가.
도련님이 자기 패만 들여다볼 때, 나머지 세 사람은 소리도 없이 신호를 주고받느라 바쁘다. 타조알처럼 하얗고 매끈한 얼굴을 한 여인과 모르는 척 술을 따르는 종업원의 눈동자 굴러가는 소리가 들릴 것 같지 않은가.
이 둘의 신호에 맞은편의 남자는 벨트에 꽂아뒀던 다이아몬드 에이스를 슬그머니 꺼내며 그림 밖의 우리와 눈을 맞춘다
도련님이 보란듯 쌓아 둔 금화는 순식간에 저 남자의 주머니로 빨려 들어갈 것이다. 대놓고 짜고 치는 속임수 판에 관객도 한자리를 차지하게 된 셈이다.
이 그림은 같은 장면에 카드만 스페이드 에이스로 바꾼 버전이 또 하나 있다. 그만큼 인기가 있었다는 증거다. 도박판 구경처럼 재밌는 게 또 있을까. 다만 내가 도련님이 아니라는 게 확실하다면 말이다.
출처 / chosun.com / 우정아 포스텍교수 서양미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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