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일라스(須彌山. 岡仁波齊) 아웃코라 & 인코라
▲티베트에서는 카일라스 아웃코라 한 바퀴는 현생에서의 업을 씻겨주며, 108바퀴를 돌면 모든 업을 소멸시킨다고 믿는다. 고해발에서 생활하는 티베트인들이지만 4~5000m를 넘나드는 2박 3일간의 아웃코라는 결코 쉬운 순례가 아니다.
일반적인 아웃코라는 총 53km로 해발 4,575m인 다르첸에서 출발, 5,630m의 될 마라를 넘어 다시 원점으로 돌아온다. 7~8000m급 산들이 즐비한 이곳 티베트고원에서 겨우(?) 6,714m의 카일라스는 되려 낮아 보인다.
자신의 낮춰 상대방을 높이고자 하는 것일까? 존재자체가 신앙인 카일라스에서는 갠지스강, 인더스강, 브라마푸트라
(얄룽창포), 수틀레지강의 생명이 발원하고 힌두교, 불교, 자이나교, 뵌교에서는 성지로 추앙 받는다.
라싸에서 3일간 차를 이용해 카일라스 자락에 위치한 마을 다르첸에 도착한다. 곳곳에 검문소가 위치하고 제한속도를 정해 엄격히 감시&통제를 하기 때문에 엑셀 밟고 빠르게 고고~는 언감생심이다.
중간중간 5,000m가 넘는 언덕(?)을 넘고 넘어 다르첸의 최신식 호텔 “카일라스∙강린보체’호텔에 짐을 푼다. “카일라스∙강린보체’호텔은 모든 것이 부족한 이곳에서 누릴 수 있는 포기하기 힘든 사치이다.
따뜻한 물은 물론, 호텔식 뷔페에, 유리로 덮은 지붕을 뚫고 내리쬐는 햇볕을 맞고 있노라면 육체가 주는 편안함에 절로 눈이 감긴다. 널찍한 로비에는 편안한 소파가 자리하고 있다.
소파에 앉아 누구라도 지나가는 이 붙잡고 한담을 나눌 수 있고, 힌두교도 인도인과 현지 라마, 그리고 우리같은 외국인의 모습을 구경할 수도 있다. 차 안에서 몇 날 며칠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다 오랜만에 이런 여유와 마주하니 달콤하기 그지 없다.
다음날 현지 차량에 짐을 싣고 약 6km 떨어진 순례의 시작점까지 이동한다. 걸어가도 될 것 같지만 순례를 빨리 시작하고픈 우리들의 입에서는 걸어가자는 말이 나오지 않는다.
차로 10분 남짓한 입구에 도착하니 저 멀리 보이는 카일라스가 천상의 세계로 우리들을 인도한다. 순례는 시계방향으로 진행된다. 이곳 카일라스 뿐만 아니라 조캉사원이나 마나사로바 등 순례의 대상이 되는 곳은 모두 동일하다. 다만 티베트 토착종교인 뵌교도들은 시계반대 방향으로 순례를 돈다.
첫날 드라북사원(4,910m)까지는 약 20km, 6~8시간 정도를 걷는다. 고도차가 크지 않고 대부분 완만한 길이 이어지기 때문에 고도적응만 되어 있다면 걷는데는 큰 문제가 없다.
순례도중 들리는 추쿠곰파(Chuku,4,625m)나 드라북곰파 같은 사원들은 대부분 수행자들이 기거하던 곳이다. 특히 첫날 야영지인 드라북곰파는 고창빠라고 하는 라마가 수행한 곳으로 카일라스 순례길을 처음으로 열었다고 전해진다.
티베트 현지인들이 운영하는 천막텐트에 짐을 풀고 이른 저녁을 먹는다. 배는 고프지 않지만 왠지 먹어야 할 것 같다. 가지고 온 라면과 밑반찬, 그리고 설익은 밥들을 목구멍으로 밀어 넣는다. 그러다 문득 어제 호텔에서 누린 사치가 스물스물 떠오른다. 어제 일인데도 마치 1년 전인 듯 하다.
다음날 죽과 시엔차이(咸菜)라 부르는 짠지로 아침을 해결하고 길을 나선다. 목적지인 쥬틀북사원까지는 18km, 10시간이 넘게 걸리는 긴 여정이 시작된다. 오늘은 카일라스 아웃코라에서 해발이 가장 높은 될 마라(5,630m)를 넘는다.
오늘이 카일라스 아웃코라의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다. 왜냐하면 노상 묘지라고 알려진 이른바 ‘해탈 고개’를 넘어가기 때문이다. 이곳을 찾는 순례객들은 머리카락이나 자신의 소지품, 혹은 이미 죽은 자의 유품을 두고 가는데, 이는 지난 날 죄를 버리고 간다는 의미를 가진다.
자신의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서 필연적으로 다른 생명을 취해야 하므로 삶 자체가 죄라고 생각하는 불교인데, 버리고 간다해서 해탈할까 싶다가도 어느새 버릴게 뭐 없을까? 고민하고 있는 나의 모습을 발견한다. 사람이 이렇게 간사하다.
해발 5,000m가 넘어가면 한걸음 한걸음 천근만근이다. 마치 100m 달리기를 하는데 누군가 내 옷을 잡고 끌어당기는 듯한 느낌이다. 걸음이 조금이라도 빨라질라치면 어김없이 심장이 내 몸 깊숙이 요동친다. 산소를 달라고 아우성이다.
땅만 보고 걷다 보니 어느덧 될 마라를 넘고 있다. 정상을 넘어서 의미가 있는가 아니면 와 봤다는데 의미가 있는가? 억지로 의미를 부여하려다 그냥 놔버리니 그저 조그마한 언덕일 뿐이다.
마라부터 오늘 목적지인 쥬틀북사원까지는 급경사가 이어진다. 무거운 육신의 업이 온 무릎으로 쏠린다. 쥬틀북사원에는 티베트불교의 4대 종파 중 하나인 카규파의 시조 ‘밀라레빠’와 관련한 흔적을 찾아 볼 수 있다.
‘은밀한 속삭임의 가르침을 찾는 자들’이라고 불리는 카규파의 시조로 일생을 명상 수련에 바쳤던 요가 수행자이자 막힘 없는 노래와 비길데 없는 종교적 귀의심, 영성과 지혜로 존경 받는 존재이다.
사원 안에 있는 동굴에는 밀라레빠의 머리자국과 손자국이 남아 있다. 함께 간 가이드는 시대적으로 훨씬 후대에 만들어진 것으로 밀라레빠의 것이 아님을 넌지시 알리지만 상관없다. 다음 날 아침, 쥬틀북사원에서 다르첸의 “카일라스∙강린보체’호텔로 돌아가 다시금 사치를 누려본다. 내일은 카일라스 인코라를 시작한다.
◈카일라스(Kailas, 岡仁波齊) 인코라
카일라스 아웃코라를 끝낸 다음날, 아침 일찍 인코라를 시작한다. 인코라는 러시아 여행객들이 들어갔다가 실종되는 사건이 일어난 후 외국인의 방문을 허락하지 않는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외사부에 들러 사정사정하니 마지못해 부분적인 입장만 겨우 허가를 한다. 빨라도 1박 2일은 걸리고 아웃코라에 비해 난이도가 높다고 전해지는 인코라 코스를, 첫날은 다르첸 마을에서 장짜곰파까지 왕복하고,
이튿날은 역시 다르첸 마을에서 세룽곰파까지 간 다음 많은 수행자들이 깨달음을 얻었다고 전해지는 장소에서 우리들도 명상을 하고 돌아오는 일정으로 약간의 변화를 주었다.
티베트의 많은 지역은 외국인에게 개방하지 않으며, 정치적으로 민감한 지역이라 일정진행에 변수가 많다. 여행 전에 꼼꼼히 일정과 법규 등을 살펴보지만 어찌 해 볼 수 없는 변수들이 자주 발생한다. 도리가 없다. 그저 마음을 내려놓고 해결하기 위한 노력밖에..
마을을 벗어나 인코라 입구를 향해 올라간다. 뒷편으로는 아리고원의 시원한 전경이 눈앞에 펼쳐진다. 사람의 힘이 얼마나 위대한지 이곳에 며칠만 머물러보면 알 수 있다.
희박한 공기, 부족한 물자, 오후만 되면 모래돌풍이 누렇게 세상 가득 메우는 이곳, 사람들은 왜 여기 사는 것일까? 모든 것이 풍족한 도시에서 자란 나로써는 이해하기 쉽지 않다.
그리고 더 이해하기 힘든 것은 이곳에 오는 소위 문명의 혜택을 받으며 살아가는 사람들이다. 그들 아니 우리들은 도대체 무엇이 부족한 것일까? 선뜻 답이 나오지 않는다.
아침 일찍 잠잠하던 바람이 11시가 넘어가자 그 몸짓을 키운다. 나무구경하기 힘든 이곳은 바람이 불면 있는 그대로 한바탕 모래샤워를 할 수밖에 없다. 따로 수행이 필요 없다. 잘 못 먹고, 고생하고, 혼자 묵묵히 견뎌내야 하는 환경에 던져진 순간순간 모두 수행의 시간이다.
문득 20대 때, 홀로 월출산 겨울산행을 간 기억이 났다. 한창 조정례 씨의 《태백산맥》에 심취해 있을 때라 책에 간간히 출현하는 월출산은 나에겐 일종의 순례지였다.
부산에서 월출산까지, 그리고 월출산에서 정상까지의 과정은 벅찬 감동과 환희 그 자체였다. 하지만 물 한 통 준비하지 않고 쉬지도 않고 미친 듯이 정상까지 올라온 뒤부터는 갈증으로 죽을 수도 있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약수터 있겠지? 너무 안이한 생각이 낳은 결과였다.
때는 겨울, 주변엔 사람도 없고 보이는 것은 쌓여있는 눈 밖이다. 눈은 대기 중의 수증기가 찬 기운을 만나 얼어서 땅 위로 떨어진 얼음의 결정체, 즉 수분이다.
고민할 필요도 없었다. 허겁지겁 얼마나 먹었는지 모른다. 그리고 알았다. 의외로 갈증해소가 안 된다는 것을.. 바로 하산을 시작한다. 그리고 다행히 산을 오르는 아저씨 한 분을 만난다.
사정사정하고 얻어 마신 물 한잔은 김이 모락모락 날 정도로 아주 뜨거웠다. 나는 그대로 원샷, 놀란 눈으로 나를 쳐다보는 아저씨, 뜨거움, 그것은 태어나 처음 느껴보는 뜨거움이었다.
카일라스가 정면으로 보이는 수행장소에 도착했을 때 입 속 가득했던 그 당시 뜨거움이 생각났다. 경험해 보지 않으면
모르는 것이 있다. 나에게 카일라스는 바로 그런 곳이었다.
◈환영의 호수 - 라모 라초(Lhamo Latso)
티베트 불교에서는 환생을 믿는다. 그리고 달라이 라마라고 하는 정치, 종교적 최고 지도자가 사망하면 그의 환생을 찾아 새로운 지도자로 받아들인다.
현 14대 달라이 라마인 텐신 갸초는 13대 달라이 라마가 사망하고 18개월 후인 1935년 7월 6일 '암도'라고 부르는 티베트고원에서 태어났다.
보배로운 존재라는 뜻의 '린포체'의 칭호를 받았던 레팅이라는 승려가 당시 섭정을 맡고 있었는데, 섭정의 가장 큰 임무가 바로 환생한 달라이 라마를 찾는 일이었다.
▲성호(聖湖) 마나사로바
우주의 중심, 수미산이라고 부르는 카일라스 앞에는 두 개의 호수가 있다.
하나는 부처의 어머니인 마야부인이 목욕을 하고 부처를 잉태했다고 전해지는 '마나사로바'이고,
▲귀호(鬼湖) 라모 라초
또다른 하나는 지금부터 이야기 하고자 하는 '라모 라초'라 부르는 호수이다.
달라이 라마의 환생을 찾기 위해서는 '라모 라초'라고 부르는 호수에 가서 호수의 수호신인 팔덴 라모의 계시를 받아야 한다.
500년 전 라모 라초의 수호신 팔덴 라모는 초대 달라이 라마에게 환생으로 이어질 달라이 라마들의 계통을 보호해주겠다고 약속했다. 그리고 그 약속에 따라 호수에서 명상하던 섭정에게 환생한 달라이 라마를 찾을 수 있는 암시를 보여 준다.
섭정은 라모 라초에서 '아' 발음의 티베트 글자와 함께 몇 가지 다른 징표를 보았는데, 징표들은 암도의 특정 마을,
특정 인가를 암시했다.
이처럼 티베트 불교의 한 종파인 '겔룩파'에서는 다음 환생을 알아낼 체계를 정형화했고, 라모 라초는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게 된다. 하지만 다음으로 이어질 달라이 라마의 환생을 찾을 때 라모 라초가 자신의 역할을 할 수 있을까?
글.사진출처/ blog.naver.com / 땡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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