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스(Bath)ㅡ18세기에 거듭난 고대 온천 도시, 영국의 바스
▲1900년대 바스의 온천탕 모습
잉글랜드 남서쪽에 자리잡고 있는 로마시대부터 잘 알려진 온천도시 바스(Bath)는 18세기에 들어서면서 영국의 부유층이 가장 선호하는 세련된 요양과 사교의 도시로 화려하게 거듭났다. 온천이라는 자연적인 요건과 대대적인 건축 붐, 그리고 ‘멋쟁이 내시(Nash)’ 같은 사람의 활약으로 바스는 전에 없는 전성기를 맞는다.
언제 봐도 고풍스러우면서도 세련된 바쓰입니다. 로마시대 목욕탕으로 이용하기 위해 만든 도시, 지금도 사용하고 있는 'Bath'라는 단어의 기원이 된 도시입니다.
영국 남서쪽에 자리잡고 있는 바스(Bath)는 이름 그대로 온천수를 대량으로 뿜어내는 옛날부터 잘 알려진 온천도시였다. 1세기에 영국을 점령한 로마인들은 원주민 켈트족의 성지였던 이곳에 로마식 온천탕과 사원을 세웠다.
그들은 이 사원을 켈트족의 치유와 온천의 여신인 술리스(Sulis)에게 바치고, 이곳의 온천수를 “술리스의 물”이라 불렀다. 바스는 지금도 로마의 목욕탕이 가장 잘 보존되어 있는 유적지로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되어 있다.
로마인들이 떠난 후 바스는, 비록 중세에 양모 거래의 중심지로 주목받기도 했으나, 수세기 동안 류머티즘이나 피부병을 앓는 병자들이나 찾는 조그만 지방도시에 머물렀다. 그러다가 18세기에 들어서면서 바스는 영국의 부유층이 가장 선호하는 세련된 요양과 사교의 도시로 거듭나게 되었다.
이러한 바스의 갑작스러운 번영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온천수를 마시는 치료법이 유행하면서 요양지로서 바스의 가치가 새롭게 인식되었고, 이에 따라 1702년에 이곳을 찾은 앤 여왕(Queen Anne)을 비롯해 많은 왕족과 귀족, 그리고 부유층이 건강과 휴식을 취하기 위해 이곳에 모여들었다.
▲앤 여왕 (Queen Anne.1702 ~ 1714년)
또한 18세기에 들어 좋아진 도로 사정과 보다 안락해진 마차 등 개선된 교통수단으로 인해 사람들은 좀 더 편하게 여행길에 오를 수 있었으며, 이에 따라 관광이라는 근대적인 여가활동이 정착하게 되었다.
더욱이 18세기는 영국이 크게 번영한 시대로, 새롭게 부를 형성한 중산층도 휴식과 오락, 사교를 원했고, 이들의 수요와 갈증을 충족시켜줄 수 있는 장소로 바스가 떠오르면서 최고의 전성기를 맞이하게 된 것이다.
이러한 인기에 힘입어 이 시대에 바스를 찾았던 방문자들 중에는 소설가 토바이어스 스몰렛(Tobias Smollett), 제인 오스틴(Jane Austen), 프랜시스 버니(Frances Burney), 극작가 리처드 셰리든(Richard Sheridan) 등 수많은 문인이 있었고, 이에 따라 바스는 18세기 문학 작품에도 자주 등장하는 명소가 되었다.
그 대표적인 예를 스몰렛의 『험프리 클링커의 여행(The Expedition of Humphry Clinker)』(1771)과 오스틴의 『노생거 사원(Northanger Abbey)』과 『설득(Persuasion)』(유고작. 1818) 등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험프리 클링커의 여행』에서 삼촌 브램블(Bramble)씨와 당시 부유층 사이에 최고의 인기를 누리던 바스를 방문한 소설 속의 인물 리디아(Lydia)는 이 도시가 모든 것이 유쾌하고 화려하며 즐겁기만 한 “지상의 낙원”이라고까지 찬사를 보낸다.
바스의 이런 화려한 변신은 온천이라는 자연적인 조건과 위에 언급한 역사적 환경에 기인하기도 했지만, 또한 바스의 발전을 이끌어간 몇 사람의 눈부신 활약 덕분이기도 했다.
영국 사교계를 성공적으로 바스로 끌어들인 리처드 내시(Richard Nash, 1674∼1761), 아름다운 신고전주의적 건축물로 새로운 도시개발을 시도한 건축가 존 우드 부자(John Wood Elder, 1704∼1754 / John Wood Younger, 1728∼1782), 그리고 이에 재정적 지원을 아끼지 않았던 사업가 및 한때 바스의 우체국장과 시장을 역임한 랠프 앨런(Ralph Allen, 1693∼1764)과 같은 사람들이 없었다면 18세기의 화려한 휴양지 바스는 탄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바스를 찾아온 사람들은 온천수를 마시기도 하고 이에 몸을 담그기도 하면서 시간을 보냈으나 동시에 그 외 나머지 시간을 위한 사교와 오락도 필요로 했다.이를 형성하는 데 가장 크게 기여한 사람이 바로 내시다. 멋쟁이 옷차림과 세련된 매너로 “멋쟁이(보) 내시”라 불리던 그는 1704년부터 약 반세기 동안 바스 사교계의 주인 격인 ‘마스터 오브 세레모니(Master of Ceremonies)’로 활약하면서 스스로를 “바스의 왕”이라고 불렀다.
‘마스터 오브 세레모니’는 비록 공식 직책은 아니었으나, 그는 사교계의 주인 격으로 새롭게 방문한 사람들이 사교계에 여할 자격이 있는지의 여부를 확인하고, 이들을 서로 소개하고, 무도회나 음악회 등 다양한 사교 모임과 오락거리를 주선함으로써 그곳의 사교계가 원활히 돌아가도록 관리했다.
내시는 거친 말투나 천박한 행동 등은 말리고, 교양 있는 매너를 권하면서 바스의 사교계를 문화적이고 세련된 모임의 장소로 격상시켰다. 그는 특히 그곳을 찾은 다양한 계층 사람들을 서로 융화시키려 노력함으로써 계층 간의 거리를 좁히고 교류를 장려하는 풍토를 만들어갔다.
이런 바스의 특징은 스몰렛의 작품에서 작중 인물들의 서로 엇갈린 평가로 언급되는데, 한 젊은 남성은 바스가 고위직에서부터, 판사, 장군, 주교, 사업가, 철학가, 재담꾼, 시인, 배우, 약사, 연주가, 광대 등을 다 접할 수 있어 큰 구경거리를 제공한다고 했지만, 보수적인 시골 신사인 그의 삼촌 브램블씨는 바스는 어중이떠중이들이 모여 소란을 피우는 무질서한 곳이라고 혹평했다.
이렇게 모여든 사람들이 매일 찾는 곳은 온천수를 마시기 위한 “펌프 룸(Pump Room)”이었다. 늘어나는 방문객을 수용하기 위해 수차례 확장을 거듭한 펌프 룸에서 사람들은 음악도 듣고, 커다란 홀을 거닐기도 하며 사교의 시간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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