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물상]ㅡ히잡이 뭐길래
무슬림 여성이 머리에 두르는 히잡의 기원은 수천년 전 메소포타미아 수메르 시대로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그때는 귀부인만 입을 수 있는 옷이었다. 성경에서 유래를 찾기도 한다.
창세기에 나오는 레베카는 남편 이사악과의 첫 만남 때 너울을 꺼내 얼굴을 가렸다. 유다가 너울로 얼굴 가린 며느리를 매춘부로 착각했다는 대목도 있다. 고대 중동에선 매춘부가 베일을 썼다는 기록도 있다.
▶이슬람교를 연 예언자 무함마드는 히잡 착용을 강요한 적이 없다. 그런데 후대 이슬람 율법학자들은 ‘밖으로 드러내는 것 외에는 유혹하는 어떤 것도 보여서는 안 된다’는 코란 구절을 근거 삼아 여성에게 히잡을 쓰라고 했다.
히잡의 원래 뜻도 두건이 아니라 ‘장막’ 또는 ‘분리’다. 애초에 여성을 남성 세계에서 격리하려는 의도가 깔린 명칭이다.
▶사우디아라비아는 ‘남자는 알라에, 여자는 남자에게 복종한다’고 가르친다. 히잡보다 여성의 몸을 더 많이 가리는 ‘아바야’를 입혔다. 여자는 남성 후견인이 동의해야 진학·취업·결혼할 수 있었다.
외출하려면 코흘리개 남자 손이라도 잡아야 했다. 여성 운전도 금지였다. 여자가 몰 수 있는 것은 범퍼카뿐이란 우스개가 돌았다. 탈레반이 재집권한 아프가니스탄은 눈까지 망사로 가리는 부르카를 강요한다. 저항하면 총살했다.
▶이란에서 히잡을 제대로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도덕 경찰’에 체포된 22세 여성이 의문사하며 촉발된 항의 시위가 13일로 한 달을 맞았다. 200명 넘게 희생됐지만, 여성들은 히잡 벗은 얼굴 사진을 소셜미디어에 올리고 거리에선 ‘여성, 삶, 자유’ 등의 구호를 외치며 저항하고 있다.
젊은 남성들까지 가세해 “이슬람 공화국을 원하지 않는다”고 외친다. 인간은 인간답게 살고 싶어한다. 많은 무슬림 여성이 다양한 꽃무늬와 기하학 문양으로 장식한 히잡을 쓴다. 애틋한 느낌도 든다.
▶1979년 이슬람혁명 이전의 이란은 자유로운 나라였다. 여성이 거리낌 없이 미니스커트를 입었다. 많은 이란인이 그때를 기억하고 있다. 이슬람에서 히잡을 벗으려는 움직임은 한 세기가 다 되어 간다.
튀르키예 건국의 아버지 케말 아타튀르크는 1930년대에 공공장소에서 히잡 착용을 금지했다. 강경한 여성 억압 정책을 고수하던 사우디도 2017년 이후 여성 운전을 허용하고 후견인제를 완화하는 등 개혁에 나섰다.
사우디 여성들은 아직 부족하다고 한다. 배꼽티 입은 사진을 소셜미디어에 공개하며 “더 큰 자유”를 요구하고 있다. 이란은 언제까지 이런 흐름을 외면할까.
글.출처 / chosun.com / 김태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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