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람의 라마단(Ramadān) 은 무엇인가
아랍어(語)로 '더운 달'을 뜻한다. 천사 가브리엘(Gabriel)이 무함마드에게 코란을 가르친 신성한 달로 여겨,이슬람교도는 이 기간 일출에서 일몰까지 의무적으로 금식하고, 날마다 5번의 기도를 드린다.여행자·병자·임신부 등은 면제되지만 대신 이후에 별도로 수일간 금식해야 한다.
이러한 습관은 유대교의금식일(1월 10일) 규정을 본떠 제정한 것인데, 624년 바두르의 전승(戰勝)을 기념하기 위하여 이 달로바꾸어 정하였다.신자에게 부여된 5가지 의무 가운데 하나이며, '라마단'이라는 용어 자체가 금식을 뜻하는 경우도 있다.이 기간에는 해가 떠 있는 동안 음식뿐만 아니라 담배, 물, 성관계도 금지된다.
라마단은 해마다 조금씩 빨라진다. 윤달이 없는 이슬람역은 12개의 태음력으로 이루어져 있어 태양력보다11~12일이 적기 때문이다.해마다 라마단이 다가오면 전문가단이 구성되어 초승달을 관측하고, 최고종교지도자가 초승달을 육안으로
관찰한 후 라마단의 시작날짜를 공포한다.
이 날은 같은 이슬람국가라도 교리에 따라 하루 정도 차이가 나기도 한다. 많은 이슬람교도들은 각자의지역에서 달의 모양을 관찰한 결과를 토대로 라마단을 시작하지만, 지역에 관계없이 사우디아라비아의메카에서 초승달이 보이는 날짜를 따르는 신자들도 있다
라마단이 시작됐다. 이슬람력(曆)으로 9번째 달, 금식 성월(聖月)이다. '자힐리야'라 불린 긴 어두움의 시대를 깨고 이 땅에 전파된 알라[神]의 계시를 기념하는 달이다. 라마단 한 달 동안 무슬림들은 해가 뜰 때부터 질 때까지 일절 취식을 금한다. 물도 마시지 않으며,몸을 즐겁게 하는 행위도 하지 않는다.
낮 동안 스스로 곡기를 끊으면서 경건하게 신의 뜻을 되새기는 구별된 시간이다. 단 노약자나 병자, 임산부와 어린아이들은 금식에 참여하지 않아도 된다.이슬람교도, 즉 무슬림은 '이슬람의 다섯 기둥'이라는 행동 규칙을 평생 지켜야 한다. 신앙고백·기도·성지순례·금식, 그리고 가난한 이들을 돕는 구휼(救恤)의 의무다.
그들은 인간을 구원하기 위해 신으로부터 이 규칙이 주어졌다고 믿는다. 이슬람에서 인간은 어원상'망각하는 존재'다.사람은 본래 백지처럼 흠결 없이 태어났지만 진리를 자꾸 잊고 죄를 범하면서 구원과 멀어졌다는 것이다.
이에 신이 인간에게 일상 속에서 지켜야 할 교리를 구체적으로 명령하여 진리를 잊지 않도록 붙들어 놓았다고 믿는다. '망각 방지'를 위한 장치들인 셈이다. 라마단 금식 역시 같은 맥락이다.
다섯 기둥 중 금식을 빼고는 모두 무언가를 의무적으로 '하는 것'이다. 반면 금식은 먹지 않는 것, 즉 무엇을 '하지 않는 것'이다. 자신을 비우는 과정이다. 금식의 덕목은 이처럼 육체의 소진을 통해 내면의 영성을 발견하는 데 있다. 사람들은 한 달 내내 낮 끼니를 거르고, 갈증을 참아내면서 인간의 무기력을 다시 기억해낸다.
신의 도움과 자비가 필요함을 기억해낸다. 따라서 제대로 된 금식은 인간을 겸손으로 이끈다. 라마단의 본령은 바로 이 지점에 있다.이뿐 아니다. 라마단 금식의 의미는 개인 성찰로만 한정되지 않는다. 사회적 기억의 의미도 함께 갖는다. 연대(連帶)의 의식(儀式)이라고나 할까?
배고팠던 긴 하루가 저물면 일몰 예배를 드리고 매일 함께 이프타르 만찬을 나눈다. 부자와 가난한 자 구분없이 둘러앉는 밥상 공동체가 만들어진다. 그리고 라마단 달이 끝나는 날(이둘 피트르), 큰 잔치판이 벌어지고 온 공동체가 며칠간 성대한 축제를 함께한다. 이 과정을 거치면서 무슬림은 사회적 약자들, 가난한 자들의 존재와 그들의 아픔을 기억해낸다.
나아가 그들과 불가분리의 공동체를 구성하고 있음을 기억한다. 이렇듯 라마단은 이슬람을 하나로 결속시키는사회적 장치이기도 하다.물론 예외도 있다. 사람마다 열정이 다르고 신심의 차이가 있기 마련이다. 어떤 무슬림은 굶는 시늉만 하며 라마단 달을 지나기도 한다.
어떤 이들은 새벽에 폭식을 하고, 종일 소화불량에 시달리기도 한다. 가볍게 웃어넘길 수 있는 부분이다.하지만 정작 심각한 문제는 다른 곳에 있다. 특정한 정치적 이념을 위해 개인과 공동체의 순수한 기억을 왜곡시키는 극단주의자들이 도처에 있다. 폭력을 먹고 사는 이들이다.
기다렸다는 듯, 라마단 첫날인 6일부터 요르단에서 테러가 일어났다. 테러 단체 이슬람국가(ISIL)는 라마단 기간에 미국과 유럽을 공격하라는 메시지를 전파하고 있다.극단주의자들은 라마단을 뒤틀었다. 환각에 사로잡혀 배타적인 기억만 편의적으로 끄집어 내어 분노를 강요한다 이들이야말로 배교자다.
자기를 성찰하고 약자를 보듬어 돌아보는 라마단이 아니라, 타자를 살상하는 피의 축제로 만들려 한다. 이 혼돈의 시대, 2016년 라마단을 맞아 정작 다수의 선량한 무슬림들은 무엇을 기억해야 할까? 사람의 생명만큼 소중한 것은 이 땅에 없고, 평화를 위해 한길 가야 한다는 것, 그 진리를 애써 기억해내야 하지 않을까?
출처 / chosun.com / 안남식 국립외교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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