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로코 여행ㅡ진짜 사하라와 만나다
모로코는 북아프리카 서북쪽 끄트머리에 자리한 나라로 순수 아랍을 만날 수 있어 꾸준한 여행자가 찾는다. 모로코를 찾는 가장 큰 이유는 아마 사하라 사막을 만나는 일일 것이다. 사하라 사막은 모로코에서 알제리, 튀니지, 리비아, 이집트, 모리타니, 말리, 니제르에 분포하는 '세계 최대의 사막'이다.
특히 모로코에 열광하는 이유는 하나다. 다른 나라보다 모로코 쪽 사하라가 아름답기 때문이다. 모로코 쪽에서 특유의 붉은 사막을 볼 수 있다. 사하라는 아랍어로 '사막'이라는 뜻. 따라서 '사하라 사막'이 아닌 '사하라'가 올바른 표현이다.
▲분주함 속에 활력이 느껴지는 제마알프나 광장
▲미로를 방불케하는 재래시장 마라케시 수크
사하라 투어는 보통 마라케시에서 출발한다. 마라케시는 모로코 중부에 자리한 도시로 천 년이넘는 세월을 버텼다. 한때 트립어드바이저 선정, '세계 여행자가 가장 가고 싶어 하는 도시' 1위에 뽑히기도 했다.
메디나(올드시티) 중심에 자리한 제마알프나 광장과 복잡한 마라케시 시장은거대한 박물관과 같다. 쿠투비아 모스크, 바히아 궁전, 엘바디 궁전, 마조렐 정원이 주요 관람 포인트. 마라케시에서의 추천 일정은 최소 2박 3일이다.
▲재래시장 마라케시 수크 에 아랍풍 도자기
▲재래시장 마라케시 수크 에 아랍풍 도자기
다시 이야기하지만, 사하라 투어는 마라케시에서 시작한다. 패키지여행자라면 전용 차량으로 바로 움직일 테고, 자유 여행자도 다양한 국적의 멤버와 함께 움직인다. 보통 2박 3일로 사하라의 주변 도시를 훑고 사막을 체험하게 되는데, 생애 최고의 장면을 약속한다.
마라케시를 출발한 차량은 한참을 달려 하이 아틀라스산맥 초입에 도착한다. 마라케시에서 출발해 사하라로 가려면, 반드시 '북아프리카의 척추'라고 불리는 하이 아틀라스산맥을 넘어야 한다.
▲남 여 화장실 구분
하이 아틀라스산맥은 구불구불한 산길을 따라 천천히 오르는 것이 보통이다. 중간중간 멋진 포인트가 있기 때문에
쉬어가는데, 이는 멀미 예방의 이유도 있다.
길이 매우 구불구불하기 때문에 멀미 증상을 호소하는 여행자가 상당히 많은 편. 따라서 모로코 사하라 투어를
계획하고 있다면, 멀미약을 미리 챙기는 것을 추천한다
최대로 올라갈 수 있는 2,260m 전망대에는 기념사진을 찍는 포인트가 있다. 참고로 하이 아틀라스산맥의 최대
높이는 4,000m 정도다.
하이 아틀라스산맥을 넘으면 아이트벤하두로 향한다.
아이트벤하두는 사막에서 살아가는 베르베르족의 오랜 성채 도시다. 베르베르족이 11세기에 건설한 도시로, 대부분 진흙으로 지어졌지만 비가 거의 오지 않아 지금껏 유지될 수 있었다. 마라케시와 사하라를 오가는 상인이 중간 거점으로 쉬어가기도 했고, 군사적으로 요충지로 사용되기도 했다.
특유의 이국적인 풍광 덕분에 각종 할리우드 영화의 촬영지로도 낙점받았다. 대표적으로 <글래디에이터><미이라><아라비아의 로렌스><킹덤 오브 헤븐> 등이 있다.성채 정상까지 약 20분 정도면 오르는데, 느긋느긋 걸어 약 1시간 30분 정도면 충분히 둘러볼 수 있다.
▲다데스 협곡 의 카페 에서 모로코 전통 커피, 누스누스
아이트벤하두를 지나면 보통의 여행자는 와르자자트 혹은 다데스 협곡 인근에서 숙박한다. 모로코 패키지여행자의 경우는 와르자자트, 자유 여행자의 경우는 다데스 협곡에서 숙박하는 것이 보통. 어디에서 숙박하든 '천 개의 카스바 협곡'이라는 별칭의 다데스 협곡을 방문하게 된다.
기기묘묘한 암석이 병풍처럼 둘러싸고 있는 지형은 절로 감탄사를 터트리게 만든다. 다데스 협곡 근처에 자리한 카페에서 모로코 전통 커피, 누스누스 한 잔을 마신다. 여기서 누스누스란 현지어로 커피 반, 우유 반이라는 뜻. 쉽게 라테라고 생각하면 된다.
다데스 협곡을 뒤로하고 약 1시간 30분을 달리면 흙빛 도시 팅히르에 닿는다.
팅히르는 와르자자트 근처에 자리한 도시로 아이트벤하두처럼 11세기 무렵에 건설되었다. 흙빛 도시 주변으로 물이 흐르는데, 물길을 따라 대추 야자나무 군락이 형성되어 있다. 팅히르 마을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전망대에 잠시 서서 사진 촬영 시간을 가진다.
여행자가 사진을 찍는 동안 스카프 상인이 접근하며 흥정을 시도한다. 참고로 사하라 투어를 앞두고 있다면, 이런 스카프나 모로코 전통 의상 질레바 등은 멋진 코디 아이템이 된다.
▲북아프리카의 그랜드캐니언'이라는 토드라 협곡
▲북아프리카의 그랜드캐니언'이라는 토드라 협곡
팅히르 마을을 지나면, 금세 토드라 협곡에 닿는다. 이곳 역시 사하라 투어의 핵심 명소다. 특유의 붉은 협곡이 일품인데, '북아프리카의 그랜드캐니언'이라는 별칭도 붙었다.
협곡 사이로는 하이 아틀라스산맥에서 시작한 물길이 흐르는데, 팅히르 마을의 중요한 식수가 된다. 토드라 협곡 한쪽으로는 여행자를 상대로 한 스카프 상인이 많다. 아직 스카프를 구매하지 않았다면, 사하라로 들어가기 전 마지막 쇼핑의 기회다.
토드라 협곡을 관람하고 나서 점심을 먹는다. 메뉴는 모로코 전통 꼬치 요리다. 모로코 전통 음식은 따진 혹은 꾸스꾸스로 나누어지는데, 가끔 지금과 같은 꼬치 요리도 올라온다.
여행자의 까다로운 입맛에 맞춘 메뉴 구성이다. 강한 향신료가 들어가지 않아 입맛에 잘 맞는다. 후식으로는 보통 누스누스 커피 혹은 모로코 전통 민트티가 올라온다.
토드라 협곡을 지나 약 3시간을 더 달리면, 진정한 사하라의 초입, 메르주가에 닿는다. 메르주가에 도착하면 아마 저녁일 것이다. 보통 여행자는 호텔이나 천막에 짐을 풀고 밤을 보낸다. 다음 날 아침 일찍 일출을 보기 위해 서두른다.
사막 지형에 특화된 랜드크루저에 올라 일출 포인트로 향한다. 사하라의 일출은 개인적으로 일곱 번째. 이집트에서 한 번, 그리고 모로코에서 여섯 번 봤는데, 볼 때마다 감동이다.
사하라의 일출은 사구 위에서 관람한다. 사구에 걸터앉아 해를 기다리는 것, 꽤 가슴 벅찬 일이다. 간혹 모래폭풍이 몰아치기 때문에 고가의 카메라 장비는 두고 오는 것을 추천한다. 모래폭풍이 불지 않아도 미세한 모래가 카메라에 들어가기 때문에, 한국에 돌아가서 먼지청소를 받아야 한다. 여행자들이 사구에서 일출을 즐기는 사이, 랜드크루저 기사는 차량을 점검한다.
▲베르베르족이 직접 운영하는 고품격 천막 호텔
낮에는 베르베르족이 직접 운영하는 고품격 천막 호텔을 찾았다. 배낭여행자들은 사막 깊숙한 저렴한 천막에서, 패키지여행자들은 이런 고품격 천막이나 사막 호텔에서 머문다.
개인 화장실은 물론 에어컨 시설도 완비하고 있어 쾌적하다. 야간에는 낭만적인 캠프파이어도 즐길 수 있는데, 베르베르식 파티는 상상 이상의 흥겨움을 준다.
▲지금은 낙타사막 투어 중
일몰 무렵이 되면, 낙타 투어가 시작된다. 사하라를 찾은 가장 큰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뒤뚱거리는 낙타에 올라 사하라 깊숙한 곳까지 들어가 노을을 보게 된다. 낙타에 오를 때는 이것만 주의하면 된다.
일어설 때와 주저앉을 때다. 다시 말해 출발과 도착이다.낙타의 다리는 관절이 3개기 때문에 크게 휘청거리면서 일어서고 털썩 주저앉는다. 이때 손잡이를 꽉 잡지 않으면, 떨어질 수도 있다. 낙타에 올라 바라보는 사하라의 사구는 그림이 따로 없다. 환상적이라는 표현은 이럴 때 쓰는 것이다.
노을빛을 받은 사구는 붉은색이 되었다. 이 모습을 보기 위해 여행자는 모로코 쪽 사하라를 선택하는 것이다. 다행히 날씨 운이 좋아 오늘은 구름이 끼지 않았다. 완벽한 노을과 만났다.
사하라에서의 날씨 운은 '신의 뜻'에 가깝다. 멀리 북아프리카 깊숙한 곳까지 왔는데, 구름이 끼면 낭패다. 완벽한 노을과 사막의 밤하늘을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출처 / hana.tour.com / 이수호 여행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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