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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新八道(신팔도)*紀行錄/⊙경북 대구****기행

경북 봉화ㅡ경북 봉화 五日場ㅡ낙동강 머금은 은어 한 점에…솔향 품은 불고기 한입이면...

by 삼수갑산 2021. 9. 28.

경북 봉화 五日場

낙동강 머금은 은어 한 점에…솔향 품은 불고기 한입이면...

▲산 높고 물 맑은 경북 봉화에서는 은어도 맛볼 수 있다. 굵은 소금을 뿌려 구은 은어는

담백한 끝에 단맛이 난다.

 

가을이라 어디로 떠나든 입과 눈이 즐겁다. 여름을 견디고, 이겨낸 식재료가 찬 바람이 불면 단맛이 든다.9월, 여름작물은 끝이 보이고, 가을것은 이제 기미가 조금 보인다. 가을 진미 버섯이 나왔을까 싶어 경북 봉화로 떠났다.

 

경북 봉화, 예전부터 은어 때문에 출장 일정을 잡아야지 마음만 먹었던 곳이다. 은어는 1년을 산다. 늦가을에 태어나 이듬해 가을에 산란과 함께 생을 마감한다일본의 양식장에서는 해를 넘기는 예도 있다고 하나 대부분 1년생이다. 낙동강 최상류인 봉화는 깨끗한 물에 사는 은어 양식으로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곳이다.

 

봄, 전남 광양에서 치어를 들여와 사육한다. 수차를 돌리면 물이 빠르게 흐른다. 양식장 내부에 막히지 않은 격벽이 있어 은어는 물흐름에 따라 자연스레 순환한다. 그 덕에 지방이 적고 담백한 은어 양식이 가능하다. 일식집 등 고급 식당에서 먹는 은어 대부분이 이런 식으로 양식한다.

 

강변 횟집에 살아 움직이는 은어 또한 그렇다. 장모님 드릴 생각으로 은어를 포장했다. 얼음 담긴 물속에 은어를 집어넣고 잠시 있으니 기절한다.숨만 껄떡거리는 녀석을 아이스박스에 포장해 왔다. 서울 등 대도시 식당에 택배도 이런 식으로 보낸다고 한다. ㎏당 2만원이 조금 넘는다. 생각보다 저렴했다. 봉화은어 054-672-8778

 

▲껍질째 매콤하게 양념해 구운 닭 불고기는 밥도둑이 된다(왼쪽 사진).

소나무 숯에 솔잎도 같이 구워 향을 입힌 돼지 불고기.

 

봉화군은 원형 비슷한 타원형에 가깝다. 어디를 가든 중심부에서 그리 멀지 않다. 다른 지역은 길게는 상하, 혹은 좌우로 60~70㎞ 떨어진 곳이 태반이다. 그런 봉화 중심이 춘양면이다.

 

‘억지 춘양’이라는 커다란 간판이 붙어 있는 상설시장에서 4, 9일이 든 날에 오일장이 선다. 억지 춘양과 관련한 여러 이야기가 많다. 춘양목이 아닌 것을 춘양목으로 속여서 팔았다거나, (발음이 비슷하다는 이유로) 춘향과 관련한 이야기들이 회자된다.

 

모든 게 ‘썰’(<그런, 우리말은 없다>조항범·태학사)이라고 한다. 어찌 됐든 억지로 무엇인가 하면 동티 나는 것은 맞다. 순리대로 살아야 한다.

 

최상류 깨끗한 물에서 양식한 은어
굵은 소금 뿌려 구이로 먹으니
담백함 끝엔 ‘단맛’까지 감돌아

 

가는 계절, 오는 계절을 막을 수 없기에 장터는 시간 순리대로 흐른다. 이쯤이면 얼추 나왔겠다 생각했던 버섯이 아직이다.

2년 전 괴산 청천장에서는 송이며 싸리버섯 등 각종 버섯 구경을 했었다. 비슷한 시기인지라 내심 기대했다. 바람은 바람일 뿐 버섯의 계절은 이제 시작이었다.

 

송이가 눈에 띈다. 어제 은어 양식장에서 들은 이야기로는 지금 나오는 송이는 여름 송이라고 한다.송이다운 모양새지만 향이 덜 나고 식감이 물렁하다고 한다.송이 맛은 가장 떨어지면서 가격만 높을 때가 추석 전이다. 슬슬 급하게 오르던 송이 값은 명절 앞이 가장 높다. 1㎏에 50만원이 훌쩍 넘는다. 그러던 것이 추석 지나면 반값으로 내려가고 맛은 배 이상 좋아진다.

 

선물용이라면 맛있을 때 보내야 하는데 뇌물용이기에 상관없이 보내는 것 아닌가 싶다. 값만 비싼 능이와 송이는 지나치고 소위 잡버섯이라 ‘퉁쳐서’ 부르는 버섯을 샀다. 잡버섯이지만 이름이 있다. 땅지버섯, 혹은 만송이버섯, 만가닥버섯이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땅지만가닥버섯이다.

 

독특한 향이 있고 감칠맛이 좋다. 향만 좋은 송이와 달리 씹을수록 감칠맛이 난다. 가격은 송이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저렴하다1㎏당 1만원에서 2만원 사이다. 싸리버섯도 나왔지만, 시장에 나온 땅지버섯만 샀다. 나중에 요리해서 먹어 보니 다른 버섯은 앞으로도 사서 먹을 일이 없을 듯싶었다.

 

향이나 맛이 끝내줬다. 버섯 바구니 옆에 알밤 바구니와 배추가 있었다. 가을 먹거리 3종이다. 밤은 이르다. 모양은 그럴듯해도 단맛이 들지 않았다. 수확하고 적어도 보름 이상 숙성해야 한다. 그래야 단맛도, 감칠맛도 증가한다. 햇것이라고 다 맛있는 것은 아니다. 고구마도 마찬가지다. 상설시장 입구에 빵집이 있다.

 

우리 밀을 직접 농사지어 빵을 굽는다. 빵을 만들기 전에 밀로 발효종을 만든다.천연 발효종은 특별한 것이 아니다. 밀가루에 물을 더해 따듯한 곳에 두면 유산균, 효모 등이 활동을 시작한다.

 

우리 눈에 보이지 않지만, 공기 중에 떠다니는 것들이 자리 잡고 발효한다. 이렇게 만든 것이 천연 발효종, 여기에 물과 밀가루만 더해 빵을 만든다. 빵을 그냥 먹으면 시큼하다. 별맛이 없다. 잼을 더하면 비로소 빵에서 맛이 나기 시작한다.

 

“잼 맛 아냐?” 맞다. 다만 빵이 가지고 있는 신맛이 잼의 단맛과 만나 조화를 이룬다. 밋밋한 맛의 빵에서는 나지 않는 맛이다. 이스트로 한다면 빠르게 빵을 만든다. 천연 발효종은 그에 비해 느리다. 첫 빵은 10시에 나온다. 춘양빵집 0507-1342-8270

 

▲가을, 버섯의 계절이 시작됐다. 상설시장 입구에서는 빵집을 기억하자.

9월의 만족스러운 식사로 기록된 봉화의 평양냉면(왼쪽 사진부터).

 

봉화에는 닭과 돼지고기로 하는 불고기 거리가 있다. 우선 봉성면에 있는 봉성 돼지 숯불단지. 우시장이 있던 시절, 봉성장에 큰 규모의 장이 섰다고 한다. 시장에 오는 이들을 대상으로 장사를 했다. 우시장이 사라지니 장터는 명맥만 유지한다. 예전 장터 명성은 사라졌어도 음식은 남았다. 구울 때 사용하는 숯은 참숯이 아니다.

 

참숯보다 화력이 세지 않아도 고기 굽기 적당한 소나무 숯을 사용한다. 솔잎도 같이 구워 향을 더한다. 소금구이와 양념구이 두 개의 메뉴만 있다. 둘이 갔다고 반반이 안 된다. 두 메뉴 모두 2인분 이상부터 주문이 가능하다. 이에 필적하는 메뉴가 닭 불고기다. 껍질째 살을 발라내고는 매콤하게 양념한다. 석쇠에 올려 숯불에 구워낸다. 매콤한 맛과 숯 향이 더해져 밥도둑이 된다.

 

둘 다 구워서 나온다. 돼지나 소는 구워서 나오면 처음은 맛있다. 고기가 식을수록 맛도 떨어진다. 닭 불고기는 돼지에 비해 맛 떨어짐이 덜하다. 게다가 닭 불고깃집은 약수터를 끼고 있다. 식사 후 더덕 약수의 알싸한 맛으로 입가심하면 좋다. 희망정(돼지 불고기) 054-672-9046, 예천가든 054-672-8911

 

산이 높고 물 맑은 봉화는 송어 양식장이 꽤 많다. 그 덕에 봉화에서 신선한 송어 찾기가 어렵지 않다. 송어를 양식하는 곳에서 은어도 여름 한정으로 내기도 한다. 봉화에 갔으니 송어 선택이 당연하겠지만, 필자는 붉은빛 도는 생선을 즐기지 않는다. 은어회에 소주 한 잔할 생각으로 식당을 찾았다.

 

아쉽게도 은어회는 다음 기회로 미뤘다. 여름이 끝나면서 메뉴도 시즌 아웃. 사실 지금이 수온이 가장 높으므로 은어 맛이 좋을 때다. 나 빼고는 찾지 않으니 더 판매하지 않는다고 한다. 대신 구이나 조림, 튀김은 가능하다고 해서 구이로 주문했다.

 

불고기 거리엔 솔잎 때는 향이 솔솔
가을 버섯 찾아 나선 길에 만난
평양냉면과 우리밀 빵도 별미였다

 

재작년 안동 오일장에서 조림은 먹어 봤었다. 잠시 후 굵은 소금 뿌려 구운 은어가 나왔다. 반찬 세 가지와 함께 말이다. 딱 좋아하는 차림이다. 쓸데없는 반찬보다 주요리에 힘을 제대로 실었다.

 

은어구이 열 마리 한 접시 2만5000원. 마리당 2500원꼴이다. 담백한 끝 맛에 단맛이 돋는 살맛. 굵은 소금 알갱이가 심심함을 없앤다. 재료가 좋으니 맛이 없을 수가 없다. 도촌송어회식당 054-672-0567

 

봉화에서 먹는 평양냉면 맛은 어떨까? 궁금해서 먹어봤다. 읍내에 있는 식당까지 갔다가 문 앞에서 잠시 주저했다. 맛이 이상하지 않을까 싶어서 말이다.

 

간혹 평양냉면이라 해놓고 함흥식 면에 육수만 평양식으로 한 식당이 있기 때문이었다. 식당 앞에 걸린 사진과 수육까지 있는 메뉴판을 믿고 들어갔다. 밑져야 한 끼 날린다고 생각하고는 자리를 잡았다.

 

나온 물냉면을 보니 모양새는 일단 합격. 겨자와 식초를 타서 육수를 마셔보니 “오” 소리가 절로 나왔다. 메밀 함량 80%의 면, 식초와 겨자를 탄 육수와 함께 먹다 보니 바닥이 금세 드러났다. 서울에서 장사해도 잘될 듯한 맛이었다.

 

오픈한 지 얼마나 되었는지 물었다. “6개월요.” “다른 것 하다가 하시는 건가요?” “네.” 근처를 지난다면 꼭 가서 먹을 맛이다. 가격도 9000원으로 기대 이상의 맛이었다. 9월에 제일 잘한 일이 냉면집 문 열고 들어간 일이 아닌가 싶다.

 

칠보각 (0507-1371-2781) 가을것이 나오기 시작한다. 추석은 추수를 앞둔 잔치다. 코로나19 때문에 잔치는커녕 삶이 예전 같지 않다. 내년 설에는 지금과 달라지기를 달님에게 빌어 보련다.

 

출처 / 경향신문 / 김진영 식품M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