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新八道(신팔도)*紀行錄/⊙강원도******기행

강원 홍천ㅡ강물 위 유유히 노 젓고 시간 멈춘 숲속서 '불멍'...167km 도로 따라 꽉찬 '쉼표'

by 삼수갑산 2022. 6. 3.

홍천ㅡ강물 위 유유히 노 젓고 시간 멈춘 숲속서 '불멍'...

167km 도로 따라 꽉찬 '쉼표'

▲홍천의 체험마을 ‘배바위 카누마을’ 앞 마곡유원지에서 홍천강에 패들보드를 띄운 동호인들이 배바위를 향해 노를 저어 가고 있다.

초록의 자연으로 가득한 풍경을 바라보며 고요한 수면 위에 떠 있는 것만으로도 ‘힐링’이 되는 듯하다.

 

# 길이 가르쳐 준다…넓은 땅을 속속들이 보는 방법

강원 홍천은 대한민국 기초자치단체 중 면적이 가장 넓다. 홍천군의 전체 면적은 1820㎢. 전국 토지의 1.8%를 차지한다. 숫자로는 넓이를 체감하기 어려우니 다른 지자체와 비교해 보자.

 

강원도에서 가장 면적이 작은 지자체는 속초시다. 속초의 전체 면적은 105㎢. 홍천군 안에 속초시 17개가 들어간다. 강원 정선도 땅 넓기로는 알아주는 곳이지만, 정선에다 대전의 넓이쯤을 보탠다 해도 홍천에는 한참 모자란다.

면적이 넓은 만큼 홍천에는 산도, 강도, 계곡도, 명소도 있다. 팔봉산과 가리산, 금학산이 있고 홍천강이 있으며 운두령과 구룡령 같은 고갯길도 있다. 용소계곡과 미약골, 을수골 등의 계곡도 있으며 삼봉약수, 가령폭포, 수타사 등의 명소도 있다.

그런데 갈수록 홍천을 찾는 여행자들이 줄어든다. 홍천을 찾는 이들이 줄어들고 있는 건, 전적으로 ‘길’ 때문이다. 설악산이며 동해안으로 향하는 쭉 뻗은 고속도로와 잘 다듬어진 국도는 드넓은 홍천을 ‘휙’하고 지난다.

 

바삐 목적지로 향하는 관광객들은 길 위의 풍경이나 명소에 눈을 돌릴 여유가 없다. 홍천은 이제 가슴 두근거리는 여행 목적지가 아니라, 여행지로 가기 위해 딛고 가는 징검다리가 돼버린 것이다.

고심하던 홍천군이 관광객을 다시 불러들이기 위해 묘안을 짜냈다. 한국관광개발원에 의뢰해 경관이 아름다운 뷰 포인트와 빼어난 풍경의 드라이브 코스를 잇고, 체험형 관광콘텐츠와 숙박시설이 있는 명소를 연계해 이른바 ‘체험형 관광도로’ 코스를 만든 것.

 

국도와 지방도와 군도를 이어붙인 ‘체험형 관광도로’는 홍천 땅 깊은 곳의 명소를 속속들이 들러가며 속도가 놓치고 간 것들을 만나게 해준다. 이 길이 일깨우는 건 여행에서는, 빠른 지름길보다는 늦더라도 아름다운 길이 더 좋다는 것이다.

홍천의 땅 모양은 좌우가 긴 고구마 형상이다. 홍천의 체험형 관광도로도 홍천 땅을 왼쪽 끝에서 오른쪽 끝, 그러니까 서에서 동으로 가로지른다. 땅덩어리가 크니까 도로도 길다. 홍천 체험형 관광도로의 전체 거리는 167㎞. 서울~대전 거리와 비슷하다. 도로는 경관과 분위기에 따라 크게 세 구간으로 나뉜다.

 

마곡유원지에서 홍천읍까지 51㎞ 남짓한 첫 번째 구간은 ‘홍천강 따라가는 길’이다. 이름 그대로 홍천강의 물길을 따라가는 길이다. 나머지 구간은 분위기가 비슷한데, 홍천읍에서 내촌면까지 두 번째 구간은 78㎞로 ‘숲속 향 담은 길’이고, 홍천강 발원지 미약골 인근에서 구룡령 입구까지 이어지는 세 번째 구간 38㎞는 ‘운치 있는 산중 길’로 이름 붙였다.

 

# 새로운 경험의 공간, 낡은 여행지를 대체하다

홍천 체험형 관광도로는 여행에 참 요긴하다. 명소 하나하나는 내비게이션에 주소를 입력해서 혼자서도 찾아갈 수 있지만, 명소와 명소를 굴비 두름처럼 하나의 길로 엮어 적절한 여행 코스를 짜기란 쉽지 않다. 홍천 체험형 관광도로는 그걸 대신해준다.

 

관광도로는 코스가 잘 짜여 있고, 길 주변의 명소도 충분하다. 별 준비 없이 내비게이션에 관광도로 코스를 입력하고 알려주는 대로 달리면서 이정표에 등장하는 곳들을 마음 내키는 대로 찾아가는 것만으로도 훌륭한 여행을 만들 수 있다.

관광도로를 따라가기로 했다면 이동 동선은 이미 정해진 셈. 하지만 그렇다고 그 길을 꼭 정해진 대로 끝까지 달릴 이유는 없다. 도중에 되돌아올 수도 있고, 아예 코스의 중간부터 시작할 수도 있다. 길을 따라가되 굳이 얽매일 필요는 없다.

 

완주가 목적이 아니니 마음에 드는 곳이 있다면 언제든 샛길로 빠지거나 핸들을 틀어도 좋다. 길에서 빠져나온다 해도 정답이 있는 지도를 쥐고 있어 어디서든 관광도로로 곧 돌아갈 수 있으니, 길에서 벗어나는 데 대한 부담이 없다. 코스를 정해주니 정해진 코스에 대한 속박이 사라진다는 건 역설에 가까운 얘기다.

홍천 체험형 관광도로 위에는 무엇이 있을까. 이제부터는 관광도로가 지나가는 명소 얘기다. 노선을 만든 건 지역의 ‘명소’들이다. 명소는 관광도로 노선과 방향을 결정했으며 속도를 제어한다.

 

홍천의 수많은 명소를 지도 위에 점들로 찍고, 그 점들을 효과적으로 잇고 이어 붙이는 방식으로 관광도로는 만들어졌다. 이런 과정을 통해 홍천의 숨겨진 명소들이 길 위로 드러나게 됐다.

홍천에는 다른 곳보다 유난히 ‘새로운 방식의 여행공간’이 많다. 이런 공간들이 기존의 낡은 여행지를 대체한다. 새로운 공간의 등장은 코로나19에 힘입은 바 크다. 해외여행이 어려워진 사이에 수도권 접근성이 좋은 홍천을 중심으로 여행자의 취향에 딱 맞는 여행명소들이 빠른 속도로 생겨나기 시작했다.

 

변화의 방향은 분명하다. ‘감상’과 ‘관람’이란 수동적인 관광보다는, 무엇이든 해보거나 경험하는 능동적인 여행의 공간이 크게 늘어났다. 홍천의 관광도로 앞에 ‘체험형’이란 이름이 붙은 이유다.

 

▲ 홍천 ‘나는 숲이다’의 숲속에 지어진 트리하우스. ‘나는 숲이다’의 자연과 건축물은 모두 한 사람이 30여 년 동안 가꾸고 만든 것이다. 거칠고 투박해 보이지만, 그래서 더 낭만적인 느낌이다.

 

# 배바위 반환점이 유혹하는 카누 타기

 

홍천 체험형 관광도로는 마곡유원지에서 출발한다. 홍천강 줄기에는 자갈과 은빛 모래가 깔린 강변이 여럿 있다. 강변 풍경이 좋고, 모래가 고와서 일찌감치 유원지로 이름을 알린 곳들이다. 이런 유원지에서는 아직도 예전처럼 물에 몸을 담그고 첨벙거리는 이른바 ‘강수욕’을 할 수 있다. 몸을 담그고 수영할 수 있는 강은, 이제 손으로 꼽는다.

상류에서 하류의 순서대로 홍천강의 유원지를 꼽아보자. 굴지리, 팔봉산, 밤골, 반곡, 통고리, 개야리, 수산리, 모곡, 마곡. 같은 강을 끼고 있지만 유원지마다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최상류인 굴지리유원지는 물이 차고 깨끗하며, 팔봉산유원지는 강폭이 넓고 수심이 얕아 아이들과 놀기 좋다. 모곡유원지는 길게 이어지는 강변을 따라 자갈과 모래가 깔려 있어 캠핑하기에 최적이다.

마곡유원지는 홍천강 하류에 있다. 유원지 앞을 흘러내린 홍천강은 의암댐을 거쳐 흘러온 북한강과 합류해 청평댐에 담긴다. 마곡유원지의 첫인상은 좀 어수선하게 느껴질 수 있겠다.

 

머리 위로는 강에 교각을 박고 선 다리를 딛고 서울~양양 간 고속도로가 지나가고, 그 아래로 403번 지방도로가 충의교를 딛고 강을 건너가니 그렇다. 그래도 교각을 등지고 강을 바라보고 서면 거울처럼 잔잔한 수면의 강변 풍경이 아름답다.

유원지가 있는 마곡리에는 농촌체험마을인 ‘배바위 카누마을’이 있다. 마곡 유원지는 강 가운데 수심이 깊은 편이라 해양레포츠를 즐기기 적당해 일찌감치 카누 동호인들이 하나둘 찾아들었다. 카누를 타는 이들이 유원지에 모여들자 마을 주민들은 카누를 주제로 체험마을을 만들었다.

 

마곡리는 카누를 타기 좋은 환경이다. 홍천강의 물이 청평댐에 가둬지는 지점이라 물살이 거의 없다. 그리고 마곡리에는 저절로 만들어진 매력적인 카누체험 코스가 있다.

 

마곡유원지에서 2㎞쯤 떨어진 상류 쪽에 홍천강의 명소인 배바위가 있는데, 이곳이 카누체험의 반환점 역할을 한다. 카누를 타면 누가 가르쳐주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그곳을 목적지로 노를 젓게 되니 배바위가 카누코스를 안내하는 셈이다.

배바위는 이름 그대로 배 모양을 빼닮았다. 강물 위에 수석처럼 서 있는 바위의 정취가 훌륭하다. 물 건너로 배바위가 잘 보이는 맞은편 전망대까지 걸어가는 강변 트레킹 코스도 있긴 하지만, 배 바위는 카누를 타고 노를 저어 가서 봐야 제맛이다.

노를 저으며 적막한 강물 위를 미끄러지다가 이윽고 배바위에 당도하면 성취감과 만족감이 크다.

배바위 카누마을의 카누체험 요금은 2만5000원. 잠깐 교육만 받으면 누구나 쉽게 배워서 카누를 타고 고요한 수면 위를 노 저어서 배바위까지 다녀올 수 있다. 카누를 타겠다면 되도록 이른 아침 시간을 겨눠서 가는 게 좋다. 초록의 숲 그늘이 거울처럼 수면 위로 찍히는 경관이 훌륭하다. 물안개라도 피는 날이면 선경(仙境)을 방불케 한다.

# 진정성으로 가득한 공간…나는 숲이다.

체험형 관광도로의 출발지점인 마곡유원지에서 시작했지만, 지금부터 얘기하는 명소는 길이 지나는 순서가 아니라, 인상적이었던 순서다. 체험형 관광도로가 지나는 길에는, 그 이름만 적어도 지도를 빈틈없이 꽉 채울 수 있을 정도로 수많은 명소가 있다. 그중에서 가장 매력적으로 느껴졌던 곳은 홍천 ‘나는 숲이다’이다. 이곳이 어떤 곳인지 한마디로 정의하기란 어렵다.

우선 이곳의 주인이 스스로를 어떻게 규정하고 있는지부터 알아보자. 그 힌트가 ‘나는 숲이다’로 들어가는 들머리에는 나무기둥을 박아 세워놓은 안내판에 있다. 안내판에는 주인이 화살표와 함께 서툰 손글씨로 적어 걸어놓은 이정표 다섯 개가 있다. ‘나무 위의 집’ ‘야생 갤러리 카페’ ‘자연 다큐멘터리제작소’ ‘나는 숲이다’ ‘까르돈’. 모든 이정표의 화살표가 한곳을 향한다.

이정표대로 그곳에는 나무 위에 집을 지은 ‘트리하우스’가 있고, 야생동물 사진을 전시하는 갤러리가 있으며, 다큐멘터리를 제작하는 주인이 그곳에 산다. 거기에 카페 ‘나는 숲이다’도, ‘싱글 베이커 리(LEE)’란 간판을 내건 빵집 겸 피자집도 있다.

 

지금은 운영을 접었지만, 한때는 ‘까르돈’이란 간판을 내건 캠핑장이기도 했다. 어수선한 분위기 때문에 캠핑장 문은 닫았고, 대신 캠핑과 피크닉의 중간쯤 되는 당일치기 ‘캠프닉’을 즐길 수 있도록 해놓았다.

이번에는 이용자의 입장에서 보자. ‘나는 숲이다’는 트리하우스가 있는 자작나무 숲속에서 낮에는 휴식하고 밤에는 모닥불을 피워놓고 소위 ‘불멍’을 하거나 와르르 쏟아지는 별빛을 올려다볼 수도 있는 곳이다. 펜션도 있고, 카페도 있으며 화덕에서 구운 피자와 빵도 판다.

 

장작과 커피, 반합라면 등으로 구성한 장작 불멍 세트메뉴도 있다. 세련됐다기보다는 투박한 느낌에 가까운데, 외려 더 그게 낭만적인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젊은 여행자들의 욕망과 기호를 잘 읽어낸 눈치 빠르고 이재에 밝은 사업가의 성공한 사업장이라고 짐작하기 쉽겠지만, 이곳을 지탱하는 건 자연과 생태에 대한 진정성이다.

이곳이 가진 진정성은 여러 가지 사실로 증명된다. 먼저 이곳을 만들기 위해서 숲을 훼손하지 않았다. 오히려 콩밭으로 개간된 곳의 생태를 복원해 만든 공간이다.

 

숲속의 건축물은 자연 재료로 투박하게 지어낸 것들이고, 전체 공간도 한 사람의 손으로 30년에 걸쳐 느리게 다듬어 냈다. 그래서 이곳은 특별하다. ‘나는 숲이다’가 가진 낭만적인 분위기는, 장삿속이 아니라 바로 이런 진정성에서 나오는 것이다.

▲담쟁이덩굴로 뒤덮인 옛 도심리 교회. 교회가 옮겨간 뒤에는 기도소로 쓰이고 있다.

 

# 표범과 호랑이, 그리고 자연이 주는 위안

‘나는 숲이다’의 주인은 야생동물 전문 다큐멘터리 감독 최기순(59)이다. EBS 방송사에서 다큐멘터리 촬영 감독 일을 하다가 ‘원 없이 다큐멘터리를 만들고 싶어서’ 10년 만에 사표를 내고 나와 다큐멘터리 전문제작사로 자리를 옮기면서, 훗날 생태학교와 미디어 영상교육 공간을 마련하겠다는 생각으로 홍천의 콩밭을 샀다. 훼손된 묵은 밭에다 자작나무를 심고 30여 년을 가꾼 게 지금의 ‘나는 숲이다’가 됐다.


‘나는 숲이다’의 숲 안쪽에는 난데없는 표범갤러리가 있다. 최 감독이 한반도에서 사라진 야생동물을 찾아 시베리아의 대자연 속에서 담아온 아무르 표범과 시베리아 호랑이가 갤러리에 걸린 선명한 사진 속에서 포효하고 있다. 그는 20년 넘게 러시아 극동 연해주 일대의 자연보호구역에서 머물며 다큐멘터리를 제작해왔다.

 

밤이면 영하 40도까지 떨어지는 혹한의 동토에서 스무 개가 넘는 비트(땅굴)를 파고 표범이며 호랑이를 화면에 담기 위해 기다리는 고된 생활이었다. 이런 식으로 아무르에서 2년, 하바롭스키에서 1년 3개월을 보냈고, 연해주 남부 하산지역에서 20년을 머물렀다.

다큐멘터리 촬영 사이사이에 귀국하면 그는 홍천에 머물며 ‘나는 숲이다’를 다듬었다. 자작나무를 심고, 트리하우스를 짓고, 인디언 텐트를 설치하고, 목조 건물을 지어 생태교육공간을 완성해나갔다. 숲에다 내건 ‘나는 숲이다’란 이름은 본래 이곳에서 열었던 생태 토크쇼의 제목이었다.

 

‘나는 숲이다’는 또 개봉을 앞둔 최 감독의 다큐멘터리 제목이기도 하다. 최 감독은 오랜 작업 끝에 4대에 걸친 표범 가족의 생활과 그들을 쫓았던 자신의 삶을 교차해 보여주는 다큐멘터리를 최근 완성했는데, 오래 고민하다가 제목을 ‘나는 숲이다’로 정했다고 했다.

그는 ‘나는 숲이다’에 상설 상영관을 짓고, 그곳에서 다큐멘터리를 보여주는 방안을 생각 중이다. 극장 개봉도 생각해봤지만 반짝 화제를 모으는 것보다는, 생태의 소중함에 공감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꾸준하게 상영됐으면 하는 생각에서다. 상영관이 생기면 그곳에 가야 할 이유가 하나 더 생기겠지만, 지금도 ‘나는 숲이다’에 가봐야 할 이유는 차고 넘친다.

 

최 감독은 3월의 새소리와 4월의 새소리, 그리고 5월의 새소리가 어떻게 다른지 안다. 계절마다 미묘하게 달라지는 숲의 냄새도 구분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자연이 어떻게 사람을 위안하는지를 안다. ‘나는 숲이다’에서 위안을 얻고 오는 이유다.

 

▲팜 카페 ‘러스틱라이프’의 유리온실. 예약하면 독점할 수 있는 공간이다.

 

# 땅속의 교회와 숲속의 교회

이번에는 ‘나는 숲이다’를 찾아가다 우연히 발견한 곳. 화천면 구성포리의 도로변 언덕 위에는 도심리 교회가 있다. 비탈진 사면에 들어선 도심리 교회는 둔덕의 한쪽을 절개한 지형의 지하로 들어갔다. 도시라면 비싼 땅값이나 경관확보 때문에 그러려니 하겠지만, 마을이랄 것도 없이 띄엄띄엄 집들이 들어선 이런 시골에서 구태여 교회를 땅속에다 지을 이유가 있었을까.


도심리 교회 홍동완(60) 목사의 대답이다. “두 가지 이유가 있어요. 첫 번째 이유는 에너지 절약이 가능한 친환경 건축이라는 것이고, 두 번째 이유는 성경적 건축이기 때문이에요.” 홍 목사는 지하의 교회는 죽음과 부활을 동시에 증거 하는 예수의 빈 무덤을 상징해 지어진 것이라고 했다.

 

교회 한쪽 벽에는 수면 아래로 내려가는 물고기와 낙조의 장면이, 맞은편 벽에는 수면 위로 향하는 물고기와 일출의 장면이 그려져 있다. 죽음과 부활을 상징하는 그림이다.

도심리 전체 인구는 35가구 47명. 그중 절반 이상인 25명이 도심리 교회를 다닌다. 지금의 지하 교회가 완공된 건 2019년 11월. 그 전에는 교회가 산의 더 깊은 대룡산 골짜기 아래 있었는데, 교회가 멀다며 마을 주민들이 불편을 호소해 지금의 자리에 다시 지었다고 했다.

 

홍 목사는 “예전의 교회가 정말 멋졌다”며 다녀올 것을 권했다. 굽이굽이 산길을 한참을 달려서 도착한 옛 교회는 영화촬영을 위해 만든 세트장처럼 보일 정도로 아름다웠다. 교회는 새로운 곳으로 옮겨간 뒤에도 옛 교회에서 기도가 계속되고 있는 듯했다.

 

창으로 햇볕이 환하게 드는 설교단 뒤쪽에 제대처럼 놓아둔 돌 위에 시편이 펼쳐진 성경책이 놓여 있었다. 홍 목사는 새로 지은 지하교회든, 아니면 영화 촬영장 같은 옛 교회든 “기도하고 싶은 이들은 물론이고 교회를 보고 싶어 하는 이들에게도 활짝 문을 열어 뒀다”며 “누구든, 언제든 방문을 환영한다”고 했다.

 

▲‘나는 숲이다’의 ‘불멍’사이트. 자작나무 숲 사이에 인디언 텐트와 휴식공간을 마련해 놓았다.

 

# 대통령 취임 만찬 건배주를 맛보다

홍천의 팜카페 러스틱라이프도 색다른 느낌의 공간으로 발길을 모으는 곳이다. 러스틱라이프(Lustic life)란 ‘시골의 소박한 삶’이라는 뜻. 이곳은 한 가족이 힘을 모아 만들고 운영하고 있는 공간이다.

 

평생 공무원으로 일하다 퇴직한 아버지 고윤식(68) 씨는 고향 땅 4만2900㎡(약 1만3000평)를 사들여 야생화를 좋아하는 어머니와 함께 꽃과 나무를 심어서 가꿨고, 작은아들 병률(38)은 목수 일을 배워서 팜카페 전체를 설계하고 오두막과 유리 온실을 지었으며, 큰아들 병현(39)은 커피숍에서 핸드드립 커피를 내린다.

러스틱라이프의 가장 큰 특징은 100% 예약제로 카페를 운영한다는 것이다. 예약제는 카페가 알려지고 사람들이 몰려들면서 주차장 부족과 협소한 도로 문제로 고심하다 도입한 운영 방식이다. 처음에는 예약 없이 왔다가 되돌아가게 된 손님의 항의도 적잖았고, 손님 숫자가 줄면서 수입도 줄었지만, 예약 손님들의 만족도는 크게 높아졌다.

이곳에서 가장 인기 있는 곳은 독립된 공간인 유리 온실과 한옥 온실, 한옥 책방이다. 카페 예약 손님들은 음료와 다과를 포함해 1만5000원을 내고 카페나 루프톱, 야외 정원 등에서 1시간 30분 동안 머물 수 있는데, 독립공간의 경우는 2인 기준 1인 요금이 2만 원으로 더 비싸지만, 2명 이상만 되면 방해받지 않고 독립된 공간을 1시간 30분 동안 독점적으로 이용할 수 있어 인기가 높다. 데이트를 하거나 가족 단위로 호젓한 휴식을 원할 때 가볼 만한 곳이다.

홍천에서는 반곡 밤벌유원지 인근의 너브내 와이너리도 빼놓을 수 없다. 너브내는 ‘넓은(洪) 내(川)’라는 뜻으로 홍천의 지명을 순우리말로 풀어낸 이름이다. 이곳은 6000평의 포도농사를 지으면서 와인을 빚고 판매까지 하는 홍천에서 유일한 와이너리다.

 

강원도농업기술원에서 육종한 포도와 개량된 토종 머루로 와인을 빚는다. 포도밭 옆에 시음이나 체험을 할 수 있는 공간을 잘 갖춰 놓았다. 화이트와인 2종과 레드와인 2종으로 진행하는 와인 시음은 1인당 1만 원으로 저렴한 편. 요즘은 화이트나 레드와인보다 윤석열 대통령 취임 만찬 건배주로 선정된 스파클링 애플 라이트와인이 더 인기다.

 

사과 와인은 이탈리아에서 직접 스파클링 와인 제조기술을 배워온 임광수 너브내 와이너리 대표가 사과재배 농가의 낙과 판로 확보를 위해 재능기부 차원에서 빚는 술이다.


■ 관광도로 따라가는 방법

홍천 체험형 관광도로는 국도와 지방도, 군도 등을 바느질하듯 이은 것이어서 지도를 봐도 따라가기가 거의 불가능하다. 휴대전화나 차량의 내비게이션에 촘촘하게 관광도로가 경유하는 장소의 주소를 입력해 코스를 만든 뒤, 안내를 따라가는 것이 가장 편리하다.

1코스 ‘홍천강 따라가는 길’을 따라가려면, 우선 홍천읍 연봉리 산 3-11을 출발지점으로 하고 종점을 서면 마곡리 17-30으로 먼저 정한다. 그리고 중간 경유지를 순서대로 ①연봉리 337-24 ②남노일리 369 ③팔봉리 1113 ④반곡리 산 99-2 ⑤모곡리 1435-11를 입력해 넣으면 된다.

2코스 ‘숲속 향 담은 길’은 연봉리 산 3-11을 출발지점으로, 율전리 1489-15를 종점으로 한 뒤 ①괘석리 286 ②수하리 산 27을 경유지로 입력한다.

3코스 ‘운치 있는 산중 길’은 경유지 없이 출발지점을 율전리 1489-15와 종점 명개리 산 1-21만 입력해도 된다.

중간에 내비게이션을 껐다가 다시 켜면 처음 출발지점으로 안내하므로. 그럴 때는 지나온 경유지를 목록에서 삭제해야 한다.

 

출처 / munhwa.com / 홍천 = 글·사진 박경일 전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