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리티시컬럼비아州ㅡ그랜빌 아일랜드
밴쿠버ㅡ흥미진진 예술촌 & 퍼블릭 마켓
▲캐나다 여름은 눈부시다. 섬으로 향한다. 캐나다 밴쿠버 시내 남쪽에 작은 섬이 있다. 캐나다 밴쿠버의 조그마한 섬은 제지업이 발달했던 곳이다. 그 과거가 남은 섬 이름이 그랜빌 아일랜드(Granville Island)다.
밴쿠버 그랜빌 스트리트 다리(Granville Street Bridge) 바로 남쪽 섬, 그랜빌 아일랜드. 1915년 캐나다 밴쿠버 항구가 크게 발달하면서 팔스 크리크(False Creek) 지역을 매립해 공업단지화하며 발달했다. 하지만 대공황 시기 산업이 기울고, 제재소들은 문 닫고 쇠퇴하게 되었다.
낙후된 도시 외곽은 금세 슬럼화가 진행되었다. 불법 점거자들, 투기된 쓰레기들로 몸살을 앓았다. 그러자 이 섬을 되살리기 위한 프로젝트가 진행되어 쇠락한 공장 지대를 복합문화상업공간으로 탈바꿈 시켰다. 1970년대 일이다.
이러한 섬의 재탄생에 모두가 힘을 모았다. 캐나다 주택금융사 계획 아래 연방정부, 밴쿠버 시가 숍 & 갤러리 & 부티크 거리와 음식 & 놀이 지역으로 개발했다. 이 지역 운영 수입으로 재건축 비용을 조달했다. 또한 문화 행사, 교육 등으로 추가 매출을 올려 재개발 비용을 충당했다.
이 개발 과정에서 무작정 모두 공장을 이전시킨 건 아니었다. 일부 공업단지는 계속 운영하고 있으며 일부는 내부 리모델링으로 건물을 되살려 쓰고 있다. 그래서 지금 같은 복합문화공간, 독특한 여가 공간으로 다시 태어났다.
▲결과 그랜빌 아일랜드에는 3백여 개 이상 숍, 갤러리, 레스토랑, 스튜디오, 단과대학 등이 있다. 지역 고용 창출에도 큰 역할을 하며 지역 경제에 활력이 되고 있다. 한때 도시 흉물이자 슬럼이었던 곳이 이제 밴쿠버 랜드마크로 불린다.
관광객들도 즐겨 찾는다. 연간 1천만 명 이상이 발걸음 한다. 박물관, 해변 산책로, 공원, 운동시설, 테마파크는 주말 나들이에 제격이다. 게다가 공영시장(Public Market)은 장 보고 먹거리를 즐기기 딱 좋은 장소다.
▲그랜빌 아일랜드의 문화 예술적인 요소는 큰 매력 중 하나다. 특히 스튜디오, 연극, 전시 등 고부가가치 문화사업 장소가 자리하고 있다. 이곳에서 펼쳐지는 문화예술 활동, 공방 등으로 사람들을 불러 모아 지속적으로 매출을 높이고 있다.
과거의 뼈대를 남기고 오늘의 콘텐츠를 충실히 채운 결과 많은 이들이 사랑하는 도시의 활력소로 자리매김한 것이다.
죽어가는 시공간에 새로운 숨을 불어넣은 사람들이 또 다른 사람들을 불러 모으는 셈이다.
교육 거점 중 하나이기도 하다. 캐나다를 대표하는 에밀리 카 예술 & 디자인 대학도 그랜빌 아일랜드에 있다. 캐나다 화가 중 거장으로 꼽히는 에밀리 카(Emily Carr)는 캐나다 대표 여성화가로 인디언의 혼을 담은 화가로 알려져 있다.
1천여 명에 가까운 학생들이 캐나다 예술인으로 성장하는 곳이기에, 자칫 가벼운 상업공간이나 관광지 역할만을 벗어나 상업적이면서도 문화, 교육 공간으로 복합문화적 기능을 하는 특별한 곳이 되었다.
캐나다 밴쿠버 그랜빌 아일랜드는 목적 없이 소요하기 좋다. 서점과 갤러리가 산책할 이유를, 이야깃거리를 선사한다. 쇼윈도에 중간중간 멈춰선다. 아이들을 위한 걸까 어른들을 위한 걸까. 책들이, 놀이 교구가 궁금증을 자아낸다.
에밀리 카 예술 디자인 대학이 있는 이곳엔 화방도 있다. 그랜빌 아일랜드의 화방은 어떨까. 샛노란 레몬빛이 통통 튀어 오르는 건물 안으로 들어간다. 색색깔로 터져 나오는 갖가지 물감, 염료들이 즐비하다. 아크릴, 수채, 유화 물감들이며 잉크, 색연필 등 끝없는 화구들이 예술품으로 변할 준비를 하고 기다리고 있다.
▲걷다 보면 과거 중공업 단지였던 흔적일까, 공장지대로 보이는 장소에 눈길 끄는 얼굴이 보인다. 레미콘에 유쾌한 그림이 그려져 있다. 노란 얼굴에 볼 빨간 연지를 찍은 얼굴에 장난기 어린 미소가 흐른다.고개 돌리니 21m에 달하는 공장 벽이 모두 그림이다.
캐나다에서 3D로 그린 최초의 벽화로 브라질 아티스트들이 그렸다. '자이언츠 Giants'라고 불리는 'OSGEMEOS'의 글로벌 프로젝트 중 하나라는 설명이 있다."모든 도시는 예술을 필요로 하며 예술은 대중 한가운데에 있어야 한다"라는 OSGEMEOS의 기치에 딱 맞는 작품이다. 콘크리트 재료는 물, 시멘트, 자갈이라는 설명도 씽긋 웃게 할 만큼 유쾌하게 적어 두었다.
▲거리 악사도 보인다. 뒤에서 강렬한 비트가 터져 오른다.
누군가는 아무도 보아주지 않아도 "모든 도시는 예술을 필요로 하며 예술은 대중 한가운데에 있어야 한다" 온몸으로 음악 하고 있다. 전신이 드럼이자 건반이다. 심장 두드리듯 주먹으로 가슴을 치고 배를 치며 발을 구르고 손가락으로 건반을 누른다. 한 사람이 하나의 밴드가 되었다.
아무도 보아주지 않아도, 예술이란 일단 성실하게 분투하는 것인가 싶을 만큼. 누군가의 열성이, 미감이 성실하게 펼쳐지는 가운데 햇살 느긋하게 내려 앉는 그랜빌 아일랜드. 보통의 날들을 느슨하고 여유롭게 보내려는 사람들이 햇빛 아래로 예술 사이로 유유하게 헤엄치듯 소요한다.
▲그랜빌 아일랜드는 볼거리 놀거리 먹거리가 모인 곳이다. 그중 가장 관심사는 단연 먹거리다. 퍼블릭 마켓(Public Market)으로 간다.
싱그럽고 생기 어린 과일이 그득그득 쌓여 있고 굽고 찌고 볶은 맛있는 음식이 있고 그 사이에 오늘의 밥상을
차리기 위해 나온 사람들이 있는 곳이다.
▲지역에서 오래 자리했음을 알리는 과수원 간판 아래 둥글둥글한 복숭아, 납작한 복숭아가 나란하게 놓였고 빨간 자두와 보라색 자두도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달콤한 과일 냄새가 난다.
종의 다양성이랄까. 피망이라도 갖가지 피망, 토마토라도 당도, 모양, 빛깔 다른 갖가지 토마토들이 보인다. 우리네 마트에는 당근, 양파 등 모두가 같은 모양, 같은 종자인 듯 보이는데 채소가 이렇게 다양한 아종이 있었구나 알게 된다. 가지도 계란 같은 흰 가지, 길쭉한 보라색 가지가 있고 사과도 서너 종류 이상이 쌓여 있다.
▲또한 인근 지역 농산물들이 주를 이루고 있다. 근거리에서 농산물을 운반하니 약도 덜 치게 되고 화석 연료도 덜 쓴다.
지역 경제를 활성화시키는 도시-농촌 연계 경제가 잘 짜여 있음을 방증한다. 야채, 과일이 가득한 퍼블릭 마켓.
세계 어느 시장이나 먹어보라고 권하고 살짝 고민하다가 한 꾸러미 받아드는 정경은 어디나 같다.
간식거리 삼아 체리 한 봉지 사 먹으며 돌아 다녀도 좋다.
▲농산물 외에도 여기저기 군침 도는 먹거리가 즐비하다. 세상 파스타 종류 다 모아놓은 듯한 식료품점에서는 올리브와
할라피뇨 절임, 갖가지 와인으로 만든 발사믹 식초를 쌓아 놓고 발걸음을 붙잡는다.
게다가 디저트 천국이다. 큼지막하고 촉촉한 초콜릿 쿠키들, 견과류 쿡쿡 박힌 비스킷과 품품 부풀어 오른 시큼한
식사용 빵이 바구니에 가득 쌓여 있다.
▲사르르 녹는 크림이 샌딩 된 쫀득한 마카롱이며 곱게 포장된 초콜릿 잔뜩 쌓여 있는 판매점도 있다.당장 누구에게
고백하기 위해 들고 가도 좋을 법하게 곱고 예쁘게 포장한 달콤한 한입 거리들이 쇼케이스에서 기다리고 있다.
달콤함이 끝없이 놓여 있다. 묵지근한 달콤함이 섞인 시나몬 향 애플파이, 알록달록 무지개 빛깔 케이크,
단단하게 구워진 머랭 쿠키, 토치로 그을린 크림 브륄레, 크림 필링을 담뿍 넣은 에클레어가 꽉꽉 들어찼다.
▲치즈 숍 역시 분주하게 사람들을 맞아들이고 있다. 꼬릿한 냄새가 슬금슬금 피어오른다. 갖가지 스프레드도 함께 판다. 커다란 한 덩이 치즈를 꺼내 원하는 만큼 잘라서 무게를 달고 건네준다.
치즈 종류 또한 가없이 많다. 푸르스름한 블루치즈도 산지와 맛에 따라 다양하게 구비되어 있다.
마늘이나 망고를 넣은 스틸톤 치즈며 고다치즈, 체더치즈 등 빵 한 쪽에 끼워 먹으면 맛있을 치즈가 잔뜩.
▲햄을 파는 집도 이런 햄이 다 있나 싶게 다양한 소시지를 판다. 거위 간으로 만든 소시지라니. 살라미는 후추, 트러플, 파마산 등 넣은 재료에 따라 변주의 폭이 넓다. 칠면조나 돼지고기 훈제도 있고. 맥주 생각난다. 바로 옆에서는 소시지를 주렁주렁 걸어놓고 함께 먹을 비스킷도 판다.
오늘 점심은, 오늘 저녁은 뭘 먹지라는 질문은 모든 인류가 하는 날마다의 질문이다. 그 답이 여기 다 있구나 싶다.
그래서 이곳 사람들은 여기 그랜빌로 오는구나 하면서 유쾌한 밴쿠버 산책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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