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동유럽********국가들/⊙체코******기행

체코ㅡ프라하(Prague)ㅡ카프카가 던진 물음의 해답을 프라하에서 찾다

by 삼수갑산 2022. 2. 17.

프라하(Prague)ㅡ카프카가 던진 물음의 해답을 프라하에서 찾다

 

어느 날 아침 그레고르는 불길한 꿈에서 깨어난 뒤, 자신이 한 마리의 끔찍한 벌레로 둔갑해 있는 것을 침대 속에서 발견했다.”체코 출신 ‘카프카’가 쓴 ‘변신’의 첫 대목이다. 소외와 고독, 무관심과 외면, 처참히 버림받는 인간의 존재, 그리고 죽음.

 

▲유대계 독일인 작가인 프란츠 카프카(1883-1924). /김귀욱

 

자주 만나는 한 아우는 어느 날 교통사고로 의식만 살아있고 몸을 전혀 움직이지 못하는식물인간이 되었다가 깨어났다. 그는 마치 변신의 벌레처럼 인간으로 의식만 살아있고 말 한마디도 못하고 몸을 전혀 못 움직이다가6개월만에 그야말로 기적적으로 부활한 것이다.

 

지금은 서울 삼성동 한 특급호텔 매니저로 일하고 있고 당시 중환자 병석에서 의사와 가족, 친구, 지인들이 했던 얘기에 대답하지 못하고 애가 탔던 아우성을 들려준다. 우리는 그때 마다 카프카를 이야기 한다.

 

▲유럽에서 가장 아름답다는 카를교. /김귀욱

 

▲진실을 사랑하고 진실을 말하고 진실을 지켜라. /김귀욱

 

카프카는 왜 인간으로 다시 환생하는 희망이라도 남겨 놓지 않았을까? 왜 그는 우리나라 1930년대 이상의 ‘날개’처럼 날개를 품고 날아갈 어느 비상구도 없이 꽉 막아버린 글을 썼을까? 그 답을 찾으러 난 프라하로 간다.

 

▲차이코프스키가 자주 들렀다는 카페 레스토랑. /김귀욱

 

▲첨탑이 인상적인 틴교회. /김귀욱

 

고등학교 때 읽었던 ‘변신’의 실마리를 들고 첫 번째로 찾아간 곳이 황금소로에 있는 카프카의 생가, 그리고 도나우강 지류인 블타바 강가에서 환히 보이는 카프카 박물관이었다.

 

체코가 낳은 자랑스러운 문호답게 현지 가이드는 카프카의 삶을 얘기하면서 자주 들렀던 카페 레스토랑까지 온갖 카프카의 흔적을 보여준다. 카프카, 소통도 안 되는 변신의 주인공.

 

▲카를교 인파. /김귀욱

 

▲카를교에 서서 스메타나의 교향시를 읊어보자. /김귀욱

 

파리도 아름답지만 프라하에 비할까?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시가 어디냐고 가끔씩 주위에서 물으면 생각할 것 없이 ‘프라하’라고 얘기한다. 프라하는 고딕, 로마네스크, 로코코, 바로크, 아르누보, 르네상스 양식 등이 아름답게 펼쳐져 있는 도시 박물관이다.

 

▲카프카 박물관 입구. /김귀욱

 

▲카프카 박물관 정원의 조각. /김귀욱

 

도나우강의 지류인 블타바(몰다우)강이 드보르작과 스메타나의 부드러운 첼로처럼 나그네의 가쁜 호흡을 유유히 흐르게 만든다.

 

첫 유럽 여행 때, 블타바 강에서 만난 뮌헨대학교 여학생들한테 와인 건배하는 법을 배웠다. 처음 와인 잔을 들어 건배하면서 잔을 부딪칠 때까지 와인 잔을 바라보고 쨍하는 순간 서로를 째려보라던 그 맑은 친구들의 웃는 모습이 오버랩 된다.

 

몰다우 강 유람은 아무리 바빠도 해볼 일이다. 그림처럼 서있는 건물 풍경을 가까이 블타바 강의 밑그림 위로 감상하는 것은 세상의 가장 아름다운 여인을 가장 편안한 자세로 안아보는 기분이다.

 

▲프라하 거리. /김귀욱

 

▲프라하 맥주 박물관. /김귀욱

 

찰즈부르크에서 태어난 모차르트는 베니스에서 추방된 카사노바의 친구 로렌조 다 폰테의 시나리오로 1787년 10월 29일 오페라 돈죠반니를 프라하 에스타테스 극장에서 초연을 했다.

 

또 이 극장이 ‘아마데우스’ 촬영무대가 되었다. 희대의 호색한 돈 죠반니가 전설적인 인물인 반면, 실존하는 바람둥이 카사노바가 초연 때 이 오페라를 감상했다는 이야기가 당시 문헌에 나온다.

 

▲프라하 시내를 달리는 트램. /김귀욱

 

아무튼 옥토버 페스티벌에서 언급했던 세계 최고의 호박 빛 맥주인 체코의 필스너 우르켈 다음으로 유명한 맥주가 ‘부드바’다. 미국의 버드와이저를 만든 안호이저-부시가 부드바이저 맥주에 반해 수도승에게 기술을 배워 미국으로 넘어가 부드바이저 맛을 흉내냈다. 이름 또한 동일한 브랜드인 버드와이저로 써서 국제적인 법정싸움으로 번졌다

 

▲프라하 오페라 극장. /김귀욱

 

▲프라하성이 보이는 블타바 강. /김귀욱

 

밀란 쿤데라의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을 원작으로 카우프만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프라하의 봄’에서

아찔한 순간이 보인다. 소련 탱크가 프라하로 굴러오지만 다행히 그 아름다운 도시를 파괴하지 않은 것이다.

 

▲15세기 프라하 대학교 하스주가 만든 시계. /김귀욱

 

밀란 쿤데라는 인간의 심리를 가벼움과 무거움, 빛과 어둠에 대한 하모니를 사용해 세상의 인생법칙을

어우러지게 그려놨다. 나야말로 가벼움에 넘어지고 가벼움에 나를 잃어버린 숱한 세월을 지내온 것 같다.

 

▲프랑크 게리와 블라도 밀루닉이 디자인한 프라하 댄싱 하우스. /김귀욱

 

우리는 늘 변신하고, 변신하고 싶고, 변신하려고 노력도 한다. 영원성을 쳐다보지 않고 우회로 돌아 쉽고 편하게 인스탄트적인 가벼운 삶으로 일축하며 무게 없는 눈으로 세상을 찬양하며 살아가기도 한다.

 

고정 관념과 체면, 규율과 책임으로부터 자유로울 때 인간은 얼마나 가벼워질 수 있는가?그래서 목을 둘러 기다랗게 모아지는 것, 우리 삶은 참을 수 없이 가벼운 목걸이다.

 

출처 / Chosun.com / 김귀욱 셀라비투어 대표 겸 여행사진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