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튼, 주말]ㅡ[서민의 문파타파]
MBC는 왜 다른 ‘金여사’들 의혹은 ‘대역’ 써서 파헤치지 않을까
▲일러스트=유현호
‘논문 저자 김건희’(MBC PD수첩 10월 11일), ‘눈덩이 이전 비용/ 김건희만 왜?’(MBC 탐사기획 스트레이트 9월 25일), ‘영부인을 모셔라-쥐어짜는 조선 왕국’(스트레이트 9월 18일), ‘용산, 한남동, 청와대…그리고 김건희’(스트레이트 8월 28일).
요즘 MBC를 보면 김건희 여사 스토커가 아닌가 의심이 된다. 어쩌면 그렇게 김건희 여사만 일방적으로 공격하는 것일까. 다른 이들한테 이슈가 없는 것도 아니다.
영부인의 논문 표절이 꼭 다뤄야 할 중요한 이슈라면, 하마터면 대통령이 될 뻔한 데다 현재 제1야당 대표인 이재명의 논문 표절이나, 법무장관을 지낸 추미애, 총리였던 정세균에게 제기된 표절 의혹도 같이 다뤄주는 게 공영방송의 취지에 맞을 것 같다.
청와대 이전 과정에서 김건희 여사의 지대한 영향력을 다뤘다면, 우리나라 외식산업에 크게 기여한 김혜경 여사의 식성에 대해서도 한 번쯤은 편성했어야 하지 않을까.
그런데 MBC의 두 심층보도 프로그램은, 지난 2월을 뜨겁게 달궜고 현재 검찰수사 중인 김혜경의 맛집 투어를 다룬 적이 없다. <스트레이트>에서 ‘치킨은 누구를 살찌웠나’란 콘텐츠를 방영한 적이 있기에 혹시나 하고 들여다봤더니, 진짜로 닭고기 산업을 심층분석하는 내용이다. 혹시 김혜경이 영부인이 아니라 보도의 가치가 떨어져서일까.
그렇다면 ‘옷값을 공개하라’는 법원 판결 이후 화제가 됐던 김정숙 여사의 패션에 대해 다뤄줬다면 좋았을 것이다. 심층으로 파고들 것도 없이, 언론 보도에 나온 것만 대충 짜깁기해도 2-3편 정도는 충분히 가능하지 않았을까.
여사님이 타지마할을 다녀온 건 어떨까. 영부인이 전용기를 타고 혼자 다른 나라를 간 것은 유례없는 일인 데다, 인도 총리가 ‘간곡히’ 요청했다는 고민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말도 거짓으로 귀결되고 있다는 점에서, 한 번쯤 다룰 가치가 있었다.
게다가 김정숙 여사의 잦은 해외 순방은 김건희 여사한테 그랬던 것처럼 ‘대역’을 써서 해당 여행지를 방문하는 프로를 만든다면 공익성과 시청률 둘 다 잡을 수도 있다.
하지만 MBC는 자사 프로그램에서 이런 내용을 다룰 마음은 전혀 없는 것 같다. 왜일까. 소유주께서 지금의 MBC에 아주 만족하고 있어서다. 지난 10월 13일 국감장에서 국민의힘 권성동 의원은 MBC의 대주주이자 관리감독기구인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 이사장 권태선에게 따진다.
“MBC가 정상적인 언론이라 생각합니까? 공정한 보도를 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권태선은 답한다.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권성동은 유엔 총회 당시 MBC의 영상유출 의혹과 자막조작을 언급한 뒤, 그 MBC가 이재명 대표의 연설에는 어떤 조작을 했는지 이야기한다.
대선이 한창이던 지난 2월 12일, MBC 뉴스데스크는 이재명이 세종시에서 한 연설을 보도한다. “노무현 대통령께서 그 험한 길을 가셨습니다. 똑같은 후회를 두 번씩 반복할 것입니까?” 하지만 이재명이 실제로 한 말은 “11주년, 노무현 대통령께서…”였다. 노 전 대통령이 사망한 것은 2009년이니, 13주년을 11주년으로 잘못 말한 것이다.
이게 이재명에게 누가 될 것 같았는지 MBC는 ‘11주년’을 잘라내고, 자막에 이재명이 말하지도 않은 ‘지난 2009년’을 넣었다. 그래서 MBC 뉴스데스크 자막은 ‘(지난 2009년) 노무현 대통령께서 그 험한 길을…’이 됐다.
윤석열 대통령 보도에서 대통령이 하지도 않은 말인 ‘미국’을 자막으로 넣어 ‘바이든’을 유도한 것과 비교하면, 이재명에게 베푼 자막 조작은 어쩜 이리 따뜻한지, 이러다 타 죽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2월 21일 대선 토론회를 보도하면서 ‘대장동·김건희 의혹 격돌’이라 한 것도 김 여사를 너무 고(高)평가한 것 같고 말이다.
자, 이런데도 MBC가 공정한 보도를 하고 있는 걸까. 권성동은 다시 묻는다. “이걸 보고도 MBC가 치우치지 않았다, 이렇게 얘기할 수 있는 겁니까?” 보통 사람이라면 고개를 떨구고 말았겠지만, 권태선은 전혀 동요하지 않고 유엔 당시 있었던 일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한다.
해당 영상은 다른 방송사도 다 보도를 했으니 MBC만 가지고 뭐라 하는 건 옳지 않으며, 자막에 ‘미국’을 넣은 것은, “통상적으로 미국은 ‘의회’라고 하지 ‘국회’가 아니기 때문에 시청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넣었다는 것. 게다가 권태선은 MBC의 이 보도를 자랑스러워하기까지 했다.
“최초로 보도한 것은 디지털국장이 정치부 출신이라 정치뉴스에 감각이 있고, 미리 준비하고 있었기 때문에 빨리 한 거고, MBC가 디지털뉴스 부문에 있어서 굉장히 잘하고 있습니다.”
그러자 권성동은 이재명 후보의 발언은 왜 마사지한 거냐고 묻는다. 여기서 권태선은 저세상 멘털이 뭔지를 보여준다. “이재명 후보의 발언도 시청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그렇게 했다고 생각을 합니다.
” 권성동이 어이없어 웃자 권태선은 부연한다. “이재명 후보의 틀린 발언이 목소리로는 나왔지 않았습니까?” 위에서 강조한 대로 MBC는 이재명의 해당 발언을 잘라냈고, 여기에 ‘2009년’을 자막으로 넣기까지 했지만, 권태선은 고의든 아니든 국감장에서조차 진실을 왜곡한다.
이명박 정부 때인 2010년 4월, 한겨레 논설위원이던 권태선은 공정보도를 하겠다며 파업에 들어간 MBC 노조를 응원하는 칼럼을 쓴다. “방송을 전유물로 삼기 위해 이 정권은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고 자신의 하수인을 방송에 들어앉혔습니다.
그렇게 자리를 얻은 이들은 방송을 정권의 도구로 변질시키는 데 앞장섰습니다. 그 결과 한때 신뢰도 1위였던 한국방송은 정권의 홍보방송으로 전락했고, 벌써부터 엠비시 뉴스도 흔들린다는 이야기도 나옵니다.”
이게 정확히 2017년부터 지금까지 MBC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 12년 전 MBC를 지켜달라고 호소하던 권태선은 지금 방문진 이사장이다. 마음만 먹으면 MBC를 얼마든지 바른 언론으로 만들 수 있는 힘을 가졌건만, 그녀는 MBC의 현재 모습에 만족하며, MBC가 공정한 보도를 하고 있다고 말한다.
현재 상황에 딱 들어맞을 것 같아, 당시 그가 쓴 칼럼 끝부분을 여기에 옮긴다. “유권자들 역시 공정방송을 지켜 각성된 시민이 될지, 방관해 여론 조작의 대상으로 남을지 선택해야 합니다.”
글.사진출처 / chosun.com / [아무튼, 주말][서민의 문파타파] / 서민 단국대 기생충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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