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 허트퍼드 집안 저택에 설립된 미술관 / 월리스 컬렉션
바다와 하늘이 맞닿은 곳에서 태양의 신 아폴론이 새날을 준비한다. 바다의 신 트리톤과 아름다운 님프들은 아직도 잠에서 덜 깬 듯 푸른 물결 위에서 일렁이고 있지만, 새벽의 여신 오로라는 어느새 어둠을 몰아냈다. 붉은 옷자락을 휘날리며 나른한 듯 날아오르는 아폴론을 맞이하는 건 태양의 수레를 끌어 줄 백마의 고삐를 거머쥔 여신 테티스다. 이처럼 은은하게 화사한 파스텔 톤의 색채와 마치 케이크에 크림을 바른 듯 부드럽게 움직이는 인물들의 조화가 바로 18세기 프랑스 궁정을 장식했던 로코코풍의 대가, 프랑수아 부셰(François Boucher·1703~1770)의 특징이다.
▲프랑수아 부셰, 일출, 1752년, 캔버스에 유채, 378×261㎝, 런던 월리스 컬렉션 소장.
로코코 양식은 부셰와 프랑스 왕 루이 15세의 총애를 받던 후궁 퐁파두르 부인의 합작이나 마찬가지였다. 명석한 두뇌에 탁월한 미적 감각을 갖추고 당대 회화, 도자, 가구 및 건축 등을 적극적으로 후원했던 퐁파두르 부인이 가장 아꼈던 화가가 바로 부셰. 퐁파두르 부인은 '일출'과 함께 하루를 마치고 다시 어둠으로 되돌아오는 아폴론을 그린 '일몰' 한 쌍의 그림을 부셰에게 주문하고, 이를 바탕으로 루이 14세 때부터 왕실 납품을 독점했던 고블랭 공방에서 태피스트리를 제작했다 테피스트리 두 점은 루이 15세가 퐁파두르 부인에게 지어준 벨뷔성의 침실에 나란히 걸려 있었다.
루이 15세는 침대에 누워 '일출'을 보며, 절대 왕정을 이룩하고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며 세상의 중심에 섰던 선대의 '태양왕' 루이 14세를 동경했을 것이다. 퐁파두르 부인은 자기가 테티스처럼 루이 15세를 태양의 궤도에 올려 주리라고 약속했을지도 모른다. 침실 밖 세상에서는 이미 혁명의 기운이 무르익었는데 말이다.
출처 / chosun.com / 우정아 포스텍 교수 서양미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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