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기행ㅡ국가적 영웅들을 기억하는 나라
▲로마 자니콜로의 가리발디공원에 가득한 리소르지멘토운동 관련 애국자들의 흉상.
30여 개까지 세다가 그만두었는데, 족히 그 두 배는 될 것 같다.
“이제 이탈리아는 만들었다. 다음 차례는 이탈리아인들을 만드는 것이다.”
1861년 이탈리아 왕국이 건립된 후 마시모 다젤리오라는 이탈리아 정치인이 한 말이다. 이 말 속에는 서기 395년 서로마제국이 멸망한 지 1466년 만에 어렵게 통일을 이룩했지만, ‘네이션 빌딩(nation building)’이라는 지난한 숙제를 안고 있던 이탈리아의 고민이 녹아 있다.
그때까지 토스카나인, 베네치아인, 제노바인, 시칠리아인은 있었어도 ‘이탈리아인’은 없었다. 19세기 초 오스트리아의 정치인 메테르니히는 “이탈리아? 그건 단지 지리상의 개념일 뿐”이라고 코웃음을 쳤을 정도였다.
▲리소르지멘토운동의 이념을 제공한 이탈리아의 국부(國父) 마치니의 동상.
로마 건국의 터전인 팔라티노 언덕을 바라보고 있다.
이탈리아 어느 도시를 여행하건 가리발디·마치니·카부르 등 리소르지멘토운동(19세기 이탈리아의 통일·독립운동)의 영웅들과 단테와 같은 위인들의 동상이나 기념물, 그들의 이름을 딴 거리·광장을 만날 수 있다. 그럴 때마다 “이탈리아가 ‘이탈리아 국민’을 주조(鑄造)해 내기 위해 정말 피나는 노력을 기울였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로마 근교의 작은 마을 바뇨렛조의 거리에 있는 전사자 추념물.
이탈리아로서는 실지(失地)회복 전쟁이었던 제1차 세계대전 전몰자(戰歿者)들을 위한 추념물(追念物)들도 곳곳에서 만날 수 있다. 제2차 세계대전 후에는 나치독일 점령군과 파시스트 정권에 맞서 싸웠던 저항운동가들에 대한 기억이 추가되었다. 나치에 의해 강제수용소로 끌려간 홀로코스트 희생자들을 위한 기념물도 있다. 그것은 왕정(王政)과 파시즘 체제를 극복한 공화국의 정체성(正體性)을 확립하려는 노력이었다.'
▲밀라노 두오모 광장에 있는 가리발디 동상.
붉은셔츠부대를 이끌고 통일전쟁을 마무리지은 주세페 가리발디의 동상은 이탈리아 어디서나 만날 수 있다.
더 감동적인 것은 애국자들을 기리는 기념물들을 도심에서, 도시 곳곳에서 만날 수 있다는 사실이다. 그 형태나 방식의 다양함도 인상적이다. 6·25전사자 충혼탑이 어디 있는지도 모르겠거나, 6·25참전 16개국 기념탑이 수도권 도시 외곽에 쓸쓸히 방치되어 있는 우리나라와는 대조적이다. 오늘날 대한민국이 이념적으로 표류하고 있는 것은 그에 대한 응보(應報)일지도 모른다.
▲로마 자니콜로 언덕 인근에 있는 로마공화국 기념물.
로마공화국은 1849년 2월부터 5개월 동안 존속했던 혁명정권으로 마치니·가리발디 등이 이끌었다.
▲로마 시내 한가운데에 있는 비토리오 에마누엘레2세 기념관.
의장병들이 애국자들을 기리는 ‘영원의 불’을 밤낮없이 지키고 있다.
▲밀라노 두오모 광장 인근에 있는 레지스탕스 추념 시설. 개방형 구조로 기둥마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독일군 및 파시스트 정권과 싸우다가 죽은 이들의 이름을 새긴 동판들이 붙어 있다.
▲로미오와 줄리엣의 도시’ 베로나의 공원에는 무명 레지스탕스 대원을 기리는 동상이 있다.
▲로마 시내 건물 벽에 있는 전사자 추념물.
비토리오 에마누엘레2세 다리에서 산피에트로성당으로 가는 길에 있다.
출처 / xchosun.com / 월간조선 7월호 / 글.사진 배진영 월간조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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