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츠부르크
풍광이 음악처럼 흐르는 곳 ..... 거기. 가가 질리게 하는 自然이 있다.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주 호에타우에른 국립공원 북쪽의 크리믈 폭포. 세계에서 여덟 번째로 큰 폭포다. 물안개로 뒤덮인 채 거세게 쏟아지는 물줄기가 입이 딱 벌어지게 한다. 이 폭포가 보여주는 건 ‘길들여지지 않은’ 야성의 자연미다.
여행이 지향하는 지점이란 ‘비(非)일상’입니다. 여행자는 ‘일상과 가장 먼 풍경’에 매료되기 마련입니다. 간추려 말하자면 여행자들이 원하는 곳은 ‘낯선 곳’이란 얘기입니다. 그렇다면 오스트리아의 잘츠부르크야말로 여행자들에게 비일상의 욕망을 한껏 채워 주는 곳입니다.
‘잘츠부르크’를 도시로만 알고 있지만, 여기서 말하는 잘츠부르크는 오스트리아 9개 주 가운데 하나, 잘츠부르크주(州)를 일컫는 이름입니다.
어디선가 오스트리아의 눈부신 자연풍경을 담은 사진을 봤다면, 그건 아마도 십중팔구 잘츠부르크의 경관일 겁니다. 도시 잘츠부르크는 음표가 떠다니는 ‘음악의 도시’로 간단하게 정의됩니다.
모차르트가 잘츠부르크에서 태어났고,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의 무대도 바로 그곳이기 때문입니다. 반면 잘츠부르크주는 한마디로 정의되지 않습니다.
눈 덮인 알프스 산맥의 장엄함이 있는가 하면 포효하는 짐승 같은 거대한 폭포, 비현실적인 푸른빛 호수의 서정, 젖소와 양 떼가 풀을 뜯는 목가적인 풍경까지 이루 헤아릴 수 없는 매력들로 가득하니 말입니다.
# 가지 않은 곳, 잘츠카머구트 이야기
우선 가지 않는 곳과 그곳에 가지 않은 이유에 대한 얘기부터. 잘츠부르크주에서 가장 이름난 곳이 ‘잘츠카머구트’ 지역이다. 알프스의 빙하가 녹아서 만든 일흔여섯 개의 호수가 있는 곳.
잘츠(Salz)는 ‘소금’을, 카머(Kammer)는 ‘창고’를, 그리고 구트(Gut)는 ‘좋다’는 뜻이니 ‘좋은 소금 창고’쯤이 되는데, 도시 잘츠부르크 외곽의 빼어난 자연경관을 가진 옛 소금광산 일대를 묶어 이렇게 부른다.
잘츠카머구트는 한때 바다였다가 융기한 땅이라 산에서 소금이 난다. 이른바 ‘암염(巖鹽)’이다. 고대와 중세 때는 보석처럼 귀했던 소금이 잘츠카머구트의 중심이었다면 지금 이곳을 보석처럼 빛나게 하는 건 낭만적인 경관이다. 초록의 들과 호수, 구릉 위의 파스텔 톤 마을의 경관이 어찌나 이국적인지 오히려 비현실적이다.
잘츠카머구트의 정점에는 그곳을 찍은 사진 한 장만으로 ‘가고 싶다’는 열망을 불러일으키는 마을 ‘할슈타트’와 볼프강 호수가 있다. 마을 전체가 유네스코 세계유산인 할슈타트는 그러나 이제 떠들썩한 관광지가 됐다.
볼프강 호수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할슈타트에는 관광버스와 깃발을 든 단체관광객들로 넘쳐난다. 단체관광객 중 열에 아홉은 중국인이다.
중국인의 할슈타트에 대한 사랑은 유별난 데가 있다. 중국 광둥(廣東)성 후이저우(惠州)시에 부동산개발업체가 할슈타트의 마을을 복제한 ‘짝퉁 할슈타트’를 조성했을 정도다. 관광지가 아니라 주택개발사업의 일환으로 마을 전체를 통째로 모방했다.
중국에는 여기 말고도 파리의 에펠탑, 영국의 런던 브리지, 이집트의 스핑크스를 모방한 이른바 ‘짝퉁 건축물’이 있다. 중국에 잘츠부르크주의 할슈타트를 모방한 마을이 있다는 건, 할슈타트가 에펠탑처럼 이국적인 정서를 환기하는 강력한 이미지를 갖고 있음을 의미한다.
잘츠부르크주 관광청이 권하는 목적지 목록에는 잘츠카머구트가 지워져 있었다. 관광객 쏠림 현상에 대한 우려이기도 했고, 이곳 말고 다른 매력적인 목적지가 많다는 자신감 때문이기도 했을 것이다. 결론적으로 그들의 판단은 백번 옳았다.
잘츠카머구트 대신 그들이 ‘가봐야 할 곳’의 목록에 적어준 호에타우에른 국립공원과 첼 호수는 여행의 낭만을 채워 주기에 모자람이 없었다. 알프스를 가로지르는 국립공원은 절로 경외감이 들 정도로 장엄했으며, 낭만적인 호수를 끼고 있는 마을은 작지만 보석처럼 빛났다.
아 참, 중국의 할슈타트 짝퉁 마을은 어떻게 됐냐고? 짐작하다시피 참담한 실패로 돌아갔다. 마을 경관에 저작권이 있는지 여부의 논쟁과는 상관없이, 역사 없이 겉모양을 베낀다는 게 얼마나 쓸모없는 일인지를 보여줬다. 아이러니한 건 중국에 짝퉁 마을이 생기고 나서 ‘진짜 할슈타트’를 찾는 중국인이 폭발적으로 늘어난 것이다
◆표효하는 380m 폭포 앞에서 1시간 30분간 발을 떼지 못했다
▲여름으로 접어든 알프스 산록의 초록 구릉마다 다양한 빛깔의 야생화가 만발했다
# 오스트리아의 지붕으로 오르는 길
잘츠부르크주의 경관 중에서 맨 앞에 세워야 할 것은 알프스 산맥이 보여주는 장엄한 위용이다. 잘츠부르크주 남쪽에 알프스 산줄기가 모여 이룬 ‘오스트리아의 지붕’이 있다. 해발 3000m급 고봉이 늘어선 알프스의 굵은 산줄기가 파도처럼 일어선 호에타우에른 국립공원 지역이다.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주와 티롤주, 카린시아주에 걸쳐 있는 호에타우에른 국립공원은 제주도 전체 면적과 맞먹는 1800㎢에 달한다. 오스트리아의 6개 국립공원 중 가장 클 뿐만 아니라, 중부유럽을 통틀어서도 가장 규모가 크다.
국립공원 안에는 오스트리아의 최고봉 그로스글로크너산(3798m)을 비롯해 해발 3000m가 넘는 산들만 줄잡아 서른 개다. 하이킹 코스의 총연장이 자그마치 1800㎞, 계곡이 300개, 호수가 150개…. 이쯤이면 규모가 짐작이 되시는지.
알프스에서 가장 장엄한 자연풍경이 이 국립공원에 있다. 산 아래는 목초지와 야생화로 가득한 구릉이, 그 위쪽으로는 도열한 가문비나무 숲이, 그리고 더 위로는 수목한계선을 넘어선 거친 지형의 산악이 펼쳐지는 곳. 장대하다 못해 기가 질리게 하는 거친 자연이 거기 있다.
알프스 산맥의 위용은 스위스에서도, 프랑스와 이탈리아에서도 볼 수 있지만, 여기 잘츠부르크주의 알프스가 특별한 건 그곳에 거친 산의 갈기를 오르는 아찔한 길이 있기 때문이다. 그 길의 이름이 좀 길다.
‘호흐알펜슈트라세’. 호흐(hoch)는 독일어로 ‘높다’는 뜻. 알펜은 ‘알프스’를 말하고, 슈트라세는 독일어로 ‘길’이다. 그러니 호흐알펜슈트라세를 좀 더 익숙한 영어로 바꾸면 ‘하이알파인로드’다.
# 초현실의 공간을 가로지르는 길
알프스 산맥의 첩첩한 산중을 오르는 호흐알펜슈트라세는 길게 늘어뜨린 실타래 같다. 급경사를 단숨에 치고 올라가는 게 아니라 협곡과 능선을 무겁고 깊게 굽이친다. 도로 중간중간 표지판에 ‘Kehre’라는 글과 번호가 매겨져 있다.
독일어 사전을 뒤져 보니 ‘심하게 굽은 길’이란 뜻. 이 단어 뒤에 1번부터 36번까지 번호가 매겨져 있다. 48㎞의 도로 전체 구간 중에서 급격하게 몸을 뒤트는 구간마다 팻말을 세워 숫자를 헤아린 것이다.
굽은 길 축에도 못 끼는 90도쯤의 커브는 빼고 U턴에 가까운 급격한 굽이만 센 게 서른여섯 곳이란 얘기다.
국립공원은 한 해의 절반이 겨울이라 이 길은 5월부터 10월까지 딱 6개월만 열린다. 야생화가 만발한 초원에서 시작한 길이 아찔한 벼랑을 끼고 도무지 길이 있을 것 같지 않은 협곡과 능선을 따라 이어진다. 수목한계선을 넘어 해발 2000m를 넘나드는 코스는 마치 초현실의 공간과도 같다. 이 도로가 지나는 가장 높은 곳의 해발고도가 2571m. 한라산 정상보다 500m쯤 더 높은 고도에 길이 있다.
대체 누가 이리 높은 곳에다 길을 놓았을까. 길의 내력은 깊다. 중세시대에도 잘츠부르크 인근의 암염광산에서 캔 소금이 여기를 넘어갔다. 당시 소금은 목숨을 걸기에 충분할 만큼 귀한 것이었다. 이 거친 길에다 도로를 놓은 게 1935년이다.
1차 대전 이후 몰아닥친 경제공황을 극복하고자 나라에서 시행한 대규모 토목사업의 일환이었다. 지금으로 치면 ‘공공근로사업’쯤 되겠다. 3000여 명의 인부가 산속으로 들어와 먹고 자며 길을 놓았다.
혹독했던 가난이 아니었다면, 생존을 목적으로 한 노동이 아니었다면 과연 이 길이 만들어질 수 있었을까. 길옆 휴게소의 작은 전시관에 있는 길을 놓던 당시의 흑백사진 앞에서 경건한 마음이 들었던 건, 자연을 극복하려 했던 인간의 힘과 의지, 그리고 생존을 위한 간절한 노동의 수고가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어려울수록 삶은 뜨거운 법. 그 뜨거움이야말로 이토록 험준하고 차가운 설산에 놓은 길의 질료였던 것이다.
▲왼쪽 뾰족한 봉우리가 오스트리아에서 가장 높은 해발 3798m의 그로스글로크너산이다. 산정을 바라다볼 수 있는 오른쪽 크리스털 보석 모양의 전망대는 오스트리아 기업인 스바로브스키에서 지은 것이다.
# 자연의 압도가 마음을 움직이다
풀 한 포기 없는 황량한 고산 도로 곳곳에 전망대가 있다. 전망대에 서면 눈 덮인 알프스의 거대한 고봉이 우뚝 일어서 있고, 협곡이 발아래로 까마득하다. 경관의 규모가 워낙 커서 ‘압도’의 느낌도 선명하다. 시공간을 초월하는 이런 거대한 경관 앞에서 느끼는 건 가늠할 수 없는 자연에 대한 경이다. 그리고 그 뒤에 따라오는 건 존재의 하찮음에 대한 각성이다. 압도하는 자연은 이렇게 마음을 건드린다.
이 길이 드라이브를 즐기는 이들에게 ‘버킷리스트’ 중의 하나로 꼽히는 건 극적인 길의 형태도, 풍경의 빼어남도 이유가 되겠지만, 무엇보다 길과 경관이 마음을 움직이기 때문이리라. 알프스를 늘 머리에 이고 사는 유럽인들에게도 이 길이 드라이브 코스의 로망으로 꼽히고 있음은 차량과 오토바이의 종류만 봐도 알 수 있다.
이른바 ‘슈퍼카’와 대형 오토바이들이 이 길로 줄지어 달린다. 이곳에서 포르쉐는 경차처럼 흔하다. 적어도 페라리급 정도가 줄지어 달려야 겨우 눈길을 받을 수 있을 정도다. 고가의 대형 오토바이들도 거친 언덕을 오른다. 도대체 이 험준한 길을 어떻게 넘어왔는지, 자전거를 타고 이 도로를 달리는 이들도 적지 않다.
이 도로의 하이라이트는 단연 그로스글로크너산이다. 오스트리아에서 가장 높은 산의 턱밑까지 도로가 이어져 있다. 그로스글로크너산 전망대에서 올려다본 산은 얼음칼로 날카롭게 깎아낸 듯 장엄했다. 다만 산 아래쪽 협곡의 오스트리아 최대 규모라는 빙하는 여름이라 그런지 흙이 섞여 지저분해진 모습이었다.
그로스글로크너산 전망대 아래 도로 옆의 100년도 더 됐다는 산장에서 하루를 묵었다. 깊은 산중인데도 오후 8시가 돼서야 해가 저물었다. 해가 산을 넘어간 뒤에도 한참 동안 일대의 하늘이 붉은빛으로, 또 주황빛으로 물들었다. 이윽고 깊은 어둠. 차가운 대기 속에 적막한 설산 위로 별이 총총하게 떠오르는 모습을 올려다보다 곧 깨닫게 됐다. 그날 밤이 ‘오래도록 잊히지 않을 시간’임을….
# 길들여지지 않은 짐승의 포효
알프스를 넘어가는 길에서 볼 수 있는 게 멀리 물러선 알프스의 경관이라면, 가까이 다가가서 실체로 만날 수 있는 호에타우에른 국립공원의 산악미는 크리믈 폭포에 있다. 국립공원 북쪽에 있는 크리믈 폭포는 중부유럽에서 가장 크고 세계에서 여덟 번째로 크다. 빙하가 녹아서 쏟아지는 폭포의 총 높이가 자그마치 380m다. 이 높이에서 물이 수직으로 내리꽂히는 게 아니라 세 개의 단을 이뤄 흘러내린다거나, 도로에서 10분만 걸어 들어가면 폭포를 만날 수 있다는 설명에 큰 기대는 접은 참이었다.
그러나 막상 폭포와 맞닥뜨리는 순간, 물안개로 뒤덮인 채 쏟아지는 엄청난 규모의 물줄기 앞에서 말을 잊었다. 길들여지지 않은 야생의 짐승. 포효하듯 쏟아지는 폭포는 딱 그런 모습이었다. 오랜 시간 쏟아진 물길은 주변의 풍경을 순하게 깎아내는 법인데, 이 폭포는 가뒀던 둑이 터져 이제 막 물길을 새로 만든 것처럼 격하고 거칠었다.
자욱한 물안개로 뒤덮인 폭포 아래로 다가서자 엄청난 물소리가 귀를 때렸다. 그냥 거기 서 있는 것만으로도 다리가 휘청거리고 가슴은 두방망이질했다. 그제야 영국 BBC의 자연탐사 다큐멘터리 PD 마이클 브라이트가 펴낸 책 ‘죽기 전에 꼭 봐야 할 자연 절경’의 목록에 이 폭포를 올려놓은 이유를 알 수 있었다.
크리믈 폭포 정상까지 4㎞ 구간을 1시간 30분 남짓이면 둘러볼 수 있다고 했지만, 주어진 시간 내내 하단의 폭포 물줄기 아래서 발을 뗄 수 없었다. 그걸로 충분했다. 폭포의 위용이란 고작 물줄기의 높이로 가늠되는 게 아니었다. 거친 바위 사이를 으르렁거리며 쏟아져 내리는 폭포의 규모감이라니…. 겨울이면 폭포가 뿜어내는 물보라가 죄다 얼어붙으면서 초현실적인 거대한 얼음조각 작품을 만들어 낸다고 했다. 대체 이 거대한 산자락에는 얼마나 많은 놀라운 자연풍경들이 숨어 있는 것일까.
▲그로스글로크너산으로 이어지는 산악도로 ‘호흐알펜슈트라세’가 거대한 사면을 따라 굽이치고 있다. 전장 48㎞의 이 길에는 U턴처럼 급격한 굽이가 모두 서른여섯 곳이다. 세계 최고의 드라이브 코스 중 하나로 꼽히는 이 도로는 자동차를 좋아하는 이들이 ‘버킷리스트’로 첫손에 꼽는 길이다.
# 평화로운 호숫가 마을 첼암제의 낭만
호흐알펜슈트라세가 시작되는 국립공원의 북쪽 카프룬 마을에서 멀지 않은 곳에 소도시 첼암제가 있다. 첼 호수를 끼고 있는 작은 마을이다. 잘츠부르크에서 차로 1시간 남짓 거리다. 그리 멀지 않지만 잘츠부르크에서 첼암제를 가려면 국경을 넘어 독일로 건너갔다가 다시 오스트리아로 넘어와야 한다.
국경을 맞댄 유럽 국가에서는 일상이겠지만, 지구 반대편에서 온 여행자는 공항에서 탄 택시가 국경을 넘는 것도 이색적인 경험이다. 도로 옆의 작은 경계 표지판만 제외하면 국경을 넘는지 눈치조차 챌 수 없지만 말이다.
첼암제는 빼어난 호수를 끼고 있는, 유럽인들에게 익숙한 휴양마을이다. 아시아에서 온 관광객들로 들끓는 할슈타트나 볼프강 호수보다 오스트리아 사람들 사이에서는 더 인기 있는 곳이다. 인구래야 9000명 남짓의 소도시인 첼암제는 첼 호수가 사람들을 불러모은다.
인구 300명의 더 작은 이웃 도시 카프룬과 함께 첼암제가 불러들이는 관광객의 연간 숙박일수가 자그마치 ‘260만 박(泊)’이란다. 365일로 나눠 보니 매일 평균 7123박꼴. 한 방에 두 명이 묵는다고 계산하면 매일 두 마을 인구보다 많은 1만4000여 명이 넘는 관광객이 머물고 있다는 얘기다.
그러나 첼암제는 이런 계산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도시 전체가 한적하다. 호수를 끼고 있는 마을의 번화가는 손바닥만 했지만, 어디를 가나 여유가 흘러넘쳤다. 깃발을 든 단체관광객은 단 한 팀도 만나지 못했다. 주민들은 ‘관광객이 한창 몰리기 시작하는 여름 성수기’라고 했지만 고니 몇 마리가 유람선, 요트와 함께 고요하게 떠 있는 호수는 평화로웠다.
알프스의 빙하가 녹아 이룬 첼 호수는 그냥 마셔도 될 정도로 깨끗하다. 첼 호수에서 이채로웠던 건 ‘호수욕’이었다. 호수 한쪽에 모래를 부어 놓고 물놀이를 할 수 있도록 만들어 놨는데, 주민들과 관광객들이 깨끗한 백사장에 파라솔을 놓고 선탠을 하거나 물놀이를 했다. 뭉게구름이 수면 위로 거울처럼 비치는 호수에서 수영을 즐기는 모습은 너무도 이국적이어서 ‘비일상의 공간’으로 여행을 떠나왔음을 수시로 상기시켰다.
해거름 무렵이면 첼 호수 한쪽에서는 지역 주민인 노부부들이 민속 의상을 차려입고 나와 흥겨운 공연을 펼쳤다. 관광객들보다 무대에 선 주민들이 더 즐기는 듯했다. 음악이 곁들여지는 호반의 분수 쇼도 볼 만했다. 모두 주민과 관광객들이 함께 즐기는 무료공연이었다. 이국적인 설산과 호수의 풍경, 여행자들의 여유와 평화, 그리고 여행자를 맞는 이들의 친절. 일상의 반대편으로 떠나는 여행에서 여기에다 더 무엇을 바랄 것인가.
▲여행 정보
잘츠부르크 가는 길 = 인천에서 잘츠부르크까지 직항이 없어 경유 편을 타야 하는데 항공권 가격으로 보나 스케줄로 보나 터키항공이 가장 좋다. 스타얼라이언스 소속 항공사인 터키항공은 335대의 항공기를 보유하고 전 세계 120개국 299개 도시로 촘촘하게 항공편을 운항하고 있다.
잘츠부르크뿐만 아니라 오스트리아의 빈(주 28회)과 그라츠(주 4회)에도 항공편을 운항하고 있다. 최근 들어 공격적인 취항지 확대에 나서고 있는데 터키 건국 100년이 되는 2023년에 맞춰 400대 이상의 항공기로 500곳 이상의 취항 공항을 연결할 계획이다.
잘츠부르크까지 터키항공을 타면 경유지 이스탄불에서 비행기를 갈아타야 한다. 인천공항에서 이스탄불까지는 매일 운항편이 있다. 화·수·목요일은 하루 1편, 금·토·일·월요일에는 하루 2편이 운항한다. 이스탄불에서 잘츠부르크까지는 하루 1편 주 7회 운항한다. 인천~이스탄불은 10시간 남짓, 이스탄불~잘츠부르크는 2시간 반이 걸린다.
경유 편을 이용해 비행기를 갈아타는 경우 이스탄불 공항 대기시간이 6시간 이상이면 무료 시티투어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이스탄불 시내 중심가의 블루 모스크, 그랜드 바자 등을 둘러보는데 투어 도중 수준급의 식사도 제공된다. 대기시간이 10시간 이상인 승객에게는 무료로 호텔 숙박을 제공한다.
알프스 산악도로 호흐알펜슈트라세를 가려면 호수를 끼고 있는 소도시 첼암제를 숙소로 잡는 게 여러모로 편리하다. 잘츠부르크 공항에서 첼암제까지는 차로 1시간 남짓. 국립공원으로 이어지는 대중교통편이 없으니 공항에서 렌터카를 빌리는 것이 좋다. 렌터카 요금은 중형차 24시간 기준 12만 원 정도다.
잘츠부르크주 여행정보 = 여름철 최고기온은 우리와 비슷하지만 습도가 낮아 그늘은 시원하다. 햇볕에 나서면 자외선이 강해 선크림이나 모자, 선글라스는 필수다. 잘츠부르크주의 도시나 지역마다 관광시설 등을 이용할 수 있는 ‘서머 티켓’을 판매하는데, 이를 구입하면 유용하다.
첼암제와 카프룬의 경우 200개 가맹 호텔 중에서 한 곳을 1박 이상 예약하면 투숙 인원 모두에게 서머 티켓을 무료로 준다. 이 티켓이 있으면 각종 관광시설과 유람선, 곤돌라 탑승 등이 무료다. 효율적으로 활용하면 이용 혜택으로 아끼는 금액이 숙박비와 맞먹을 정도니 꼭 챙기자.
'■서유럽********국가들 > ⊙오스트리아*기행'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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