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악 철도 개통 100년 융프라우ㅡ자연이 빚어낸 보석 사람이 빛내며 사네...
▲융프라우요흐 고원지대에서 바라본 융프라우봉. 변화무쌍한 기후로 인해 융프라우봉을 쉽게 볼 수 없다. 구름에 휩싸인 채 순식간에 모습을 드러냈다가 다시 사라진다. 왼쪽 아래로는 융프라우봉과 함께 유네스코 세계 자연유산으로 지정된 알레치 빙하가 시작된다
스위스의 알프스 융프라우 지역을 흔히 ‘신이 빚어 놓은 보석’이라고 합니다. 그러나 융프라우를 제대로 둘러본 사람들은 아니라고 말할 겁니다. 신만이 빚어 놓은 것은 아니라고. 융프라우는 ‘신과 스위스인이 빚어 놓은 보석’입니다.
저 장엄하고 신비한 산 밑의 가지런히 잘 가꿔진 나무들이 없었다면, 구릉지에 색색의 들꽃들을 갈아엎고 수익을 위해 잡다한 과일나무를 심었다면, 만년설의 다이아 같은 산봉우리와 푸른 나무, 들꽃들과 환상의 조화를 이루는 샬레(스위스식 작은 산장이나 오두막집)풍의 건물이 없었다면 과연 융프라우 지역이 관광객들의 탄성을 이끌어낼 수 있었을까요.
게다가 스위스인들은 깎아지른 절벽과 만년설로 이뤄진 융프라우요흐에 산악철도를 건설했습니다. 전문 산악인들에게만 허락했던 융프라우의 신비로움을 일반인들도 경험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죠. 융프라우는 한낱 원석에 불과할 수도 있었던 것을 스위스인의 상상과 집념과 정교함으로 가공한 보석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빨간 열차가 하얀 설원을 지나 구름에 휩싸인 융프라우 영봉을 향해 달리는 모습은 신비롭고 낭만적입니다. 그러나 이 낭만적인 광경의 이면에는 스위스인들의 고난과 아픔이 서려 있습니다. ‘
죽음의 빙벽’으로 불리는 아이거봉의 1800m 높이 빙벽에는 독일과 오스트리아 등반가들의 도전과 열정, 드라마 같은 비극의 역사가 새겨져 있습니다.
융프라우는 언제나, 아무에게나 아름다운 자기의 모습을 보여주지 않습니다. 안개 옷을 입고 있다가 가끔씩 모습을 드러내죠. 수줍은 처녀처럼. 싫은 사람이 오면 모습을 보여주지 않는다는 우스갯소리도 있더군요.
안개 옷을 벗고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융프라우 모습과 망사 같은 안개 옷을 휘감고 있는 융프라우의 모습, 어느 때가 더 아름다울까요. 융프라우는 ‘젊은 처녀’랍니다.
융프라우는 스키와 하이킹의 천국입니다. 웅장하게 펼쳐진 가파른 설원을 질주하는 스키어들의 모습은 보는 것만으로도 짜릿함을 느낍니다. 꼬마들도 제법 폼을 잡고 급경사 코스를 내달릴 때는 입이 저절로 벌어집니다.
화채 그릇처럼 둘러싸인 산 아래 운무가 깔리고 구름을 굽어보며 질주하는 스키어들의 모습은 감동의 파노라마입니다. 커다란 배낭을 메고, 들꽃이 만발하고 허브 내음 은은한 광활한 초원을 걷는다면 잊지 못할 추억이 될 것입니다.
융프라우 관광의 배후도시 인터라켄은 도시 전체가 아름다운 하나의 공원입니다. 공원 벤치에서 사랑을 속삭이는 듯한 연인들, 손 꼭 잡고 공원 길을 산책하다 낯선 이방인에게 손을 들어 친근감을 표시하는 노년의 부부에게서는 여유로움이 느껴집니다.
눈 덮인 하얀 융프라우 정상, 긴 하트 모양의 푸른 나무, 좌우로 펼쳐진 코발트색 호수, 널따란 푸른 잔디밭, 고풍스러운 크림색 유럽풍 건물의 조화는 인터라켄을 오래도록 기억하게 할 것입니다.
▲산 밑 날씨는 흐렸지만 클라이네 샤이데크까지 구름을 뚫고 올라온 열차에서 내리자 환상적인 풍경이 펼쳐졌다. 오른쪽으로 멀리 보이는 봉우리가 아이거봉이다. ‘죽음의 빙벽’으로 불리는 아이거 북벽은 한국 등반대를 비롯, 각국 수많은 등반가의 비극을 간직하고 있다.
# 하얀 설원과 바위 속을 뚫고 승천하는 적룡
스위스 알프스 융프라우 지역 관광은 대개 인터라켄에서 출발하는 열차에서부터 시작된다. 스위스에서는 철도가 거미줄처럼 연결돼 있어 철도로 여행하는 게 편리하다. 열차의 객실도 다양하게 구성돼 있고 승차감도 뛰어나다.
융프라우 지역 관광을 위해 제일 먼저 타는 열차는 베르너오버란드 철도를 달리는 파란색 열차다. 1893년 건설된 이 철도는 큰 계곡을 따라 달리는데 곳곳에 깎아지른 절벽에서 쏟아지는 기다란 폭포를 만날 수 있다.
만년설이 녹은 회색빛 물이 세찬 기세로 흘러내리는 시내와 넓은 둔치에 자리 잡은 스위스 전통 농가들도 가까이서 볼 수 있다. 농가 주위 넓은 공터에는 키 큰 잔디와 풀들만 자랄 뿐 밭작물은 눈에 띄지 않는 것도 우리와 다른 풍경이다. 이 열차로는 그린델발트 또는 라우터브루넨으로 갈 수 있다.
이 두 곳에서 다시 녹색의 벵게르날프 열차로 갈아타면 클라이네 샤이데크(해발 2061m)에 닿는다. 이 구간에서는 병풍처럼 펼쳐진 웅장한 알프스산을 배경으로 초원 위에 자리 잡은 샬레풍의 전통 가옥들이 한눈에 들어온다.
아름다운 풍경에 매료된 관광객들은 창 밖을 향해 카메라 셔터를 눌러대기 시작한다. 움직이는 열차 안이라 구도를 잡기가 힘들기는 하지만 워낙 경치가 아름다워 그림 같은 장면을 담아 올 수 있다.
클라이네 샤이데크에서 융프라우요흐까지 가려면 빨간색 열차로 갈아타는데 이 열차가 바로 1896~1912년에 건설돼 올해 100주년을 맞은 유명한 융프라우 산악철도다.
이 철도는 설원을 지나 융프라우봉과 함께 3대 영봉인 아이거봉(3970m)과 묀히봉(4099m)의 암반을 뚫고 해발 3454m의 융프라우요흐까지 연결된다. 경사가 심한 이 철도는 토블러라는 톱니레일로 만들어졌다.
스위스인들이 융프라우 산악철도를 건설하기까지는 수많은 난관에 맞닥뜨려야 했다. 이 철도는 아돌프 구에르첼러라는
엔지니어의 구상과 설계로 공사가 시작됐지만 그는 공사를 시작한 지 3년 만에 폐렴으로 사망했다.
게다가 혹한과 폭설, 강풍 등의 혹독한 기상조건과 공사비 조달 지연, 붕괴사고 등으로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갖은 고난 끝에 1912년 8월1일 스위스 독립기념일에 종착역인 융프라우요흐까지 개통하게 된다.
▲융프라우 가는 도중에 들렀던 고즈넉한 벵엔 마을의 오래된 교회당.
# 스핑스 전망대~알파인 센세이션~얼음궁전~고원지대의 아름다운 동화나라 체험
스핑스 전망대는 해발 3571m에 건설된 유럽 최고의 전망대로 초고속 엘리베이터로 수백m를 27초 만에 올라간다. 이곳 테라스에서는 360도 각 방향으로 알프스의 전경을 볼 수 있다.
특히 알프스에서 가장 긴 알레치 빙하(길이 22㎞)를 내려다볼 수 있다. 알레치 빙하는 2002년 유네스코(UNESCO·유엔교육과학문화기구) 총회에서 융프라우와 함께 알프스 산맥 최초로 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된 곳이다.
알파인 센세이션은 융프라우 산악철도 건설 100주년을 맞아 올해 3월30일 개관했다. 황홀하고 독특한 영상 이미지들, 빛과 음악이 연출하는 알파인 센세이션은 융프라우 지역의 과거와 현재의 관광 변화상, 구에르첼러의 상상력과 개척정신 등 산악철도 건설에 쏟은 스위스인들의 꿈과 노력을 한눈에 볼 수 있도록 꾸며졌다.
알레치 빙하 30m 아래에 아치형 지붕과 으리으리한 기둥으로 건설된 얼음궁전에는 희미한 불빛 아래 각종 동물과 인물상 등 얼음조각이 전시돼 있다. 얼음궁전은 1년에 50㎝씩 움직이기 때문에 빙하 전문가가 정기적으로 보수해야 한다.
방문객들의 체온이 얼음을 녹이므로 동굴은 영하 2도 정도로 일정하게 유지되고 있다. 또한 방문객으로부터 발생하는 온기는 동굴 속 건물 난방에 사용해 에너지 비용을 최소화한다고 한다.
고원지대에 서면 발아래로는 알레치 빙하, 위로는 융프라우봉이 신비롭게 눈앞에 펼쳐진다. 이곳은 날씨 변화가 심해 알레치 빙하와 융프라우봉을 보기가 쉽지 않다. 잠깐 보여주었다가도 순식간에 구름에 휩싸이기 때문이다. 밖으로 나가려면 강풍이 불고 추워 방한복을 입어야 한다.
이곳에서 뛰거나 빨리 걷는 것은 위험하다. 갑자기 숨이 차고 두통, 현기증이 일어날 수 있다. 심장 질환자, 고혈압 환자, 고령의 관광객은 고산증이 나타날 수 있으므로 반드시 비상약 등을 준비해야 한다.동굴 속에는 유럽 최고 높이의 4개의 다양한 레스토랑과 카페테리아, 기념품 가게 등 편의시설이 갖춰져 있다.
▲융프라우봉을 배경으로 강렬한 햇살이 내리쬐는 설원에서 펼쳐진 인기 가수 콘서트.
# 광활한 설원에서 환상의 스키와 썰매타기, 하이킹
휴일 인터라켄 거리나 각 역에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로봇걸음을 걷는다. 모두 스키화를 신었기 때문이다. 스키 천국인 이곳에서는 누구나 사철 스키를 즐길 수 있다. 사람들이 많이 찾는 클라이네 샤이데크와 피르스트 지역은 곳곳에서 곤돌라가 운행한다. 역 근처 마을에서부터 곤돌라가 설치돼 있어 스키 타기가 매우 편리하다.
열차를 타고 역에서 내려 곤돌라를 타도 되고, 클라이네 샤이데크까지 올라가서 스키를 즐길 수도 있다. 융프라우 지역의 스키 슬로프 총길이는 200㎞에 달한다고 한다. 워낙 슬로프가 길고 많아 사람끼리 부딪칠 일은 거의 없다.
본격적인 산악열차가 시작되는 클라이네 샤이데크에는 관광객과 스키어들이 많은데, 맑은 날씨에는 반팔과 방한복을 입은 사람이 섞여 있는 진풍경을 볼 수 있다. 햇살이 워낙 강해 양지에는 반팔, 음지에는 방한복 차림이다. 이 때문에 이곳을 관광하려면 방한복과 선글라스, 챙 있는 모자, 선크림 등을 준비해야 한다.
스키를 타지 못하는 사람은 눈썰매와 하이킹을 즐길 수 있다. 16㎞나 이어지는 눈썰매 코스도 있다. 이 코스는 계속 눈썰매를 타고 내려가는 것이 아니라 평지가 나오면 걷다가 내리막길이 나오면 눈썰매를 타고 질주한다.
눈썰매와 트레킹을 함께 즐기는 셈이다. 눈썰매를 탈 때는 신발과 옷을 빌리는 것이 좋지만 밑창이 두꺼운 등산화나 방수 등산복 차림도 무방하다. 단 운동화나 청바지는 피해야 한다. 눈썰매 코스도 급경사나 커브 지역이 많으므로 간단한 교육과 연습이 필요하다.
하이킹은 겨울에도 즐길 수 있지만 날씨가 풀려 들꽃이 필 때가 더 좋다. 그린델발트에서 피르스트 구간이 추천할 만한 대표적인 하이킹 코스다. 피르스트에서 더 올라가면 바흐알프 호수가 나온다. 맑은 날 알프스의 영봉들이 물위에 비치는 풍경이 더없이 신비롭다.
피르스트에서 내려올 때는 슈렉펠트까지 플라이어를 타면 짜릿한 쾌감을 맛볼 수 있다. 안전 장구를 갖춘 후 케이블에 매달려 바람을 가르며 날아간다.
날씨가 따뜻해지면 보어트에서 그린델발트까지 푸른 초원을 바이크로 내달릴 수 있다. 피르스트에는 알프스의 설봉들이 눈앞에 펼쳐지는 테라스에서 간단한 음식과 차를 마시며 일광욕을 즐길 수 있는 휴게소도 있다.
스키대여료(장비 및 리프트 비용 포함)는 35스위스프랑(약 4만3000원), 눈썰매는 15스위스프랑, 플라이어는 20스위스프랑 정도다. 세 가지를 모두 이용할 수 있는 1일 패스는 45스위스프랑으로 이곳 물가를 감안하면 비교적 싼 편이다. 어린이 요금은 성인의 60~70% 정도.
# 운치 있는 전통 마을과 전원도시 인터라켄
여행 중 관광지만 둘러보는 것은 반쪽 여행이 될 수 있다. 현지 주민들의 생활상과 문화를 조금이라도 이해하려면 도시나 마을을 둘러보는 게 좋다. 거리를 거닐다 보면 스위스인들의 관습, 문화를 짐작할 수 있는 광경이 목격되기도 한다.
건물 리모델링 공사장에서 젊은 여성들이 높은 사다리에 올라 천장에 페인트 칠을 하는 모습, 초등학교 고학년 정도의 미소년이 공사장에서 일을 도와주는 모습에서 스위스인의 직업의식을 짐작할 수 있다. 아침 일찍 움직이는 모습에서는 성실함과 근면성을 엿볼 수 있다. 제복 입은 경찰을 보기 힘든 것도 스위스인들의 준법 수준을 가늠하게 한다.
열차를 타고 융프라우에 가는 도중에 벵엔이나 그린델발트역 등에 내려 고즈넉하고 운치 있는 알프스 전통 마을을 둘러보는 것도 추천할 만하다. 아름다운 알프스 설봉과 고딕 양식의 오래된 교회당을 배경으로 벤치에 앉아 찍는 사진은 한 장의 멋진 그림엽서가 된다.
인터라켄은 반드시 둘러봐야 할 아름다운 도시다. 볼거리, 즐길거리가 꽤 많다. 잔디밭 위 융프라우 설산 사이로 행글라이드가 날고 곳곳에는 공원이 조성돼 있다. 도시 양옆으로는 드넓은 코발트색 호수가 도시의 정취를 더해 준다.
특히 푸니쿨라(레일 위의 차량을 케이블로 끌어올리는 케이블카의 일종)를 타고 하더쿨룸까지 올라가면 유리 전망대에서 환상적인 인터라켄의 전경을 만끽할 수 있다.
시가지와 호수, 아이거·묀히·융프라우봉이 눈앞에 펼쳐져 저절로 탄성을 자아내게 한다. 인터라켄의 미운 오리새끼(유일한 현대식 고층 건물)인 메트로폴레 호텔 스카이라운지에서 바라보는 호수 주변 경치도 그림 같다. 그 외에 카지노와 유람선, 민속공연, 거리의 마차 등 즐길거리가 많다.
# 인터라켄 교통편
인천공항에서 루프트한자항공 등을 이용해 독일 뮌헨이나 프랑크푸르트 공항까지 간 다음 항공기를 바꿔 타고 취리히 공항까지 가는 방법과, 대한항공 편으로 오스트리아 빈을 경유해 취리히로 가는 방법 등이 있다. 취리히 공항에서 바로 열차를 타고 인터라켄으로 갈 수 있다.
# 잠잘 곳
5성급인 빅토리아 호텔부터 4성급 메트로폴레 호텔, 그 외 3~4성급 호텔이 많다. 대부분의 호텔이 유럽풍의 고풍스러운 건물이고, 건물 옆에는 잔디와 공원들이 조성돼 있다. 특히 인터라켄오스트역 옆에 짓고 있는 유스호스텔이 오는 5월 완공되면 적은 비용으로 숙식을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 먹을거리
스위스 음식은 짜게 먹기로 유명한 한국인들도 먹기 거북할 정도로 짠 편이다. 스위스 전통 요리로는 치즈를 녹여 감자·양파·피클 등을 찍어 먹는 라클레트, 치즈·백포도주·옥수수 녹말을 넣고 가열한 후 빵을 찍어 먹는 치즈 퐁듀, 얇게 썬 감자를 프라이팬에서 익혀 햄·치즈·계란프라이·베이컨 등과 함께 먹는 로슈티 등이 대표적이다.
# 쇼핑거리
인터라켄 시내에는 관광객을 위한 기념품 가게가 많다. 특히 스위스의 대표적인 것이 시계인 만큼 시계 매장이 즐비하다. 한창 리모델링 중인 한 시계 매장은 100여개 고급 브랜드가 입점할 예정이라고 한다. 그 외에 초콜릿·스위스 군용칼(일명 맥가이버칼)·등산용품·자수제품·악기 등이 유명하다. 물가는 선진국답게 비싼 편이고, 스위스프랑이나 카드로 결제하면 된다. 환전은 은행·기차역·호텔·공항 등에서 할 수 있다.
'■서유럽********국가들 > ⊙스위스*****기행'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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