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키나와현
전쟁의 아픔을 간직한 일본의 제주 아와모리 한잔 걸처 볼까
오키나와의 주요 관문인 나하 공항을 나서면 가까이 미군기지로부터 들리는 요란한 전투기와 헬기 소리에 진동하는 디젤유 냄새가 코를 찌르다. ‘일본의 제주도’로 불리는 유명 휴양지면서, 한편으로는 점령군이 여전히 깃발을 휘날리는 곳이 오키나와다.
미국의 보복이 두려워 수천의 오키나와 주민이 절벽으로 몸을 던진 곳은 관광지가 됐고, 전쟁의 참혹함을
잊지 않고자 위령탑과 기념관이 세워졌다. 그곳에는 일본에 의해 강제 징용되어 끝내 고향땅을 밟아보지 못한 1만 여명의 한국인들을 위한 거대한위령탑과 돌로 쌓은 봉분이 입구에 서 있다.
한 맺힌 헌사와 한국땅 곳곳에서 가져온 돌로 쌓은 봉분의 절절한 사연이 눈이 부시게 파란 하늘과 바다에 접해 있어 더욱 처연하다. 많은 일본인 학생들이 견학을 와 있는 가운데, 휴가 나온 미군들이 한 공간에 와 있는 모습은 점령당했던 나라의 국민에게 여러 생각이 들게 한다.
▲원본출처 / naver 백과
대중교통이 발달하지 못한 오키나와는 제주도처럼 렌터카를 이용하는 것이 편리하다. 본토에 비해 가격이 저렴해서
부담되는 수준은 아니다. 차를 빌린 김에 오키나와에서의 첫 끼는 나하 시내가 아닌 본 섬 남단에 유명 국수집으로 정했다. 그 전에 간단히 튀김을 먹기로 했는데 걸어서 3분, 차로 1분도 걸리지 않는 가까운 거리였다.
본섬과 다리로 연결된 아주 작은 섬 초입에 위치한 튀김집은 작고 허름한 외관과 달리 시간을 들여 가볼 만 한 곳이었다. 튀긴 지 시간이 지났음에도 튀김옷이 얇아서 눅진하지 않아 약간의 소금이나 간장에 찍어 먹으면 그 맛이 일품이다.
튀김의 주재료는 오키나와에서 잡히는 생선과 오징어 등으로 매우 신선하다. 분명 생선 튀김임에도 닭고기나 돼지고기 같은 육 고기 특유의 쫀득한 식감은 시간이 지난 후에도 잊을 수 없었다.
튀김 하나에 평균 65엔 정도. 아주 작은 바닷가 마을 한편에 튀김 가게의 맛이라고는 믿겨지지 않는, 가격을 무시하는 맛은 2대째를 내려오는 일본 특유의 장인 정신 덕이다. 이미 소문을 들은 한국인 관광객이 많이 찾아와 걸핏하면 줄을 서야 하는 곳이다.
본 섬 쪽으로 다리만 건너면 연예인들과 유명 인사들이 많이 찾는 오키나와식 국수집이 있다. 바닷가를 바라보면 야외에서 식사할 수 있는 작은 마당에서 식사하는 호사는 가격으로 환산이 불가능하다.톳을 국수처럼 먹을 수 있고 기본 찬처럼 튀겨서도 준다.
국수가 기막히게 맛있는 건 아니지만 직접 저린 생강채, 작은 푸딩 등 속임수가 없는 소박함과 엄청난 크기의 차슈가 더해져 부족함이 없다.
오키나와의 명물(명물) 아와모리 소주에 이 지역 고추를 넣어 담근 명품 소스도 놓쳐서는 안 된다. 한 두 방울만 찍어 먹어도 대단히 짜릿하게 강렬하다. 약간은 느끼한 국물과 차슈에 아주 살짝 이 소스를 부으면 국물이 개운해 지고 동시에 고기의 풍미가 살아난다. 소스를 붇기 전과 후가 완전히 다른 음식처럼 느껴질 정도다. 그렇지만 맛있다고 많이 부어서는 곤란하다. 본바탕은 술이기에 차를 몰고 왔다가 한동안 떠나지 못하게 될 수 있다.
오키나와는 어디를 가나 아와모리를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유명 식당은 물론이고 이자카야나, 호텔, 리조트 등 사람이 모이는 곳이라면 어디에나 아와모리 소주를 판매한다.
편의점에도 아와모리 소주 코너가 별도로 마련되어 있다. 오키나와의 번화가인 나하 시 내 유명 이자카야에는 손님들이 마시다 맡겨두고 간 아와모리가 한쪽 벽을 가득 채우고도 모자라 입구까지 촘촘히 놓여 있었다.
여행지를 찾은 관광객들은 편의점이나 숙소에서 손쉽게 아와모리를 접하고 즐길 수 있어서 좋아하는 사람들과 함께 아와모리를 즐긴 추억을 가지고 돌아가 어느새 아와모리의 팬이 되는 것이다.
특유의 제조법 덕분에 초보자들은 자칫 힘겹게 느껴질 수 있을 만큼 진하고 거친 맛을 내기도 한다. 최근에는 알코올 도수를 30도, 25도로 낮춘 아와모리가 등장해 인기를 끌고 있다.
또 42개에 달하는 양조장에서 각기 다른 제조법과 효모를 사용하는 등 개성 넘치는 아와모리가 끝임 없이 만들어져 술 애호가들은 물론 처음 아와모리를 찾는 사람들도 지루할 틈이 없다.
단체 관광객이 많이 찾는 츄코쿠라(忠孝蔵)나 헤리오스양조(ヘリオス酒造) 등이 규모가 가장 큰 곳들임에도 1950년도 이후라 고작 70여년 밖에 되지 않는다.
100~200년 역사가 흔한 일본에서는 무척 신생인 편이다. 아와모리의 역사는 15세기 무렵 류큐 왕조까지 거슬러 올라갈 만큼 길지만, 산업화의 역사는 그만큼 짧다는 의미다.
오키나와는 산업이 전무하고 관광업이 가장 큰 수입원으로 제주도와 흡사하다. 다른 점이 있다면 바로 아와모리 소주다.
중앙 정부와 지자체의 전폭적인 지원아래 비교적 짧은 기간에 국내외에 폭 넓은 마니아층을 형성하는 등 오키나와를 대표하는 상품이 되었다. 아와모리를 비롯해 오키나와 역사에 대해 궁금하다면 나하 시 중심부에 위치한 박물관을 꼭 들려보기 바란다.
주요 관광지인 수리성을 본 딴 격조 높은 디자인으로 화려한 수상경력을 자랑하는 곳이면서 오키나와의 과거와 현재가 잘 정리되어 있다. 한국어 음성 안내를 지원해일본어를 몰라도 괜찮다.
오키나와는 대만이나 필리핀과 비슷한 위도에 놓여있어 여름이면 굉장히 덥고 습하다. 일본이지만 남국의 정취를 담뿍 느낄 수 있는 재료들이 가득해 해산물을 중심으로 색다른 요리들을 담뿍 맛볼 수 있다.
아와모리는 이 지역 음식과 무척 궁합이 좋다. 원주로 마시려면 간이 강하게 벤 오징어 구이나 어묵, 바비큐와 무척 잘 어울린다. 여럿이 오래 즐기려면 물과 1:1 비율로 섞어 얼음을 넣어 마시면 마치 사케 같은 부드러운 풍미가 나며 초밥과 조합이 좋다.
‘출처 / chosun.com / 글.사진 트레불조선 안병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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