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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ㅡ골드 코스트(Gold Coast)ㅡ중력을 잊은 고요한 하늘의 품...눈 앞에 파라다이스가 나타났다

by 삼수갑산 2021. 9. 1.

골드 코스트ㅡ중력을 잊은 고요한 하늘의 품...눈 앞에 파라다이스가 나타났다

▲아침 안개를 살포시 두른 호주의 한적한 마을. 시원하게 펼쳐지는 포도밭과 울창한 열대우림,

그리고 멀리 황금빛 해안선까지 조망할 수 있는 열기구는 골드코스트 방문자들의 필수 체험 코스다.

 

서퍼스 파라다이스(Surfers Paradise). 서핑을 안 하는 사람에게도 설레는 이름이다. 작명 감각으로 치면, 덴마크령인 그린란드와 맞먹는다. 둘 다 뚜렷한 환상을 불러일으킨다. 하지만 익히 알려졌듯, ‘푸른 땅’이라는 뜻이 무색하게 그린란드는 두꺼운 얼음판과 눈으로 덮여 있고, 숲도 없다.

 

어쩌면 세상에서 가장 푸르지 않은 장소다. 반면, 서퍼스 파라다이스는 상상과 현실이 똑같다. 금빛 모래밭이 펼쳐지고, 파도가 높고 길어 전 세계 서퍼들이 몰려든다. 말 그대로 ‘천국’. 이보다 더 잘 지은 해변 이름이 또 있을까.

호주는 가까운 듯 멀고, 먼 듯 가깝다. 비행기로 8시간. 유럽에 가는 것과 큰 차이가 없는데 시차는 1시간에 불과해서다. 연간 한국인 방문객은 23만 명으로 전체 9위이고, 그들이 쓰고 가는 돈은 6번째 규모다.

 

특히, 서퍼스 파라다이스가 있는 호주 동부 해안 골드코스트는 신혼 여행지로 인기가 높다. 이 해안은 남동쪽으로 70km가량 이어지며, 이름처럼 금빛으로 반짝인다.

바다를 마주한 고층 건물들은 전 세계 체인을 가진 고급 리조트와 호텔, 전망대로 유명한 Q1(322m) 빌딩, 24시간 문을 닫지 않는 주피터 카지노, 입구에 한국어로 ‘안녕하세요’가 쓰여 있는 복합 쇼핑몰 등으로 국제적인 휴양도시로서의 면모를 보여준다.

 

지금 호주엔 윌리윌리가 분다. 원주민 말로 여름에서 가을 사이에 부는 약한 회오리바람이다. 익숙함을 벗어나, 보다 긍정적인 풍경에서 힘을 얻는 게 여행이라면, 남반구는 이를 200% 충족시킨다. 계절의 역행, 그것부터 새로우니까.

# 그 해변이 유명해진 건 이름을 바꿨기 때문

골드코스트는 사실 1920∼1930년대에만 해도 평범한(약간 지저분한) 바다 마을에 불과했다. 이곳이 남반구의 마이애미(골드코스트에도 실제로 마이애미란 비치가 있다)로 부상하기 시작한 건 1940∼1950년대. 이 지역의 재력가들이 ‘엘스턴’이란 무미건조한 이름을 서퍼스 파라다이스로 바꿔놓은 후부터다.

 

즉, 지도 위에 서퍼스 파라다이스가 등장한 건 아주 우연스럽고 운명과도 같은 일이라는 것. 당시 호주는 서핑이 인기를 끌기 시작했고, 미국과 캐나다에 이어 세계에서 3번째로 부유한 나라가 돼가고 있었다. 개명(改名)은 ‘신의 한 수’였다.

 

70㎞(테마파크 중심인 북부를 제외하면 약 50㎞)에 이르는 골드코스트 해안은 ‘서퍼’가 주는 트렌디하지만 한정적인 이미지보다 훨씬 다채롭다. 예컨대, 유명 서핑 브랜드(대부분 호주 태생)의 래시가드(수상 레저 활동 시 피부를 보호하는 상의)를 입었거나, 비키니 몸매로 일광욕을 즐기는 여인들,

 

구릿빛 근육질 상체를 드러내고 해변을 활보하거나 보드를 들고 바다로 뛰어드는 남성들뿐 아니라, 간이 의자를 펴고 책을 읽는 중년 부인, 모래성을 쌓는 아빠와 아이, 바지를 걷어 올리고 걷기만 하는 사람들(이들 중엔 유난히 한국·중국인이 많다)도 많다.

 

이런 풍경은 골드코스트 중·남부 해변을 따라 계속된다. 브로드 비치, 마이애미, 벌리 헤즈, 키라, 쿨랑가타 등 그 옛날, 이름만 잘 지었어도 어쩌면 서퍼스 파라다이스보다 훨씬 유명해졌을 해변들 말이다.

# ‘환상’을 걷어낸 진짜 호주

오시(Aussie·호주인을 일컫는 말)들은 한결같이 “진정한 호주의 해안문화를 접하고 싶다면, 남쪽으로 내려가라”고 조언했다. 남반구의 플로리다(미국인들이 주로 그렇게 부른다)는 카페와 레스토랑이 즐비한 벌리 헤즈에서 끝난다. 그 아래로는 마냥 평화로워 보이는 해안 마을이 나타난다. 약간 촌스럽지만, ‘환상’을 걷어낸 진짜 호주다.

키라는 미국 드라마 ‘SOS 해상 구조대’로 잘 알려진 배우이자 서핑 슈퍼스타 켈리 슬레이터가 가장 좋아하는 서핑 장소로 유명하다. 부기 보드(누워서 타는 서핑)가 시시하다면 키라에서 배럴(파도 경사가 매우 급할 때 안쪽에 생기는 동그란 공간)을 이용해 파도를 타는 기술 좋은 서퍼들을 감상하자.

 

혀를 내두르게 된다. 쿨랑가타는 1960∼1970년대에서 시간이 멈췄다. 클래식 캠핑카, 복고풍 건물과 간판 등 개발 열풍이 불던 그 시절 풍경이 고스란히 남아있어 호주식 고전 서핑 문화를 체험할 수 있다. ‘어벤저스’와 ‘토르’ 시리즈로 유명한 호주출신 배우 크리스 햄스워스가 추천하는 ‘비밀 명소’이기도 하다.

참고로, 호주정부관광청 글로벌 홍보대사인 햄스워스가 자주가는 해변은 쿨랑가타(퀸즐랜드주)를 비롯해 필립 아일랜드 케이프 울라마이, 케이프 샹크, 말라쿠타(이상 빅토리아주), 바이런 베이 줄리언 록스(뉴사우스웨일스주) 등이다.

 

그런데 케이프 샹크가 위치한 모닝턴 반도는 1967년 12월 17일 호주 총리였던 해럴드 에드워드 홀트가 수영을 하러 나섰다가 실종된 지역(다행히 그가 헤엄친 곳과는 상당한 거리가 있다)이다.

햄스워스는 케이프 샹크를 이렇게 묘사한다. “자연 그대로의 울퉁불퉁한 바위와 거칠고 정리되지 않은 해안선. 다른 어디에서도 경험하기 힘든 야생 서핑을 할 수 있다.” 홀트는 소용돌이 속으로 순식간에 가라앉았다고 한다. 엿새간 대대적인 수색이 이뤄졌지만 시신은 끝내 발견되지 않았다.

# 아무 일도 없을 것 같은 호주의 별난일들

홀트 전 총리의 실종엔 (호주인들은 큰 관심이 없는) 뒷이야기가 좀 있다. 우익 성향인 그는 당시 미국의 베트남 정책을 지지하다가 격렬한 데모에 부딪혀야만 했다. 또, 그가 속한 자유당에서 그를 제거하려는 움직임도 있었는데, 총리로 지내는 2년간 그의 정당이 두 번이나 보궐 선거에서 졌기 때문이다.

 

혹자는 홀트가 바다에서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고 말한다. 중국 스파이 설도 제기됐다. 실종 15년 후, 영국 언론인 안토니 그레이는 ‘총리는 스파이였다’는 저서를 통해 “홀트는 익사한 게 아니라 헤엄을 쳐 중국 잠수함을 타고 떠났다”고 주장해 파문이 일기도 했다.

정작 호주인들은 총리의 익사를 매우 자연스럽게 받아들인다. 격랑에 휩쓸렸거나, 상어에게 잡아먹혔을 거라는 것. 아니면, 그 둘이 순차 적으로 일어났거나. 호주의 바다에선 이런 일이 심심치 않게 일어난다. 격랑과 상어(때론 해파리도 위험하다)는 서핑과 수영을 즐기는 기쁨 뒤에 도사린 위협이다.

 

하지만 해안 어디에서든 볼 수 있는 깃발 색만 잘 숙지하면, 홀트처럼 사라지는 일은 없다. 빨강+노랑은 안전요원이 있는 수영 가능 지역, 빨강은 해변 사용 금지, 파랑은 서핑지역, 노랑은 위험요인이 있다는 뜻이며, 빨강+하양 바둑판무늬는 긴급대피를 의미한다. 홀트가 입수한 셰비엇 비치는 그때나 지금이나 일반에 개방되지 않는다.

# 탬버린산에서의 협곡비행

서핑뿐 아니라, 사실 골드코스트에서 시간을 보내는 방법을 가까이 들여다보면, 대부분 위험한 형상을 띠고 있다. 서퍼스 파라다이스에서 서쪽으로 30분 정도만 차를 몰면 힌터랜드(내륙)가 나오는데, 인근에 바다가 있을 거라곤 도무지 상상이 안 갈 정도로 열대우림이 우겨졌다.

이곳에선 주로 나무와 나무 사이를 ‘나는’ 일이 벌어진다. 파도타기만큼이나 아찔한 스릴감을 선사한다. 남미나 동남아에 흔한 캐노피 워크, 일명 출렁다리 걷기와는 다르다. 집라인을 의지하고 최소 60m 이상 높은 곳에서 시속 70㎞로 날수 있다.

 

보통 ‘캐니언 플라이어’(Canyon flyer·협곡 비행)라고 부르는데, 정확한 번역을 위해 검색했더니 “캐니언 플라이어는 호주 골드코스트에서 가장 위험한 극강의 놀이기구 입니다”라는 문구가 가장 먼저 뜬다.

숙련된 안전 요원들은 더 빨리 나는 법, 공포심을 느낄 때 브레이크를 거는 법, 도중에 멈췄을 때의 요령, 뒤로 다시 돌아가게 되는 황당한 경우(정말로 발생한다)에 대해서 설명해 준다. 대개 이런 식이다.

 

“당황하지 말고 주변 풍경을 즐겨, 발 밑도 보고, 새 소리도 좀 들으라고. 곧 우리가 데리러 갈 테니.” 다양한 높낮이에 따른 7∼10번의 협곡 비행은 보통 3시간 정도 걸린다. 몸이 공중에서 익숙해질 때면 참가자들은 저마다의 개성을 살려 ‘난다’. 슈퍼맨 흉내를 내고, 뒤를 보고 날기도 하고, 한 바퀴 재주를 넘기도 하며.

골드코스트의 익스트림 스포츠는 약간 거리를 두고 보면, 평화롭게 느껴지기도 한다. 자연이 만들어낸 기분 좋은 거짓말이다. 햇살이 부서지는 파도와 한몸이 되거나(서핑), 울창한 나무 숲에서 한 마리 새가 된 (협곡비행) 사람들은 호주에 캥거루와 코알라가 산다는 사실만큼이나 무척 자연스러워 보인다.

 

이 ‘신기루’를 완성하는 건 열기구다. 골드코스트의 리조트와 호텔에선 매일 아침 호주 하늘에 오르려는 관광객들이 로비를 서성대는 것을 볼 수 있다.

# 하늘에서 본 금빛도시

픽업 차량은 깜깜한 오전 4시30분에 도착했다. 해가 뜨기 전에 이륙 장소에 다다라야 한다. 계절에 따라 차이가 있으나, 골드코스트의 일출은 비교적 빠르다. 18인승 봉고는 운전석 옆 좌석까지 꽉 채워 떠났다. 전날 밤은 설?지만, 막상 당일이 되니 긴장했는지 안내 방송에 집중한다.

 

“세상에서 가장 안전한 호주 열기구”에 대한 자랑과 함께 이·착륙 안전 수칙이 영어로 방송된다. 미처 BGM(영어 방송에 흐르던 배경음악)을 삽입하지 못한 쩌렁쩌렁한 한국어 안내가 나오자 14명(한국인 4명 제외)이 동시에 눈을 감는다.

가스 연소 장치가 여러 차례 소란스러운 소리를 냈다 멈추기를 반복했다. 기구가 들썩거리더니 이윽고 중력을 떼어냈다. 8시간이 넘게 비행기를 타고 호주에 왔는데, 50분짜리 열기구 비행이 더 무섭다는 게 아이러니다. 자유 낙하가 시작된다면, 비행기나 열기구나 대책이 없기는 마찬가지인데. 해가 뜨기 시작한다.

 

주변 기구들이 커졌다 작아졌다 한다. 탬버린 산봉이 옅은 안개에 싸여 신비롭게 펼쳐진다. 온통 미색으로 반짝이는 저편은 동쪽 해안. 손톱만 한 나무 그림자가 강렬한 빛을 받아 선명하게 검다. 조종사는 하늘의 고요함을 느껴보라며, 작동을 잠시 멈춘다. 연소 소리가 잦아드니, 반대로 공포가 커진다.

 

가을에 자주 분다는 회오리라도 만나는 건 아닐까. ‘떨어지면 끝이겠군.’ 몇 해 전 터키에서 열기구를 타고 여자친구에게 청혼을 했다는 누군가가 기억이 났다. 공포심이 극에 달한 순간에 반지를 내밀면 거절할 수가 없다면서. 생각이 여기에 미치는데, 뒤에 있던 한 중국인 커플이 사진을 찍어 달라고 해 (대충) 찍어줬다. “잘 안 나왔는걸.” 다시 카메라를 내민다. 회오리가 한차례 불어줬으면.

호주의 열기구가 안전하다는 건 근거 없는 자신감은 아니다. 아무리 성수기가 되어도 동시에 많은 기구를 띄우진 않는다. 수십 개의 열기구가 하늘을 가득 채운 터키 카파도키아 사진은 유명하다.

 

하지만 기구 충돌 사고가 종종 일어나는 이유이기도 하다. 착륙 후엔 탑승원 전원이 함께 풍선을 정리한다. 손님 입장에선 부당해 보이지만, 빨리 정리해야 빨리 아침을 먹으러 간다. 물론, 이럴 때 꼭 혼자 노는 사람도 있다.

# 산장에서의 하룻밤…바다는 이미 잊었다

열기구 투어 후엔 보통 오레일리 와이너리에서 아침을 먹는다. 오레일리 집안은 골드코스트, 아니 호주에서 꽤 유명하다. 마운틴 탬버린 인근에 방대한 땅을 소유하고 있는데, 와이너리뿐 아니라 온 가족이 함께 근사한 산장을 운영한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레밍턴 국립공원 내에 자리한 오레일리 리조트는 1926년에 세워졌다.

 

낭만적인 통나무 객실부터, 독채로 된 프라이빗 별장까지 선택의 폭이 넓다. 골드코스트 남부에서 차로 약 30분. 레밍턴 국립공원에는 200여 종류의 새, 500여 개의 폭포, 그리고 160㎞에 이르는 트레킹 코스가 있다. 산장에 머물면 이른 아침 숲 속의 새를 관찰할 수 있는 ‘얼리 버드 워크’가 무료다.

 

▲ 언덕에서 내려다본 마이애미 비치.

 

와이너리에서 느긋한 식사를 마치고 산장에 도착했다. 산장의 프로젝트 매니저 제인 오레일리는 “서두르라”고 했다. 나무 냄새가 나는 가구와 바닥, 탁 트인 전경, 그리고 폭신한 침대의 유혹이 충만한 방에서 빠져나와 제일 먼저 도착한 곳은 산장 인근의 선셋(일몰) 포인트. 붉은 하늘은 점차 보랏빛을 띠더니 이윽고 검푸른 숲과 하나가 됐다.

 

선셋을 감상한 장소는 문라이트 크랙(달빛 바위)이라고 불린다. 일몰보다 낭만적인 이름. 제인은 다시 서둘렀다. “또 다른 빛이 기다리고 있어.” 반딧불이 투어다. 오후 5시 30분을 약간 넘긴 시간인데, 이미 주위는 암흑. 스르륵 뭔가 다리를 스친 것 같아 소스라친다.

 

눈 좋은 누군가 “왈라비야”라고 한다. 왈라비였기를 바란다. 산장 뒤로 올라가니 반딧불이 세상이 나타난다. 푸른 빛과 개울 소리가 묘한 공감각을 일으킨다. 밤하늘엔 반딧불이보다 촘촘하게 별이 떴다. 번화한(적어도 중부는 그렇다) 골드코스트 해안으로 돌아가기가 싫다. 약간의 아쉬움을 남기는 게 여행의 맛이지만, 하룻밤은 너무 아쉽다.

# 다음 여행은 쿨랑가타 비치에서

1 시드니와 퍼스를 잇는 4370㎞의 인디언퍼시픽 2 세계에서 가장 파도가 긴 쿨랑가타 비치 3 시드니 하버 브리지 오르기.

다음 행선지를 적어두었다. 계획은 이렇다. 2번에서 시작한다. 골드코스트 남부 쿨랑가타 비치에서 서핑을 실컷 즐긴 후, 퍼시픽 고속도로를 따라 시드니로 내려간다. 축소된 지도만 놓고 보면, 서울에서 부산 정도 거리일 거라는 착각이 들지만, 이틀을 꼬박 운전해야 도달한다고 한다.

 

도중에 만나는 해변에서 어슬렁 거리다 보면 아마 5일 정도 걸릴 것 같다. 시드니에 도착해 (체력이 허락한다면) 3번을 시행한다. ‘브리지 클라임’이다. 하버 브리지에 올라 시드니를 360도 조망하는 스릴 넘치는 전망대인 셈인데, 오페라 하우스와 하버 브리지로 대표되는 시드니의 아름다운 풍경에 끼어들고 싶은 이유가 크다.

그리고 아주 느긋하게 기차에 오른다. 1번이다. 약 72시간(중간에 어디에도 내리지 않는다면) ‘멍’ 때리며 호주 남부를 횡단한다. 풍경은 그리 대단한 게 아니다. 기차는 40∼50도에 이르는 호주의 오지(흔히 아웃백이라 한다)를 지나며, 붉은 사막과 마른 나무를 듬성듬성 보여줄 뿐이다.

 

하지만 미국의 여행작가 빌 브라이슨은 ‘대단한 호주 여행기’(RHK)에서 인디언퍼시픽을 “남반구 철도의 여왕”이라 치켜세운다. 그러면서 이 여행이 특별한 이유에 대해 “어마어마한 거리는 물론 그 거리에 펼쳐진 엄청난 황무지 때문”이라며 “그 거리를 가늠할 수 있는 방법은 육로로 그 대륙을 횡단하는 것뿐”이라고 밝힌다.

 

다시 내려올 산에 힘들게 오르는 걸 이해 못 하는 사람도 있고, 사흘을 기차에서 지내는 걸 끔찍하게 여길 사람도 있다. 브라이슨은 기차 여행의 매력을 그럴듯하게 묘사한다. “80대의 삶을 예습할 기회를 얻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노인들이 즐기는 것처럼 보이는 모든 일(하릴없이 창문 밖 바라보기, 좌석에 앉아 졸기)이 매우 소중한 의미로 다가왔다. 그것이 인생이다!”라고.

 

▲ 탬버린산에 오른 사람들.

 

세계 어느 도시에 가든 관광객이 의무적으로 행하는 ‘식상한’ 놀이가 몇 가지 있다. 우선, 야경 감상. 호주에서 가장 높은 빌딩이 골드코스트에 있다. 서퍼스 파라다이스를 비롯한 골드코스트 해안이 내려다보이는 Q1빌딩엔 스카이 포인트 전망대가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 서핑(바다)과 협곡비행(산), 그리고 열기구(하늘)까지 섭렵한 익스트림 어드벤처(극한 모험) 중독자의 가슴을 다시 뛰게 하는 건 유리 벽 등반(호주에는 이런 종류의 체험이 굉장히 많다)일 터. 전망대 안이나 밖이나 골드코스트의 풍경은 그대로지만, 보는 이의 눈과 심장은 완전히 바뀐다. 300m 높이의 유리 벽에 기대어 서서 점처럼 꼬물거리는 지상을 관찰해보자.

Q1 빌딩은 총 322m로, 굳이 이름 난 다른 건물들과 비교하자면, 미국의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보다 약간 낮은 정도다. 또, 두바이의 부르즈 알 아랍, 파리의 에펠탑과 거의 비슷한 높이다. Q1 빌딩에서 야경을 감상한 후엔, 골드코스트에서 요즘 가장 ‘핫’한 바 ‘스틴그레이’가 있는 QT(큐티)호텔로 간다.

 

이 호텔은 객실, 비품, 그리고 직원까지 ‘큐티(예쁜)’가 콘셉트다. 반신반의하며 직원에게 물었더니 “커렉트(맞다)”라며 웃는다. 1960년대 미국의 핀업걸을 연상케 하는 깜찍한 차림과 짙은 화장의 여직원들이 로비, 식당, 수영장, 심지어 엘리베이터까지 출몰한다. 너무 좋아하거나, 너무 놀라지도 말 것.

 

골드코스트를 즐기는 또 다른 방법은 카지노다. 밤새도록 주사위와 함께 돈이 돈다. 주피터 호텔 카지노는 골드코스트 사람들이 좋아하는 가슴이 쿵쾅거리는 ‘스릴’의 정점일지 모른다. 사실, 호주인들은 겉으로 보이는 이미지보다 훨씬 더 도박을 즐기는 편인데, 전 세계 1%도 안 되는 인구로, 해마다 110억 호주달러(약 9조5400억 원)를 소비한다고 알려졌다.

관광객 놀이의 끝은 쇼핑이다. 골드코스트에도 점차 에르메스와 프라다 등 유럽 럭셔리 브랜드와 디자이너 패션 부티크가 침투하는 중. 가격 적인 면에서 그다지 매력적이지는 않다. 하지만 중국과 한국 등 급속하게 성장하는 아시아 관광객을 겨냥해 대형 복합 쇼핑몰들이 계속 문을 열고 있다.

 

최근 브로드 비치 인근에 개장한 퍼시픽 페어는 130여 개 패션 상점, 의류, 소품 등 인기 브랜드가 가득한데, 앞으로 ‘스타일리스트와 함께 하는 쇼핑’이라는 VIP 프로그램을 론칭해 차별화할 예정. 속옷부터 화장품, 명품에 이르기까지, 스타일리스트가 맞춤형 쇼핑을 돕는다. 이 고객만을 위한 화장실과 이동통로, 피팅룸, 휴식 공간이 별도로 마련된다. 퍼시픽 페어는 시원한 야외 구조가 독특하니, 쇼핑이 아니더라도 잠시 들러 분위기를 느껴보는 것도 괜찮다.

‘메이드 인 오스트레일리아’ 상품을 만나려면 사실 대형 쇼핑몰보다는 노천 시장이 답이다. 쿠라와 공원에서 열리는 브로드 비치 예술 공예품 마켓(매월 첫째 셋째 일요일), 서퍼스 파라다이스 해변 마켓(매주 수·금요일 밤), 신선한 과일과 야채 등을 파는 페리 로드 마켓(상시), 지역 인디 디자이너들의 감각적인 제품이 즐비한 빌리지 마켓(매주 일요일, 장소를 바꿔가며 열리니 홈페이지(www.thevillagemarketsgc.com.au)참조) 등을 통해 골드코스트의 속살을 들여다볼 수 있다.

 

◆가는 방법

 

캐세이패시픽항공(cathaypacific.com/kr·1644-8003)이 인천∼홍콩∼브리즈번 항공편을 운항하고 있다. 

인천∼홍콩은 3시간30분(매일 5회), 홍콩∼브리즈번은 7시간30분(주 11회) 걸린다. 브리즈번에서 골드코스트까지 자동차로 한 시간 정도 걸린다.

서퍼스 파라다이스 등 주요 해변에서 가까운 곳에 QT(qtgoldcoast.com.au), 워터마크(watermarkhotelgoldcoast.com.au) 등 합리적인 가격대의 숙소들이 많다. 세계 최초의 패션 브랜드 호텔인 팔라초 베르사체(palazzoversace.com.au)는 장엄한 건축양식과 이탈리아풍 가구들로 색다른 분위기를 선사한다. 바다가 아닌 숲에서 휴식을 취하고 싶다면 오레일리 열대우림 산장(oreilly.com.au)이 제격이다.

출처 / 호주관광청. 퀸즐랜드주 관광청.골드코스트관광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