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진안(鎭安)
멋진 풍경에 건강까지...암수 봉우리 아래에 좋은 것 다 모았다
▲진안 마이산 자락 탑사. 조선 후기 이갑룡 처사가 30여 년 쌓았다는 80여 기의 돌탑에 둘러싸여 있다. ⓒ박준규
지역에선 대중교통으로 여행하는 것이 쉽지 않다. 구석구석 흩어진 관광지를 드물게 다니는 농어촌버스로 찾아간다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마이산도립공원은 그런 점에서 유리하다. 진안이 자랑하는 다양한 즐길 거리를 한 곳에 모아놓았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진안 원스톱 서비스’ 여행지다.
철도를 이용한다면 전주역 건너편 버스정류장에서 탑사(마이산 남부주차장)로 가는 농어촌버스(오전 9시 40분, 오후 12시, 6시 출발)를 타면 된다. 버스 이용객은 진안시외버스공용정류장에서 남부주차장(오전 9시 30분, 오후 1시 30분, 5시 20분 출발) 혹은 북부주차장(오전 7시 30분부터 9회 운행)으로 가는 농어촌버스를 타면 된다.
필자는 KTX를 타고 전주역에 내려 마이산 남부주차장까지 가는 농어촌버스를 이용했다. 현지에서는 마이산을 걷고 북부주차장으로 빠져나오는 코스를 선택했다.
누구나 쉬운 건강 산책, 마이산도립공원
마이산은 약 6,000~7,000만 년 전 지각 변동으로 서서히 융기돼 형성된 거대한 역암(수성암) 덩어리다. 약 1억 년 전에 큰 홍수가 나서 호수였던 분지에 자갈, 모래, 진흙이 퇴적된 상태였다고 한다.
부부처럼 우뚝 선 두 개의 봉우리는 수마이봉과 암마이봉이라 부른다. 그 신비한 모습에 신라시대 때부터 나라의 제향을 올렸던 명산이다. 계절마다 각각의 명칭을 갖고 있는데 봄에는 안개를 뚫고 나온 두 봉우리가 쌍돛배 형상이라 돛대봉, 수목이 울창한 여름에는 용의 뿔을 닮아서 용각봉, 가을에는 단풍과 어우러진 모습이 말의 귀와 닮았다 해서 마이봉, 겨울에는 먹물을 찍은 붓끝처럼 보여서 문필봉이라 불렀다.
▲잔잔한 탑영제 호수에 마이산 봉우리가 거울처럼 비친다. ⓒ박준규
여행객은 주로 남부주차장에서 출발해 탑사, 은수사, 천왕문을 거쳐 북부주차장으로 내려오는 코스를 택한다. 총 3.3㎞로 누구나 쉽게 걸을 수 있는 건강 산책로다.
매표 후 금당사를 지나면 계곡물이 고요하게 담긴 탑영제가 보인다. 바람이 잠잠할 때는 마이산 봉우리가 수면에 비쳐 위아래로 대칭을 이룬다. 데칼코마니 기법으로 그린 풍경화다.
탑영제를 지나면 햇빛을 가릴 만큼 수목이 촘촘한 숲길로 연결된다. 새소리와 함께 천천히 걷다 보면 영화의 장면이 바뀌듯 돌탑의 향연이 펼쳐진다. 마이산탑(탑사)이다. 1885년 이갑룡 처사가 마이산 은수사에 수도하던 중 꿈에서 신의 계시를 받고 이곳으로 거처를 옮기고, 1957년 98세로 세상을 떠날 때까지 천지음양의 이치와 팔도진법에 따라 탑을 쌓았다고 전해진다.
높이도 크기도 제각각인 돌탑은 자연석을 그대로 이용해서 서로 맞물리게 하는 막돌허튼식 기법으로 쌓았다고 한다. 특히, 3년간의 고행 끝에 1917년 완성한 천지탑은 소위 ‘기도발’이 잘 통하는 명소로 소문이 났다.
▲마이산 탑사의 상징인 천지탑. ⓒ박준규
▲마이산 봉우리는 자갈과 모래가 섞인 역암이다. 오랜 시간 물과 바람에 깎여 곳곳에 구멍이 나 있다. ⓒ박준규
수마이봉 아래 은수사를 지나면 508계단이 나타난다. 한 걸음씩 천천히 올라 천왕문에 멈춰 숨을 돌린다. 보통은 이곳에서 곧바로 북부주차장 방향으로 길을 잡는다. 체력이 된다면 암마이봉 등반에 도전해 볼 만하다.
왕복 1.2㎞로 거리는 짧지만, 암반으로 된 70~80도의 경사진 길이라 쉽지 않다. 정상에 도착하니 땀이 비처럼 쏟아진다. 다행히 시원한 바람에 열기를 식히고, 그만큼 아름다운 풍광으로 보상 받는다.
▲수마이봉 아래 은수사. 조선 태조가 심었다는 청실배나무와 태극전의 ‘몽금척수수도’가 유명하다. ⓒ박준규
▲은수사에서 천왕문으로 오르는 508계단. ⓒ박준규
▲암마이봉에 오르면 마이산의 올망졸망한 산세가 한눈에 들어온다. ⓒ박준규
마이산 북부주차장으로 내려오는 길에는 진안의 자랑거리가 몰려 있다. 먼저 진안가위박물관이 등장한다. 동양·서양·한국·진안의 가위 1,500여 점을 전시하고 있다. 세계 유일의 가위박물관으로 가위의 시대별 변천사와 관련 인물, 과학과 예술 분야에서 사용된 가위를 볼 수 있다.
사양제 연못을 지나면 진안역사박물관이 보인다. 구석기시대부터 진안의 역사와 용담댐 수몰 지역에서 모은 생활 유물을 전시하고 있다. 박물관 바로 옆에 미로공원이 있다. 게임 속 캐릭터처럼 수마이미로, 암마이미로를 통과하는 구조다.
▲진안가위박물관에 전시된 엿가위. 용도별로 다양한 세계 각국의 가위를 볼 수 있다. ⓒ박준규
▲기원전 1000년 경 그리스에서 만든 양털 가위.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가위로 알려졌다. ⓒ박준규
북부주차장 바로 위의 산약초타운도 볼만하다. 사상체질원, 약초효능원, 생태연못, 초화원, 허브원, 단풍나무숲, 독초원, 자생약초원, 산약초탐방로 등으로 구성된 공원이다. 진안에서 자생하는 약초를 비롯해 계절마다 피어나는 다양한 꽃을 감상할 수 있다. 해설사와 함께 ‘산약초로드’를 걸으면 약초에 대한 다양한 지식을 얻는다. 현재는 진해, 거담에 효과가 있다는 벌개미취가 한창이다.
산약초전시관에는 국내 10대 약초(인삼·황기·대추·둥글레·감초·계피·오가피·도라지·더덕·칡), 독초와 약초 구분법 등을 전시하고 있다. 체질 검사 후 그에 맞는 ‘사상체질차’ 마시기, ‘모시 향기주머니’ 만들기, 반려식물로 꾸미는 ‘나만의 작은 가드닝’ 등의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마이산 도립공원 입장료는 남부주차장에서 출발하면 탑사, 북부주차장에서 출발하면 은수사에서 징수한다. 어른 3,000원, 청소년 2,000원, 어린이 1,000원이다.
▲미로공원 뒤로 마이산 암수 봉우리가 말의 귀처럼 보인다. ⓒ박준규
▲산약초전시관에서는 '모시 향주머니 만들기' 등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다. ⓒ박준규
다음 달 7~10일 진안고원시장과 마이산 북부주차장 일대에서 '2022 진안홍삼축제'가 열릴 예정이다. 천년 기운을 상징하는 진안홍삼을 주제로 여행객을 위한 다양한 행사가 열린다. 가벼운 등산에 산약초까지 있으니 마이산 자체가 몸 건강, 마음 건강을 챙기는 여행지다.
글.사진출처 / hankookilbo.com / 박준규 대중교통여행 전문가 blog.naver.com/sakam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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