텔아비브(Tel Aviv)ㅡ聖地 너머의 地中海빛 이스라엘
▲텔아비브에서 북부 하이파로 가는 길에 만난 아쿠아덕트 해변(Aquaduct Beach)
▲원본출처 / naver 지식백과
▲눈이 부실 정도로 맑고 투명한 텔아비브의 해변
●텔아비브(Tel Aviv)
성지 순례자에게만 허락된 땅은 아니었다. 이스라엘은 언제나 열려 있었지만 닫혀 있던 건 오직 여행자의 마음뿐이었다.
텔아비브 해변에 모인 수많은 사람들의 환한 얼굴과 웃음 속에서 지금까지 가져 왔던 편견은 점차 옅어지고, 이스라엘을 제대로 마주하기 시작했다.
▲카르멜 마켓에서는 팔라펠, 바클라와 등 이스라엘의 맛을 즐길 수 있다
경제·상업의 중심지인 텔아비브는 화려한 빌딩과 아름다운 해변, 에너지 넘치는 사람들이 가득해 여느 국제도시와 다를 바 없었다. 텔아비브에는 즐길 것들도 넘치는데 13개의 각기 다른 해변을 시작으로 카르멜 마켓(Carmel Market), 바우하우스(Bauhaus), 트렌디한 펍과 클럽, 네베 쩨덱(Neve Tsedek), 야파(Jaffa) 등이 자리한다.
특히 텔아비브 해변은 도심에서 접근성이 좋아 언제든 바다로 뛰어들어 갈 수 있으며 적당한 수온과 깨끗한 물을 자랑한다. 해변에서는 패들 볼(Paddle ball)을 즐기는데, 아주 작은 공을 라켓으로 주고받는 게임이다. 또 서핑, 다이빙, 요트 등도 즐길 수 있다.
이스라엘의 재래시장인 카르멜 마켓에서는 안식일을 제외하고는 매일 음식과 액세서리, 꽃, 옷 등 다양한 물건을 팔고 있어 이스라엘 사람들의 평범한 삶을 가까이서 볼 수 있다. 콩을 으깨 양념과 함께 둥글게 빚어 튀긴 이스라엘의 대표적인 음식 팔라펠(Falafel)과 중동지역의 빵인 피타에 팔라펠,
▲여느 대도시와 다르지 않은 텔아비브의 화려한 밤
새콤한 채소 절임을 넣어 만든 샌드위치, 달콤한 바클라와, 과일 등 이스라엘의 맛을 체험할 수도 있다.이스라엘 사람들은 비트, 컬리플라워 등의 채소를 많이 먹는데 조리법은 가게마다 다르지만 맛은 하나같이 좋았다.
유대인들이 하나님을 경외하는 마음으로 머리에 쓰는 키파(Kippa)도 다양한 디자인으로 판매하고 있어 기념품으로 구매할 만하다.
저녁에는 현지 여행사나 투어 프로그램을 활용해 텔아비브의 나이트 라이프를 만끽해야 한다. 로스차일드(Rothschild) 거리를 중심으로 젊음이 가득한 펍과 클럽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데 테일러 메이드(Tailor Made), 주주(Zoo Zoo), 테더 에프엠(Teder.fm) 등은 특히 유명하다.
테일러 메이드와 테더 에프엠은 펍과 음식점으로, 외관만 보고는 내부의 분위기를 쉽게 상상하기 힘들지만 안으로 들어서면 화려한 불빛 아래 이야기를 나누느라 바쁜 사람들이 가득하다. 주주는 바와 클럽이 합해진 공간으로 이스라엘 젊은이들의 핫 플레이스다.
안식일이 시작되기 직전인 목요일에는 ‘불목’을 즐기기 위해 긴 줄이 형성된다.일단 들어가면 이스라엘 음악과 분위기에 몸을 맡기면 된다. 처음 간 사람도 금세 적응하는 마성의 공간이다.
▲편견과 달리 이스라엘 사람들은 흥이 넘친다
◆베드로가 다녀간 항구도시
텔아비브 중심가의 화려함과는 거리가 멀다. 하지만 ‘역사적인’이라는 수식어가 어느 도시보다 잘 어울리는 야파(Jaffa)는 나름의 매력으로 전 세계인을 끌어 모은다.야파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항구 도시 가운데 하나로 BC5000년 즈음의 유적도 발견됐다고 한다.
야파라는 이름이 지어진 뒷 이야기도 사뭇 종교적으로 노아의 세 아이들 중 막내인 야펫이 거주하기 위해 만든 곳이라는 설이 있다. 야파의 올드 시티는 종교와 관련된 일화들이 다양하게 존재한다.
그중 베드로가 환상을 봤다는 일화가 가장 유명하다. 베드로는 야파에서 기도 중 이방인에 대한 하나님의 생각이 담긴 환상을 본 후 가이사랴에서 온 로마인 고넬료를 만나게 됐으며 그에게 세례를 주게 된다.
즉, 야파는 이방인에게 복음이 퍼지게 된 역사적인 사건의 시발점이 된 지역이다.베드로 환상교회와 베드로가 머문 피장 시몬의 집, 요나의 고래를 형상화한 동상 등도 이곳에 자리한다.
또한 나폴레옹이 1799년 이집트를 점령할 때 이곳을 지나갔다 하여 길을 걷다 보면 나폴레옹 형상의 표지판도 보인다.
▲야파에 얽힌 다양한 일화를 들으며 골목을 거닐어 보자
그 밖에도 야파는 100년 이상 된 돌들로 지어진 건물과 찍으면 작품이 되는 골목길, 아트 갤러리, 아기자기한 상점가 등 걷기만 해도 여행이 되는 곳들로 꽉 차 있다.
소망의 다리(Wishing Bridge) 너머 공원에서는 텔아비브 해변의 전경도 감상할 수 있다. 조금 아래로 내려와 해안가를 따라 걸으면 톡 튀어 나온 바위가 있는데,바로 안드로메다 바위(Andromeda Rock)다.
그리스 신화에 따르면 이 바위는 야파왕이 바다의 신 포세이돈의 화를 누그러트리기 위해 자신의 딸 안드로메다를 돌에 묶어 제물로 바쳤던 곳이다.
언덕에서 내려와 야파 플리 마켓(Jaffa Flea Market)에 들르면 다채로운 기념품과 액세서리, 의류 등을 만날 수 있다. 플리 마켓 주변으로 먹자골목이 형성돼 있는데 이곳에서 매콤한 샥슈카(Shakshouka)를 맛보면 중동 음식에 지친 혀를 달랠 수 있다.
▲매콤한 샥슈카는 한국인 입맛에도 딱이다
▲바하이 정원과 하이파를 한눈에 담은 아이
●하이파 & 북부 이스라엘(Haifa & North Israel)
지중해와 맞닿아 있는 하이파는 이스라엘 북부의 중심이자 항구 도시다.또 이스라엘에서 세 번째로 큰 도시인 하이파는 바하이 정원(Baha’i Garden)과 갈멜산(Mount Carmel) 등이 유명한 관광지로, 9월에는 하이파 국제 영화제도 열린다.
특히 12월에는 유대인, 기독교인, 무슬림이 한데 어우러지는 페스티벌이 도시 곳곳에서 열리는데문화와 종교, 인종에 상관없이 다양성을 인정해 주는 하이파만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이런 하이파에서 꼭 가 봐야 할 곳을 꼽는다면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등재된 바하이 정원이다.
바하이교는 유일신을 믿는 종교로 모든 인류의 정신적인 융합을 강조하고 하나님의 단일성, 인류의 단일성 등 모든 것을 하나로 통일하려는 특성이 있다. 이런 바하이교의 성지이자 하이파를 한눈에 담을 수 있는 바하이 정원은 하이파를 찾는 여행자들이 꼭 방문하는 곳으로 잘 관리된 정원이 매우 아름답다.
힙한 곳을 찾는다면 바하이 정원 아래로 뻗어 있는 저먼 콜로니(German Colony) 지역이 딱이다. 세련된 레스토랑과 카페들이 즐비한데 저녁이 되면 주황빛으로 물든 거리와 보라빛 바하이 정원이 낭만적인 분위기를 연출한다.
▲아코는 십자군과 밀접한 지역으로 건물 양식에도 영향을 미쳤다
▲배 안에서 본 아코의 모습
하이파에 왔다면 십자군의 도시 아코(Akko)도 빠트릴 수 없다. 육로로 이동할 수 있지만 하이파 항구에서 배를 이용하는 것을 추천한다.지중해 바다와 하이파 전경을 감상하다 보면 어느새 또 다른 해안 도시 아코에 닿게 된다. 오랜 시간을 견뎌 온 고대 돌벽으로 둘러싸인 아코 올드 시티에는 다채로운 역사 유적지가 있다.
3차 십자군 시기에 리처드왕이 세운 요새의 나이트 홀(Knight’s Halls), 십자군들의 이동 통로로 사용된 템플러 터널(Templar Tunnel) 등이 있는데 나이트 홀은 옛 십자군 지하 도시의 자취를 볼 수 있는 곳으로 지질학적 가치가 매우 뛰어나다고 알려져 있다.
천천히 거닐며 치열했던 중세 시대의 삶을 상상해 보는 재미가 있다. 그 밖에도 아코에서는 보트를 타는 등 해양 액티비티와 동서양 만물이 즐비한 시장(HaShuk)도 즐길 수 있다.
▲이스라엘의 일상은 우리의 보통 삶과 닮아 있다
▲앰포라 와이너리에서 직접 만든 치즈
◆바닷바람과 피어오르는 포도향기
텔아비브, 예루살렘 등 굵직한 도시 외에도 이스라엘 곳곳에는 다양한 매력을 뽐내는 보석 같은 곳들이 숨어 있다.
레바논과 국경을 접하고 있는 최북단 로쉬 하니크라(Rosh Hanikra)와 하이파에서 남쪽으로 30분 떨어진 곳에 위치한
앰포라 와이너리(Amphorae Winery), 가이사랴(Caesarea), 도수교(Aqueduct)가 그런 곳들이다.
▲이스라엘에서는 연인과 와인 잔을 기울이는 로맨틱한 여행도 가능하다
로쉬 하니크라는 페르시아인, 그리스인, 로마인, 아랍인 그리고 십자군 등 고대의 많은 군대들이 오가던 지역이다. 1차 세계대전 때는 영국이 이스라엘을 정복했고, 1918년 프랑스와의 연대를 위해 도로를 포장했다.
또 하이파와 레바논 트리폴을 잇는 철도도 뚫었다. 때문에 로시 하니크라 바위에는 철도 노선이 파여져 있고 현재도 철도 노선의 잔해를 볼 수 있다. 케이블카를 활용해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데 지중해의 장엄한 풍경은 덤이다.침식 작용으로 곳곳에 생긴 동굴로 들어오는 강한 파도와 코끼리 바위 감상도 놓칠 수 없다.
▲지중해를 만끽할 수 있는 로쉬 하니크라
이스라엘에서도 따스한 빛이 들어오는 부티크 와이너리에서 연인과 함께 와인 한 잔 기울이는 여행이 가능하다. 하이파 남쪽에 자리한 앰포라 와이너리는 부티크 와이너리로 규모는 작지만 소량의 고품질 와인을 생산하는 곳이다.
이곳에서 와인 생산을 담당하고 있는 바딤 트론씨는“이스라엘에는 350~400개의 와이너리가있지만 7곳이 생산량의 80%를 차지하고나머지 20%를 부티크 와이너리가 담당한다”고 설명했다.
왜 그러냐고 물으니 7곳은 율법과 코셔를 지키며 세계 각지에 거주하는 유대인들에게 와인을 판매하지만 앰포라 와이너리의 경우 품질을 위해 코셔 등 율법을 포기했다고. 때문에 안식일 등을 지키지 않고 양질의 재료와 적절한 시기에 포도를 수확하는 등 와인의 품질에만 집중할 수 있게 되었다고. 레드와인을 메인으로 화이트, 스파클링, 디저트 와인 등을 생산하는데 와이너리에서 4종류의 와인을 시음하고, 음식까지 맛볼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있다.
▲북부 이스라엘
이스라엘 북부에는 지중해와 맞닿아 있는 가이사랴와 도수교 등의 명소가 있다. 가이사랴는 고대부터 항구도시 발전해 왔으며 성경에도 여러 차례 등장하는 역사 깊은 장소다.3~4세기에는 유대인, 기독교인, 사마리아인 등이 공존하는 국제적 상업도시였고, 비잔틴 시대까지 계속 번영을 누렸다.
가이사랴에는 원형극장, 마차 경기장, 궁전 등 고대도시의 흔적이 여전히 남아 있으며, 현재까지도 고고학 발굴 작업이 계속되고 있다.
▲정통 유대인 복장이 통곡의 벽에 무게를 더한다
●예루살렘(Jerusalem)
◆슬픔과 환희가 공존하는 공간
이스라엘 여행은 반전의 연속이다. 예루살렘은 유대교, 이슬람교, 기독교가 시작된 곳인 만큼 세 종교 모두가 각별하게 생각하는 도시다. 이런 이유로 도시의 분위기가 한없이 무거울 것만 같았고, 종교가 없는 여행자가 과연 발을 딛어도 될까 하는 의구심이 들었다. 그렇지만 예루살렘 사람들이 성지를 대하는 방식은 무겁지만은 않았다.
▲아랍계 유목민 베두인이 커피를 갈고 있다
예루살렘 최대 성지인 통곡의 벽Wailing Wall(서쪽 성벽Western Wall)과 황금 돔이라 불리는 바위 돔(Dome of the Rock)마저 그랬다. 통곡의 벽은 유대 신앙의 상징으로 BC20년에 헤롯왕에 의해서 지어졌다. 그렇지만 예수가 죽은 뒤 서기 70년, 로마 군인들은 유대인 성전을 파괴했는데 유일하게 남아 있는 부분이 통곡의 벽이다.
▲아랍 소녀의 귀여운 미소
▲통곡의 벽을 채운 유대인의 경건함
통곡의 벽은 전 세계 유대인들의 순례지로, 통곡의 벽에 소원을 적은 종이를 끼워 넣으며 간절히 기도하는 그들의 경건한 모습을 볼 수 있다. 이런 모습과는 별개로 통곡의 벽에서는 이스라엘 남자 아이들의 성인식이 치러지는데 분위기는 완전 반대다.
13살이 된 남자 아이들은 이곳에서 악단의 신나는 공연과 함께 통곡의 벽 입장 퍼포먼스를 진행하고, 정통 유대인 복장인 검은색 코트(카프탄)와 중절모(스타라이멜)를 쓴 율법교사 랍비의 진행 아래 성전을 읽으며 성인식을 치른다.
또 통곡의 벽은 간이 벽으로 남녀 입장하는 곳이 구분돼 있어 어머니와 여자 형제는 반대편에 있게 된다.
그녀들은 남자 아이에게 축하하는 의미와 어른이 되기 전 마음껏 단 것을 먹으라며 사탕을 마구 던져 준다. 다만 남자
아이들만 통곡의 벽에서 성인식을 치룰 수 있고, 여자 아이의 성인식은 12살에 동네 회당에서 열린다.
▲슬픔과 환희가 공존하는 유대인 최대 성지, 통곡의 벽
바위 돔은 성전산(Temple Mount)의 알아크사 모스크(Al-Aqsa Mosque) 안에 자리한다. 이슬람교인들에게 바위 돔은 이슬람교 창시자인 마호메트가 천국으로 승천한 장소라 성지 중의 성지다. 또 유대인들에게도 바위 돔은 성지인데, 원래 제1~3 유대성전이 지금의 바위 돔 위치에 있었기 때문이다.
현재 유대인들이 바위 돔에 가기 위해서는 무장 경찰과 동행하는 등 제약이 있지만 서로간의 도발만 없다면 한없이 평화롭고, 아이들이 뛰노는 그런 장소다. 예루살렘 한가운데서 빛나는 황금 돔이 지닌 무게는 결코 가볍지 않지만여행자에게는예루살렘 최고의 스폿이다.
▲이스라엘 남자 아이는 13살이 되면 성인식을 치른다
▲마호메트가 승천했다고 알려진 이슬람 성지, 바위 돔
이외에도 올리브산(Mount of Olives)에서 바라보는 예루살렘 전경, 예수가 최후의 만찬을 마친 뒤 기도를 드린 겟세마니(Gethesemane), 예수가 묻힌 뒤 부활한 장소로전해지는 거룩한 무덤 성당(성묘성당.Church of the Holy Sepulchre) 등의 명소가 자리한다. 올드시티는 유대인, 무슬림, 기독교인, 아르메니아인 구역으로 나뉘는데 각기 다른 매력을 자랑한다.
▲홀로코스트의 아픔과 미래의 희망을 담은 야드 바셈
◆어둠에서 빛으로 일어서다
3,000년간의 긴 역사 속에 예루살렘에는 다양한 시간과 문화가 공존했고, 기록돼 있다. 100년도 채 안 된 큰 아픔, 2차 세계대전 중 나치스(Nazis)에 의해 자행된 600만명의 유대인 학살도 그중 하나다.
야드 바셈 홀로코스트 박물관(Yad Vashem Holocaust Museum)은 대학살의 비극을 추모하기 위해 만들어진 곳이다.
▲유대인 학살로 인해 희생된 자들을 영원히 기억하는 이스라엘
야드 바셈은 ‘기억’과 ‘이름’을 뜻하는 히브리어의 합성으로 나치스에 의해 희생된 유대인들을 기억하자는 의미다. 이곳은 시오니즘 운동의 보급을 도모한 유대인 작가 헤르츨(Herzl)의 이름이 붙은 헤르츨산(Mount Herzl) 근처에 자리 잡았는데 헤르츨산에는 이스라엘의 저명인사들이 다수 묻혀 있다.
그만큼 이스라엘 국민들에게 이 산의 의미는 상당하다. 또 야드 바셈에는 오스카 쉰들러 등 유대인들에게 도움을 줬던 사람들을 기리는 의미에서 그들의 이름을 딴 나무도 심어져 있다.
▲석관 등 고고학적 유물부터 사해사본까지 소장한 예루살렘 박물관
야드 바셈이 영적이고 문화적인 공간으로 알려진 데는 주제의 무거움을 잘 담아낸 공간에 있다.박물관은 삼각형 동굴 형태로 지어졌으며 홀로코스트와 관련된 이야기들을 시대 순으로 배치했다.
관람객은 나선형으로 만들어진 전시관을 따라 점차 홀로코스트가 자행됐던 그 시대로 빠져드는 느낌을 받게 되고, 시대와 교류하는 경험을 할 수 있게 된다. 아우슈비츠에서 버려진 신발을 보며 때로는 울컥하고, 나치스 주요 인물들에 대해 분한 마음을 표출하기도 한다.또 희생된 그들을 위한 공간과 사람들의 관심을 통해서 조금이나마 위안을 얻는 등 야드 바셈에서 유대인의 아픔을 간접적으로 체험할 수 있다.
전시가 끝나 출구로 나가면 환한 빛과 광활한 산이 관람객을 맞이한다. 어두운 박물관과 대비되는 구성으로 어둠의 역사를 끝내고 희망으로 나아가자는 의미를 표현했다.야드 바셈 관람을 마치면 근처 예루살렘 이스라엘 박물관(The Israel Museum, Jerusalem)에 들러야 한다. 박물관은 고고학관, 유대학관, 성서관, 사해사본관 등으로 구성돼 있는데 사해 서안의 쿰란 동굴에서 발견한 구약성서 사본 및 유대교 관련 문서들이 배치돼 있는 사해사본관이 특히 유명하다.
사해사본관은 흰 둥근 지붕 덕에 이색적인 건물로도 유명한데사해문서 발견 당시 사본이 들어 있던 단지 모양을 본떠 제작했다고 한다.흰 둥근 지붕 건축물은 반대편에 있는 네모난 검정 조각품과 대비를 이루는데 흰색과 검정색, 네모와
동그라미를 통해 이원론적인 세계관을 표현했다고 알려져 있다.
▲호조트 하요제르는 수공예 아트페어지만 공연과 먹거리도 가득하다
◆사람 사는 냄새에 홀리다
한 발자국 옮길 때마다 성지가 튀어나오는 예루살렘이지만 이곳에서도 사람들이 살아간다.
휴일에는 쇼핑을 하거나 공원에서 여유를 부리고, 저녁에는 가족들과 식사를 즐긴다.
때로는 축제의 열기로 도시가 후끈하다.
▲예루살렘 블룸필드 공원의 한가로운 오후
예루살렘에는 매년 진행되는 페스티벌이 있다. 42년째 진행되는 호조트 하요제르(Hutzot Hayotzer Festival), 10주년을 맞은 예루살렘 빛 축제(Jerusalem Festival of Lights), 컨템포러리 아트 페스티벌인 마노핌(Manofim) 등이 유명하다. 호조트 하요제르는 수공예 아트페어로 다채로운 물품이 가득한 큰 마켓이다. 미술가, 조각가, 보석 세공인이 전 세계에서 모여들며, 각 나라별 특징이 담긴 상품들을 팔기 위한 부스도 마련돼 있다.
올해도 한국 부스가 준비돼 케이팝과 관련된 상품부터 젓가락, 부채 등 우리네 감성이 가득 담긴 생활용품들이 판매됐고 외국인들로부터 큰 호응도 얻었다. 큰 축제인 만큼 각양각색의 푸드트럭이 들어서고, 구매자들의 흥을 돋우기 위한 대형 콘서트도 진행된다.
▲이스라엘에 낭만을 불어넣는 피리 부는 사내
또한 성벽 전체를 스크린으로 활용하는 나이트 스펙타큘러(Night Spectacular)도 경험해 봐야 한다.낮에는 전시관으로 사용되는 다윗성(Tower of David)을 저녁에는 대형 극장으로 사용하는데, 소리와 빛을 통해 예루살렘의 일대기를 표현한다.
시작을 위해 모든 조명을 끄면 예루살렘에 뜬 별에 먼저 감동하고, 쇼가 시작되면 화려하고 장엄한 스케일에 또 한 번 놀라는 등 놓치기 아까운 프로그램이다. 마지막으로 예루살렘의 평화를 위해 기도해 달라는 자막이 나오면 잠시 눈을 감고 진심으로 그들의 안전과 평화를 마음속으로 빌게 된다.
주간 액티비티로는 세그웨이가 제격이다. 예루살렘에는 지하철이 없고, 트램도 제한적이라 세그웨이로 관광 명소를 둘러보는 게 인상적인 여행법이다. 세그웨이가 처음에는 낯설지만 강습과 예비 주행 등을 통해 금세 익숙해진다.
예루살렘처럼 유서 깊은 도시를 21세기 기술이 접목된 세그웨이로 돌아다니면 또 다른 낯선 재미를 느낄 수 있다.
▲이름과 달리 사해는 아름다움 그 자체다
●사해(Dead Sea)
◆몸이 뜨니 마음도 둥둥
누르스름한 유대 광야가 지루해질 때 즈음 눈앞에 옥빛과 파란빛이 뒤섞인 영롱한 바다, 사해(Dead Sea)가 창밖으로 펼쳐진다. 사해는 염분 농도가 약 26~33%로 5%의 보통 해수보다 6배에 달해 생물이 살 수 없는 바다라 붙여진 이름인데, 아름다움 때문에 죽음의 이미지가 도통 떠오르질 않는다. 사해의 모습에 홀려 바다에 들어가 몸을 맡기면 염분의 높은 밀도 덕에 가만히 있어도 물에서 둥둥 뜬다. 단, 염도가 강하기 때문에 얼굴을 바다에 담구는 등의 행동은 피해야 한다.
그것보다는 바다에서 독서를 하는 등 한껏 여유로운 포즈로 인증 샷을 남겨 보자. 또 사해 주변의 진흙은 미용 효과가 뛰어나 이를 활용한 화장품도 있어 선물로 좋고, 근처 호텔들의 스파에서 진흙 마사지를 받는 것도 사해를 만끽하는 방법이다.
▲무서워하지 말고 사해에 몸을 맡겨 보자
사해 연안에 있는 대표적인 명소들 중 엔게디 국립공원(Engedi National Park)과 마사다(Masada)는꼭 가 봐야 하는 곳으로 꼽힌다. 엔게디는 히브리어로 오아시스(우물)의 ‘엔’과 새끼 염소의 ‘게디’를 합해 ‘새끼 염소의 우물’이란 뜻이다.
이곳은 동굴과 샘이 발달한 오아시스로 사울에게 쫓기던 다윗이 이 근처 동굴에 피신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지금은 국립공원 및 자연보호구역으로 정해져 있으며, 곳곳에 동굴과 샘이 있어 많은 여행자들이 수영복을 챙겨와 더위를 식히기도 한다.
1~2시간 이상 등산하며 도딤 동굴(Dodim Cave)과 금석병용기 사원(Chalcolithic Temple) 등의 장소를 만날 수 있지만 시간이 여의치 않다면 다윗 폭포까지만 가도 엔게디의 매력을 충분히 느낄 수 있다.
▲사해 진흙은 피부 미용에 좋다고 알려져 다양한 기념품으로 판매된다
마사다는 황야와 사해를 발아래 둔 천혜의 요새다. 고대 이스라엘 왕국의 상징인 이곳은헤롯 대왕이요새화했으며, 로마군의 공격에 맞서 997명의 유대인들이 항쟁을 펼쳤던유적지다.마사다는 유대인에게 저항의 심벌로, 마사다가 정복되자 로마군의 노예가 되는 것보다스스로 목숨을 끊는 선택을 한 곳이다.
마사다에서 유대인이 끝까지 항쟁할 수 있었던 이유는 바로 수도 시설 때문이다.단 하루 동안 내린 빗물로 2~3년 동안 1,000여 명에게 식수를 제공했다고 또 테라스가 3개 있는 궁전의 터를 통해 어려운 상황에서도 화려한 디자인과 정교한
설계를 해낸 헤롯 대왕의 의지를 엿볼 수 있다.
▲산처럼 보이는 엔게디. 그렇지만 사람들은 수영복을 입고 돌아다닌다
▲이스라엘 저항 정신을 상징하는 마사다
◆가는 길
대한항공이 인천-텔아비브 노선을 직항으로 주 3회(화·목·토요일) 운항한다. 이외에 터키항공,
아에로플로트러시아항공, 폴란드항공, 엘알이스라엘항공을 이용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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