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트라(Tatras)국립공원ㅡ때묻지 않은 자연…구겨진 마음을 펴다
▲만년설 이고있는 험준한 봉우리/눈이 시리도록 맑디맑은 호수/하늘 향해 뻗은 울창한 침엽수림/
대자연 만끽하며 600㎞ 트레일/수세기간 바람이 빚은 얼음동굴/거대한 얼음 종유석·폭포 ‘장관’/
못 하나 없이 나무로 만든 교회
슬로바키아에서의 첫 새벽을 타트라(Tatras·Tatry) 산맥 고지대에 위치한 산장 호텔에서 맞이한다. 주변은 푸른 초원의 대지이지만 높은 산정 만년설에서 불어오는 바람은 정신이 번쩍들 만큼 차다.청량감이야 이루 말할 수 없지만 오래 마주하기 어려워 창문을 닫는다.
따뜻한 커피와 함께 아직 불씨를 간직하고 있는 거실 페치카 옆에 앉아 어둠이 채 가시지 않은 하이 타트라의 장엄한 봉우리들을 올려다본다. 타트라 국립공원은 지형과 지질, 암석의 종류에 따라 크게 서부(자파드네) 타트라, 하이(high·비소케)타트라, 동부(벨리안스케) 타트라 세 부분으로 나뉜다
해발 2000m 이상의 고지대가 이어지는 하이 타트라 지역은 슬로바키아 최초로 1949년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었으며, 1987년 서부 타트라 국립공원이 설립되었다가 1992년부터 타트라 국립공원으로 통합돼 관리되고 있다.
타트라 산맥의 낮은 지역은 1978년 로(Low) 타트라로 별도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어 관리되고 있다. 하이 타트라 지역은 동부유럽의 알프스로 불리는 카르파티아 산맥의 가장 높은 구간이며, 해발 2500m가 넘는 25개 봉우리들이 주위를 둘러싸고 있다.
만년설을 이고 있는 험준한 봉우리들과 함께 녹아내린 만년설이 만든 시리도록 맑은 호수, 웅장한 폭포, 곧게 뻗은 울창한 침엽수의 깊고 푸른 숲들로 구성되어 있다.
▲타트라 국립공원의 호숫가 맑은 물 위로 얼음이 살포시 덮여있다.
아직 겨울 기운을 다 떨쳐내지 못한 호수 주변은 만년설 봉우리들이 그림 같은 자태를 뽐내고 있다
특히, 협곡과 봉우리를 따라 걸으며 원시 자연의 매력을 느낄 수 있는 트레일 구간이 600㎞에 달한다. 트레일 코스 중간중간에는 등산객들이 식사하고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산장도 있다. 트레일에는 색으로 표시된 이정표가 길을 안내하고 있으며 추정 소요시간이 적혀 있어 자신의 일정에 맞는 트레킹 계획을 세울 수 있다.
한번에 정상에 오르는 방법도 있다. 타트라 국립공원에는 타트란스카 롬니차 마을에서 2634m 높이의 롬니츠크 봉 정상까지 케이블카가 연결되어 있다. 해발 1751m에 만년설이 녹은 물로 형성된 산정호수, 스칼나테 플레소에는 케이블카 환승역도 설치되어 있다.
▲산 아래서 숲길을 따라 한참을 오르면 도브신스카 얼음동굴 입구에 도착한다.
타트라 국립공원을 효과적으로 둘러볼 방법이 고민이었는데 호텔 측에서 도움을 주었다. 이른 아침, 객실을 방문해 벨리케 플레소에 위치한 호텔까지 차량으로 이동할 수 있는 통행패스를 건네주면서 호숫가와 주변 일대를 트레킹하라고 권한다.
원래는 허가 차량만이 이용할 수 있는 통행증인데, 동양에서 온 낯선 여행객에 대한 배려로 내어준 것이다. 호텔의 배려로 산 아래 입구에서 스칼나테 플레소까지 난 작은 길을 따라 산정 드라이브를 즐길 수 있었다.
호텔 앞에 주차하고 나니, 맑은 물 위로 살포시 얼음이 덮여있는 호수가 눈앞에 펼쳐진다. 아직 겨울 기운을 다 떨쳐내지 못한 호수는 주변의 만년설 봉우리들과 함께 그림 같은 자태를 뽐낸다. 호수 주변으로 난 트레일 코스를 걸으며 맑은 공기와 멋진 풍경을 마음 가득 담아본다. 국립공원 서쪽에서 붉은색으로 표시된 타트란스카 마기스트랄라 트레일을 따라 걸으면 이곳 호숫가에 도착할 수 있다고 한다.
이곳에서 초록색 트레일을 따라 조금만 이동하면 다시 노란색 트레일에 진입해 게를라호프스키봉에 다가갈 수 있다. 중간중간에 숙박과 휴식을 위한 산장들이 있다. 본격적인 트레킹은 엄두를 내지 못하고 호수 주변을 산책하는 것에 만족하며 호텔에서 가벼운 점심과 차 한 잔을 마시고 다음 이동장소인 빙하 동굴로 향했다.
▲젊은 커플 한 쌍이 커다란 반려견과 함께 산책을 즐기고 있다.
슬로바키아는 지하 동굴로도 유명하다. 6200개의 동굴이 존재하는데 그중 8개의 동굴이 입장 가능하다. 특히 도브신스카 라도바 야스키냐(얼음동굴)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도 등재되어 있다. 도브신스카 얼음동굴은 흐닐레츠 강 상류 해발 970m 지점에 있는데, 동굴 전체 길이는 1483m에 달한다. 이 가운데 515m가 5월부터 9월까지 공개된다.
다행히 입장이 가능한 시기라 방문할 수 있었다. 산 아래서 숲길을 따라 한참을 오르니 동굴 입구가 보인다. 동굴 안내 가이드를 따라 동유럽 여러 나라에서 온 관광객들과 함께 입장했다. 일행 중 젊은 커플 한 쌍이 커다란 반려견과 함께 산책을 즐기는 것이 이채로웠다
▲유네스코 지정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되어 있는 도브신스카 얼음동굴.
▲유네스코 지정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되어 있는 도브신스카 얼음동굴.
동굴 속은 이름에 걸맞게 얼음 세상이다.
동굴 속은 이름에 걸맞게 얼음 세상이었다. 들어가는 통로부터 새하얀 얼음으로 뒤덮여 있어 동굴보다는 빙하를 인공적으로 뚫어 놓은 느낌이다. 심지어 유네스코 등재 현판도 얼음으로 만들어 놓았다. 동굴 내부에는 바위를 뚫을 듯한 거대한 얼음 종유석과얼음 기둥이 눈길을 끌었으며 넓은 홀을 가득 메운 지하빙하와 얼음폭포가 장관을 이루고 있었다.
▲수세기 동안 차가운 바람이 만들어낸 지하 얼음동굴의 바깥세상에선 들꽃들이 고개를 내밀고 있다.
완만히 내려가는 동굴이 북향이기 때문에 겨울에 차가운 공기가 들어오고, 여름에는 따뜻한 공기가 들어오지 못해 연간 평균 기온이 0도 안팎에 머문다고 한다. 수세기 동안 차가운 바람이 만들어낸 지하 얼음 세상은 바깥세상의 아름다운 자연과 함께 색다른신비로움을 안겨준다.
▲2008년 유네스코 세계 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슬로바키아의 유명한 목조 건축물 케주마로크.
목조 교회의 외관은 흰색 회반죽으로 목조 형태를 찾을 수 없지만 내부는 화려한 목조장식으로 가득하다.
얼음동굴을 떠나 슬로바키아의 유명한 목조 건축물을 보기 위해 케주마로크로 향했다. 나무로 지은 교회, 케주마로크 목조 교회의 외관은 흰색 회반죽으로 목조 형태를 찾을 수 없었다. 문을 닫을 시간에 도착했지만 관리인을 설득해 간신히 내부를 관람할 수 있었다. 교회 내부는 외부와 달리 화려한 목조장식으로 가득 채워져 있었다. 수수하고 평범한 외관과 달리 금빛으로 단장된 제단은 대리석으로 보일 만큼 윤기가 흐르고 화려했다.
▲2008년 유네스코 세계 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슬로바키아의 유명한 목조 건축물 케주마로크.
목조 교회의 외관은 흰색 회반죽으로 목조 형태를 찾을 수 없지만 내부는 화려한 목조장식으로 가득하다.
나무로 만들어졌다고 보기 어려울 만큼 정교한 조각과 화려한 채색이 예배당에 가득했다. 나무로 만든돔 형태의 천장에는 구름과 천사 그림이 채색돼 있고, 작은 유리창으로 들어오는 햇살이 신비로움을 더해 준다.
건물과 모든 장식품이 못을 하나도 쓰지 않고 만들었다고 하니 그 열정과 순수함이 놀라왔다. 2008년 유네스코 세계 문화유산으로 등재되면서 평소에도 많은 관람객이 찾아온다고 한다. 교회를 나오니 해가 뉘엿뉘엿 저물어 간다. 신이 만들어준 자연과 신을 찬양하기 위한 인간의 건축물을 보면서 슬로바키아 작은 마을에서의 하루를 마무리한다.
글.사진출처 / segye.com / 박윤정 여행가·민트투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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