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新八道(신팔도)*紀行錄/⊙강원도******기행

강원 평창ㅡ봉평면ㅡ흐뭇한 달빛 아래 피운 꽃, 이효석은 말했다…‘숨이 막힐 지경이구나’

by 삼수갑산 2022. 9. 27.

평창. 봉평

흐뭇한 달빛 아래 피운 꽃, 이효석은 말했다…‘숨이 막힐 지경이구나’

▲초가을은 강원도 평창 봉평면에 메밀꽃이 만발하는 시기다. 올여름 집중호우 탓에 메밀 작황이 부진하지만 사진 같은 풍광을 볼 수 있는 메밀밭도 곳곳에 있다. 달 밝은 밤에는 이효석의 ‘메밀꽃 필 무렵’에 묘사된 것처럼 숨 막히는 절경이 펼쳐진다.

 

평창 효석문화제는 한국을 대표하는 가을 축제다. 강원도 평창군과 봉평면 주민이 3년만의 축제 개최를 준비했으나 8월 22일 돌연 축제를 취소했다. 코로나 확산 우려도 있었지만, 장마 영향이 컸다. 여름 집중호우 탓에 메밀 농사가 직격탄을 입었다.

 

그래도 가을은 가을이다. 메밀꽃이 아쉬워도 봉평의 가을은 매혹적이다. 작가의 삶을 돌아보고, 시골 장터에서 푸근한 정을 느끼고, 새단장한 미술관과 스타가 머물던 저택도 볼 수 있다.

 

봉평은 소설가 이효석(1907~42)의 고향이자 그의 대표작 ‘메밀꽃 필 무렵’의 배경이다. 축제가 취소됐어도 작가의 흔적을 톺아보는 문학기행을 즐기는 데는 아무 문제가 없다.

 

봉평면에는 이효석문학관과 2018년 8월 개장한 이효석달빛언덕이 있다. 문학관은 작가의 생애와 문학세계에 집중하고, 달빛언덕은 체험과 재미에 초점을 맞춘다. 달빛언덕에는 집 두 채가 있다. ‘

 

이효석 생가’는 작가가 나고 자란 초가집을, ‘푸른집’은 만년에 살던 평양 주택을 재현했다. 푸른집 옆 언덕에는 지난해 파주에서 옮겨온 작가의 묘지도 있다.

 

▲이효석달빛언덕에 있는 초가집.

 

축제 개최 여부를 떠나 이즈음 사람들은 하얀 꽃을 피운 메밀꽃 보러 봉평을 찾는다. 지난 1~2일 봉평에서 마주친 관광객 대부분이 “아, 메밀꽃 보러 왔는데”라며 아쉬워했다.

 

축제장 주변 메밀밭은 곳곳이 흙빛 맨살을 드러내고 있었다. 다행히 꽃이 잘 자란 밭도 듬성듬성 있었다. 같은 꽃밭도 밤이 더 낭만적이었다. 작가가 ‘소금을 뿌린 듯이 흐뭇한 달빛에 숨이 막힐 지경’이라고 묘사한 그대로였다.

 

축제는 열지 않지만 마을 주민은 이효석문화마을에 조명을 밝히고 흥정천에 섶다리도 설치했다. 이효석문학선양회 전병설 위원장은 “공연을 비롯한 행사만 없을 뿐 축제를 위해 준비한 인프라는 그대로 뒀다”며 “문학 고장의 정취를 느끼러 오길 바란다”고 말했다.

 

▲봉평오일장에서 맛본 묵사발과 메밀부침, 감자전.

 

이효석문화마을에서 남안교를 건너면 봉평전통시장이다. ‘메밀꽃 필 무렵’의 주요 배경이다. 시장에 57개 상점이 있는데, 85개 팀이 좌판을 까는 장날(2·7일)에는 100년 전 장터 같은 분위기가 난다. 추석을 1주일 앞둔 지난 2일 오일장은 고랭지 채소와 산나물, 온갖 먹거리를 파는 상인과 주민, 관광객으로 북적거렸다.

 

시장에선 먹는 재미를 놓칠 수 없다. 15년째 오일장에 나오고 있다는 ‘아랑이네’에서 메밀부침·감자전·묵사발·수수부꾸미를 먹었다. 구수한 음식에서 다정한 기운이 느껴졌다.

 

아랑이네 원복순(64) 사장은 “직접 재배한 채소로 음식을 만든다”며 “믿고 드시라”고 말했다. 김형래 봉평상인회장은 “봉평장은 크진 않지만 ‘정’과 ‘덤’이 있는 푸근한 시골 장”이라고 말했다.

 

▲정원 전망이 좋은 무이예술관 카페.

 

봉평에 간다면 무이예술관도 들러보길 권한다. 2018년 대대적인 개보수를 거쳤다. 상설전시 외에도 특별전과 기획전을 진행하며 전시 수준을 높인 점이 눈에 띄었다.

 

9월에는 지역 아마추어 화가들의 ‘그림벗전’과 홍익대 출신 작가들의 ‘소조각회’ 전시를 진행한다. 카페에서 ‘봉평감자피자’를 판다. 2019년 감잣값이 폭락했을 때 지역 농가를 위해 개발한 메뉴다.

 

무이예술관 김권종 대표는 “새로운 전시를 기획하고 정원에서 음악회를 여는 등 꾸준히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BTS ‘인더숲’ 촬영지. ‘인더숲 스테이’ 이용객만 방문할 수 있다.

 

여행정보=평창군민도 잘 모르는 신흥 명소가 봉평에 생겼다. 지난해 방탄소년단(BTS)이 출연한 예능 프로그램 ‘인더숲’ 촬영 장소가 9월 1일 개방됐다. 휘닉스 평창과 BTS 소속사 ‘하이브’가 함께 만든 ‘인더숲 스테이’ 이용자에 한해서다.

 

잠은 휘닉스 평창에서 자고 촬영지를 1시간 30분간 방문한다. 특별 제작한 기념품도 준다. 휘닉스 평창은 오일장 열리는 날 봉평전통시장과 무이예술관을 들르는 투숙객 대상 무료 버스투어도 운영한다. 해발 1050m에 위치한 휘닉스 평창 ‘몽블랑’에는 이달 말께 메밀꽃이 만개할 전망이다.

 

글.사진출처 / joongang.co.kr / 평창=글·사진 최승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