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의 이빨자리'ㅡ적멸보궁 봉정암(鳳頂庵)
▲내설악 최고의 기암괴석군인 용아장성의 바위자락에 자리잡고 있는 봉정암은
설악산 기운의 정수에 해당한다
설악산도 삼국사기부터 역사에 등장한 명산이다. <삼국사기>제사편에 따르면 설악산 신라시대부터 소사로 지정된산이다. 국가에서 제사를 지내던 산이란 의미다. 적멸보궁에 관한 기록은 없지만 석탑의 양식이 신라 말 고려 초로 추정돼, 예로부터 봉정암이란 사찰은 있었던 것으로 확인된다.
적멸보궁에 관한 전하는 내용은 다음과 같다.
‘봉정암鳳頂庵’이란 이름도 험한 위치와 무관치 않다. 자장율사가 해동에 불법을 크게 일으키라고 부촉 받고 중국 오대산에서 가져온 진신사리와 금란가사를 양산 통도사와 경주 황룡사 9층석탑에 우선 봉안했다.
발길을 북쪽으로 돌려 신령한 장소를 찾았다. 먼저 금강산에 올라 기도했다. 기도를 시작한 지 이레째 되는 날, 갑자기 하늘이 환해지면서 오색찬란한 봉황새 한 마리가 날아왔다. 봉황을 따라 남쪽으로 내려갔더니 봉황새는 높은 봉우리 위를 선회하다가 갑자기 어떤 바위 앞에서 자취를 감췄다.사라진 그곳은 부처님 이마에 해당하는 부분이었다.
용아장성은 이 불두암을 중심으로 좌우에 일곱 개의 바위가 병풍처럼 둘러쳐 있다. 자장이 자세히 보니 봉황이 알을 품고 있는 형국이었다. 자장은 바로 이곳이 사리를 봉안할 곳이라 판단했다. 부처님의 형상을 한 바위 밑에 불사리를 봉안한 뒤 5층탑을 세우고 암자를 지었다. 절 이름은 봉황이 부처님의 이마로 사라졌다 해서 봉정암이라 붙였다. 신라 선덕여왕 13년(644)의 일이다.
설악산에서 가장 험한 능선 중 하나가 소청봉 아래 용아장성능이다 이름 그대로 ‘용의 이빨’처럼 생겼다해서 지어졌다. 봉정암은 그 이빨의 잇몸쯤 되는 위치에 자리 잡고 있다. 험하면 험할수록 경관은 아름다운 법이다. 봉정암은 언제, 어디서 봐도 절경이다.
▲설악산 용아장성 끝자락에 자리잡은 봉정암 진신사리탑이 웅장하게 솟아 1천여년의 세월을 대변해 주는 듯하다
내설악 최고의 기암괴석 군이라 할 수 있는 용아장성龍牙長城의 바위 자락에 자리 잡은 봉정암은 설악산 기운의 정수
(精髓)에 해당한다. 먹을 것도, 땔감도 귀했던, 더욱이 접근조차 힘들었던 기도터가 봉정암이었다.
일반인은 쉽게 올 수 없었고, 올 생각도 못했다. 그만큼 소수의 승려들과, 약초를 캐던 심마니들이나 올 수 있었던 암자였다. 1년에 반절은 눈이 쌓여 더 오기 힘들었다. 접근이 어려웠다는 사실을 뒤집어 보면, 그만큼 신성한 도량이었다.
봉정암은 적멸보궁일 뿐만 아니라 한국 산신 신앙의 메카로 꼽힌다. 한국의 대표적 기도처다. 1년 내내 기도객의 발길이 끊이질 않는다. 백담사에서 봉정암까지 거리는 약 10.6km. 통상 6시간 정도 걸린다.
등산로 자체가 쉽지 않다. 계곡 옆 험한 바윗길을 따라서 우리 할머니, 아주머니들은 올라간다. 어떤 노인네는 지팡이까지 짚었다. 놀라울 뿐이다. 그 힘이 어디서 나올까. 불심(佛心)으로 육체적 고통쯤은아무렇지 않게 극복되는지 참으로 대단하다.
다람쥐까지 나와 기도객들을 맞는다. 다람쥐는 기도객들이 두고 간 쌀을 한 톨씩 훔쳐 먹는다. 살이 통통하게오른 놈들은 사람들 보고도 도망치지 않는다. 자장율사의 간절한 기도로 절터를 잡은 봉정암은 불자라면 꼭 한 번은 찾아 기도해야 하는 신앙의 성지로 꼽힌다.
출처 / 월간 山= 박정원 편집장 / 사진 C영상미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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