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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국가들/⊙남아공화국*기행

남아공ㅡ케이프타운 / 더반ㅡ原始의 대륙 끝자락에 서서 神이 빚은 地球를 내려다 보다.

by 삼수갑산 2021. 7. 30.

케이프타운 / 더반

原始의 대륙 끝자락에 서서 神이 빚은 地球를 내려다보다.

▲남아프리카공화국 케이프타운의 ‘랜드마크’인 테이블마운틴에 오른 관광객들이 케이프타운 시내를 내려다보고 있다.

둘레 3.2㎞의 테이블마운틴 정상에서는 어디서나 케이프타운 시내와 대서양이 만들어낸 아름다운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이럴 줄은 몰랐다. 아무리 여행이 미지의 세계에 대한 두려움을 안고 한발 내딛는 경험이라 해도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첫인상은 생각했던 것보다 더 나빴다.

 

인천에서 홍콩으로, 홍콩에서 요하네스버그를 거쳐 더반으로 가는, 비행기를 두 번이나 갈아타야 하는 긴 여정은 시작부터 꼬였다. 홍콩행 비행기가 연착하는 바람에 경유 일정이 다 어그러졌다.

 

그 덕분에 어느 공항에서는 안내 직원을 따라 헉헉댈 정도로 뛰어 겨우 비행기를 탔고, 어느 공항에서는 승객들 사이에 끼어 하염없이 게이트가 열리기만 기다렸다.

 

그렇게 거의 만 하루 넘게 꼬박 날아왔건만, 공항에서 기다리고 있겠다던 가이드도, 우리를 호텔까지 실어나를 차도 준비돼 있지 않았다.

 

365일 흐린 날도 거의 없다던데, 마침 비마저 사정없이 내리고 있었다. 그렇게 힘들게 호텔에 짐을 풀고 나니 남아공 관광청 직원이 남아공의 첫인상을 물었다. 짧은 영어로 극찬을 했지만 아마 그 직원은 내 표정에서 실망과 분노를 충분히 느꼈을 것이다.

“내일 비가 그치고 나면 전혀 다른 나라가 될 거야. 기다려 봐.” 현지 직원의 말에 건성으로 답했던 것 같다. 하지만 반성했다.

 

내 성급함을. 눈을 뜬 내가 본 것은 전혀 다른 나라였다. 시간이 이대로 멈추길, 그도 아니라면 이 남아공 특유의 색감, 여유로움을 한국으로 오롯이 담아갈 수 있기를 기도했다. 남아공은 그렇게 선물처럼 다가왔다.

 

▲케이프타운에서 희망봉으로 가는 길에 있는 후트베이 항구에 배들이 정박해 있는 모습.

후트베이 항구에서 배를 타고 15분가량 들어가면 수백 마리 물개가 서식하는 물개섬에 갈 수 있다.

 

#‘6㎞ 골든 마일 해변’을 품은 도시, 더반

남아공에서 세 번째로 큰 도시인 더반은 그저 평창동계올림픽 유치가 결정된 곳, 2010 남아공월드컵 때 한국 경기가 열렸던 곳 정도로 알려져 있다. 기자 역시 ‘인다바2017’(남아공에서 열리는 아프리카 최대 관광박람회) 행사가 아니었다면 굳이 찾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인도양에 맞닿은 동쪽 해안에 자리 잡은 항구도시 더반은 꼭꼭 숨겨둔 매력을 유감없이 내보였다. 동행했던 한 일행은 “더반 사람들은 어떻게 이런 곳을 숨겨두고 있었는지 모르겠다”며 연신 탄성을 질러댔다.

 

더반의 대표적 해변인 ‘골든 마일’은 6㎞에 걸쳐 이어져 있다. 이름에 걸맞게 금빛 모래사장과 파도가 넘실대는 바다는 그저 바라보고만 있어도 미소가 절로 지어졌다. 분명 바다도, 하늘도 한국에서 볼 수 없는 선명한 색감을 자랑하는데, 둘의 조화는 또 어찌나 기가 막히는지…….

더반의 해변은 시시각각 변한다. 오전 5시쯤 해뜨기 시작할 때와 한창 뜨거운 햇살이 바다를 비출 때, 바다가 석양에 붉게 물들 때의 분위기가 저마다 다르다. 그게 어느 때든 골든 마일 해변은 편안함과 강렬함을 동시에 주었다.

더반의 해변은 세계 3대 서핑 포인트로 꼽힌다. 바람 한 점 없는 날씨에도 해변 바로 앞까지 3m 이상 파도가 넘실댄다. 해가 뜨기 전부터 전 세계에서 몰려든 서퍼들은 바다로 뛰어든다. 굳이 서핑이 아니어도 더반의 해변을 즐길 다른 방법은 많다.

 

우리 돈 3000원 정도면 1시간 동안 빌려 탈 수 있는 자전거로 골든 마일 해변을 둘러보는 것도 좋다. 바다에, 하늘에, 때로는 사람들의 행복한 표정에 절로 미소 짓게 된다.

 

그게 아니라면 그냥 해변에 늘어선 호텔 방에서, 아니면 해변에서 가만히 바다를 바라봐도 된다. 해변 곳곳에 조성된 레스토랑에서 차가운 맥주 한 잔, 아니면 남아공산 화이트 와인 한 잔을 즐길 수도 있다.

남아공으로 떠나올 때 가장 많이 들은 말 중 하나가 “거기 안전해?”였다. 사실 안전하다면 안전하고 위험하다면 위험하다. 누군가는 “관광객처럼만 보이지 않으면 된다”고 했는데, 지구 반대편 북반구 아시아에서 온 동양인이 관광객처럼 보이지 않을 방법은 없다.

 

누군가는 “가지 말라는 곳에만 안 가면 된다”고 하는데, 사실 가지 말라는 곳이 많기는 하다. 더반에서도 비슷했다. “해변의 호텔을 중심으로 해변 쪽은 자유롭게 가도 되지만 반대쪽(도심)으로는 혼자서는 가지 말라”는 말을 5일 동안 철저히 지켰다.

 

▲남아프리카공화국 더반의 ‘골든 마일’ 해변에서 한 서퍼가 서핑을 즐기고 있다.

세계 3대 서핑 포인트인 더반의 해변에는 하루 종일 수백 명의 서퍼들이 파도를 즐긴다.

 

현지 직원들의 엄포 섞인 요청을 지킬 수 있었던 데에는 무엇보다 압도적인 해변 경관이 가장 컸다. 5일 동안 이 바다와 하늘의 조화로운 풍경, 자연이 연출하는 놀라운 색감을 눈에 담고 가슴에 품느라 정신이 없을 정도였다.

더반은 해변 외에도 볼거리가 꽤 있다. 해변 한쪽 끝의 ‘우샤카 마린 월드’는 아프리카 최대 해양 테마공원이다. 아쿠아리움과 워터파크가 결합된 형태다.

 

난파 해적선을 콘셉트로 한 아쿠아리움은 한국의 그것에 비해 다소 투박하지만 상어 등이 자유롭게 헤엄칠 수 있도록 한 구성은 독특하고 매력적이다.

더반 도심에서 차를 타고 30여 분 이동하면 나오는 ‘페줄루(Phe-zulu) 공원’ 역시 들를 만하다. 페줄루는 ‘위쪽’이라는 뜻을 갖고 있다. 더반의 최대 부족인 줄루족의 사는 모습을 꾸밈없이 보여준다. 이곳은 더반 시내 초등학교의 소풍 장소이기도 한 듯하다. 줄루족 민속 공연을 초등학생들과 함께 봤다.

 

사진 찍히는 것을 너무 좋아해 카메라만 내밀면 각종 포즈를 취하며 활짝 웃는 아이들의 모습, 공연을 보다가 자기들이 더 신이 나서 한바탕 춤을 추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페줄루 공원이 위치한 곳은 ‘사우전드 힐’인데, 이름 그대로 엄청난 언덕이 굽이굽이 펼쳐진 지역이다. 이 언덕 한 곳에 위치한 식당에서 남아공 여행을 통틀어 가장 맛있고 여유 있는 점심 식사를 했다.


#‘아프리카의 작은 유럽’ 케이프타운

그렇게 더반에서의 5일이 지날 때쯤, 행사장에서 만난 한 외국 기자가 ‘이제 어디로 가느냐’고 물었다. ‘케이프타운’이라고 답하자, 그 기자는 “아마 더반은 머릿속에서 지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케이프타운으로 향하는 비행기에서 내내 압도적인 풍광에 감격할 준비를 하고 있었건만, 케이프타운은 내 상상 이상으로 멋졌다.

케이프타운은 아프리카보다는 유럽의 어디쯤으로 보인다. 1652년 네덜란드 동인도회사가 아시아 무역의 보급기지로 건설한 도시인 케이프타운은 유럽을 출발한 배들이 중간에 물자를 보충하는 장소로 활용돼 유럽의 문화가 많이 녹아들었다. 2014년 뉴욕타임스가 발표한 ‘세계의 가볼 만한 곳 52곳’ 중 1위를 차지할 정도로 이미 미국과 유럽에서는 손꼽히는 관광지다.

케이프타운은 도시 어디에서 사진을 찍어도 큰 액자 속 그림처럼 나온다. 무엇보다 ‘랜드마크’인 테이블마운틴의 존재 덕분이다. 도시 어디서든 보이는 케이프타운의 배경인 테이블마운틴은 멀리서 보면 그 자체로 훌륭한 피사체이면서, 동시에 테이블마운틴 위에 올라서면 더 훌륭한 풍경을 선물한다.

 

해발 1086m 높이의, 이름 그대로 거대한 탁자 하나가 하늘에서 뚝 떨어진 듯한 테이블마운틴의 정상부 3.2㎞를 돌아보는 내내 카메라 셔터 누르기를 멈출 수 없었다.

사실 테이블마운틴은 쉽게 관광할 수 있는 곳이 아니다. 날씨 때문이다. 케이프타운은 유럽 어느 곳과 비교해도 훨씬 더 많은 일조량을 자랑한다.

 

하지만 테이블마운틴 정상 부근은 예외다. 오전에 맑았다가 오후에 구름이 끼는 경우도 많다. 구름이 끼면 올라가지도 못하지만 올라가 봐야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날은 맑아도 바람이 많이 불면 케이블카 운행을 멈춘다. 한 번에 테이블마운틴을 오르는 것은 쉽지 않다. 케이프타운에 머무는 내내 테이블마운틴의 관광 허가가 떨어지기만 기다리는 경우도 있다.

 

남아공의 겨울에 해당하는 7월 말부터 8월 초에는 아예 정상의 자연환경 보호를 위해 2주간 테이블마운틴을 향하는 케이블카 운행이 전면 중단된다. 가이드의 설명으로는 대략 1년 중 3분의 1가량은 테이블마운틴에 오를 수 없거나 올라도 아무것도 볼 수 없다고 한다.

 

▲남아프리카공화국 더반 인근 ‘페줄루’ 공원에서 줄루족들이 전통 의상을 입고 전통 공연을 하고 있다.

 

운이 좋았다. 강렬한 햇볕이 고마울 정도로 맑은 날씨에 정상으로 향하는 케이블카에 올랐다. 5분이면 정상에 도착하는데, 올라가는 내내 360도 회전을 해 어디서든 테이블마운틴의 웅장한 자태와 케이프타운의 절경을 감상할 수 있다. ‘아’ 하는 탄성은 테이블마운틴 정상에 오르자마자 더 커졌다.

 

어디가 끝인지 모를 정도로 뻗어있는 아프리카 대륙과 케이프타운 도심이 한눈에 펼쳐진다. 뒤쪽으로는 대서양의 푸른 바다가 그림과 같은 풍경을 만든다.

 

테이블마운틴을 둘러싸고 사자 머리처럼 생겼다고 해서 이름 붙여진 ‘라이언스 헤드’, 악마의 봉우리라는 뜻의 ‘데빌스 피크’ 등도 절경이다. 산 위에 쓰여진 ‘지구에 준 선물(A gift to the Earth)’이란 문구만큼 테이블마운틴을 정확히 표현한 수식어도 없을 듯했다.

케이프타운 최대 상업지구인 ‘워터프런트’는 대놓고 ‘유럽’을 지향하는 곳이다. 유럽보다 더 유럽 같은 디자인의 건물에 상점과 식당 등이 가득하다. 바로 옆 항구에서는 요트를 타고 바다에 나가 일몰을 감상할 수 있다. 3만 원 안팎이면 ‘선셋 크루즈’를 탈 수 있다.

 

일몰 시간에 맞추려면 빠듯하긴 하지만, 바다 한가운데에서 온 세상이 불게 물드는 모습은 쉽게 볼 수 있는 풍경이 아니다. 바다 너머로 해 지는 모습을 감상하다 고개를 돌리면 테이블마운틴이 석양에 붉게 물든 모습이 보이고, 반대쪽으로는 케이프타운 도심의 야경이 보이기 시작한다.

 

제공되는 스파클링 와인을 마시며 바다 한가운데서 조용히 야경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왜 유럽인들이 케이프타운을 최고의 관광지로 꼽는지 조금은 알 것 같았다.


# 인도양과 대서양이 만나는 땅끝 희망봉

남아공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 유명한 관광지가 ‘희망봉’이다. 15세기 오스만제국이 들어선 뒤 육로를 통해 인도와 교역하는 길이 끊기게 된 유럽인들은 인도와 직접 무역할 수 있는 뱃길을 찾았다.

 

하지만 1488년 포르투갈의 바르톨로메우 디아스가 희망봉을 발견하기 전까지 끝도 없이 남쪽으로만 이어지는 항로를 지나오며 불안과 공포를 가질 수밖에 없었다. 동쪽으로 꺾이는 희망봉을 발견하고 나서야 ‘삶’에 대한 ‘희망’을 품을 수 있게 됐다.

희망봉으로 가는 길은 도로에 따라 55㎞에서 70㎞ 정도에 불과하지만 좀처럼 속도를 내기 어렵다. 우선 만나는 해변이 메이든스 커브다. 뒤로 테이블마운틴이 보이고 앞에는 푸른 대서양 바다가 보이는 해변 곳곳에는 케이프타운에서 가장 비싼 집값을 자랑하는 테라스하우스가 늘어서 있다.

 

이곳에서 보면 테이블마운틴 정상 주변의 12개 봉우리도 뚜렷이 확인할 수 있다. 케이프타운에서는 이를 예수 그리스도의 12제자를 상징하는 것이라 부르기도 한다.

 

▲아프리카 대륙의 최서남단임을 알리는 ‘희망봉’의 안내판.

이프 포인트에서 희망봉에 이르는 길의 경치는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절경이다.

 

메이든스 커브를 시작으로 희망봉까지 해안도로를 따라 달린다. 이 중 채프먼스 피크는 해안도로의 백미다. 테이블마운틴과 마찬가지로 날씨가 좋지 않으면 아예 도로 진입을 할 수 없다.

 

400여 번의 굴곡을 지나며 속도를 늦춘 차 안에서 오른쪽으로 펼쳐진 해변과 고급 저택, 바다가 어우러진 모습을 감상할 수 있다. 채프먼스 피크 곳곳에 자리 잡은 한 전망대에서 만난 미국인 관광객은 “이탈리아 아말피 해안 드라이브 코스보다 더 낫다”고 엄지손가락을 치켜들었다.

희망봉으로 가기 전 볼더스 비치에서는 아프리카 펭귄들을 눈앞에서 만날 수 있다. 수백 마리의 펭귄들이 헤엄쳐 나와 젖은 몸을 턴 뒤 뒤뚱뒤뚱 걷는 모습을 보며 전 세계 관광객들은 눈을 떼지 못한다.

드디어 희망봉. 두 가지 오해가 있다. 하나는 희망봉이 아프리카 대륙의 최남단이자 대서양과 인도양이 만나는 곳이라 생각하지만 사실과 다르다.

 

희망봉에서 남동쪽으로 약 160㎞ 떨어진 아굴라스 곶이 실제 아프리카 대륙 최남단이다. 희망봉은 아프리카 대륙 최남서단이 정확하다. 그리고 희망봉은 사실 ‘봉’이 아니라 ‘곶’(바다를 향해 돌출된 지형)이다. 관광객들이 ‘봉’으로 착각하는 등대가 자리 잡은 곳은 ‘케이프 포인트’다.

 

우선 케이프 포인트에 올랐다. 동쪽의 인도양, 서쪽의 대서양 바다가 한눈에 보인다. 두 대양의 수온이 달라 바다 색깔도 확연히 구분될 정도로 다르다. 케이프 포인트에서 2㎞가량 떨어진 희망봉으로 이동하는 방법은 다양하다. 

 

하지만 시간이 허락한다면 트레킹을 추천한다. 케이프 포인트에서 대서양과 인도양이 만들어낸 절경에 감탄하며 한 걸음 한 걸음 내딛다 보면 어느 순간 희망봉이다. 사실 희망봉 그 자체는 절경은 아니다. 

 

하지만 희망봉이 갖는 역사적 의미에 케이프 포인트부터 희망봉으로 이어지는 트레킹 코스의 절경을 더하면 잊을 수 없는 기억이 된다. 어떤 언어로도 쉬이 표현할 수 없는 경이로움 그 자체다. 희망봉을 빠져나오며 케이프타운 국립공원 내에서 원숭이, 타조 등 야생동물들을 발견하는 것은 또 다른 재미다.

 

▲ 희망봉으로 가는 길에 있는 볼더스 비치에는 수백 마리의 아프리카펭귄이 서식하고 있다.

 

# 4700개의 와이너리…‘와인 대국’ 남아공

한국에도 슬슬 소개되고 있지만 남아공은 4700여 개의 개인 소유 와이너리(와인 농장)가 존재하는 와인 대국 중 하나다. 와인 역사도 350년가량 됐다. 일정이 여유롭다면 케이프타운 인근 스텔렌보스 지역의 와이너리를 둘러보는 것도 추천한다.

 

남아공 전체 와인의 90%가 생산되는 스텔렌보스에는 수백 개의 와이너리가 있는데, 경치 좋은 곳에서 테이스팅(시음)을 하고 질 좋은 와인을 값싸게 구매할 수도 있다.

 

조던(Jordan)이나 토카라(Tocara) 같은 크고 유명한 와이너리, DMZ(De Morgenzon)라는 작은 와이너리를 둘러봤는데, 각각 고유한 와인의 향·맛과 함께 아름다운 자연경관을 갖추고 있었다.

남아공에선 매 끼니 와인을 마셨다. 더반에서는 1만∼2만 원, 케이프타운에서는 1만∼3만 원만 주면 그 10배 이상의 가치를 하는 와인이 나오는데, 이를 건너뛰는 것은 왠지 손해 보는 기분이었다.

 

다행히 동행들도 비슷한 생각을 했는지, 식사 때마다 음식보다는 와인 주문에 더 정신이 팔렸다. 남아공에서 꼭 맛봐야 할 와인은 피노타지(Pinotage)다. 오직 남아공에만 존재하는 품종이다. 프랑스의 피노누아와 에르미타주로 알려진 생소한 품종을 교접해 만들어졌다.

더반의 일상 속 여유로움에 취하고 케이프타운의 웅장하면서도 화려한 자연경관에 감동하고 끼니마다 와인을 마셔대며 진짜 ‘취해버린’ 일정을 보내고 다시 만 24시간이 걸리는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야 “남아공에 안 와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온 사람은 없다”는 남아공 관광청 직원의 말을 이해할 수 있었다. 출발한 곳으로 되돌아오기도 전에 인생의 버킷 리스트에 ‘남아공 재방문’을 올려두었다.

 

▲남아공 여행 정보

 

한국에서 남아프리카공화국으로 가는 직항편은 없다. 홍콩을 경유해 남아공 요하네스버그로 이동하는 것이 가장 시간을 절약하는 방법 중 하나다.

 

인천에서 홍콩까지는 3시간 40분, 홍콩에서 요하네스버그까지 13시간 걸린다. 요하네스버그에서 다시 더반이나 케이프타운으로 국내선을 타야 한다.

남아공은 한국보다 7시간 늦다. 남아공은 남반구에 위치해 계절이 한국과 반대다. 여행 성수기는 12∼1월이다. 가장 추운 7월 평균 최저기온이 7도, 최고기온이 17.5도이고, 가장 따뜻한 1월 최저 기온이 15.7도, 최고 기온이 26.1도다.

남아공은 ‘랜드(RAND)’라는 독자 화폐 단위를 쓰는데, 환율은 1랜드가 80∼100원가량 한다. 환율 변동 폭이 큰 편이다.

다른 아프리카 국가와 달리 풍토병 위험은 거의 없으니 미리 예방주사를 맞는 등 수고와 불편을 겪지 않아도 된다. 케이프타운이나 더반 모두 관광지는 깔끔하고 안전하다.

 

단 관광지가 아닌 곳을 밤늦게 돌아다니거나 혼자 다니면 위험할 수 있다. 영어를 공용어로 써 기본적인 의사소통은 가능하다.

물가는 전체적으로 한국보다 싼 편. 음식값도 상대적으로 저렴하다. 특히 와인은 식당에서 1만∼3만 원대로만 골라도 수준급 와인을 마실 수 있다.

 

대중교통이나 치안 등을 감안할 때 자유여행보다는 패키지 여행이 좀 더 유용하다. 현지 여행사에서 당일치기 희망봉 투어나 와이너리 투어 등을 판매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