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프타운(Cape Town)ㅡ테이불 마운틴( Table Mountain) 등정기(2)
새벽 동이 틀 때쯤에 잠이 깬다. 테라스에 나가보니 시내는 아직 가로등이 꺼지지 않았고 거리와 건물은 조용하다. 아침 7시에 숙소에서 제공하는 아침 식사를 한다. 식사는 1층 식당에서 제공해 준다. 일찍 문을 연 식당은 아침을 사 먹으러 오는 손님들도 있다.
베이컨에 계란, 빵과 차를 준다. 간단하지만 성의껏 준비해 주는 것 같다. 숙소로 올라와 포터에 누룽지를 끓여서 물통에 담아 가지고 나온다. 숭늉인 셈이다. 오늘의 일정은 테이블마운틴을 걸어서 올라가는 것이다. 대부분 케이블카를 이용해 단숨에 올라가지만 우리는 걸어서 천천히 올라가기로 했다.
먼저 버스를 탈 수 있는 교통카드를 사기로 했다. 가는 길에 자두 4개를 샀다. 교통카드인 My City 카드는 파는 곳이 정해져 있다. 물어보니 Adderley 정류장에서 사기도 하고 충전도 한단다. 걸어간다.
롱 스트리트 끝자락에서 오른쪽으로 가면 시외버스 터미널과 광장이 있는 길 건너편 가까이에 있다. 어떻게 사야하는 지 몰라 물으니 친절하게 알려준다. 몇 일정도 있을 예정이냐고 묻자, 3~4일 정도라고 알려주었다. 카드 구매 기본요금 300에 200R를 충전해 주었다. 아내 것도 함께 구입해 2장 샀다. 이제 버스는 맘대로 타고 다니게 되었다.
107번 버스를 타고 테이블 마운틴으로 간다, 버스에 함께 탄 아주머니들이 친절하게 내릴 곳을 알려준다. 마을을 지나 산길을 지그재그로 올라간다. 고개를 넘어갈 즈음에 우리보고 내리란다. 여기 Kloof peak 에서 셔틀을 갈아타란다. 버스 정류장의 이름은 Kloof nek이다.
내려서 약간 이동하니 무료 셔틀 버스인 110번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Lower Tafelberg이다. 약 5분 정도 다시 왼쪽으로 올라가서 우리를 내려 주었다.(Lower Cable Station). 지도에는 Upper Tafelberg 라고 표시되어있다. 여기서 케이블카를 타고 올라가려는 사람들이 엄청 길게 줄을 서 있다. 아침 일찍 부지런히 올라온 모양이다. 아니 새벽같이 올라와야 한단다
줄을 서는 중간 중간에는 얼마나 기다려야 케이블카를 타는지 표시판이 있다. 30분 판, 1시간 판, 1시간 30분 판, 우리가 지금 줄을 서면 2시간 있다가 탈 수 있단다. 길가에는 승용차와 관광버스가 길게 주차해 있다. 이 길이 Tafelberg Road라는 길이다.
주차장이 따로 없고 길가에 세우면 되는데 케이블카 승강장 근처에 차를 주차하려면 아마 전 날 와서 기다려야 할 것 같다. 엄청 차들이 엉망으로 길게 주차해 있다. 엄청 사람들이 많아 통제를 해서 표를 끊고 있다. 오전 9시 20분이다.
일단 물이 필요할 것 같아 매점에 가서 물을 샀는데 작은 것 1통 무려 2000원씩이나 했다. 달리 방법이 없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시내에서 물을 사가지고 오는 것인데, 미처 준비를 못했다. 할 수 없이 물을 샀다.
이제는 올라갈 일만 남았다. 여기에서 이정표를 잘 살펴보면 산으로 오르는 길이 표시되어 있는데 우리는 그 표시를 알아보지 못했다. 앞으로 길을 따라 조금 가니 백인 2명도 걸어서 올라간다고 앞서 가고 있었다. 라이언 헤드 봉우리를 등지고 걸어가는 것이다.
우리는 그들이 길을 잘 알 것이라고 따라갔다. 가다가 직원같이 생긴 사람에게 물으니 한참을 걸어가야 한단다.(나중에 알고 보니 그 말도 틀린 것은 아니었다.) 10여분을 걸어가도 위로 올라가는 길이 나오지 않았다.
더 가야하는데 백인들이 그냥 산으로 치고 올라간다. 길도 없고 키 작은 나무들과 바위 그리고 억센 풀들이 있는 그러나 경사가 완만한 곳을 오른다. 처음은 그런대로 희망을 갖고 올라가지만 점점 험해지고 어려운 길이었다. 거기에 뜨거운 태양이 사정없이 내리쬐니 더욱 힘들다.
아내는 양산을 쓰고 힘겹게 따라 올라온다. 가시나무와 키 작은 나무들을 헤치며 바위를 오르고 내리며 힘겹게 따라가는데 앞 선 백인들과 자꾸만 멀어진다. 이렇게 약 1시간을 헤맨 후에 겨우 길을 찾았다. 우리는 땀으로 온 몸이 다 젖을 정도로 고생을 했다. 길에 올라서서 얼마나 반가웠는지 모른다. 그러데 문제가 생겼다.
길에 산을 향해 위로 난 것이 아니라 수평으로 나있는 길이다. 이 길 이름이 Upper Cont our Path라는 길이다. 지나가는 사람도 없다. 앞서 간 사람들이 오른쪽으로 가기에 걸어간다. 눈 아래는 케이블카 타는 곳과 주차해 있는 차들이 끝없이 이어져 눈에 들어온다. 그 밑으로 시내도 보여 전망은 좋다.
오른쪽으로 걸어가는데 한 커플이 우리를 마주하고 온다. 올라가는 길을 물으니 오른쪽으로 가는 길은 인디언 루트인데 험하고 위험하단다. 그래서 그들도 왼쪽 길을 선택해 올라간다고 한다. 우리는 초행길이라 쉬운 길을 선택하기로 했다. 가던 길을 멈추고 돌아서서 왔던 길로 다시 간다.
라이언 헤드를 등지고 걸어가는 것이다. 모르면 몸이 고생한다는 말이 딱 맞다. 절벽 아래 만들어진 수평으로 이어지는 길은 끝도 없이 계속 간다. 다른 길이 없다. 돌로 이루어진 길은 케이블카가 있는 곳을 등지고 계속 앞으로 걸어간다. 그늘이 하나도 없는 절벽에 만들어진 길이다.
이렇게 약 1시간을 걸어가니 밑에서 올라오는 사람들의 소리가 들린다. 우리는 물을 발견했다. 나무숲이 나오면서 좁은 계곡에 샘물이 흘러내리고 있다. 아내는 이 물에서 세수를 하고 수건을 적셨다. 이 샘물에서 몇 걸음 더 옮기니 위로 오르는 길로 이어진다. 반가웠다.
이제 우리는 위로 올라간다. 돌로 이루어진, 가끔 계단이 있는 쉽지 않은 등산길이다. 이 등산로의 이름이 Platteklip Gorge 라는 길인데 엄청 고불고불 경사가 급한 길이다. 사람들이 제법 보인다. 젊은 흑인 커플이 앞서다가 우리 뒤로 쳐진다.
강아지를 끌고 올라가는 가족은 통통한 강아지가 다리가 짧아 오르지 못해 안고 가야했다. 중년의 백인 부부는 우리와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올라간다. 힘들다. 그늘만 있으면 모두 쉰다. 그늘이 없어도 힘들어 바위 위에 걸터앉아서 쉰다. 힘들게 오를 때 가방에서 자두를 하나 꺼내 먹으니 정말 꿀맛이다.
해발 1087m. 그다지 높지 않은 테이블 마운틴을 오르는 데는 대략 세 시간 정도 걸린다고 하는데 우리는 처음에 헤매었으니 좀 더 걸릴 것 같다. 오르는 길은 여러 가지 인 것 같다. 종종 가파른 부분이 있긴 하지만 초보 등산자라도 쉽게 산을 오를 수 있다.
열심히 산을 오른다. 양 옆에 바위 암벽이 버티고 있는 계곡 길을 오른다. 눈을 들어 올려다보면 V자형 산 위에 파란 하늘이 보인다. 힘들어 쉴 때면 바위에 걸터앉아 눈 아래 펼쳐지는 경치를 보면 기분이 좋다. 해변에 부두가 있고 배들이 정박해 있다. 시원한 바람도 가끔 불어온다.
스마트폰으로 음악을 들으며 올라간다. 함께 올라가는 사람들이 이제 낯익어 보인다. 이렇게 또 한 시간을 올라가 드디어 정상에 도착했다. Table Mountain National Park 라는 글씨가 보이는 은색 작은 표지가 바위에 붙어있다. 정상이라고 해서 뾰족한 곳에 오른 것이 아니라 테이블처럼 평평한 곳에 도착한 것이다.
오르는 길에 사자봉을 보면서 걸어가면 험하다는 길이 있는데 그 루트가 India Venster Route. 그 길로 가도 여기 정상 입구에서 만난다고 표지판이 만들어져 있다. 갈증이 난다. 물을 맘껏 마셨다. 테이블마운틴은 산 정상이 3km가 넘는 평지로 이루어져 있는 것이 특징. 케이프타운을 360도로 조망할 수 있어서 싱그러운 도시 전경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최적의 스팟이라고 할 수 있다.
경치가 탁 트이는 평평한 정상에 올랐을 때의 느낌이란! 말로 형용할 수 없을 만큼 시원하고 상쾌하다. 사실 테이블 마운틴에 오르는 등산로는 여러 가지가 있는데 등산객들이 가장 자주 오르는 길은 플랫테클립 고지 길이다.
테이블 마운틴이 큰 나무가 적은 돌산인데다. 시내에서 훤히 보이는 곳에 위치하고 있어서 길을 잃거나 낙산하는 경우가 적을 것이라고 쉽게 생각하는 경우가 있는데, 그만큼 방심해서 쉽게 길을 잃을 수 있는 곳이 테이블 마운틴인 것을 세삼 알게 되었다.
정상에 오른 것이 오후 1시다. 거의 3시간 40분이 걸린 셈이다. 내려가려는 사람들이 걱정이 된다. 힐을 신고 내려가는 이도 있다. 돌길이 엄청 험한데 만만히 보는 것 같다. 올라오는 길에 구두를 신고 내려가다가 아예 맨발로 힘들게 걸어가는 아주머니도 보았다.
정상에 서서 시내를 내려다보며 사진을 찍는다. 여러 가지 산책길에서 만나는 야생화도 찍는다. 붉은 꽃, 노란 꽃, 핑크빛 꽃 등 다양하고 참 특이하다. 주변의 경관도 아름답지만 걸어서 올라왔다는 성취감이 더 오래 남는 것 같다. 날씨가 구름 한 점 없이 참 좋다.
절벽에서서 내려다보니 우리가 올라왔던 산악 도로가 보이고 그 밑으로 넓은 백사장을 가진 아름다운 해변이 펼쳐진다. 산 밑의 바닷가에는 해안도로가 보인다. 푸른 바다가 인상적이다.
케이블카까지 걸어가는데 12분이 걸린다는 표지판도 있다. A Floral Kingdom이라는 전망대가 있다. 바위 산 절벽에 무슨 꽃 타령이란 말인가? 알 수 없다. 무슨 유래가 있겠지........ 강렬하고 뜨겁다. 그늘이 없다. 양산을 쓰고 잠시 절벽에 서서 아래를 관망한다.
우리가 내일 방문하려는 해변 ‘캠스 베이’도 보인다. 에메랄드 빛 바다를 가진 해변은 케이프타운에서 가장 아름답다는 해변이다. 어제 방문했던 워터 프론트 지역이 눈에 들어온다. 월드컵 경기장의 모습도 찾아볼 수 있다.
만델라 대통령이 수감생활을 한 로벤 아일랜드도 멀리 내려다보인다. 오른쪽에는 둥그런 해안선이 이어지고 부두가 있다. 산책하면서 바다와 산악지역 그리고 도시를 동시에 파노라마로 즐길 수 있다. 시그널 힐로 출발하는 라이언 헤드 봉우리가 멋지다.
아내는 폰으로 파노라마로 동영상을 넣는다고 아주 심각하다. 절벽에 서서 환한 미소로 사진을 찍는다. 올라올 때 고생을 다 잊은 듯 얼굴에는 기쁨이 가득하다. 까마귀 보다 작고 윤기가 흐르는 늘씬한 새들이 많이 보인다.
정상에는 돌로 지어진 교회같이 생긴 아담한 건물에는 기념품 가게와 레스토랑이 있다. 테이블 마운틴 카페란다. 우리는 이곳 화장실을 이용했다. 한국인 단체 관광객들도 2팀이나 올라와 있었다. 2시 30분경에 내려오는 케이블카를 타기로 했다.
내려가는 손님은 밀려있지 않아서 바로바로 탑승할 수 있다. 내려가는 요금도 오전과 오후가 다르다. 오전이 약간 더 비싸다. 오전 8시부터 오후 1시까지 올라오는 요금이 편도는 145R, 왕복이 285R인데, 오후 1시 이후에 올라오는 편도 요금은 135, 왕복은 255R이다. 17세 미만의 아동들은 반값이다.
케이블 카는 타는 곳에 가니 벽에 낯익은 제주도 성산 일출봉 산이 보인다. 세계 7대 자연경관’에 테이블 마운틴도 들어있어서 붙여 놓은 홍보 사진이다. 제주도가 세계 7대 자연경관에 선정됐다.
스위스의 뉴 세븐 원더스 재단은 2011년 전 세계 28개 후보지 가운데 문자와 전화, 인터넷 투표 등을 통해 상위 7곳을 ‘7대 자연경관’으로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선정된 7지역은 제주를 비롯해 브라질 아마존, 베트남 하롱베이, 아르헨티나 이구아수 폭포, 인도네시아 코모도국립공원, 지하로 흐르는 필리핀 푸에르토 프린세사 강, 남아프리카공화국 테이블마운틴 이 함께 선정됐다.
우리가 탄 케이블카는 원형으로 돌아가면서 내려가기 때문에 좋은 자리를 차지하려고 고민할 필요도 없다. 타고서 5분 정도 간다. 우리가 올라오던 길이 선으로 이어져 있고 사람들이 가끔 보인다.
눈 아래 보이는 승선장에는 아직도 사람들이 많다. 도착했다. 우리가 놓쳤던 올라가는 입구를 찾아보기로 했다. 올라가는 길은 붉은색 사람 모양으로 표시되어 있었다. 다시 무료 셔틀 버스를 기다렸다가 버스 내린 곳에서 모두 내렸다. 107번 버스를 타고 롱 스트리트에서 하차를 했다.
캣 앤 무스 호스텔에서 반도 투어를 예약했다. 요금은 두당 750R다. 아침 7시 45분에 여기서 투어버스를 타기로 했다. 화요일과 금요일은 투어 일정이 없어서 내일 모레 토요일에 투어를 하기로 했다. 계약금 300R를 주고 나머지 1200R는 투어회사에 당일 지불하기로 했다.
호스텔 근처에 있는 슈퍼 SPA를 찾아갔다. 돼지고기, 닭고기, 생선 요리, 그리고 물을 사가지고 숙소로 향했다. 이 슈퍼에서는 신라면 뿐 만 아니라 한국 식품도 많이 팔고 있고, 즉석에서 먹을 수 있는 음식들을 많이 팔고 있다. 용기에 담아 먹을 수 있는 공간도 있다. 숙소로 걸어오다가 어제 샀던 과일 노점상이 있어 또 망고 2개와 자두 2개를 샀다.
숙소 방이 바뀌었다. 1호실인데 테라스가 있는 아주 넓고 실용적인 방이다. 테라스에 나가면 테이블 마운틴이 한 눈에 들어온다. 정말 멋진 장소다. 작은 테이블과 의자도 있어 점심 겸 저녁을 이 테라스에서 먹었다. 우리가 올라갔던 테이블 마운틴을 바라보며 저녁 식사를 하는데 그 풍경이 참 감동적이다.
샤워도 하고 빨래도 한다. 건조한 바람이 분다. 카운터에 가서 숙박 요금을 지불했다. 3일치를 더 지불했다. 하루는 카드로 결제를 하고 나머지는 현금으로 지불했다. 이 건물은 가족이 운영하는 것 같다.
호텔 운영에 식당과 카페까지 모두 가족이 운영하는 것 같다. 무척 바빠 보인다. 저녁에 할 일이 없어 쉬면서 망고도 먹고 숭늉도 끓여 먹었다. 갈증해소에는 숭늉이 최고다. 밤에는 카페에서 들려오는 음악 소리와 손님들로 약간 시끄럽다. 음악이 늦게 끝나는 것 같다. 내일은 주변에 있는 해변을 찾아갈 것이다.
글.사진 출처 / blog. 서울 관당 이경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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