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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남 아시아****국가들/⊙태국왕국**기행

태국ㅡ방콕(Bangkok)ㅡ방콕 & 아유타야(Ayutthaya), 영롱했던 3일의 기행

by 삼수갑산 2022. 8. 26.

방콕(Bangkok)ㅡ방콕 & 아유타야(Ayutthaya), 영롱했던 3일의 기행

담넌사두억 수상시장

 

작은 선착장에 도착하자, 마치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이 롱테일 보트의 사공이 손짓했다. 그와 함께 150여 년 전부터 문을 열기 시작했다는 수상시장으로 향하기로 했다.

 

방콕 서쪽, 랏차부리주에 자리하고 있는 담넌사두억 수상시장은 라마 4세의 명령으로 생겨난 운하를 따라 형성된 전통 시장이다. 우리 일행이 일렬로 자리를 잡자, 사공이 이야기했다. “구명조끼를 입으세요. 출발합니다!”

 

▲원본출처 / graphicmaps.com

 

롱테일 보트는 빠르게 나아갔다. 다른 배를 지나칠 때, 그리고 상점이 있는 곳에서만 속도를 조금 줄였다. 무심히 보트를 몰기만 할 것 같았던 사공은 담넌사두억 운하 한가운데에 이르자 빠르게 속도를 올리기도 했다. 단순히 이동 수단으로서의 보트라고 생각했지만, 나름대로 재미있는 포인트도 있었던 것이다. 지루할 틈이 없었다.

 

담넌사두억 수상시장

 

수상시장으로 들어섰다. 운하를 따라 자리를 잡은 상인이 다양한 물건을 내놓고 롱테일 보트에 탄 손님들을 맞이하고 있었다. 마음에 드는 물건이나 매장을 발견하면 사공에게 요청해 잠시 멈추고는 했다. 상인들이 보여주는 물건은 주로 기념품이었고, 과일 등 디저트류, 지역 색깔이 가득 담긴 음식도 눈에 띄었다.

 

▲매끌렁 위험한 기찻길 시장

 

여기도 북적거린다. 이번에는 매끌렁 역 근처 기찻길을 따라 형성되어 있는 시장이었다. 아니, 기찻길에 시장이 있다니. 기찻길 바로 옆으로 아슬아슬하게 늘어진 시장은 하루 네 번, 홍해가 갈라지듯 기차에 길을 내어준단다. 그 진기한 광경을 그냥 지나칠 수야 있나. 

 

▲매끌렁 기찻길 시장

 

사람들은 이 순간을 지켜보기 위해 이곳을 찾는다. 나 역시 그랬다. 이 비좁은 기찻길을 따라 들어오는 기차도 그렇지만, 그 시각에 맞춰 능수능란하게 매대를 치우고 천막을 걷는 상인들의 손놀림이 더 눈에 들어왔다.

 

미리 자리를 선점하고 있어야겠다는 내 전략은 성공적이었다. 기차를 향해 카메라 셔터를 눌렀다. 이전 역에서 타고 온 듯한 여행자는 마치 자신이 주인공이라도 된 것처럼 미소를 지었다. 이런 풍경, 어디에서 또 볼 수 있을까.

 

오전 11시가 조금 넘은 시각. 저 멀리서 기차가 보이기 시작했다. 상인들은 마치 야구장에서 파도타기 응원이라도 하는 것처럼 차례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형형색색 천막으로 뒤덮였던 하늘이 열렸고, 매대는 선로 바깥쪽으로 끌려나갔다.

 

안전요원의 거친 목소리와 날카로운 호루라기 소리가 들려왔다. 육중한 몸의 기차는 경적을 울려대며 아주 천천히 움직이고 있었다. 기차를 가로막고 있는 인파가 많아서였다.

 

▲카오산로드( Khaosan Rd)

 

방콕 시내로 들어왔다. 카오산로드에 가자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나는 반신반의하며 물었다. “거기 낮에 가도 할 게 있어?” 태국 친구는 웃으며 답했다. “분명 밤과는 다른 카오산로드를 볼 수 있을 거야.” 호기심이 동했고, 결국 다음 목적지를 카오산로드로 잡고야 말았다. 낮에 카오산로드에 가는 것은 처음이었다. 

 

카오산로드는 낮에도 매력적이었다. 해가 저문 후의 카오산로드처럼 인파가 많은 것은 아니었으나, 그래서 더 마음에 쏙 들었다. 한산한 거리를 따라 문을 연 펍 내부에는 여유롭게 오후를 즐기는 이들이 앉아 있었다.

 

골목길에서는 가성비 좋은 마사지숍을 쉽게 찾을 수 있었고, 바로 옆 람부뜨리 거리 쪽에서는 일행과 이야기를 나누거나, 책을 읽거나, 낮잠을 빠진 여행자들이 모인 카페가 줄지어 늘어서 있었다.

 

여기는 진정한 여행자들의 거리였다. 다른 여행자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방콕이 가져다주는 여유를 만끽하기에 이보다 더 좋은 곳이 또 있을까. 시원한 맥주 혹은 커피 한 잔과 함께라면 한껏 늘어지는 것도 괜찮을 듯했다.

 

오래 머물지는 않았지만, 한껏 여운을 남긴 채 돌아섰다. 카오산로드 한쪽 구석에 자리를 잡고 온종일 게으름을 피우는 그날을 상상하면서..... 

▲롱 1919

 

새롭게 발견한 ‘롱 1919’는 태국 속 중국의 모습을 엿볼 수 있는 공간 중 하나였다. 한때 중국 상인의 물류 창고이자 포구로 사용했다는 이곳은 이제 복합문화공간으로 더 유명하다고 한다. 벽마다 중국 전통이 묻어나는 그림이 그려져 있고, 일정 간격으로 매달려 있는 등불은 밤마다 롱 1919를 더 아름답게 꾸며주고 있는 듯했다.

 

모던한 식당과 갤러리가 한쪽에 자리했다. 전통과 현대의 조화가 잘 어우러지는 분위기. 아티스트가 직접 운영하는 공방들도 롱 1919 내에 입점해 있었다. 갤러리가 수리 중이어서 아쉬웠는데, 대신 공방들을 둘러보는 재미가 쏠쏠했다. 한 아티스트에게 양해를 구하고는 작품을 한참이나 감상했다.

 

▲태국 최대 규모의 쇼핑몰 아이콘 시암

 

여행 중 백화점 쇼핑을 그리 즐기는 편은 아니지만, 아이콘 시암은 갈 만한 가치가 충분했다. 태국 최대 규모의 쇼핑몰이라는 점은 차치하고, G층에 마련된 ‘쑥 시암(Sook Siam)’의 존재가 마음에 들었기 때문.

 

쑥 시암은 백화점 실내에 구현한 수상시장이다. 이곳에서는 태국 전역, 그러니까 77개 주에서 즐겨 먹는 전통 음식을 한꺼번에 만나보는 것이 가능하다고 한다. 일정 기간을 두고 로테이션 형태로 진행해 여러 번 방문한다고 해도 늘 새로운 먹거리와 볼거리를 제공하는 게 쑥 시암의 특징이라는 거다.

 

태국 음식의 다양성을 방콕 한가운데에서 접할 수 있는데, 방문하지 않을 이유는 또 무언가. 하루에 다 먹을 수 없음을 한탄하며, 쑥 시암을 돌고 돌고 또 돌았다. 

 

아이콘 시암의 매력은 그뿐이 아니었다. 짜오프라야강 쪽에 펼쳐져 있는 광장에서는 무려 400m 길이의 음악 분수대가 화려한 쇼를 선보였다. 물줄기와 빛, 거기에 음악까지 함께 어우러지는 아이콘 시암의 분수 쇼는 방콕의 떠오르는 랜드마크란다.

 

아이콘 시암을 둘러보며 어두워질 때까지 기다렸다. 시원하게 쏟아내는 아이콘 시암의 분수 쇼를 언제 또 볼 수 있을까 싶어서..... 

 

▲ 400m 길이의 음악 분수대

 

▲ 방콕의 대표적인 야시장 쇼핑몰 아시아티크

방콕 여행 첫 번째 날은 아시아 티크에서 마무리하기로 했다. 방콕의 대표적인 야시장 중 하나이면서, 스트리트 형 쇼핑몰이기도 한 이곳은 모던한 분위기와 비교적 덜 북적거리는 게 매력이다.

 

짜오프라야 강의 야경을 감상하며 맥주 한 잔 기울이기에도 좋고, 태국의 수공예가들이 만들어 내는 각종 공예품과 기념품을 만나볼 수도 있다. 관람차와 회전목마 등 즐길 거리도 가득했다. 한쪽에 로컬 음식을 판매하는 공간도 있지만, 아시아 티크에서는 그보다 다양한 종류의 레스토랑과 펍에 더 눈길이 갔다.

 

▲ 방콕의 대표적인 야시장 쇼핑몰 아시아티크

 

▲ 방콕의 대표적인 야시장 쇼핑몰 아시아티크

 

요즘 아시아 티크는 선상 파티가 열리는 유람선을 탈 수 있는 곳으로도 입소문이 자자하다 짜오프라야강을 따라 뱃놀이를 즐기면서 무제한으로 맥주도 마실 수 있다는 이야기에 귀가 솔깃했다. 마침 날씨도 더웠던 터였다.

 

티켓을 구매하자 손목에 형광이 감도는 띠를 걸어주었다. 곧장 배에 몸을 실었고, 잠시 후 선원이 출항을 알렸다.탁 트인 2층에 자리를 잡았다. 창 맥주를 병째 홀짝거리며 야경을 감상했다. 왓 포와 왓 아룬, 왕궁, 주로 고급 호텔 건물인 고층빌딩과 방콕의 흔한 가정집 건물들이 번갈아 나타났다. 낭만적인 밤이었다.

 

▲아유타야에서의 영롱했던 순간들

찬란했던 아유타야는 무너졌다. 오랜 전쟁 끝에 미얀마는 승리했고, 아유타야를 정복했다. 왕실은 지금의 방콕이 있는 곳으로 쫓기듯 도망쳐야만 했다. 승자가 된 미얀마는 아유타야가 겹겹이 쌓아 올린 역사를 파괴했다. 황금빛 불탑이 앙상한 뼈대만 남겨진 채 버려지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아유타야의 영롱했던 순간들은 그렇게 사그라들었다. 그렇게 수백 년의 시간이 더 흘렀다. 

 

놀랍게도 아유타야는 여전히 영롱했다. 황금이 뒤덮었던 불탑에는 여전히 노을빛이 스며들었고, 잔잔한 강을 따라 이어지는 고즈넉한 풍경은 시간이 흘러도 그대로였다. 단순히 한 왕국의 유적만이 아닌, 도시 전체에 감도는 특유의 감성적인 분위기가 여행자의 마음을 간질였다. 아유타야에서의 영롱했던 순간에 여러분을 초대한다.

 

▲방파인(Bang Pa-in)  여름 궁전

아유타야로 들어서는 길목에서 방파인 여름 궁전을 만났다. 아유타야 시대에 왕가의 별장으로 활용되었다는 이 궁전은 지금도 영빈관 등으로 쓰는 곳이란다. 다른 여행자에게도 이곳이 아유타야 여행의 관문 격에 해당했는지, 입구에는 아침부터 사람이 많았다.

 

관람요금을 내고 입장. 문을 통과하자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골프장에서나 볼 법한 카트였다. 일행이 주저 없이 외쳤다. “저거 타야겠다. 그냥 돌아다니기에는 너무 더운 날씨야.”

 

이용권 요금을 결제하고 카트에 올라타 100여 미터를 이동하고서야 알았다. 이건 정말 신의 한 수였다는 것을. 유난히 더웠던 이 날의 날씨를 생각하면 더욱 그랬다. 궁전은 고즈넉한 분위기를 오롯이 품고 있었다. 잔잔한 연못, 어디든 포근하게 감싸주는 햇볕, 푸른 잔디와 나무들이 한데 어우러졌다. 나도 모르게 마음이 평온해졌다

 

아유타야 시대의 건축 양식은 물론, 태국에 정착한 중국인들이 왕가에 대한 감사 표시로 지어 주었다는 중국풍 전각, 유럽의 건축물을 본떠 만들었다는 유럽풍 전각 등을 차례로 둘러보았다.

 

중간에 높이 세워진 탑에 올라 방파인 여름 궁전의 전경도 감상했다. 태국 사람들처럼, 연못에서 노닐고 있는 물고기들에게 먹이를 던져주며 소원을 빌어보기도 했다. 새해엔 좋은 일만 가득하기를 바랐다.

 

아유타야(Ayutthaya)의 여러 유적

아유타야에는 온통 부서진 유적들뿐이다. 그나마 멀쩡한 것들도 복원했거나 새로 지은 것이 대부분이다. 높이 솟은 불탑들은 금으로 외관을 장식한 게 많았다는데, 지금의 불탑들은 화려한 장식 따위 온데간데없다. 그저 구조물만 남아있는 수준이다. 그런데 그게 묘하게 사람 심금을 울린다. 가볍게 지나치기에는 너무도 아쉬웠다. 천천히 거닐어보기로 했다. 

 

왓 프라시산펫에서는 일렬로 늘어선 왕족의 불탑을 눈앞에 두고, 그늘에 앉아서 한참을 바라보았다. 폐허가 된 건축물의 흔적 사이로 거닐기도 했다. 왓 마하탓에서는 보리수나무의 뿌리가 감싸고 있는 불상의 머리 부분 조각을 만났다(그 유명한).

 

그나마 깔끔해 보이는 불상은 아유타야를 재건하며 새롭게 가져다 둔 것들이란다. 찬란했던 아유타야 왕국의 모습은 이제 폐허가 된 유적지에서만 가늠해볼 수 있게 되었지만, 왠지 모르게 여전히 영롱하기만 했다. 왓 마하탓을 빠져나오던 순간, 코끝이 찡했다. 형용할 수 없는 감정이 북받치고 있었다. 

 

▲아유타야 선셋 투어

해가 저물어가는 시각. 이제 아유타야의 하이라이트를 만나러 갈 차례였다. 아유타야의 노을은 절대 놓치지 말아야 할, 가장 멋진 순간 중 하나다. 아유타야의 노을을 가장 잘 즐기고 싶은 이들을 위한 선셋 투어가 운영 중이다.

 

선셋 투어라고 해야 특별할 것까지는 없고, 배를 타고 왓 차이왓타나람이 보이는 곳까지 달리는 거다. 아유타야의 여러 선착장에서 왓 차이왓타나람으로 향하는 배를 어렵지 않게 구할 수 있다고 했다. 우리도 그중 한 곳에서 배를 구했다. 

 

드넓은 짜오프라야강을 따라 달리다니. 이미 한 번의 롱테일 보트 경험이 있던 터라, 이번에는 좀 더 재미있게 즐길 수 있을 것만 같았다. 배는 우리를 태우자마자 강물을 박차고 달리기 시작했다.

 

이미 해가 서쪽으로 넘어가고 있었고, 시간이 많지는 않았다. 배가 아유타야의 서쪽에 진입하자, 이미 황금빛으로 반짝이는 강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리고 곧이어 등장하는 왓 차이왓타나람의 실루엣. 황금빛 노을이 아유타야를 한껏 적셨고, 왓 차이왓타나람의 불탑 주변을 매혹적으로 물들였다. 

 

▲강변레스토랑 (De Riva Ayothaya)

왓 차이왓타나람에서의 노을을 뒤로하고, 뱃머리를 돌려 향한 곳은 강변에 있는 한 레스토랑이었다. 낭만적인 분위기 속에서 저녁을 즐기기에 좋았다. 유유히 흐르는 강을 곁에 두고서 말이다.

 

은은한 조명과 시원한 강바람, 분위기에 걸맞은 음악이 귓가를 간질이는 강변 레스토랑 ‘데 리바 아유타야’는 오늘 하루를 정리하기에는 최고의 식당이었다. 아유타야 로컬 음식과 시원한 맥주에 푹 빠진 채 태국 여행 두 번째 날의 일정을 마무리했다. 정말이지 아름다운 공간이었다.

 

▲레드 로터스 수상시장 (연꽃 정원)

태국은 연중 따뜻한 기후 덕분에 여름철 꽃으로 알려진 연꽃이 일 년 내내 필 수 있는 조건을 갖추고 있다. 물론 한 번에 활짝 피는 건 아닐 테지만. 어쨌든 한겨울에도 연꽃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인생 샷 명소가 방콕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자리한다.

 

레드 로터스, 그 이름도 빨간 연꽃이라는 뜻의 수상시장이다. 사실 이곳의 수상시장은 주말에만 활기를 띠지만, 시장 앞 연못에서 이루어지는 드론 사진 촬영 프로그램은 언제나 인기다. 현지인의 말에 따르자면, 최근 태국 내 소셜미디어상에서 이런 종류의 프로그램이 꽤 인기를 끌고 있다고

 

그래서 찾았다. 유행이라고 하니까. 레드 로터스 수상시장 내 업체에서 운영하는 프로그램은 나룻배를 타고 연못 한가운데로 나아간 뒤, 드론으로 여러 설정 사진을 촬영해주는 방식으로 진행한다.

 

꽃이 예쁘게 피어난 자리를 골라 자리를 잡으면 드론이 날아오는데, 방향과 각도에 따라 다양한 포즈를 취하며 재미있게 사진을 찍을 수 있다. 일행과 함께 사진을 남기고 싶다면 미리 포즈를 상의해두는 것도 좋겠다 싶었다.

 

나는 혼자 찍기로 했다. 어떤 포즈를 취할 것인지 대략 고민은 했지만, 사진이 잘 나올 것인지에 대해서는 의구심이 있었다. 원래 카메라를 드는 사람들이 으레 다 그렇다.

 

#드론 사진 촬영 요금: 나룻배 탑승 1인 100바트, 드론 사진 촬영 1장에 40바트, 30여 장 촬영해주는 패키지 300바트 / 전통 모자 대여 5바트, 전통 우산 대여 20바트, 타이 전통 드레스 대여 350바트

 

배를 타고 연못으로 나아갔고, 자리를 잡았다. 혼자 찍는데 무슨 청승인가 싶어서 소품도 딱히 들고 타지 않았다. 드론이 날아와 정면에서 몇 번, 상공에서 몇 번 나를 향해 사진을 찍었다. 혼자 여러 포즈를 취하고 있는 게 살짝 뻘쭘하기는 했지만, 그래도 나름대로 열심히 포즈를 취했다

 

다시 선착장으로 돌아가자 서른 장 남짓의 사진이 내 선택을 기다리고 있었다. 생각보다 마음에 드는 사진이 많았다. 마음에 들지 않았던 사진들은 대부분 내가 포즈를 제대로 취하지 않은 것들이었다.

 

직원은 원하는 사진과 영상을 고르면 이메일로 보내주겠다고 했다. 혹시나 해서 에어드롭(air drop, 애플 기기 사이에서의 근거리 통신 방식)을 통해 전부 받아 갈 수 있냐고 묻자, 직원은 흔쾌히 고개를 끄덕이더니, 사진을 보내주었다(영상은 용량 문제로 어렵다고). 오랜만에 인생 사진을 건졌다.

 

▲딸랏 노이

라마 1세가 방콕에 수도를 건설하기 시작할 무렵부터, 딸랏 노이에는 중국인들이 모여 살았다고 한다. 라마 1세가 차이나타운으로 지정한 구역과 인접한 이곳에서 중국인들은 자신들만의 독특한 생활 양식과 문화를 발전시켰던 것.

 

여전히 100여 년 전에 지어졌던 중국풍의 건축물과 사찰이 왠지 모르게 이색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1년 전에 처음 방문했을 때 이 동네의 거친 매력에 빠져들었던 전적이 있기에, 이번에도 그냥 지나칠 수는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