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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남 아시아****국가들/⊙태국왕국**기행

태국ㅡ치앙마이여행ㅡ역사를 이어온 문화예술의 도시

by 삼수갑산 2022. 1. 31.

치앙마이(Chiang Mai)ㅡ역사를 이어온 문화예술의 도시

▲치앙마이 올드타운 풍경

 

태국은 식민지였던 적이 한 번도 없다. 하지만 태국이라는 공식 국호를 가지기 전, 태국은 국경 지역의 다른 국가나 부족 간 침략이 끊이지 않았던 나라다. 그 역사와 태국의 문화를 한 줄에 세워두면 태국인들의 성향도 함께 보인다.

 

태국은 역사 깊은 불교국가로 자비심과 관용이 사람들에게 자연스레 베여있다. 싸우기 싫어하고 재미있는 것을 좋아하고 낙천적이다. 새로운 것에 대해 넓은 마음으로 관대하게 받아들이면서도 그 안에서 본인들의 색을 찾아내는 능력이 뛰어나다

 

태국의 지도를 보면 위아래로 꽤 길어서 남과 북의 문화에 차이가 있다. 치앙마이는 북부 고유의 지역색으로 머무르는 동안 여행의 향기가 더 짙게 느껴지는 곳이다.새로운 문화를 접할 수 있고 거기에 꿀 같은 감각 충전까지 할 수 있다. 치앙마이의 치명적인 매력은 태국 북부를 대표하는 란나스타일에서 온다.

 

란나 왕조는 오래전에 자취를 감췄지만 란나스타일은 예술, 건축, 음식, 의복 등 다양한 형태로 현대를 살아가는 태국 북부인들의 생활 전반에 녹아있다. 치앙마이를 여행하기 전에 알고 가면 두 배로 더 재미있는 란나스타일을 짚어봤다.

 

▲치앙마이는 13세기부터 19세기까지 북부지역을 지배했던 란나 왕조의 수도였다.

현대에 이르러 북방의 장미라는 별칭을 얻기까지 치앙마이는 문화예술의 중심으로 활약해왔다.

 

▲치앙마이의 예술에 대한 열정은 지금도 진행 중이다. 태국은 여행 강국이기도 하지만 디자인 강국이기도 하다.

태국 디자인센터(TCDC)도 파워 넘치는 총리실 직속 기관이라는 사실! 정부 차원의 전략적인 디자인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

 

▲님만해민 카페 아이베리가든

 

TCDC는 여행 중에 디자인에 관심 없는 사람이 가봐도 충분히 흥미로운 공간으로 치앙마이에도 있다.명문으로 꼽히는 치앙마이대학교도 치앙마이를 란나스타일을 계승하는 문화예술 도시로 만드는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화려했던 란나왕국의 흔적

 

▲올드타운을 감싸 흐르는 아름다운 해자

 

치앙마이는 1296년 멩라이왕이 세워 4세기에 걸쳐 번성했던 란나 왕국의 수도였다. 방콕에 이어 태국에서 두 번째로 큰 도시라고 하는데 방콕에 비하면 개발이 덜 되었고 상당히 자연 친화적이다. 올드타운을 둘러싼 해자는 아담하고 평화롭다. 온전하지는 않지만 남아있는 성벽은 오래전의 란나 왕국을 가늠하게 해준다.

 

▲과거와 현재를 잇는 문 타패게이트

 

타패게이트를 지나 안으로 들어가 보면 번성했던 란나 왕국의 역사와 문화를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 마치 현대와 과거를 넘나드는 문 같다. 치앙마이는 란나 왕국의 화려했던 역사와 현대가 공존하는 도시다.

 

▲도이수텝 계단에서 만난 고산족 아이들

 

도이수텝 사원

 

치앙마이에 가면 란나 왕국의 역사를 거치며 융성했던 불교의 흔적이 짙다. 치앙마이를 대표하는 사원은 해발 1080m에 있는 왓 프라탓 도이수텝이다. 도이수텝에 가지 않고 치앙마이를 다녀왔다고 하지 말라는 말이 있을 정도다. 사원의 규모와 현지인의 행렬에 태국인의 불심이 느껴지는 곳이다.

 

도이수텝 사원

 

왓체디루앙 바로 옆에 있는 왓 판타오(목조조각 주목)

 

태국 북부의 사원이나 건물을 보면 기둥, 처마 밑, 벽면, 아치형 문 등의 정교한 나무 장식에 눈이 간다. 란나스타일로 고산 산악지대의 품질 좋은 나무가 많아 목공예가 발달했다.

 

▲란나 스타일의 진수 왓프라싱

 

란나스타일의 진수는 올드타운에 있는 왓프라싱이다. 세밀한 문양과 화려한 금박은 란나건축양식의 특징이다.

 

▲왓체리루앙

 

왓체디루앙은 란나 왕국의 위상을 가늠해볼 수 있는 가장 높고 가장 규모가 큰 역사 건축물이다.

지진으로 상단 30m가 무너지기 전엔 무려 90m였다니 700년 전이라고 생각하면 놀랍다.

 

▲왓우몽에서 만난 신혼부부

 

▲도이뿌이 마을

 

태국 북부에는 국경 고산지대를 중심으로 여러 민족이 모여 산다. 치앙마이 시내에서 꼬불꼬불한 길을 차로 45분 정도 달려 도이뿌이 마을을 찾았다.그곳에서 마주친 몽족(태국에서는 메오라고 불린다.)들은 다른 시대를 사는 사람들 같았다.

 

▲도이뿌이 마을 아이들

 

▲몽족 란나 스타일 모자

 

산새에 둘러싸인 아름다운 풍경과 도심에서 볼 수 없었던 고산지대 사람들의 사는 모습을볼 수 있어 흥미롭다.이들의 의복 디자인을 보면 라오스와 비슷하기도 하다.고산족의 조상들이 다른 나라 국경에 거주하다가 19세기 후반에 태국 북부까지 내려왔다.

 

주력 수공예품과 입고 있는 옷의 화려한 색감으로도 느껴지지만 염색, 직조, 자수 기술이 대단하다.란나 에스닉 패턴은 가방이나 의류 디자인에 두루 사용되며 태국의 다른 지역에서도 많이 볼 수 있다.

 

▲올드타운 부티크호텔 타이아카라

 

▲올드타운 호텔 타마린드 빌리지

 

태국이 19세기 중반 이후 근대화에 접어들면서는 서양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빅토리아 스타일이 왕족과 일반인 모두에게 인기를 끌었는데 그때의 모습을 재현해 놓은 호텔이 많다. 반은 벽돌이나 콘크리트, 반은 티크 나무를 사용한 건축 스타일이다.

 

하얗게 마감하고 몰딩이나 창문 등에 나무를 사용하는 것도 란나 건축양식이다. 태국 북부의 예술가, 건축가, 디자이너들이 현대에 와서도 그를 이어가려고 노력하는 모습을 보면 란나스타일에 대한 자부심을 느낄 수 있었다.

 

▲푸미폰 국왕을 그리워 하는 올드타운 거리풍경

 

태국인들에게 푸미폰 국왕은 영웅이다. 오래전 서거 1주기를 준비하는 모습을 보면서 사실상 독재 통치를 꽤 오래 했는데 어떻게 이렇게 마음을 다해 좋아할 수가 있을까 싶을 정도로 의아했다.

 

태국을 여행하다 보면 태국 전역에서 그들의 푸미폰 국왕 사랑은 말 그대로 생활이다. 집에서 일터에서 학교에서도 어디에든 사진이 걸려있다. 강제가 아닌 마음에서 우러나와서... 그런데 들여다보면 실제로 업적이 정말 많다.

 

▲찹쌀밥

 

란나스타일은 북부지역의 음식에도 녹아 있다. 가장 큰 특징은 밥이다. 태국 중부 아래로는 주로 안남미를 즐겨 먹는 반면 북쪽 란나 푸드의 주식은 찹쌀밥이 많다.

 

현지인들은 찰밥을 손으로 뭉쳐 먹기도 하고 이렇게 바나나 잎에 감싸 쪄 먹기도 한다.레스토랑에 가면 천연색소를 넣어 예쁘게 모양을 낸 찰밥이 나오기도 한다.

 

▲반캉왓 갤러리

 

우리는 세계화 시대에 숟가락을 얹고 표준화되어가는 디자인에 익숙해져 있다. 그에 반해 치앙마이는 자신들이 가진 로컬의 색을 잘 알고 있고 현대에 와서는 것을 크리에이티브하게 발산한다.

 

치앙마이는 문화예술가들에게 더욱 매력적인 도시다. 매년 세계적인 디자인 페어가 치앙마이에서 열리고 공예나 미술작품 전시, 크고 작은 플리마켓으로 디자이너들과 예술가들이 모여든다.

 

▲봣캉왕 카페와 상점들

 

▲올드타운 선데이마켓

 

치앙마이 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어쩌면 가장 하이라이트라고도 할 수 있는 것이 있다.

바로 시장 구경이다.

 

선데이마켓 현지인들이 즐겨먹는 길거리 음식

 

매일 열리는 시장과 주말마다 열리는 시장, 현지인들의 식탁을 책임지는 재래시장까지!

그중에서도 하나를 고른다면 단연 올드타운에서 열리는 선데이마켓이다.

 

▲야시장에서 득템한 가방, 우리돈으로 고작 7000원

 

치앙마이의 시장에서는 다양한 태국 북부 음식과 현지인들이 먹는 길거리 음식, 고산족들이 만든 멋진 공예품을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다. 정말 싸지만, 우리나라에 건너오면 가격이 5배나 뛰는 멋진 생활용품이나 예술작품들도 많다.

고민하다가는 나중에 후회한다.

 

▲올드타운 선데이마켓의 길거리 마사지

 

기억에 남는 경험이 될 길거리 마사지는 덤!치앙마이는 한없이 느린 여행, 여유로운 힐링 여행에 적합하다.

치앙마이에서는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좋다. 하지만 바쁘게 할 것도 많다. 아마도 치앙마이가 한 달 살고 싶은

도시로 선두에 있는 까닭이 아닐까 한다. 문화예술 부자 도시, 치앙마이에서라면 한 달을 하루처럼도 혹은

일 년처럼도 보낼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