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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틴 아메리카****국가들/⊙칠레*********기행

칠레ㅡ아르헨티나에서 안데스넘어 칠레로 넘어 가기

by 삼수갑산 2022. 8. 14.

아르헨티나에서 안데스넘어 칠레로 넘어 가기

▲칠레 산티아고에서 바라본 안데스산맥.

 

한참을 잘 자고 있는데 주위가 소란스럽다. 새벽 4시 전후이다. 아르헨티나에서 페루 국경을 넘기 위해 출국 및 입국절차를 거쳐야 한다. 아직 졸리는데 귀찮다. 그렇지만 해야 하는 일이다.
 
짐을 챙겨 버스에서 내리자 긴 줄이 늘어서 있다. 입국 심사다. 먼저 최근 2주 내에 중국에 갔다 온 적이 있는지를 묻는다. 아니라고 하니 호텔 예약 유무를 다시 묻는다.

 

바로 리마로 가는 버스를 탈 것이어서 예약은 안 했다고 하자 알아들은 모양이었다. 결혼했는지 아니면 싱글인지도 궁금해한다. 그것이 중요한 일인지 모르겠다. 어쨌든 입국 수속은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사실 브라질에서 아르헨티나로 갈 때는 간단한 절차만 이루어졌다. 그런데 여기 아르헨티나에서 페루는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문제는 세관 검사였다. 긴 줄이 늘어 서 있는데도 아예 움직일 생각도 하지 않는다.

 

한 줄로 짐 검사를 하니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그런데 모두가 태무심하다. 거의 1시간가량을 줄을 서서 기다렸다. 한국 같으면 이곳 저곳에서 불평과 불만이 나왔을 것이다. 여기는 그 어느 누구하나 이야기하는 사람이 없었다.

 

신기하다. 두 가지 측면이 있어 보였다. 무기력한 소시민의 모습일 수 있다. 권위에 복종하고 그저 순서를 기다리는 모습일 수도 있다. 다만 이를 보는 시각에 따라 다를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이를 선진시민의 모습으로 보는 것보다 무기력한 소시민의 모습으로 보인다.
 
짐 검사를 마치고 버스에 올랐다. 버스에서는 아침이라고 과자 같은 빵에 커피 한 잔을 주었다. 기분도 그래서 커피를 마셨다. 완전 블랙! 마시니 속이 쓰리다. 커피 분말가루 자체에 뜨거운 물을 넣었기 때문에 얼마나 쓴지 독자 여러분은 상상할 수 있을 것이다. 

 

▶험준한 안데스산맥을 넘어 산티아고로

 

밖은 아직 어둡다. 이제 칠레이다. 국토가 남북으로 길게 늘어선 특이한 국토를 가진 나라. 입국 수속은 실망스러웠지만 어떤 모습으로 필자를 반길지 궁금하다. 이제 볼리비아에 가는 부분을 결정해야 한다. 볼리비아는 항공 편만 도착비자가 가능하여 산티아고에서 볼리비아의 라파즈로 갈 것인지 아니면 리마에서 라파즈로 갈 것인지를 결정해야 한다.

 

관건은 항공 비용이다. 가급적인 저렴한 것으로 택하고자 하는 데 어제 잠시 검색을 보니 당초 보다 상당히 비싸졌다. 그리고 도착비자의 가능여부도 다소 불확실하다. 어느 블로그 글에서만 도착비자가 간단히 된다는 정보만 있을 뿐이다. 아무래도 여러 가지 가능성에 대비하여 생각을 잘 해야할 것 같다. 여건이 되는 대로 가야 할 것 같다.
 
그런데 밖을 보니 길이 굉장히 위험하다. 왼쪽은 낭떠러지 길이고 꼬불꼬불하다. 안데스산맥에서 내려가는 길이기 때문으로 보인다. 거의 공포스럽다. 270도 회전 길도 있다. 차가 엉금엉금 긴다. 어두워서 밖은 제대로 보이지 않는다. 거의 시속 10km 내외로 달리는 듯하다.

 

곳곳에 동굴 같은 터널이 적지 않다, 아무래도 경사가 급하고 꼬불꼬불한 길을 정리하다가 보니 동굴 같은 길도 만든 모양이다. 길은 편도 1차선. 길가에 차들이 서 있다. 아무래도 위험하니 쉬어서 가는 모양이다. 속도 제한이 시속 30km.
 
길이 오른쪽으로 굽으면 왼쪽이 낭떠러지, 왼쪽으로 굽으면 오른쪽이 낭떠러지다. 정말로 위험한 길임에 틀림이 없다. 정말로 곡예하듯 차가 나아가고 있다. 커브를 틀 때는 거의 정지상태이다.

 

낭떠러지와의 간격이 거의 1m도 안 된다. 느낌상 50cm 정도로 느껴진다. 회전각은 거의 270도. 그런데 우측의 낭떠러지와의 간격은 겨우 50cm에서 1m이다. 지금까지 경험한 길 중에서 가장 위험한 길로 보였다. 차들이 거의 기어가고 있다. 이런 길이 가능하다니….

 

거의 10m 간격으로 커브이다. 담력이 필요하고 전문성이 없으면 불가능한 길이다. 신기하다. 가히 충격적이다. 그런데 길에 다니는 차는 대형버스가 아니면 대형 컨테이너를 끄는 트럭뿐이다. 차는 거의 시속 10km도 안 되는 것 같다.

 

버스 기사에게 모든 것을 맡길 수밖에 없다. 이런 길에 차가 다닐 수 있다니…. 안데스산맥의 험준함을 절감하게 된다. 마음을 비우는 수밖에 달리 방법이 없다. 어쩌면 신기한 세상이다. 거의 다 내려왔을 때 철렁 내려앉은 가슴을 쓰다듬어 본다. 다시 눈을 좀 붙여야겠다.

 

칠레 산티아고에 마침내 도착하였다. 날씨는 덥고 차는 밀려 고통체증이 심했다. 먼저 버스터미널로 들어오는데 차가 밀렸다. 겨우 도착하니 지친다.그런데 알고 보니 산티아고가 상파울루, 부에노스아이레스와 함께 남미 3대 도시일 정도로 비중이 크다. 물론 칠레의 수도로서 그 위상도 높다.

 

도시는 제법 큰 규모인 것 같았다. 높은 건물도 있고 아파트 같은 건물은 잘 건축되어 있었다. 칠레의 국가경제력이 발전함에 따라 산티아고도 점차 성장하고 있었다.

 

▲그러나 아름답고 매력적인 도시 산티에고......

 

도심의 아라미스 광장으로 가 보았다. 아름다운 공원으로 조각상과 함께 시민들의 휴식공간으로 자리잡고 있었다. 주위에 대성당, 대법원, 정부청사 등이 밀접해 있었다.
 
최근 지하철값 인상으로 학생들의 데모가 일어나서인지 분위기가 좀 심상찮았다. 지하철은 비교적 편리하게 구성이 되어 있었다. 깨끗했고 도심 접근성이 좋았다. 지하철 카드를 구입하여 이를 충전하는 시스템이었다.

 

가장 인상적인 것은 산타루시아 언덕이었다. 도심 중심부에 차지하고 있는 언덕 위의 성당 같으면서도 요새와 같은 곳이다. 이곳에서는 시내가 다 내려 보였다. 그리고 정상까지 올라가는 데에는 시간이 걸렸지만, 시내 전경을 보기에 아주 좋았다. 그리고 운동도 되었다. 시민들의 안식처가 되는 셈이다.

 

지하철 역사의 벽에 장식된 그림이 인상적이었다. 다만 정국이 좀 불안해 보였다. 곳곳의 벽화에 반정부적인 그림이 많이 그려져 있었다. 동조하는 시민도 많이 보였다. 무언가 불안한 느낌이었다.

 

한 국가가 발전하기 위하여서는 정치의 안정 그리고 부정부패가 없어야 한다는 점을 여실히 보여주었다. 물론 현 정부가 나름대로 노력을 하고 있겠지만 국민, 특히 젊은이들로부터 지지를 받지 못하는 것 같아 안타까웠다. 반체제적인 벽화는 이방인들에게 알 수 없는 불안감을 가져다주었다.

 

사회가 안정되어 낙서 같은 것이 없어져서 좀 깨끗한 도시환경이 조성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들었다. 자연적인 조건 등은 좋은데 내부적으로 사회불안이 도시 전체 분위기를 좀 어둡고 무섭게까지 느끼게 만들어서 아쉬움이 켰다.

 

▲칠레대학 건물. 유럽식 고풍스런 모습이다.

 

산티아고에 있는 칠레대학은 도심에 위치하고 있었다. 지하철 정거장 이름이 칠레대학역이다. 지하철에서 내리면 바로 예스런 멋진 건물과 만나게 된다. 대학 바로 맞은 편에 정부청사가 자리잡고 있다. 오랜 역사를 자랑하듯 건물이 아주 고풍스럽다.
 
각 단과대학은 별도로 떨어져 있었다. 예를 들어 법과대학은 상당히 멀리 있다. 지하철역에서 2~3 정거장 떨어져 있었다. 오랜 역사를 자랑하듯이 건물에서 권위가 느껴졌다. 안에 들어가려고 하니 문이 다 잠겨있었다. 사회과학대학 쪽으로 들어가려니 수위로 보이는 중년 여성이 법과대학 건물 앞의 울타리를 두드리라고 권했다.

 

그래서 실제 가까이 가서 두드렸더니 “지금은 문을 닫았다”는 것이다. 오전 8시에 문을 여니 그때 오라고 했다. 기가 찼다. 지금 시간이 오후 1시. 도대체 이해가 되지 않았다. 건물 수위의 태도는 완강했다.
 
아무래도 최근 대학생들의 시위와 관련 있어 보였다. 어쩌면 민주화와 경제발전 등 과정에서 한국에서 겪은 바와 같은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는 것 같았다.

 

법과대학 주변은 광장이었는데 주변에 건물이 폐허가 된 부분도 있었고 많은 낙서가 많아서 좀 겁이 날 정도였다. 물론 법과대학 주변 건물들이 좋았다.

 

강이 흐르는 광장 쪽으로 가니 온갖 낙서와 벽화들로 너무 산만한 분위기였다. 거의 우범지대의 중심으로 보일 정도였다. 그 자세한 사정을 알 수 없으나 학생들이 제대로 공부를 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들 정도였다.
 
과거 70년 대의 한국의 모습이 떠오른다. 특히 대학생들의 민주화 운동 등이 연상되기도 한다. 정부가 좀 권위적인 성격을 가질 수도 있을 것으로 보였다. 어쨌든 젊은 학생들과 정권과의 의사소통이 원활하지 않은 것으로 보였다.

 

안타까운 일이다. 칠레는 무한한 잠재력이 있어 보였는데 정국이 안정되지 못한다면 이는 큰 장애요인이 될 것이다. 하루빨리 민주화가 진전되어 경제발전에 박차를 가하였으면 하는 바람이 들었다.

 

출처 / 월간조선 / 글 김승열  한송온라인리걸앤컨설팅센터(HS OLLC) 대표 변호사, IP ART 발행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