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아프리카******국가들/⊙이집트*****기행

이집트ㅡ왕비들의 계곡 (Valley of the Queens)ㅡ네프리타리(Nefertari) 무덤'

by 삼수갑산 2022. 8. 25.

왕비들의 계곡 (Valley of the Queens)ㅡ네프리타리(Nefertari) 무덤'

▲여왕들의 계곡 (Valley of the Queens)

 

신왕국 시대에 이르러 파라오들의 무덤이 눈에 잘 띄는 거대한 피라미드 형식에서 아무도 모르는 장소인 '왕들의 계곡(Valley of the Kings)'으로 숨어들게 되자 이어서 왕비나 왕자들의 무덤도 산속으로 들어가니 '여왕들의 계곡 (Valley of the Queens)'이다.

 

이렇게 산속에 무덤을 숨기는 왕족들을 따라서 귀족이나 일반인들도 계곡 절벽에 무덤을 만들게 되니 룩소르 서안(西岸)에는 왕들의 계곡, 왕비들의 계곡, 귀족들의 계곡이 가까이에 모여있다.

 

왕들의 계곡(입장료 240 EGP 이집트 파운드)을 보고 나와 멀지 않은 곳에 있는 여왕들의 계곡(입장료 100 EGP)을 보러 갔다. 이곳도 마찬가지로 입장권을 끊으면 무덤 3곳을 들어가 볼 수 있는데 모두의 관심은 다른 곳에 있었으니 별도로 매우 비싼 입장료(1400 EGP,약 10만 8천 원)를 내야 하는 '네프리타리 무덤(Nefertari's Tomb)이었다.

 

그러나 우리는 개별 입장권이 아니라 패키지 투어의 옵션상품으로 180유로(약 24만 원)나 내고 들어갔으니 매우 비싼 구경을 한 셈이다.

 

▶네프리타리 무덤(Nefertari's Tomb)

 

네프리타리는 이집트 왕국의 전성기를 이룬 19 왕조 람세스 2세가 왕자 시절에 맞이한 첫 부인이다. 처음 들렸던 아부심벨 신전의 대신전이 람세스 2세 신전이고 그 옆에 소신전이 네프리타리 신전이었는데 그녀의 무덤은 이곳 여왕들의 계곡에 만든 것이다.

 

1904년 처음 발견되어 1995년부터 일반에 공개되기 시작하였다는데 내부의 정교하고 아름다운 회화와 화려하고 실물적인 채색 등 예술적 가치만으로도 이집트 전체의 고분 중 가장 빼어나다는 찬사를 받고 있다.

 

람세스 2세는 25세에 파라오가 되기 전 이미 2명의 왕비를 두고 있었는데 그 첫 부인이 네프리타리였으며 아버지 세티 1세가 정해준 배필로 알려졌는데 람세스 2세로부터 지고(至高)의 사랑을 받은 미인으로 네프리타리 이름 자체가 '미인(美人) 중의 미인(美人)'이라는 뜻이며 상형문자로 '위대한 왕비' '신들로부터 가장 사랑받은 이'등으로 적혀있다고 한다.

 

그러나 그녀는 남편의 재위 24년에 자신의 신전이 완공되는 것을 보지 못하고 죽고 마니 4남 2녀를 낳은 그녀를 누구보다 사랑했던 람세스 2세는 그녀의 신전뿐 아니라 그녀의 무덤 역시 가장 화려하게 짓기 위하여 최고의 건축사들을 보냈을 것이며 그렇게 남겨진 역대 최고의 무덤 벽화를 보기 위해 우리는 역대급으로 비싼 입장료와 옵션 가격을 지불하고 들어간 것이다.

 

▲여왕들의 계곡 전경. 암벽 곳곳에 왕비와 왕자들 무덤이 숨겨져 있는데 그중 네프리타리 무덤인 QV66 (왕들의 계곡은 KV, 여왕들의 계곡 무덤은 QV:Queen's Valley로 번호를 부여)은 비싼 입장료만큼 사람들의 관심을 끄는 곳이다.

 

하루에 오전, 오후 각 100명씩만 제한 입장시키며 1회 관람은 20분 이내(?), 사진 촬영은 절대 금지라고 겁(?)을 주던데

약간의 달러를 쥐어주면 모두 O.K.이다

 

▲네프리타리의 무덤은 경사로를 내려가면 넓은 전실(前室)이 있고 다시 한 칸 더 내려가면 4개의 큰 기둥이 받치고 있는 매우 넓은 현실(玄室)이 나오는데 관이나 미라는 없고, 무덤 입구 회랑부터 빈틈없이 원색으로 화려한 벽화가 가득하다. 입구 좌우로는 저승사자 아누비스가 좌우로 그려져 있고 정면 가로 보 위에는 날개를 활짝 편 마트(Maat) 여신이 사자(死者)를 맞이하는 모습으로 그려져 있다

 

▲이집트 전통 보드게임 세네트(Senet)를 하고 있는 네프리타리. 이 게임은 이집트인들이 가장 좋아했다고 하며 투탕카몬의 무덤에서 완벽하게 발굴된 부장품으로 이목을 끌었던 적이 있다.

 

전설에 따르면 망자(亡者)는 메헨 신과 세네트 게임을 하여 이겨야만 태양신 라, 지혜의 신 토트, 또는 이시리스의 보호를 받아 무사히 사후세계로 간다고 믿었다고 한다. 게임에서 이겼는지 그 옆에는 자유로운 영혼을 뜻하는 새그림 'Ba'를 그렸다

 

▲미라 상태의 네프리타리를 지키고 있는 좌우 새 2마리는 이시스와 네프티스이다. 네프티스는 이시리스를 해친 세트의 부인이지만 큰오빠 이시리스를 좋아해 그에게서 아누비스를 낳았다고 하니 이시스와 네프티스는 자매이자 동서지간이다. 천장에 새 발자국 같은 무늬들은 별을 나타낸다

 

▲하토르가 네프리타리(왼쪽 가려진 몸) 손을 잡고 의자에 앉은 스카라베(딱정벌레) 얼굴을 한 태양신

케프리(Khepri) 앞으로 데려가는 모습이다. 케프리는 생명을 상징하는 앙크(Ankh)를 들고 있다

 

▲오른쪽 벽면은 호루스가 네프리타리 손을 잡고 어디론가 가는 모습이며, 꺾어진 왼쪽 벽면은 앞에 앉은 호루스를 뒤에서 이시스가 보호하는 모습으로 보인다. 벽화의 주 내용은 무덤의 주인공 네프리타리를 이집트 신화에 나오는 주요 인물인

호루스, 하토르, 이시스 등이 보호하고 안내하는 모습들이다

 

▲가장 안쪽 막다른 방이 성소(聖所, sanctum)인데 내부 삼면이 화려한 벽화로 가득하며 천장에는

별 무늬를 빼곡하게 그려 넣었다

 

▲프타(Ptah) 신 앞에 선 네프리타리. 프타 신은 머리에 달라붙는 모자를 쓰고 가짜 턱수염에 몸에는 미라처럼 천을 감은 모습인데 마트 신과 함께 천지창조를 도왔으며 각종 기술과 발명, 과학의 신이기도 하다.

 

각종 생활도구도 프타가 만든다고 한다. 프타 신 뒤로 실패를 세워 놓은것 같은 그림은 제드(Djed)인데 밀 짚단을 묶은 형태의 기둥이며 풍년과 번영, 안정된 삶을 표현하는 실내 디자인이다

 

▲따오기 모습을 한 토트(Thoth) 신 앞에 선 네프리타리, 토트 신은 달과 지혜의 신이자 기록의 신인데 저승세계에서 망자(亡者)의 심판결과를 빠짐없이 기록하는 역할을 하는 마트 신의 남편이다. 벽면 가득한 글씨는네프리타리의 심판 결과를 적은 것으로 보이는데 아마도 좋은 내용으로 채워졌으리라고 본다

 

▲네프리타리가 양쪽에 깃털이 달린 아테프 왕관을 쓴 오시리스 앞에 많은 양과 다양한 종류의 공물을 바치고 있다.

아마도 저승세계에서 모든 과정을 무난히 통과하여 최종 주관자 오시리스 앞까지 온 것으로 보인다.

 

저 벽화의 오른쪽에는 대칭구조로 아툼(Atum)신에게 똑같은 구도로 마주 선 네프리타리와 공물들을 그려 놓았다

 

▲그다음 벽화에는 커다란 황소가 2줄로 8마리가 그려져 있는데 네프리타리의 공물 중 대표적인 것들로 보인다.

이집트 신화에서 미(美)의 여신 하토르가 황소로 표현되고 아피스나 므네비스 같은 신들도 황소로 표현하는데

혼동되기 십상이다

 

▲이 그림은 왼쪽에 네프리타리가 서 있고, 오른쪽은 이시스와 네프티스 2명이 시커먼 숫양 머리 아문 신을 모시는 모습이다. 아문은 태양신 라와 결합하여 '아문-라'로 불리거나 호루스와 결합하여 '라-호라크티'로 부르기도 한다. 아문 신은 숫양 머리로 표현하며 아몬(Amon) 또는 아멘(Amen)이라고도 하는데 기독교의 아멘이 여기에서 비롯되었다는 주장도 있다

 

▲무덤 안 벽화에는 네프리타리와 하토르로 보이는 여인 2명이 다정하게 손을 잡고 어루만지는 장면을 그린 벽화가 많이 보인다. 특히 현실(玄室) 내 기둥에는 이들 둘을 그린 것을 볼 수 있는데 미(美)의 여신 하토르로부터 보호받고 싶어하는 심리를 그린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못 보던 의상이다. 멋스러운 원피스 차림인데 사실은 표범으로 보이는 동물의 가죽이다. 네 발 모두 그대로 살려서 앞발은 양 팔을 끼우는 소매가 되고 뒷발은 치맛단이 되었는데 왼손으로 한 발을 잡고 있지만 발톱이 그대로 살아있다. 다리 사이로는 긴 꼬리가 늘어져 위엄을 더하고 있다

 

▲눈길을 끄는 대형 벽화로 같은 장면이 좌우 대칭으로 그려져 있다. 네프리타리가 공물을 푸짐하게 쌓아놓고 양손에 작은 단지 2개를 들고 미(美)의 여신 하토르에게 경배를 드리는 장면이다. 하토르 뒤의 여신은 머리에 전갈이 있는 것(으로 보아 치료의 여신 셀케트(Selket)로 보이며 그 뒤에서는 마트(Maat)여신이 날개를 활짝 펼쳐 하토르를 보호하고 있는 모습이다

 

남편 람세스 2세로부터 극진한 지고(至高)의 사랑을 받고 전례 없는 왕비의 신전과 호화로운 무덤을 받은 네프리타리는 4남 2녀를 낳았지만 남편의 왕위는 두 번째 부인 이스트노프레트의 소생 메르넵타에게 돌아간다. 그 대신 그녀가 낳은 딸 메리타멘은 그녀가 죽은 후 아버지인 람세스 2세와 결혼하니 네프리타리는 람세스 2세의 첫 부인이자 장모님인 셈이다. 네페르 티티, 클레오파트라 7세와 함께 이집트 왕국 3대 미인으로 꼽힌다.

 

▶ 왕자의 무덤

 

네프리타리의 무덤을 찬찬이 살펴보고 나오니 다른 무덤들은 상대적으로 비교가 안 되는 느낌이다. 근처에 있는 왕자(Prince)의 무덤 한 곳을 들어가 보았는데 규모도 작고 구조도 단순하게 조성하였으며 안에는 석관 하나가 놓여 있고, 그다지 넓지 않은 공간에 다행히 남아있는 색 바랜 벽화는 보호 유리벽을 설치하여 관리하고 있었다.

 

▲내부에 놓인 석관은 뚜껑을 조금 열리게 전시하고 있었는데 석관 뚜껑에는 사람 얼굴 모습을 조각하였다

 

▲성소(聖所)로 보이는 막다른 방은 삼면이 벽화로 가득하며 눈에 익숙한토트 신과 이시스, 하토르, 호루스, 파라오 등이

보인다

 

▲특이한 것은 왕자의 무덤이라 그런지 어린아이가 보이는데 아마도아버지 파라오가 왕자를 호루스에게

데려다주는 모습인 듯하다

 

여왕들의 계곡(The Valley of the Queens)은 왕들의 계곡에서 남서쪽으로 직선거리로 1500m 떨어진, 비교적 가까운 곳에 위치하고 있다. 고대 이집트인들은 이곳을 '아름다운 자리'라는 뜻의 "세트 네페루(Set Neferu)"라고 불렀으며 1903~1906년에 이탈리아의 탐험가들이 8기의 무덤을 발견하면서 세상에 나왔는데 이미 심하게 훼손되어 있었다.

 

신왕국의 파라오와 왕비, 왕자 등 왕족들의 무덤을 도굴과 훼손으로부터 보호하려고 계곡 속에 무덤을 숨기는 방식으로 바꾸었지만 그 대부분은 여지없이 도굴되고 훼손되었으며 그래서 현재 개방 중인 무덤들을 보면 내부에 부장품과 관, 미라 등은 하나도 없이 텅 비어있고 그나마 가져갈 수 없는 벽화들만 남아 있을 뿐이다.

 

그중 하나, 네프리타리의 무덤은 벽화도 다양하고 화려하며 그 채색과 그림 기법이 강렬하고 매우 뛰어나서 만만치 않은 입장료에도 불구하고 답사해보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나중에 둘러본 무덤도 람세스 2세의 젊은 왕자로 어린 나이에 죽은 아멘히르 코페세프(Amemhir Khopeshef)의 무덤 QV55가 아닌가 싶다. 이집트는 아직도 람세스 2세가 먹여 살리는가?

 

출처 / Senior 조선 / 김신묵=내 나라 문화유산 답사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