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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틴 아메리카****국가들/⊙아르헨티나***기행

아르헨티나ㅡ우수아이아(Ushuaia)ㅡ세상의 끝’이라 불리는 '우수아이아

by 삼수갑산 2022. 2. 23.

우수아이아(Ushuaia)ㅡ‘세상의 끝’이라 불리는 우수아이아

▲아르헨티나의 최남단엔 ‘세상의 끝’이라 불리는 우수아니아가 있다

 

지구의 끝이 아니라 세상의 끝이라 불리는 곳이 있다. 지구의 끝이라는 말 보다 더 절박해 다소 암울한 기분이 들기도 하지만, 세상의 끝이라는 곳이 어떤 신비로운 지점 같기도 해 오래도록 궁금함을 지니고 있었다.

 

태어나서 죽는 순간까지 만나는 모든 것에 시작이 있고 끝이 있다면, 한 번쯤 눈으로 보고 직접 두 발로 디뎌보고 싶다는 마음에서였다.그곳은 아르헨티나의 남쪽. 더 이상 이어질 대륙이 없는 곳. 비탈진 만년설 아래로 이어진 골목에서 땅이 끝나는 지점이다.

 

검은 구름이 바람처럼 바삐 움직이고 고요한 바닷바람이 밀려들던 곳. 세상 끝의 골목에 걸려 있던 아득한 풍경들.이 말을 듣는 순간 당신도 어쩌면 멀고 먼 지구의 반대편으로 달려가고 있는지도 모르겠다.결국 마음이 먼저 하는 일들에 끝내 몸도 닿는 것이다. 내가 그랬던 것처럼. 끝이라는 말은 그토록 절실하다.

◇ 세상의 단 한 곳

혹자는 그곳까지 가는 것은 너무 피곤한 일이라며 만류했다. 세상의 끝이라는 것 이외에 다른
의미는 없을거라고 말이다.

단지 세상 끝에 있는 작은 시골 마을 뿐이라고. 사람들이 그렇게 말할수록 마음은 이미 세상 끝에 서 있다.

 

손쉽게 비행기로 날아갈 방법이 있지만, 날씨의 영향을 많이 받는 경비행기는 정확히 떠날 수 있는 날을 알려주지 않기에 버스를 탈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사실 짧은 비행시간으로 갑자기 세상의 끝으로 떨어지기 싫기도 했다.

엘 칼라파테(El Calafate)에서 출발한 버스는 아르헨티나를 잠시 벗어났다가 칠레에서 다시
아르헨티나의 국경을 넘는 과정을 거쳐 22시간 만에 아무렇지 않게 내려놓았다. 내릴 수밖에 없었다.

 

버스는 더 이상 남쪽으로 내려가지 못한다. 그때 멈춘 곳. 땅의 끝이었다. 스산한 밤바다의 소리가 세상을 오래 경험한 사람의 목소리처럼 고즈넉하게 들려왔다. 나의 의지로 흘러온 땅끝의 밤은 오히려 덤덤하고 뿌듯했다.

 

▲띠애라 푸에고 국립공원 설산이 지붕처럼 펼쳐진 우수아니아,

이곳에선 공기도 시간도 모두 반대로 흘러가는 듯하다

 

땅끝 전체를 둘러싼 띠에라 푸에고 국립공원(Tierra del Fuego National Park)의 설산이 지붕처럼 펼쳐진 곳. 드문드문 빗방울이 날리던 작은 마을은 내가 살던 세상의 반대편이다. 내게서 모든 것이 가장 멀어졌다는 생각이 들었다. 계절도 공기도 시간도 모든 것이 반대로 흘러가는 곳.

 

갑작스러운 한여름 밤은 사무치게 추웠고 두꺼운 옷으로 무장한 사람들은 고요하고 과묵하다. 겨울이라는 생각을 잠시 잊었었다.낯선 첫날 밤을 지내고 난 아침. 전날 밤의 어색함은 온데간데없다.

 

창 너머 가느다란 골목 끝으로펼쳐진 세상 끝의 바다. 계절과 상관없이 청정한 공기는 그야말로 세상 끝에서나 가능한 청량감이라 기억되던 아침. 나를 만류하던자들의 얼굴이 떠올랐다. 여행이란 역시 직접 확인하는 데 의미가 있다는 것을 절실히 느낀다. 누구의 권유도 만류도 경험을이길 수 없다.

◇ 영화 ‘해피투게더’에 나온 세상 끝의 등대

실망도 희망도 내 것이라는 마음으로 세상 끝의 골목을 걷는다. 땅이 존재하는 최남단이라는
지리적 특수성이나 남극으로 가기 위한 관문이라는 목적성을 제외하더라도 인내심을 가지고 와야 할 이유가 충분히 있는 곳이다. 어딜 보더라도 바다가 풍경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지만, 바다와 마주한 설산의 장엄함 풍경은 환상적이다.

산 아래로 유럽식의 아름다운 집들이 낮게 군락을 이룬 모습은 한겨울에 핀 꽃처럼 귀하다. 세상 끝 추운
겨울에 이런 따뜻한 그림이 걸려있을 줄이야. 젊은 여행자들은 몇 날 며칠 국립공원 트래킹을 하며 세상 끝의 풍경을 가슴에 새기기 위해서 고생을 마다하지 않는다.실제로 아주 환상적인 트래킹 코스가 다양하게 꾸며져 있어서 이곳만을 고집하며 몇 번이고 다시 오는 사람들이 있다고 했다

 

▲감옥에 대한 모든 것을 체험할 수 있는 마르티모 박물관의 외벽

 

◇ 세상의 끝, 모든 곳의 끝이 아닌 시작이 되는 곳

이 밖에도 이곳 역사가 고스란히 설명된 세상 끝의 박물관(Museo Fin del Mundo)과 남부 아르헨티나에
거주했던 야마나 족의 원시문명을 소개한 야마나 박물관(Museo Yamana)을 둘러 볼 수 있지만, 사람들은 자신이 딛고 있는 땅이 세상의 끝이라는 것에 더 의미를 둔다.이곳에 존재하는 모든 것은 세상의 제일 끝에 매달린 것들이다. 사람도 집도 차도 카페도 구멍가게도 당신마저도 모두가 세상 끝의 존재들이다.

 

허나 모든 관계나 존재들의 끝이 이곳의 풍경만큼 아름답게 끝난다면 그것보다 좋은 삶이 있을까. 산으로 트래킹을 간 청년은 사랑하던 사람으로부터 받은 상처로 오래도록 설산을 걸었고, 붉은 등대를 보러 간다던 젊고 발랄한 여학생은 하던 일에 대한 고민을 안고 세상의 가장 마지막에 있는 등대를 보러 갔다.

 

▲세상의 끝은 사실 끝이 아니라 시작점일 수도 있다

 

한 사람이 하나씩 품고 온 마음들이 쌓여 거대한 설산이 되었을까? 그 마음들을 안고 세상 끝으로 온 사람들. 그것은 끝이라는 절망이 아닐 것이다. 끝에 와서 자신이 가지고 있던 가장 아픈 부분을 부러뜨리고 잘라내는 것. 두고 가고 싶은 것이 있다면 두고 가자. 나만 아는 나의 끝에 위태롭게 매달려 있던 것들을 대륙의 맨 마지막에 놓고 가자.

 

그리고 돌아서서 새롭게 시작하는 것. 세상 끝에 우뚝 선 깊은 산도, 세상 끝에 펼쳐진 바다의 붉은 등대도, 다시 등을 돌리면 마주하는 모든 풍경이 시작인 것이다.이 둥근 지구에 끝이 어디 있겠는가? 내가 서 있는 모든 곳이 끝이 되기도 하고 시작점이 될 수 있는 것 아니겠나.사람들이 이곳을 세상의 끝이라 부르는 것은 그토록 소중해서 일 것이다. 늘 마지막은 한 번이니, 그래서 마지막은 귀한 것으로 남아야 하므로....

 

▲우수아이아까지 가는 여정은 쉽지 않다. 국내선 비행기가 있지만, 날씨로 인해 결항이 잦아 버스를

이용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버스 여행은 시간이 오래 걸리지만 아르헨티나의 환상적인 풍경을 담을 수 있다

 

우수아이아 까지 가는 길은 국내선 비행기를 이용하면 가장 쉽지만, 날씨에 따라서 결항이 잦으므로자주 확인해야 한다. 그리고 우수아이아 공항에서는 출국세를 받는다. 비교적 시간이 오래 걸리지만, 버스를 이용해서 칠레 남부나 아르헨티나의 다른 지역으로 이동한다면 환상적인 풍경을 챙길 수가 있겠다.

 

국립공원 트래킹과 비글해협 보트투어 모두 시내의 여행사에서 친절하게 안내받을 수 있지만, 여유를 두고 알아보는 것이 좋겠다. 체류 시간이 길지 않은 사람은 트래킹보다 마르티알 빙하 산책 정도의 프로그램이 낫다.

 

항구 근처에 있는 일명 100년 카페에 방문하면 우수아이아의 오랜 분위기를 만끽할 수 있으며 음식도비교적 괜찮은 편이다. 시내의 인포메이션 센터에 비치된 세상의 끝 방문기념 도장을 여권에 찍어 가는 사람도 꽤 많다.

 

▲우수아이아 시내의 모습

 

▲우수아이아 시내의 모습. 남미와 유럽 건축양식이 결합되어 정갈한 시가지를 형성하고 있다.
기념품 가게들이 많은데 다른 지역들에 비해서 비싼 편이다.

 

▲야마나(YAMANA) 인디언들의 모습을 기록한 박물관.

 

미국 서부를 여행할때 지역별로 Heritage 박물관들을 보게 되는 대부분이 그 지역에 살았던 인디언들의 문화유적이었고, 백인에 의해 삶터와 목숨을 빼앗겼떤 인디인들을 백인들이 기념하고, 보존하는게 마음이몹시 불편했는데 여기서도 비슷한 감정을 느끼게 된다.

 

1만년전 빙하기에 베링해를 넘어 왔을것으로 짐작되는 야마나 인디언들의 모습이다. 1884년 이곳이 처음 백인에 의해 발견될 때 완전 벌거벗은 채로 생활하고 있었다. 물고기와 바다사자 등을 작살로 사냥해서 먹고 살았다. 1890년 경 1,500명 정도 살았던 이들 인디언이 1911년쯤 완전 멸종했다.

 

▲야마나 박물관에 있는 박재된 바다사자의 모습. 먹이사슬에서 범고래와 백상아리의 먹잇감이면서
펭귄, 물고기 등을 먹고 사는 생태적으로 매우 중요한 위치다.

 

실제 야마나 인디언에게는 에스키모족들에게 물개가 먹이, 옷, 이불 등 없어서는 안될 가장 중요한 동물인 것 처럼 이들

또한 그랬다. 해당입부근을 보면 암사자의 모습을 닮았다.

 

▲우수아이아 부두에서 바라본 맞은 편 산들의 전경. 산세가 멋있다

 

▲비글 운하 투어 떠나는 배. 반나절 투어와 하루 투어 일정 등이 있다.
이곳에서 바다사자와 펭귄섬을 볼 수 있는 투어 등 다양한 코스가 있다.

 

▲러시아의 화물선이다. 이 배가 남극으로 들어가는 배다. 러시아의 남극기지 등에 물자를 보급하는 역할을 하면서

남극탐험 투어상품을 함께 취급한다. 남극탐험은 이곳에서 이배를 타고 갈 수 있는데 매우 고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