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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 아시아*****국가들/⊙레바논*****기행

레바논ㅡ베이루트(Beirut)ㅡ지중해 낀 코니쉬 산책로엔 이슬람의 과거와 현재가…

by 삼수갑산 2022. 2. 20.

베이루트ㅡ지중해 낀 코니쉬 산책로엔 이슬람의 과거와 현재가…

▲레바논 베이루트 지중해변 산책로 코니쉬에 있는 ‘피전 록’에서 석양을 바라보는 사람들.

베이루트는 ‘중동의 파리’로 불릴 만큼 아름답다. / 케이채

 

중동이라고 하면 많이 가지는 편견과 전혀 다르다.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는 중동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을 만큼 유럽의 느낌을 머금고 있다. 중동의 파리라는 별명이 있다.

 

한때 이곳을 점령했던 프랑스 영향으로 매력적인 건축물이 가득하다. 다양한 아랍권 예술가들이 활동하는 젊음의 도시이기도 하다. 그러면서도 곳곳에 이슬람 문화의 흔적 또한 분명하게 발견할 수 있는 곳이다.

 

베이루트의 독특한 매력을 뚜렷하게 느낄 수 있는 장소로 단 한 곳을 꼽으라면 지중해를 바라보는 산책로 코(Corniche)를 추천한다.지중해가 펼쳐지는 베이루트 서쪽에 길이 4.8㎞ 해안 산책로가 펼쳐진 코니쉬는 관광객들은 물론 레바논사람들에게도 가장 인기 있는 장소다.

 

가족·커플·친구들까지 사람들이 끊임없이 몰려든다. 산책로의 시작은 북쪽 끝의 세인트 조지 요트 클럽.비싼 요트들이 일렬로 정박되어 있는 가운데 레스토랑과 술집이 즐비한 쇼핑 거리다.

 

이곳이 중동이 맞는지 착각에 빠지게 한다. 글로벌 커피숍인 스타벅스를 비롯해 서울에서도 쉽게 찾아볼수 있는 프렌차이즈 식당과 카페들이 늘어서 있다. 사람들은 이곳에서 여유롭게 먹고 마시며 시간을 보낸다.

 

남쪽을 따라 내려가면 본격적인 산책로가 펼쳐지는데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풍경은 '강태공'들이 낚싯대를 늘어뜨리고 있는 모습이다. 지중해 바닷가에서의 낚시는 베이루트 사람들의 중요한 취미 생활 중 하나다.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사람들이 낚싯대를 들고 바다에 찌를 늘어뜨리고 있는 모습을 쉬 발견할 수 있다.

 

파도가 높아 옷이 흠뻑 젖는데도 꿈쩍 안하고 자리를 지키고 있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하지만 대부분 큰 고기를 낚는 것 같지는 않다. 낚싯대를 드리운 그 자체로 이미 만족하는 게 코니쉬에서의 낚시가 아닌가 싶다. 낚시꾼들 사이로 가끔 펼쳐지는 바위로 가득한 해변에는 수영을 하거나 선탠을 하는 사람들이 보이기도 한다.

산책로 위로는 더 재미있는 풍경들이 펼쳐진다. 베이루트 젊은이들은 유럽 사람과 다름없는서구적인 복장을 하고 친구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연인들은 때로 과감한 애정표현을 한다. 여느 유럽 해변과도 별 차이가 없어 보인다. 그런 생각이드는것도 잠시, 얼굴과 몸을 모두 가린 전통 복장의 무슬림 여성들이 곁을 지나가며 묘한 대비를 만들어낸다.

 

이슬람의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모습을 볼 수 있는 곳이다. 하지만 복장은 달라도 지중해의 아름다움은누구에게나 똑같다. 엄격한 무슬림도, 서구화된 무슬림들도 여기저기서 기념사진을 찍으며 웃음꽃을 피운다.해가 질 때쯤이 되면 어디선가 등장한 사람들이 차를 세우고 의자를 앞에 놓고는 가만히 앉아 사람 구경을 한다.

 

땅콩을 팔고, 커피를 팔고, 각종 장난감을 파는 노점상들이 하나 둘 나타나기 시작한다. 벤치에 앉아 파이프 담배를 피우는 사람들을 지나 계속 길을 따라가면 가족들에게 인기가 많은 작은 놀이공원이 있다. 오래돼 보이지만 여전히 돌아가는 대관람차는 주말이면 특히 인기다.

 

공원을 지나 오르막길을 올라가면 산책로가 끝나는 듯 보이지만 금세 다시 나타나는 길과 함께 거대한바위들이 해안가에 펼쳐진다. 코니쉬의 남쪽 끝으로 가장 유명한 '비둘기 바위' 피전 록(Pigeon Rocks)이다. 피전 록은 일몰을 바라보는 장소로 특히 인기가 많다.

 

산책로에서 가만 바라볼 수도 있지만 길을 따라 바닷가 쪽으로 내려가 보면 보트 운전사들이 호객 행위를 하고 있다. 피전 록 주위를 돌며 근처의 작은 동굴들을 들어가 볼 수 있는데 그 풍경이 무척 아름답다.옆 나라 시리아 문제와 남쪽으로는 이스라엘, 북쪽으로는 터키와 맞닿아 정세가 불안한낌이 드는레바논이다.

 

그러나 베이루트는 혼란의 중동 정세 속에서도 아름다움을 지키며 가장 서구화된 중동 도시로서 현대화를 이루어왔다.코니쉬의 산책로를 따라 하루를 걷는다면 여행 전 가졌던 일말의 두려움은 씻은 듯 사라질 것이다.레바논 베이루트로 향하는 직항편은 없으며 대부분 두바이나 아부다비를 경유한다. 베이루트 공항에서 시내는 30여분 거리로 매우 가깝다.

 

출처 / chosun.com / 케이채 / 사진가·에세이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