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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태평양*****국가들

남태평양ㅡ괌(Guam)ㅡ따뜻한 바람에 일렁이는 바다, 황홀한 풍경에 술렁이는 마음

by 삼수갑산 2022. 9. 22.

괌(Guam)ㅡ따뜻한 바람에 일렁이는 바다, 황홀한 풍경에 술렁이는 마음

◆햇살 찬란한 아름다운 섬 ‘괌’ 여행

 

여전히 아름답다. 햇살은 찬란하고, 속살을 드러낸 투명한 바다 위에는 윤슬이 반짝인다. 습기를 머금은 따뜻한 내음과 바람을 따라 잔잔히 일렁이는 코발트 바다도 그때, 그대로다. 하늘길이 닫힌 동안 홀로 수없이 부딪치고 있었을 파도를 두 눈에 찬찬히 담아본다. 계절 없이 언제나 같은 얼굴을 띤 괌 풍경을 마주하니 신음하던 지난 3년이 꿈처럼 아스라이 느껴진다.

 

▲바다로 이어지는 좁다란 계곡, 에메랄드 밸리에서 한 관광객이 스노클링하며 바닷속을 들여다보고 있다.

 

◆괌의 과거와 현재 볼 수 있는 남부투어

태평양 미크로네시아의 가장 큰 섬이자 인천국제공항에서 4시간이면 닿는 가장 가까운 미국. 우리나라 거제도만 한 작은 섬이지만 괌은 어느 곳보다도 다난한 역사를 품고 있다. 괌은 포르투갈 태생 스페인 탐험가 페르디난드 마젤란의 탐험 이후 333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 스페인의 지배를 받았다.

 

이후 미국과 일본이 번갈아가며 지배하다, 다시 미국 자치령으로 편입돼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다. 차를 타고 서너 시간 찬찬히 돌다 보면 작은 섬이 간직한 세월을 목격할 수 있다.

 

▲원본출처 / graphicmaps.com

 

▲산호초 구덩이 안에 만든 바닷속 전망대 피시 아이 머린 파크(Fish Eye Marine Park).

 

호텔들이 밀집한 투몬베이에서 조금 벗어나면 괌의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큰 광장이 나온다. 스페인 양식의 오래된 건물들 사이로 유명 포토존인 ‘GUAM’ 조형물이 있어 절로 카메라를 들게 하는 이국적 관광지이지만 스페인광장은 슬픈 식민지 역사 현장이기도 하다. 오랜 세월 스페인 총독이 거주하던 관저가 있었지만 제2차 세계대전 때 완전히 붕괴됐다. 터만 남은 앙상한 관저이지만 옛 대포가 과거의 위상을 말해준다.

스페인 양식으로 된 건축물들 사이에 눈에 띄는 건물 하나가 보인다. 광장을 마주하고 있는 괌 박물관. 전통 건축양식에 현대 건축기술을 덧댄 이 건물 앞에는 글씨가 잔뜩 쓰인 조형물이 세워져 있다. “우리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강하다. 우리는 예전의 자유를 되찾을 것이다.” 1671년 스페인에 저항하던 원주민인 차모로 족장 후라오의 말이다.

 

차모로인들은 4000년 전 말레이 반도에서 괌으로 건너와 오랜 세월 굴곡의 역사를 거치면서도 독특한 문화를 지켜왔다. 괌 박물관에서는 이들의 정신과 괌의 식민지 역사를 짚어볼 수 있는 전시품들을 소장하고 있다.

 

이 밖에도 이 주변에는 괌 최초의 가톨릭 성당이자 북마리아나 제도에서 가장 크고 아름다운 건축물로 꼽히는 하갓냐 대성당과 괌 해방을 위해 싸운 군인들의 명복을 비는 기념비 등이 함께 있어 여러 문화가 혼재된 괌의 역사를 짚어볼 수 있다.

 

▲괌 대표 호텔인 닛코호텔과 이어진 건 비치에 하얀 파도가 밀려오고 있다. 건 비치는 물이 깨끗하고 노을이 아름다운

명소로 꼽힌다. 한국PHR 제공

 

관광지가 밀집한 섬 북부·중부와는 달리 해안선을 따라 남쪽에서 만난 괌은 그저 평화롭게 반짝인다. 드라이브를 하다 만난 바다는 장소마다 다른 색, 다른 표정으로 찰랑인다. 투어 초반 만나는 세티베이 전망대에서는 탁 트인 바다가 1000여개의 작은 언덕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만들어진 봉우리와 어우러져 이색적인 풍경을 자아낸다.

흘러내린 용암이 바닷물을 막아 만들어진 자연 수영장인 이나라한 자연 풀은 관광객들에게 인기 있는 다이빙 명소다. 바다로 이어지는 푸른 계곡, 에메랄드 밸리 역시 마찬가지다. 청록빛 물 위에 엎드려 몸을 맡긴 이들이 많다.

 

자연이 만들어낸 두 곳의 수영장에선 바다에서 밀려 들어온 다양한 열대어들을 가까이서 볼 수 있다. 낚시 포인트로도 유명한 메리조 부두에서는 줄줄이 정박한 선박들과 함께 거침없이 바다에 몸을 던지는 현지인들의 모습이 그림처럼 어우러진다.

 

▲괌 닛코호텔 수영장과 건 비치

 

◆푸른빛 바다 품은 ‘호캉스’

반나절 괌을 한 바퀴 돌고 오면 투몬 비치는 어느덧 태양을 삼켜 붉게 물든다. 수평선 위로 황홀하게 물드는 노을을 잠시 바라보다 어느덧 땅거미가 내리면 이곳에 밀집된 호텔들 불빛이 별처럼 반짝인다.

 

괌은 바닷가를 따라 유명 호텔들이 길게 늘어서 있고, 도보로 갈 수 있는 쇼핑센터와 명소들이 모여 있어 이른바 ‘호캉스’에 최적화된 곳이다.

괌에서 유일하게 투몬 비치와 건 비치, 두 곳의 전망을 모두 볼 수 있는 닛코호텔은 가족 단위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곳이다. 객실에서는 괌에서 최장 길이인 72m 수영장 슬라이드와 대표적 관광지인 ‘사랑의 절벽’이 한눈에 들어온다.

 

▲닛코호텔에서 바라본 저녁 노을

 

“하파데이(Hafa Adai)!” 닛코호텔은 미소를 머금은 직원들의 따사로운 인사말에 마음이 놓이는 공간이다. 아침이면 파도 소리를 들으며 진행되는 요가 수업, 호텔 바로 앞 해변에서 산책하는 투숙객 모습이 지상낙원에 와 있는 기분을 들게 한다.

 

괌 최초로 커피 생두 껍질로 만들어진 친환경 텀블러를 모든 투숙객에게 제공한다거나 영국 앳킨슨·록시땅 어메니티를 디스펜서 형식으로 비치한 서비스에서도 호텔의 자연친화적 가치가 고스란히 전해진다.

 

최근 하늘길이 열리면서 팬데믹(감염병 세계적 대유행)이 한창이었던 2020년 7월 문을 연 더 츠바키 타워도 국내 여행객들에게 인기다. 다소 노후화한 괌 호텔들 사이에서 고급스러운 인테리어와 서비스로 무장한 유일한 6성급 호텔이다. 바닷속 산호와 폭포 등 입구와 로비 인테리어에 숨겨진 의미를 찾아보는 것도 이 호텔의 묘미다.

 

▲더 츠바키 타워 로비 라운지

 

더 츠바키 타워는 340개가 넘는 모든 객실이 눈부시게 빛나는 투몬 바다를 마주한다. 유독 넓은 객실 테라스에 앉아 시시각각 달라지는 괌 풍경을 배경으로 조식을 먹는 것도 특별한 경험이다. 수영장은 인피니티 풀을 갖추고 있는데, 환상적인 전망은 물론 밤에는 쏟아질 듯한 별빛 아래에서 화려한 분수 쇼가 펼쳐진다.

호텔 뷔페인 ‘까사 오세아노’ 디너는 비행기 티켓보다 먼저 예약해야 할 만큼 현지인이나 관광객 모두에게 인기가 많다. 특히 일본 셰프와 괌 최고 파티시에가 만드는 일식과 디저트에 힘을 많이 주고 있다.

 

글.사진출처 / segye.com / 괌=글·사진 권이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