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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북 아시아****국가들/⊙중국****중남지방

홍콩ㅡ홍콩의 진짜 맛집은 시장과 골목에 있다...가성비 높은 B급 구르메 명소들

by 삼수갑산 2022. 8. 24.

홍콩의 진짜 맛집은 시장과 골목에 있다...가성비 높은 B급 구르메 명소들

▲홍콩의 복잡다다한 뒷골목길

 

▲홍콩 구룡반도의 템플스트리트 야시장 뒷골목의 노천음식점. 밤늦도록 불야성을 이룬다

 

홍콩의 매력 중 하나가 누추해 보이는 골목이다. 낡은 빌딩 아래로 거미줄처럼 이어진 골목에서는 사람 사는 냄새가 난다. 구룡반도의 안쪽, 몽콕과 야우마테이의 골목에는 시장이 있다. 과일, 꽃, 장난감, 딤섬 찜기….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을 모두 모아놓은 듯한 시장이다.

 

시장에는 현지인들에게 사랑받는 ‘진짜 맛집’들도 있다. 영어가 통하지 않는 곳도 있고 친절한 접객을 기대할 수도 없지만, 골목 식당이 내놓는 음식의 놀라운 맛과 저렴한 가격은 이런 불만을 상쇄하고도 남는다. 현지인들 사이에서 인기가 하늘을 찌르는 대중적인 골목 식당들을 골라봤다. 인기 있는 골목 식당이 워낙 많아서 명단을 덜어내느라 얼마나 애를 먹었는지 모른다.

 

▲홍콩 뒷골목에 테이블을 펼쳐놓은 대중음식점들은 이루 다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다양한 음식을 낸다

 

# 3000원에 즐기는 홍콩의 솔 푸드…차오쳉유엔(潮成園)


차오쳉유엔은 몽콕을 대표하는 번화가 퉁초이 스트리트의 어지러운 중국어 간판들 사이에 있다. 홍콩식 죽 콘지부터 솥밥, 간단한 딤섬까지 메뉴는 40여 가지에 이른다. 그중 가장 눈길을 끄는 건 역시 광둥식 국수다.

 

큼직한 족발, 하늘하늘한 완탕, 탱글한 피시볼, 입에 넣는 순간 사르르 녹는 소 힘줄이 어우러져 기가 막힌 맛을 만들어낸다. 음식이 도착하면 테이블 위 홍식초를 살짝 뿌려줄 것. 부드러운 풍미의 붉은색 식초가 국물에 스미면 낯선 향신료와 육중한 기름기가 조화로운 풍미로 완성된다.

 

차오쳉유엔의 훌륭함은 음식 맛뿐만 아니다. 이곳의 국수는 모두 20홍콩달러에서 30홍콩달러, 한국 돈으로 계산하면 3000원에서 4500원 사이다. 오전 8시부터 이튿날 오전 5시까지 영업한다.

 

퉁초이 스트리트에 옛 홍콩식 디저트를 판매하는 타이헤탕량 차관이 있다. 좁고 깊은 실내에 들어서는 순간, 오래된 실내 분위기 덕에 시간을 되돌린 것 같은 기분을 느끼게 된다.

 

이곳의 메뉴는 광둥의 전통 디저트 형식 ‘탕수이(糖水)’에 기반한다. ‘단물’이라는 뜻 그대로 탕수이는 달콤한 수프를 곁들인 후식이다. 코코넛 밀크, 시럽에 잠긴 두부, 흑임자 수프 등과 달콤하게 졸인 토란, 말랑말랑한 사고(sago), 열대과일 등 다채로운 내용물의 조합으로 탕수이 종류만 80여 종이 넘는다. 양이 넉넉해 간단한 아침 식사로도 손색없다.

이곳에서는 각각의 메뉴에 맛에 대한 설명 대신 ‘두통’ ‘오한’ ‘독소’ 등 병원에서 등장할 법한 용어를 적어놓고 중국식 허브티를 판다. 홍콩 사람들은 건강이 나빠지거나 기력이 부족할 때 약국에 가는 대신 찻집에서 중국식 허브티를 한 잔씩 마신단다. 

 

▲삼수이포의 길거리 음식점. 홍콩관광청 제공

 

홍콩의 다른 지역과 마찬가지로 삼수이포 여행에서도 음식을 빼놓을 수 없다. 재래시장인 페이 호 스트리트 마켓(Pei Ho Street Market)은 낯선 향기와 색깔이 흘러 넘친다. 골목 모퉁이의 노천식당이나 전통 디저트 ‘띰반’을 파는 가게에서 홍콩식 B급 미식을 즐겨도 좋다. 홍콩 도심에 비해 가격은 놀라울 정도로 저렴하지만, 맛은 결코 뒤지지 않는다.

 

조촐한 동네 식당에서 출발해 뉴욕까지 진출한 딤섬 가게 ‘팀호완(Tim Ho Wan)’ 본점도 이곳에 있다. 팀호완은 포시즌스호텔의 광둥식 레스토랑 렁킹힌(Lung King Heen)에서 실력을 쌓은 셰프가 14석의 작은 가게로 시작했다. 개점 1년 후 미슐랭가이드에서 별 하나를 받았고 현재는 하와이와 뉴욕에도 매장을 열었다.

 

삼수이포 본점은 40여 지점 중 오너 셰프의 요리를 맛볼 수 있는 유일한 식당이다. 25개 메뉴 중 새우 딤섬 하가우, 연잎밥, 돼지고기로 속을 채운 차슈바오가 인기 있다. 팀호완의 차슈바오는 전통적인 조리법과 달리 바삭바삭하고 빵 안에 차슈를 넣었다. 달콤한 맛과 짠맛의 조화가 환상적이다.

 

저렴한 가격에 마음까지 따스해지는 음식도 있다. 바로 ‘두부 푸딩’이다. 1960년대 가난한 사람들은 치즈케이크나 아이스크림 대신 시럽을 뿌린 두부로 일상의 고단함을 풀었다. 중ㆍ장년층의 향수를 자극하는 맛이 홍콩 젊은이들 사이에서 다시 인기를 얻은 것은 최근의 일이다.

 

삼수이포의 ‘컹와 빈커브 팩토리(Kung Wo Bean Curb Factory)’는 4대째 운영하는 두부 푸딩 가게다. 60년 전 창업자의 방식 그대로 지금도 맷돌로 콩을 갈아 두부를 만든다. 두부 푸딩의 가격은 10홍콩달러, 한국 돈 1,500원에 불과하다. 입 안에서 녹아 내리는 두부는 부드럽고, 생강 시럽은 감미롭다.

 

삼수이포 밤거리에서 빠질 수 없는 게 ‘다이파이동’이다. 다이파이동은 노천식당을 일컫는 광둥어다. 저녁 무렵 상점의 셔터가 닫히면 그 앞에 좌석을 펼쳐놓고 요리를 낸다. 1956년부터 영업을 시작한 ‘오이만상(Oi Man Sang)’은 홍콩 5대 다이파이동으로 꼽힌다.

 

TV 예능프로그램 ‘스트리트 푸드 파이터’에서 백종원은 이국적인 분위기에 취한다고 표현했다. 그의 선택은 마늘을 듬뿍 넣은 게볶음과 쇠고기간장볶음이었다. 대략 60~130홍콩달러면 다양한 메뉴를 즐길 수 있다.

 

▲삼수이포의 다이파이동 요리. 홍콩관광청 제공

 

▲가난한 시절을 대표하는 음식 ‘두부 푸딩’이 최근 다시 인기를 얻고 있다. 홍콩관광청 제공

 

▲ 홍콩에는 일반 식당보다 훨씬 더 깊은 내공을 자랑하는 노점 음식점도 많다.

 

# 추억의 ‘B급 구르메’ 명소…블락 18 도기스 누들

‘도기스 누들’은 20세기 중반 홍콩에서 큰 인기를 누렸던 국수의 한 종류다. 수제비와 국수의 중간 정도, 뚝뚝 끊어진 면발은 파스타를 닮았다.

 

세월이 흐르며 명맥이 거의 끊기다시피 했지만, 식당 ‘블락 18 도기스 누들’이 미슐랭 가이드에서 ‘빕 구르망’에 선정되며 홍콩 사람들 사이에서 다시 선풍적 인기를 끌었다.

 

빕 구르망이란 합리적인 가격과 훌륭한 맛을 두루 갖춘 식당에 미슐랭 가이드가 부여하는 등급이다. 이방인에게도 이곳은 흥미롭다. 식당보다는 노점에 가까워 길가에 앉아 먹어야 한다는 사실도, 영어가 통하지 않는 불편함도 홍콩의 옛 음식에 대한 호기심을 막을 수 없다. 24시간 영업한다. 주소 27-31 Ning Po Street, Yau Ma Tei 전화번호 없음

 

▲ 홍콩의 누추한 골목에 들어선 번잡한 시장 한가운데로 2층 트램이 지나가고 있다. 홍콩의 오래된 시장 뒷골목에는

누추하지만 맛만큼은 최고인 보석 같은 식당들이 있다.

 

# 가성비 높은 맛집들의 집결지…삼수이포

홍콩 서민들의 주거지이자 번화가로 역사를 이어온 삼수이포 지역은 가벼운 지갑과 까다로운 입맛을 동시에 만족시키는 맛집들의 집결지다. 삼수이포에는 바삭하게 구운 부추 고기 군만두와 뽀얀 생선 국물에다 만두를 놓은 물냉이 만둣국으로 홍콩섬의 주민들까지 불러모으는 ‘유엔퐁 만두가게’가 있다.

 

삼수이포에는 홍콩 최고의 두부 푸딩을 만든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컹와 두부공장’도 있다. 반세기 넘게 이어온 가게는 비좁고 초라하지만, 두부 푸딩을 맛보러 온 손님들로 하루 종일 북적거린다.

삼수이포에서 가장 이름난 카트 누들 식당 ‘만께이’는 수십 가지의 토핑과 다채로운 면, 육수를 손님이 직접 선택해 주문하는 홍콩의 옛 국수 노점이다. 다양한 식재료 목록을 조합해 주문 가능한 국수 메뉴가 수백 개에 이른다.

 

쇠고기 양지에 스위스 치킨 윙을 곁들이고 직접 제조한 칠리소스를 토핑하는 게 무난한 선택이다. 노릇하게 구운 토스트에 스크램블드에그와 짭짤한 콘비프를 끼워 내는 ‘콘비프 샌드위치’를 내는 선흥유엔도 추천할 만하다. 본점 인근에 오픈한 2호점에서는 매운 마라소스 향을 가미한 사천식 콘비프 샌드위치를 맛볼 수 있다. 

 

출처 / munhwa.com / 박경일 기자 parki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