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서남 아시아****국가들/⊙터키******기행

터키ㅡ카파도키아(Cappadocia)ㅡ우치사르(Uchisar)城 & 지하도시

by 삼수갑산 2022. 8. 12.

카파도키아(Cappadocia)ㅡ우치사르(Uchisar)城 & 지하도시

지구에는 그런 곳이 있다. 그토록 무수한 소문을 듣고, 그토록 많은 사진을 보았다 해도 그 앞에 서면 생생한 충격으로 몸이 굳어버리는 곳. 자연이 만든 풍경 앞에서 인간의 언어 따위는 무기력하고 진부하기만 해 그 모든 말과 감탄사조차 사라지는 곳. 터키 중부의 카파토키아(Cappadocia)는 그런 곳이다.

 

살아오는 동안 한 번도 본 적 없는 풍경 앞에 서면 그 어떤 말도 나오지 않는다. 그래서 이곳은 여럿이 함께 보다는 혼자 와야 하는 곳이고, 한낮의 태양보다는 늦은 오후의 사위어가는 햇살 속에 찾아야 하는 곳이다.

 

카파도키아는 막막하리만치 너른 벌판에 솟아오른 기기묘묘한 기암괴석들이 혼을 사로잡는 곳이다. 인간이 상상하기 어려운 길고 긴 시간 동안 자연이 공들여 만든 작품이다. 수백만 년 전 에르시예스 산(Erciyes 3,916m)에서 격렬한 화산 폭발이 있은 후, 두꺼운 화산재가 쌓여 굳어갔다.

 

그 후 수십만 년의 세월이 흐르는 동안 모래와 용암이 쌓인 지층이 몇 차례의 지각변동을 거치며 비와 바람에 쓸려 풍화되어 갔다. 그렇게 화산재가 굳어 만들어진 응회암은 인간이 큰 힘을 들이지 않고 굴을 팔 수 있을 만큼 부드럽다. 날카로운 돌만으로도 절벽을 뚫어 집을 지을 수 있다는 점 때문에 훌륭한 요충지가 되어주었다.

 

이 바위촌의 첫 입주민들은 로마에서 박해를 피해 건너온 기독교인들이었다. 그들은 그렇게 눈에 띄지 않는 암벽과 바위 계곡 사이를 파고 깎고 다듬어 교회와 마구간이 딸린 집들과 납골소와 성채를 만들고, 지하도시까지 건설했다. 결국 카파도키아는 자연과 인간이 공들여 함께 만든 걸작품으로 남았다.

 

카파도키아 지역은 예부터 동양과 서양을 잇는 중요한 교역로였다. 하나의 제국이 일어설 때마다 카파도키아는 전쟁터로 변했다. 기원전 18세기에 히타이트인들이 정착한 이후, 페르시아, 로마, 비잔틴, 오스만 투르크 제국이 차례로 이곳을 점령했다.

 

로마와 비잔틴 시대에 기독교인들의 망명지가 되었던 이곳은 4세기부터 11세기까지 기독교가 번성했다. 지금 남아있는 대부분의 암굴교회와 수도원들은 이 시기에 만들어졌다.

 

바위를 깎아 만든 비잔틴 양식의 교회와 수도원 중 약 30여 개의 교회가 야외 박물관으로 공개되고 있다. 이 교회들은 통풍과 채광을 위한 구멍, 입구를 제외하고는 별다른 장식이 없어 외부에서 볼 때는 인간의 거주 흔적을 찾기 어렵다. 내부로 들어서면 깎고 다듬은 공간 안에 프레스코 벽화들이 화려하게 장식되어 있다.

 

빛이 거의 들어오지 않는 암굴 교회라는 특징 덕분에 프레스코화들이 지금까지 선명하게 남을 수 있었다. 이곳의 교회들은 저마다 독특한 애칭으로 불린다. '어두운 교회', '사과 교회', '뱀 교회', '샌들 교회', '버클 교회' 등 그 이름에 얽힌 유래를 찾아가며 걷는 재미가 쏠쏠하다.

 

무덤과 교회들을 둘러보며 걷다 보면 두세 시간은 훌쩍 지나간다. 다시 마을의 중심지로 돌아와 북서쪽으로 난 아드난 멘데레스 거리를 따라가자. 한 시간 남짓 도로를 따라 걸으면 우치사르(Uchisar).

 

멀리 우뚝 솟은 바위성이 이정표가 되어주기에 길을 잃을 염려는 없다. 바람에 실려 오는 살구꽃 향내를 맡으며 걸어가는 길, 노새를 끌고 밭을 가는 농부들이 보인다. 바위 성채로 유명한 우치사르는 성채의 꼭대기에서 360도 파노라마의 장관을 선사한다. 성채에 딸린 카페에서 차 한 잔을 시켜놓고 푸른 기운이 짙어가는 봄날의 들판을 바라보며 앉아있자.

 

카파도키아 트레킹의 백미는 로즈밸리다. 로즈밸리의 아름다움을 제대로 즐기기 위해서는 가이드와 함께 하는 트레킹도 나쁘지 않다. 숙소의 여행자들과 삼삼오오 짝을 이뤄 걷는 길, 배꽃과 살구꽃, 아몬드꽃이 다투듯 내뿜는 향기 속에 조붓한 흙길 너머로는 들꽃들이 노랗게 피어났다.

 

동굴 교회나 가옥을 둘러보기도 하고, 전망 좋은 바위의 작은 찻집에서 뜨거운 애플티 한 잔을 마시며 쉬기도 하며 느리게 걷는 길. 장미의 계곡(Rose Valley)을 붉게 피워내며 스러지는 저녁 노을은 카파도키아가 선물하는 최고의 비경이다.

 

출처/ naver 김남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