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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남 아시아****국가들/⊙캄보디아***기행

캄보디아ㅡ크메르 유적지ㅡ반띠아이쓰레이 사원(Banteay Srei Temple)

by 삼수갑산 2022. 6. 23.

크메르 유적지ㅡ반띠아이쓰레이 사원(Banteay Srei Temple)

▲반띠아이쓰레이 사원(Banteay Srei Temple)

 

 번째로 찾아간 곳은 Banteay Srei 사원이다. 캄보디아 하면 검은 벽돌에 새겨진 정교한 조각이 전부인 줄 알았는데 붉은 사암에 정교한 부조기법으로 만들어진 이 사원은 전혀 예상 밖의 모습이라 호기심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 앙코르 유적 중에서도 가장 아름다운 사원으로 꼽힌다는 이곳은 당시의 본모습을 상당수 유지하고 있다.

 

▲반띠아이쓰레이 사원(Banteay Srei Temple)

 

▲반띠아이쓰레이 사원(Banteay Srei Temple)

 

우리에겐 소설 <인간의 조건>으로 유명한 프랑스 소설가 앙드레말로가 훔쳐가려고 했던 데바타 여신상. 동양의 비너스라고 불리기도 한다. 가슴을 드러내고 있는 상반신 어깨까지 늘어뜨린 머리 장식과 정교한 허리 장식, 물결무늬의 패턴과 떠받치고 있는 오리 등 믿을 수 없는 정교함은 놀라움을 넘어서 경이롭기까지 했다. 

 

▲반띠아이쓰레이 사원(Banteay Srei Temple)

 

머리와 손이 여럿 달린 라바나를 제압하는 시바신. 출입문마다 정교한 조각들이 수많은 얘기를 들려주고 있었다. 혼자 이곳을 찾았으면 '그냥 정교한 조각이구나'하고 끝났을 텐데, 유적을 보면서 설명을 듣는 패키지여행은 역사 선생님 꽁무니를 쫓게 만드는 마성의 매력을 가지고 있었다. 

 

바이욘 사원(Bayon Temple)


사면에 돌을 깎아 인면상을 만들어 놓은 바이욘 사원은 다양한 표정의 얼굴상을 살펴볼 수 있다. 2층에 오르면 사면상들이 탑을 이루고 있는데 54개의 탑에 266개의 얼굴이 조각되어 있고 각기 다른 모습을 하고 있다.

 

감은 눈, 뜬눈, 행복한 표정, 슬픈 표정을 하고 있는데 슬픈 표정은 1177년 참파가 4년 동안 캄보디아를 지배한 것을 나타내고 행복한 표정은 1181년 참파에 승리한 것을 의미한다.

 

또한 감은 눈은 명상을, 뜬 눈은 사람들과 도시를 지켜보고 있다는 의미라고 전해진다. 각각의 다른 표정을 찾아보는 것도 숨은그림찾기처럼 즐거운 경험이었다. 

 

▲벽에도 많은 이야기가 있는 벽화가 조각되어 있는데 밥을 짓고, 쌀을 씻고, 물건을 나르고,

곡식을 터는 사람 등 그때 당시의 모습들을 그려 놓았다.

 

바이욘 사원(Bayon Temple)

 

▲바이욘 사원(Bayon Temple)

 

하나 아쉬운 점이라면 관리가 너무 소홀하다.전체 유적의 70%가 복원할 수 없는 상태라고 하는데 이렇게 관리하다간 남은 30%의 멸망도 볼 지 모른다.

 

사실 나에게 ‘캄보디아’라는 나라는 태국, 베트남, 말레이시아 등 여러 동남아시아 도장을 깨고 나서, 마지막으로 남겨진 나라 중 하나였다. 그저 안젤리나 졸리가 나오는 영화 <툼 레이더>의 촬영지이며, 울창한 숲에 감춰진 신비한 유적지를 가진 나라 정도. 캄보디아에는 7m 높이의 무서움을 잊게 해주는 라오스의 블루 라군과 거리에 젊은이들이 함께 춤을 추는 태국의 카오산 로드와 같은 ‘핫’한 곳이 없기에 상대적으로 지루한 곳일 것이라는 지레짐작을 하기도 했다.

 

그래서 막상 가보니 어땠느냐고? 내가 생각했던 그 이상이었다. 봐야 할 유적지가 정말 많았으며 말로만 듣던 고대문명의 신비로움은 실로 기대 이상이었다. 캄보디아에는 앙코르왓과 앙코르톰만 있는 게 아니다. 앙코르톰 안에만 여러 개의 사원과 테라스 등 유적지가 모여 있으며, 동부와 북부에 위치한 앙코르 유적과 외곽지역에 있는 유적지까지 합치면 그 규모는 어마어마하다.

 

3박 5일 내내 사원만 돌아다녔는데도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으니 말이다. 하루는 아침 7시부터 밤 9시까지 유적지만 돌아다녔는데 일정이 끝나고 하루를 돌이켜보니 내가 갔던 곳이 돌멩이 색으로만 기억되기도 했다. 유적지 보는 것을 좋아하지 않아 캄보디아에 대한 관심이 없다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을 만큼, 캄보디아에는 유적지가 많다.

 

▲쁘레룹 사원(Pre Roup Temple)


조금은 힘들었던 패키지 일정은 크메르 왕국의 흥망성쇠처럼 해 질 무렵이 되자 엄청 피곤이 몰려 왔다. 가만히 앉아 노을을 기다리는 일이 전부인 쁘레룹 사원은 어쩌면 치밀한 여행사의 계획인지도 모를 정도로 탁월했다.

 

지평선에 해가 가까워질수록 바람은 시원해졌고 하늘이 조금씩 붉게 물들면서 주위는 고요해졌다. 어쩌면 한 번뿐일지도 모르는 풍경을 보기 위해 다들 숨죽이고 해가 지기만을 기다리고 있었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신이 캄보디아에 가야하는 이유는 단순하다.

 

여행자들도 괜스레 행복해 보인다. 단체로 축 늘어난 3천 원짜리 티셔츠에 할머니 몸빼 바지를 입고 노래를 부르며 걸어 다니는 젊은 배낭여행자들, 유적지에 앉아 어깨에 기대 오랜 시간 동안 진지한 듯 가벼운 대화를 나누는 커플들, 한 걸음씩 서로를 부축하며 조심스럽게 유적지를 거니는 노부부 모두 한없이 편안해 보인다.

 

이렇듯 캄보디아의 낮에는 저마다 각기 다른 방식으로 유적지에서의 시간을 보낸다. 해가 지고 나면 씨엠립의 중심에 있는 펍스트리트로 모이는데, 캄보디아의 낮 분위기와 사뭇 다르다.

 

전통 길거리 공연과 바에서 흘러나오는 노랫소리에 모두가 흥겹다. 루프탑바에서는 웬만한 가수 못지않는 노래 실력을 갖춘 밴드의 노래를 감상하며 칵테일을 마시고, 폭신한 에어 쿠션에 몸을 맡겨 밝게 빛나는 달을 올려다볼 수도 있다.

 

그러다 흥에 오르면 길거리에서 춤을 춰도 아무도 따가운 시선을 받지 않는다. 이미 여러 여행자들이 음악에 몸을 맡기고 있기 때문에.

 

캄보디아 여행은 뜨거운 햇살 아래 땀이 송골송골 맺혀 있다가 찬 바람이 불 때의 상쾌한 쾌감, 그 한순간으로 기억될 수도 있다. 하지만 요즘 같은 노잼시기에 이런 찰나의 순간들은 마라톤 중간에 나눠주는 물 한잔 같다. 다른 나라에서 느껴보지 못한 나만의 감정들을 오롯이 마주할 수 있는 곳, 캄보디아에 있다.

 

출처 / 취재지원 : Get About 트래블웹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