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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아니아******국가들/⊙뉴질랜드****기행

뉴질랜드. 남섬ㅡ남섬 최고봉 마운트 쿡(Mt. Cook)ㅡ그 산이 가진 두 가지 얼굴

by 삼수갑산 2022. 8. 18.

뉴질랜드 남섬ㅡ남섬 최고봉 마운트 쿡(Mt. Cook)ㅡ그 산이 가진 두얼굴

▲남섬 최고봉 마운트 쿡(Mt. Cook)

 

황사나 미세먼지 주의보가 뜨는 날이면 오래전 다녀왔던 뉴질랜드에서의 청정 공기가 그렇게나 그리워진다. ‘미세먼지’라는 단어조차 왠지 없을 것 같은 청정 뉴질랜드의 모든 곳이 좋았지만, 그중에서도 파란 하늘 아래 우뚝 솟아 있는 만년설, 마운트 쿡의 위용은 지금도 잊히지 않는다. 

 

뉴질랜드 남섬의 최고봉인 마운트 쿡(Mt.Cook), 원주민인 마오리족 사이에서는 아오라키(Aoraki) 라고도 불리는 이 산은 해발 높이가 무려 3700여 미터가 넘어 정상 부근엔 항상 만년설이 가득한 곳이다. 하지만 최근 지구 온난화 때문에 정상의 빙하들이 많이 녹아버려 공식적인 해발 높이가 조금씩 낮아지고 있다고 하니 안타까운 마음이 더해진다. 

 

▲원본출처 / graphicmaps.com

 

▲남섬 최고봉 마운트 쿡(Mt. Cook)

 

마운트 쿡을 여행하기 위한 방법은 크게 두 가지가 있다. 우선 헬기나 경비행기를 이용하는 Flight Tour!! 일생에 단 한 번 이곳을 여행한다면, 하늘에서 내려다보는 마운트 쿡의 모습도 정말 멋지겠지만, 역시 비용이 생각보다 만만치 않다.

 

그래서 일반적으로 추천하는 방법이 바로 마운트 쿡 주변의 트레킹 코스를 통해 직접 두 발로 걸으며 마운트 쿡을 느껴보는 것이다.

워낙 대자연을 품고 있는 데다 자연을 소중히 하는 나라이기에 마운트 쿡 주변으로 트레킹 코스는 무척 잘 짜 구성된 편이고, 트레킹 코스도 꽤 많으며 다양한 편이다.

 

짧게는 30분짜리 초급 코스부터 시작해 길게는 종일 혹은 2박 3일 상급 코스도 있지만, 그중에서 시간과 체력에 따라 즐길 수 있는 비교적 난이도가 쉬운 3개의 코스를 지금부터 소개해 보고자 한다.

 

◈키아 포인트 트랙 (Kea Point Track), 왕복 2시간

 

▲허미티지 호텔 옆, 키아 포인트 트랙이 시작되는 오솔길 진입로

 

▲키아 포인트 트랙의 시작 구간은 평탄한 목책로 구간을 걷게 된다.

 

▲목책로 구간이 끝나고 나면 대자연의 풍경이 펼쳐진다.

 

마운트 쿡 트레킹의 여러 코스 들 중에서 가장 쉬운 코스에 속하는 곳이기도 하다. 거의 평지로만 이루어져 있고, 일부 구간은 몸이 불편한 분들이 휠체어를 타거나 유모차를 끌고 다닐 수 있을 정도로 평평한 목책로 구간이 잘 만들어져 있어 남녀노소 누구나 추천할 수 있는 구간. 마을 중심에 있는 허미티지 호텔 옆으로 난 길 안쪽으로 들어서면, 바로 좁은 오솔길에서부터 시작되는 트레킹 시작점을 만날 수 있다.

 

오솔길을 벗어나면 마치 대자연을 품은 듯한 광활한 풍경과 함께 마운트 쿡 주변의 산세들을 360도 파노라마로 둘러볼 수 있는 길이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목책로가 끝나는 지점부터는 울퉁불퉁 돌길이 시작되지만, 가벼운 트레킹화나 등산화를 신고 있다면 문제될 것은 없다. 

 

▲키아 포인트 전망대

 

▲키아 포인트 전망대에서 바라 본 타즈만 빙하 호수

 

▲키아 포인트 전망대에서 바라 본 타즈만 빙하 호수

 

마을에서부터 걷기 시작했다면 약 1시간, 캠퍼 밴 여행자라면 캠퍼 밴 사이트에서부터 약 30분 정도면 키아 포인트 (Kea Point) 전망대에 다다를 수 있다. 전망대라 해봐야 나무로 만든 작은 울타리형 데크가 전부이지만, 만년설과 빙하가 흘러내리는 대자연의 풍경을 만끽하기에 이 정도면 충분하다. 마운트 쿡 주변으로는 빙하가 녹아 만들어진 빙하 호수가 여러 곳이 있다.

그중의 한 곳이 바로 키아 포인트 전망대에서 볼 수 있는 타즈만 빙하 호수이다. 빙하가 녹은 호수라면 왠지 테카포 호수나 푸카키 호수처럼 에메랄드 물빛을 기대할 법도 하지만, 온난화 때문에 빙하가 계속 녹아내리고 있는 탓에 석회암 성분이 있는 토사까지 같이 쓸려 내려와 탁한 회색빛을 띄고 있는 것이 아쉬울 뿐이다.

 

▲구름에 살짝 가린 마운트 쿡 정상

 

그리고 다시 시선을 돌려 보면, 만년설이 쌓인 마운트 쿡 정상 부근도 볼 수 있다. 다만 날씨 운이 좋아야만 볼 수 있는데, 사실 마운트 쿡 정상은 1년에 길어야 100일 정도만 볼 수 있다고 한다. 평소에 덕을 많이 쌓았는지 흘러가는 구름에 살짝 드러나는 마운트 쿡의 정상을 잠깐이나마 볼 수 있어 다행이었다. 

 

어떤 여행자들은 마운트 쿡 정상을 보려고 일주일 동안 이곳에 머무르기도 하지만 결국 보지 못하고 돌아가는 경우도 있다고 하니 마운트 쿡을 여행하려면 어느 정도 운도 따라줘야 하나보다.

 

◈후커 밸리 트랙 (Hooker Valley Track),  왕복 3~4시간

 

후커 밸리 트랙은 키아 포인트 트랙보다는 조금 더 긴 코스이며, 반나절 정도 트레킹 하기에 적당하다. 뉴질랜드 국립공원 공식 홈페이지에서는 왕복 3시간 정도의 거리라고 표기되어 있지만, 주변 풍경을 눈에 담으며 그리고 카메라에 담으며 걷다 보면 3시간으로는 부족하다.

 

원래 이곳은 마운트 쿡 정상으로 향하는 등반의 거점으로 이용되는 코스이기도 하지만, 시작 부분은 일반인들을 위한 가벼운 트랙으로 마련되어 있어 마운트 쿡 트레킹 코스 중에서도 꽤나 인기가 많은 코스 중의 하나로 알려져 있다. 

 

▲후커밸리 트랙을 걷다 보면 만날 수 있는 스윙브릿지 (흔들다리)

 

▲후커밸리 트랙을 걷다 보면 만날 수 있는 스윙브릿지 (흔들다리)

 

트레킹 코스 초입부터 병풍처럼 펼쳐진 설산들을 바라보며 걷는 기분이란… 후커 밸리 트랙 역시 키아 포인트 트랙과 마찬가지로 그리 어려운 구간은 거의 없는 편이다. 대부분 평지 길과 완만한 코스로 되어 있어 누구나 쉽게 걸을 수 있는 코스라 마운트 쿡을 방문한다면 꼭 한번 걸어봐야 할 트랙이 아닐까 생각된다.

 

후커 밸리 트랙을 걷다 보면, 빙하 계곡을 건너는 코스가 여러 번 나오게 되는데, 여기에 놓인 스윙 브리지라 부르는 흔들 다리를 지나는 재미도 놓칠 수 없다. 보기엔 꽤 튼튼해 보여도 실제 건너려고 하니 어찌나 흔들거리던지… 그래도 다리 위에서 바라보는 설산들의 풍경은 지금도 잊을 수 없을 정도로 감동적이었다.

 

트랙 이름 자체가 후커 밸리라 그런지 유난히 계곡이 흐르는 곳을 많이 지나게 되는데, 보다시피 우리나라 산에서 보는 계곡과는 그 모습이 완전히 다르다.

 

우선 계곡의 물 색깔이 빙하가 녹아 석회암이랑 섞여 빛깔이 회색 빛을 띠고 있고, 흐르는 계곡에 손을 담가 보면 그 차가운 정도가 깜짝 놀랄 정도다. 하긴, 빙하가 녹아 흐르는 계곡이니 수온이 찰 수 밖에. 자세히 살펴 보면 조그만 얼음 덩어리들도 둥둥 떠 다닌다.

 

▲마운트 쿡 정상을 바라보며 걷는 후커 밸리 트랙

 

▲빙하가 녹은 얼음 덩어리가 떠 다니는 후커 레이크 (Hooker Lake)

 

한참을 걷다 보면, 코스 중간중간에서 역시 날씨가 좋을 땐 마운트 쿡의 정상 부근을 볼 수 있고, 볼 때마다 그 위용은 정말 대단하다고 느껴진다. 특히 마운트 쿡을 정면으로 바라보고 한참 동안을 걸어가는 기분은 직접 걸어보지 않고서는 그 느낌을 글로는 설명을 다 하지 못할 것 같다. 

 

금방이라도 손에 잡힐 듯한 마운트 쿡을 바라보며 계속 걷다 보니 어느새 코스의 마지막 지점인 후커 레이크(Hooker Lake)가 있는 곳까지 다다르게 된다. 조금 더 깊숙한 곳에 있는 호수라 그런지 호수 위에 떠다니는 빙하의 얼음덩어리들 크기가 한층 더 커 보인다.

 

얼음이 떠다니는 호숫가여서 날씨가 추울 것이라 생각될 테지만, 실제로 내리쬐는 햇살이 뜨거운 편이라 겨울이 아닌 계절이라면 기온은 그리 낮지 않은 편이다.

 

트레킹을 즐기기에 딱 좋은 정도? 후커 레이크에서 잠시 휴식을 취한 뒤 다시 되돌아가는 발걸음이 참 가벼운 느낌이다. 대자연을 가슴에 품고 내려가는 기분이어서 그럴까? 암튼 후커 밸리 트랙은 나의 인생에 있어서 트레킹의 재미를 처음으로 알게 해 준 고마운 길이었다.

 

◈타스만 빙하 트랙 (Blue Lakes and Tasman Glacier Track), 왕복 1~2시간

 

타스만 빙하 트랙은 마운트 쿡을 가로지르는 타스만 빙하와 호수를 직접 가까이에서 볼 수 있고, 또한 타스만 호수에서는 직접 고무보트를 타고 호수 위에서 직접 빙하 가까이까지 가서 즐길 수 있는 트랙이다.

 

다만, 앞선 두 곳의 트랙과는 달리 출발 지점이 마을과는 조금 떨어진 곳에 있어 버스 여행자보다는 렌터카 여행자들에게 추천하는 곳이다. 차를 타고 꾸불꾸불 타스만 계곡길(Tasman Valley Road)을 따라 10km 정도 가면 트랙의 입구를 만날 수 있는데, 트랙 입구 쪽은 캠퍼 밴 사이트이기도 하다.

 

타스만 트랙의 소요시간 역시 1~2시간 이내로 조금 짧은 편이지만, 앞서 소개한 키아 포인트 트랙이나 후커 밸리 트랙보다는 약간 경사도가 있는 편이다. 그래도 국립공원 홈페이지에서는 쉬운(Easy) 코스로 분류된 곳이니 처음부터 겁을 먹을 필요는 없을 것 같다. 

 

트랙을 따라 한참을 오르다 보면, 왼쪽 아래쪽으로 조그만 호수가 하나 보이게 된다. 타스만 호수는 아니고 블루 레이크 (Blue Lake)라 불리는 호수지만, 실제 호수 색깔은 블루가 아닌 그린에 더 가까운 풍경이다.

 

한여름에는 저기 호숫가에서 수영도 즐길 수 있다고 하는데, 다만 블루 레이크 쪽으로 가려면 다시 내리막길을 내려가야 해서 블루 레이크는 그냥 멀리서 눈으로만 담고 다시 타스만 호수 쪽으로 발길을 돌리기로 한다.

 

뷰포인트가 있는 전망대에 다다를 무렵, 약간 힘든 돌 언덕길을 올라야 하지만, 마지막 돌 언덕길을 오르고 나면 타스만 호수와 함께 다시 한번 시원한 풍경을 마주할 수 있다.

 

역시나 탁한 물빛이긴 하지만, 약간 우윳빛이 나는 것 같기도 하고, 여하튼 빙하 호수는 언제 봐도 신비로운 모습이다. 시커멓게 둥둥 떠다니는 것들은 모두 빙하 덩어리. 아무래도 우리나라에서는 보기 힘든 풍경이라 더 신기해 보일 수도 있을 것 같다.

 

호숫가 한쪽에선 고무보트를 타고 빙하를 보다 가까이에서 볼 수 있는 빙하 투어를 즐길 수 있다. 뉴질랜드는 대자연과 함께 레포츠의 천국이라 할 만큼 다양한 액티비티를 즐길 수 있는 곳이다.

 

하지만 이런 액티비티를 즐기려면 예약은 필수다.아쉽게도 예약을 하지 못해 빙하 투어는 즐기지 못했지만, 직접 보트를 타고 호수를 가로지르며 눈앞의 얼음덩어리들과 거대한 빙하들을 직접 마주한다면 어떤 느낌일까 새삼 궁금해진다.

 

빙하 투어를 하지 못해 아쉬운 마음이 들기도 했지만, 트레킹을 마치고 다시 내려오는 길, 타스만 밸리 로드에서 다시 만난 대자연의 풍경은 투어를 하지 못한 아쉬움을 달래 주기에 충분하다.

 

마운트쿡 빌리지 Visit Center | 1 Larch Grove, Mount Cook 7999

 

 마운트 쿡에서 목숨을 잃은 사람들을 기리는 탑

 

마운트 쿡은 마오리 언어로 '아오라키(Aoraki)'라고 하는데 '구름을 찌르는', '구름을 뚫는', '구름봉오리' 등으로 해석된다.
그 정도로 높고 뾰족한 산이란 의미일 것이다.

 

마운트 쿡 높이는 3,724m로, 한라산 1,950m와 비교하면 확실히 높긴 높다. 거기에 산이 험하고 기상변화가 심해 매년 20~30건의 사고가 일어나는 곳이라고 한다. 

 

 마운트 쿡에서 목숨을 잃은 사람들을 기리는 탑

 

마운트 쿡은 마오리 언어로 '아오라키(Aoraki)'라고 하는데 '구름을 찌르는', '구름을 뚫는', '구름봉오리' 등으로 해석된다.
그 정도로 높고 뾰족한 산이란 의미일 것이다. 마운트 쿡 높이는 3,724m로, 한라산 1,950m와 비교하면 확실히 높긴 높다. 
거기에 산이 험하고 기상변화가 심해 매년 20~30건의 사고가 일어나는 곳이라고 한다. 

 

 글렌 로버트 머레이. 그의 가족과 친구 모두가 그를 그리워하며..

 

돌아 가는 길 발견한 메모리탑은 그런 마운트 쿡에서 목숨을 잃은 이들을 기리고자 세워진 듯 보였다. 누군가의 손으로 세워졌을 탑엔 마운트 쿡에 잠든 이들의 이름으로 채워져 있었다. 이 산을 정복하고자 시작한 여정은 끝내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지 못했고, 기다리던 가족은 몇 글자로 그들을 향한 마음을 표현했다.

 

반대편에 뜬 무지개가 이곳을 찾았다 돌아가지 못한 영혼들이 만들어내는 것으로 생각한다면너무 동화 같은 이야기일까. 
산의 위엄에 고개를 숙이며 다시 한번 참으로 유난스러운 날씨라고 생각했다.

 

차에 시동을 걸고 무지개가 뜬 방향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얼마 가지 않아 다시 하늘은 맑아지고... 짧은 겨울을 경험하고 만난 푸른 하늘은 더욱 감동적으로 다가온다. 


여행은 아직도 많이 남았고 또 얼마나 다양한 날씨와 만나게 될지도 모를 일이었다. 그렇지만 부지런히 가 보기로 한다.

뉴질랜드는 아직도 모든 걸 다 보여주지 않았으니.

 

출처 / Hana.tour.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