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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르웨이ㅡ나르비크(Narvik)ㅡ노르웨이 북극권의 숨겨진 보석도시 나르비크

by 삼수갑산 2022. 10. 4.

나르비크(Narvik)ㅡ노르웨이 북부의 숨겨진 보석도시 나르비크

▲열차속에서 여행자의 시선을 사로잡는 피오르와 설경은 왜 오포트바넨이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철도 노선 중 하나로 불려지는지 알 것 같다.

스웨덴 아비스코에서 세상에 가장 북쪽에 위치한 기차역인 노르웨이 북부의 부동항 나르비크(Narvik)로 향하는 기차에 올랐다. 나르비크로 향하는 철길 오포트바넨(Ofotbanen/ Ofoten Line)은 노르웨이와 스웨덴 국경을 이루고 있는 스칸디나비아 산맥을 통과한다.

어느새 기차는 사람의 흔적을 찾을 수 없는 눈 덮인 천연의 숲 사이 계곡이 보이는 산속을 지난다. 계곡 아래는 아찔할 만큼 가파르다. 피오르(Fjord)로 떨어지는 얼어붙은 폭포가 장관을 이루고 이어지는 긴 피오르를 따라가는 듯하다.

 

그림에서만 보던 피오르와 포토샵 효과로만 존재하는 줄 알았던 물결반사를 직접 보니 신기하기까지 하다.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기차여행길이라고 하는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원본출처 / graphicmaps.com

 

▲차창 밖으로 보이는 피오르와 설경이 여행자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 눈 덮인 나르비크행 피오르 기차여행 '압권'

노르웨이에 온 걸 환영한다는 안내 방송이 흘러나왔다. 1시간30여분이 소요되는 구간이 3시간이나 걸렸다. 많이 내린 눈이 장애가 되어 지연된다는 안내방송이 나왔으나 모두가 지나가는 아름다운 풍광에 취한 듯 불평 없이 창밖으로 펼쳐지는 파노라마에 미소를 머금고 있다. 유럽의 여느 국경과 마찬가지로 국경을 나타내는 철조망이나 표시는 어느 곳에도 없다. 열차속에서 피오르와 설산에 이르기까지 이국적 풍경에 빠진다.

세계 최북단을 달리는 기차는 설경과 호수가 어우러진 북극 산악지방을 슬금슬금 기어간다. 눈 덮인 설경과 깊은 협곡, 아슬아슬한 천 길 낭떠러지, 차창을 통해 보이는 눈과 얼음으로 장관을 이루고 있는 북극권의 나르비크를 가는 풍경은 한 장의 그림엽서였다. 하얀, 푸른, 은백색이 연출하는 멋진 피오르의 풍광에 빠져들자 설국의 종착역인 파스텔톤의 나르비크역이다.

 

▲노르웨이 나르비크역은 철광석 수송 철도로 1903년에 개통한 세계 최북단 기차역이다.

◆ 세상에서 최북단 기차역 나르비크

1903년 스웨덴 키루나 근처에서 채굴된 철광석을 수출하는 기지가 세워진 이래 현재까지 이용되고 있는 나르비크역이다. 현재 노르웨이에서 유일하게 스웨덴 철도 기관차가 운행되는 곳으로 스웨덴에서 북극권으로 올라올 때 유용한 교통의 요지이다.

 

나르비크역은 유럽에서 가장 유명한 야간열차 중 하나인 1,579.9km 북부 종단을 하는 기차로 매일 오후 6시쯤 스톡홀름을 떠나 20시간이 소요된다. 나르비크 역은 유레일패스로 이용할 수 있는 세계 최북단 역으로 기차여행 매니아들의 인증 샷 역이다.

나르비크역은 산속에 둘러싸인 모습이 우리나라 태백선의 산중 역을 보는 것 같다. 역 승강장에는 노르웨이 국왕이 서명을 한 개통기념비와 함께 증기기관차가 전시돼 있다.

 

그런데 나르비크 열차운행은 노르웨이 국철이 아니라 스웨덴 철도에서 맡고 있다. 나르비크로 연결되는 철길이 스웨덴으로만 연결돼 있어 그렇다. 극단적인 지형 때문에 노르웨이의 나머지 철도망의 북쪽 끝에 있는 노르웨이 보되(Bodø)역의 북쪽으로 철도가 없다.

 

사실 스웨덴에 광물자원이 생산되지 않았더라면 산업철도가 없었을 것이고, 지금의 나르비크시가 생기지 않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이런 모습을 보면서 스웨덴과 노르웨이가 부러웠다.

 

물론 두 나라의 이해관계가 잘 맞아 떨어진 것도 있겠지만 우리는 북한과 한민족이지만 휴전중이라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아쉬움이 더 크게 느껴졌다. 우리도 북한지역을 통과하지 못해 시베리아횡단철도와 유라시아철도를 이용하지 못한 비효율이 있다.

날씨에 따라 다른 분위기를 보여주는 나르비크역 풍경, 눈 덮인 풍경을 보며 기차여행을 한다는 것은 정말 멋진 경험이다. 긴 기차여행을 나르비크역에 도착함으로써 끝내는 것 같았다.

 

스톡홀름에서 야간열차와 오포트 바넨선으로 이어지는 혹독한 추위와 험난한 여정이라 할 수 있다. 철도와 기차에 빠져버린 여행자는 평생기억에 남을 나의 기차여행 버킷리스트하나를 지울 수 있었다.

 

▲나르비크 시내 집들과 피오르가 어울린 풍경.

◆ 노르웨이의 숨은 진주 나르비크의 매력

나르비크는 세계지리 시간에 얼지 않는 최북단의 부동항구라고 배워서 익숙한 이름의 도시다. 노르웨이 북부에 있는 오포트 피오르 해안에 접해 있으며, 인구는 1만8천 명 정도다.

 

전반적으로 도시라는 느낌보다는 작은 마을 같다. 실질적으로 1870년대 스웨덴 정부가 인근에서 철광석 채굴을 시작한 후부터 나르비크는 제대로 된 도시로 기능하기 시작했다.

언덕이 많은 눈길을 오르내리며 시내에 들어오면 제일 먼저 보이는 것이 1995년 2차 세계대전 종전 50주년을 기념하여 세운 삼각뿔조형물이다. 2차 세계대전 당시 나르비크가 격전지였음을 알수있는 기념탑이다.

 

시내에는 눈 속에도 유달리 조각 작품이 많이 보여 발걸음이 빨라진다. 마치 살아있는 듯한 작품에 눈길이 간다. 전쟁박물관 앞 나르비크광장의 모자상은 엄마와 아기가 있는 풍경이 평화를 대변하는 듯하다.

 

▲전쟁박물관 앞의 모자상은 평화를 대변하고 있다. 몸은 아기이지만 얼굴은 어른같아 아이처럼 살수 있다면 이 세상에

전쟁과 같은 건 없다는 작가의 염원이 담긴 작품같다.

아기의 잠자는 모습도 평화로움 그 자체이고, 몸은 아기지만 얼굴은 어른인 것 같아 아이처럼 살수 있다면 이 세상에서 전쟁은 없다는 작가의 염원이 담긴 작품 같다. 나르비크 도서관 앞의 소년의 동상에서도 평온함이 느껴진다. 시내곳곳에 이런 사랑스런 조각상이 혹한의 한기를 따뜻하게 녹이는 것 같다.

나르비크는 장엄한 산으로 둘러싸여 오로라 관측과 함께 겨울 스포츠를 즐기고자 하는 여행자에게 적합하다. 시내전경을 바라볼 수 있다는 600m 높이의 파게르네스 산을 찾았다. 이곳의 명물인 케이블카는 아예 운행을 하지 않는다. 시간도 늦었고 강한 바람과 눈으로 운행이 중단되었단다.

 

시내 뒷산에는 생각지도 못한 천연 스키장이 운영되고 있다. 왠지 하늘과 더 가까이 있는 듯한 느낌이 든 것은 나만의 착각일까? 스칸디나비아에서 가장 높은 하강 높이를 자랑하며, 무엇보다도 아름다운 피오르의 경치가 보이는 루트를 따라 스키를 즐기다 보면 산 정상에서부터 피오르를 향해 스키를 타는 것과 같은 기분이란다.

아담한 마을에 있는 나르비크 박물관은 노르웨이 철도회사의 관리 건물로 얼음이 없는 항구의 개발과 지난 세기동안 마을의 급속한 변화에 대해 전시하고 있다.

 

국경을 넘어 나르비크로 철광석을 운반하기 위해 철도를 놓은 과정에 대한 철도 역사를 한 눈에 볼 수 있다. 전쟁 박물관은 1940-1945년 전쟁의 역사가 전시되어 있다. 영국 해군의 버나드 워버튼 리 선장에게 사후 수여한 빅토리아 십자가도 전시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시내 뒷산에는 스키장이 있어, 피오르의 경치를 만끽하며 스키를 즐길 수 있다.

◆ 세계최북단 북극권의 부동항 나르비크

노르웨이 북부 노를란 주의 북극권 안에 있는 나르비크는 멕시코 만류의 영향으로 겨울에도 항구가 얼지 않아 스웨덴 키루나에서 채굴한 철광석을 선적하는 부동항으로 유명하다. 나르비크 항구는 북극권인데도 피오르가 온도를 일정하게 유지시켜주는데 도움이 되고, 따뜻한 남쪽에서 흘러들어온 해류가 이곳으로 공급돼 기온이 덜 내려간다.

주변의 높은 산악지형이 북쪽에서 불어오는 찬바람을 병풍처럼 막아 나르비크를 해상교통의 요충지로 만들었던 것이다. 2015년까지 나르비크항은 11억 톤의 광석을 처리했다. 바다의 고속도로로 지위를 얻을 정도다.

철도 및 관련 대형 항구 시설은 여전히 나르비크에서 중요하며 노르웨이 북부, 스웨덴 및 핀란드를 출입하는 상품은 이 곳을 통해 선적된다. 향후 프로젝트에서는 나르비크를 동아시아의 항만과 북미동부로 향하는 항만으로 사용할 계획이다. 이 루트를 이용하는 철도와 해양의 거리가 중부유럽을 통한 서유럽 항구에 비해 짧기 때문이다.

바다위에 떠 있는 컨테이너선이 나르비크의 물자수송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산, 바다와 함께하는 기차와 배도 보이는 확실히 자원수송의 요충지라는 생각이 드는 곳이다.

 

글.사진출처 / 매일신문 / 안용모 대구가톨릭대학교 특임교수 · 전 대구시 도시철도건설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