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바ㅡ트리니다드(Trinidad)
아바나와는 다른 진짜 일상의 `쿠바`를 원한다면 이곳...
▲마요르 광장에서 보는 일몰은 사진도 그림도 말로도 대체가 불가한 색을 선사한다./변종모
쿠바하면 떠오르는 익숙한 단어들이 있다. 혁명이라든지 체 게바라, 아바나 방파제 그리고 헤밍웨이와 모히토(Mojito), 부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Buena Vista Social Club)… 이 단어들은 쿠바에 도착하기 전에나 가능한 상식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았다.
만약 쿠바에서 아바나를 제외하고, 단 한 곳만 갈 수 있다면 어디를 가겠냐고 묻는다면 나는 단 1초도 망설임 없이 ‘트리니다드’라고 대답할 것이다. 쿠바를 대표하는 아바나는 말할 것도 없이 다시 가고 싶은 곳이지만, 아바나를 제외하고라는 말도 안 되는 질문을 한다면 망설임 없이 트리니다드다. 사실은 나 역시 생각지도 못하게 트리니다드에 도착했기 때문이다.
◇ 도시 전체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
트리니다드는 쿠바의 중앙 남부 해안에 위치한 곳이다. 지도상으로 아바나가 왼쪽 상단의 북부 해안 도시라면, 대각선으로 선을 그으면 짧은 선으로 이어지는 곳이다. 그래서 비교적 버스 노선이 잘 되어 있다는 말을 듣고 트리니다드 행을 결정했다.
▲형형색색의 집이 모인 트리니다드의 골목에선 ‘진짜 쿠바’를 만날 수 있다./변종모
아바나를 제외하면 쿠바에 대해서 별로 아는 게 없었기문에 시간 때우기 정도로 생각하고 찾은 도시. 그래서 도착하고 나서야 겨우 도시 전체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하지만 아무런 정보도 생각도 계획도 없이 찾았기에, 더욱 짙은 인상이 남게 되었는지도 모른다.
그 첫인상을 말하자면 이렇다. 나지막한 산등성이 아래로 펼쳐진 형형색색의 골목들. 이 골목들은 절대로 잊을 수가 없다. 집집마다 다른 색으로 치장을 한 작고 소박한 건물들이 간격도 없이 기차의 객실처럼 줄줄이 이어져 있었다.
집의 구분이 간격이나 담이 아닌 색깔로만 이어져, 마치 초등학생이 그린 그림처럼 서툴지만 정겨웠다. 둥근 돌들이 깔린 바닥은 유난히 성격 좋은 사람의 웃음처럼 부드러웠다. 화면 안에 들어오는 사람들마저 거의 모델급 표정을 지니고 있다.
◇ 마요르 광장에서 본 노을, 잊을 수 없어
트리니다드 역시 다른 도시와 마찬가지로 광장 중심이다. 마요르 광장(Plaza Mayor), 산따 아나 광장(Plaza Santa Ana), 까리히요 광장(Plaza Carrillo)을 중심으로 사람들이 몰려들지만, 사실 마요르 광장만 지키고 있어도 트리니다드의 거의 모든 여행은 해결된다고 할 수 있다. 마요르 광장은 아침부터 늦은 밤까지 트리니다드를 대변하면 소식의 장소다.
▲트리니다드의 모든 길은 마요르 광장을 통해 이뤄진다./변종모
대부분 사람들은 이곳을 한 번이라도 지나가게 된다. 그늘에 모여 앉은 노인들이 고요를 보내는 곳이기도 하고 하굣길 아이들의 놀이터이기도하며 광장을 둘러싼 건물들을 관찰하는 낯선 이들의 학습 장소이기도 하다.
또한 마을 뒷산으로 이어지는 언덕에 위치한 이곳에서 보는 일몰은 사진도 그림도 말로도 설명이 불가하다. 누군가 트리니다드를 간다면 나는 이렇게 말하고 싶다. “노을이 끝나도 당신은 움직이지 말라. 절대로 움직이지 말라.” 그 자리에 그대로 서서 밤이 짙어질 때까지 노을의 흥분을 가라 앉혀야 한다.
아침부터 저녁의 트리니다드가 총천연색의 움직이지 않는 그림 같다면, 밤의 트리니다드는 화려하게 움직이는 한 가지의 색이다. 열광이라는 색. 물감으로는 표현할 수 없는 뜨거운 색. 광장은 순식간에 무대가 된다. 흥이 전부인 쿠바인들 중에서도 이곳은 더욱 깊은 쿠바다.
카페에 펼쳐진 식탁 어느 곳에나 자리 잡고 잠시 있어 보시라. 광장의 오케스트라가 풀어 놓는 쿠바뮤직은 밤하늘 아래 가장 빛나는 소리로, 밤하늘 아래 가장 경쾌한 동작으로 당신을 이끌 것이다. 누구나 할 것 없이 시원한 맥주 한 병들고 신나게 열광할 수 있는 쿠바의 밤이 이어진다. 쿠바 중에서도 가장 쿠바적인 곳, 그곳이 트리니다드다.
▲밤의 트리니다드는 열정의 무대가 된다./변종모
트리니다드 도시 자체는 작은 시골 마을을 떠올리는 수준이기 때문에 큰 재미를 바라고 가는 곳은 아니다. 그러니 트리니다드에서 짐을 풀고 가까운 해안을 찾는 방법으로 여행을 한다면 더 다양한 여행이 되겠다.
쿠바하면 떠오르는 카리브 해를 만끽해보는 일. 그 중에서 가장 유명한 앙꽁 해변(Playa Ancon)이다. 길고 긴 해변 어디나 자신이 정하기만 하면 그곳이 휴양지가 된다. 해변이 워낙 길어서 끝을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이국적인 푸른 풍경이 이어진다. 더군다나 퍼블릭비치이므로 무료로 드나들 수 있다.
한 번쯤 근교 잉헤니오스 농장(Valle de Ingenios)을 방문하는 것도 좋겠다. 트리니다드 남쪽 승강장에서 기차를 타고 처음 도착하는 역에 있는 잉헤오니오스 농장의 상징은 거대한 45m 노예감시탑이다. 이곳을 시작으로 100년 된 철교 등 6시간 동안 천천히 이동하면서 곳곳에 세워주는 기차여행이 지루하지만은 않을 것이다.
아! 마요르 광장의 밤 공연이 주체되는 카페 ‘까사 데 라 뮤지카(Casa de la Musica)’는 춤을 추며 놀 생각이 아니라면 반드시 입장하지 않아도 괜찮다. 근처 계단에서도 얼마든지 감상이 가능하다는 뜻이다.
출처 / Cafe.daum.net / Bpgui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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