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미오와 줄리엣의 배경
이탈리아 베로나(Verona)를 만끽하는 세 가지 방법
그 유명한 러브스토리 '로미오와 줄리엣'의 배경, 여름밤을 지새우게 만드는 세계적인 오페라 축제 그리고 느긋한 산책으로 여행자의 마음에 오래도록 남을 사랑의 도시, 베로나. 우리의 이탈리아 여행은 베로나를 알기 전과 후로 나뉜다.
유럽 여행이 처음이었던 친구는 성벽에 둘러싸인 아기자기한 분위기와 오래된 돌바닥, 좁은 골목골목 의 정서에 반해버렸다. 한눈에 봐도 유럽 느낌이라 며 베로나를 몹시나 마음에 들어 했다. 돌이켜보면 베로나는 정말로 중세 시대의 분위기를 고스란히 간 직하고 있는 동네였다.
우리가 생각하는 전형적인 유럽의 풍경, 많은 사람들의 상상 속에 있는 바로 그 모습이베로나의 모습이기에 어쩌면 베로나는 유달리 새롭지는 않은 풍경일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해서 베로나를 유럽의 어지간히 뻔한 동네, 그저 그런 오래된 도시 정도로 폄하하자니 아쉬움이 짙다. 분명 베로나엔 무언가 특별한 것이 있다. 특별한 베로나를 만끽하는 세 가지 방법을 소개한다.
▲줄리엣의 집
이탈리아 북부의 매력적인 마을 베로나에서 가장 유명한 곳은 아마도 줄리엣의 집 일 것이다. '로미오와 줄리엣'에 나오는 바 로 그 줄리엣의 집이니 말이다. 로미오가 사랑의 세레나데를 부른 발코니와 마당이 있는 집. 그리고 아만다 사이프리드 주연의 영화 '레터스 투 줄리엣'의 배경이 된 집도 물론 바로 이곳이다. 하지만 이 집이 실제 줄리엣 가문이 살았던 집이라는 구체적인 증거는 전혀 없다.
그저 베로나 시에서 일방적으로 지정했다 고 하는데 이미 그런 정통성의 여부는 의미가 없어진지 오래다. 수많은 사람들이 절반쯤은 진심으로, 절반쯤은 재미로 이 집에 들락거리며 벽이란 벽마다 사랑의 메 시지를 남기고 자물쇠를 걸고 껌을 붙여놓 은 통에 집은 현대식 사랑의 언어로 난리 통이 되어 있다. 달콤한 사랑의 언어 앞에서 사람들은 당연히 사랑하는 이의 사진을 찍는다. 이곳에서 가장 어울리는 그림이기 때문이다.
▲줄리엣의 집
1500년대에 쓰인 로미오와 줄리엣의 사랑 이야기가 지금도 전해지고, 그 이야기를 따라 베로나를 찾는 사람들이 이토록 많은 것을 보며 생각해본다. 세상이 아무리 변했어도 운명적인 ‘진짜’ 사랑을 믿는 사람들은 여전히 있다고. 가슴 속에 진짜 사랑을 품은 이들에 게는 이 집이 진짜인지 가짜인지 따위가 애당초 중요하지 않았을지도 모를 일이다.
마당에 있는 줄리엣 동상의 왼쪽 가슴을 만지면 사랑이 이루어진다는 이야기도 전해진다. 그래서인지 이미 동상의 왼쪽 가슴 부분은 무척이나 닳아있다.
비록 동상이지만 줄리엣의 가슴을 만지는 것이 조금 민망하기도 하고 우습기도 하지만 오늘도 많은 사람들은 사랑을 이루기 위해 쑥스러움을 무릅쓰고 기꺼이 동상 앞에 줄을 서고 있다. 줄리엣의 집에 들렀다면 주저하지 말자. 로미오와 줄리엣의 사랑이야기는 전설이기 전에 현재진행형이기도 하니.
Info. 줄리엣의 집
A Via Cappello 23-37121 Verona
입장료. 6유로(베로나 카드 소지 시 무료입장)
오픈 시간. 월요일 13시 30분부터 19시 30분까지 화요일~일요일 8시 30분부터 19시 30분까지
휴무일. 1월 1일, 12월 25일 casadigiulietta.comune.verona.it
▲베로나 원형 경기장
줄리엣의 집 못지않게 베로나를 더욱 특별하게 만드는 베로나의 원형 경기장은 로마 시대, 그러니까 무려 2천여 년 전에 지어진 것으로 당시 검투 경기 등이 열렸다고 전 해진다.
사실 이런 원형 경기장이 베로나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로마 문화의 영향을 받은 유럽 곳곳에 크고 작은 원형 경기장이 산재해 있고, 로마에도 그 유명한 콜로세움이 있으니 원형 경기장 자체가 특별하지는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베로나의 그곳은 세계적인 오페라 축제의 무대라는 점에서 매우 특별하다. 매년 여름 이곳에서는 베로나 오페라 축제가 열린다. 약 두 달간 원형 경기장에서 밤마다 다양한 오페라가 무대에 오르고 이를 감상하기 위해 수많은 여행객들이 몰려베로나 시내에 숙소가 없을 정도라고 하니 그 명성과 위 엄은 실로 대단하다.
오랜 세월을 지내온 베로나의 원형 경기장은 지붕이 없고 외벽이 손상된 것을 제외하고는 보존 상태가 썩 괜찮 은 편이다. 하지만 보존 상태보다도 더 대단한 점은 작은 소리도 구석 자리까지 잘 전달되도록 세밀하게 설계되어 있다는 점이다.
덕분에 지금도 그다지 특별한 음향 장비 없이 오페라 공연이 가능하다고 하니 2천여 년 전의 건축 기술이 새삼 놀랍다.
오페라 축제를 앞두고 있던 경기장 내부에서는 준비 작업이 한창이었다. 흔한 표현이지만 그곳의 모습이야말로 우리가 그토록 추구하는 ‘옛것과 새것의 조화’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베로나 원형 경기장
Arena A Piazzetta Mura Gallieno 37121 Verona
입장료. 10유로(베로나 카드 소지시 무료입장)
오픈 시간. 월요일 13시 30분부터 19시 30분까지 화요일~일요일 8시 30분부터 19시 30분까지
로미오와 줄리엣 그리고 오페라가 아니어도 베로나는 충분히 멋진 곳이다.중세 유럽 의 분위기를 물씬 풍기는 아름다운 광장과 부담스럽지 않은 아담한 규모의 건축물, 소박한 골목이 줄줄이 이어져 산책할 멋과 맛이 가득하다.
추천코스 : 에르베 광장 ▶ 시뇨리 광장 ▶ 람베르티 탑 ▶ 두오모 ▶ 피에트라 다리
▲에르베 광장
활기찬 분위기의 광장. ‘에르베’는 약초라는 뜻으로 이름답게 예전에는 약초 시장이 크게 열렸던 곳이라고 한다. 현재는 여행객을 대상으로 하는 기념품 가게, 카페 등이 즐비하다. 광장 한쪽의 코르타 문(Arci della Corta)을 통해 시뇨리 광장과 바로 연결된다.
▲시뇨리 광장
에르베 광장에 비해 아담하고 한적한 느낌의 광장. 문 하나 차이인데도 에르베 광장 이 왁자지껄한 분위기라면 시뇨리 광장은 차분한 분위기이다. 광장에는 피렌체에서 외교 사절단 역할로 베로나를 방문했던 단테의 동상과 람베르티 탑이 솟아 있다.
▲람베르티 탑
시뇨리 광장에 위치한 84미터 높이의 탑.그다지 높지 않은 탑인데도 베로나 시내를 한눈에 담을 수 있는 전망대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탑에서 보이는 베로나 시내의 모습이 무척이나 아름다우니 반드시 탑에 올라보자.
입장료. 6유로(베로나 카드 소지시 무료)
오픈 시간. 매일 10시부터 19시까지
▲두오모
두오모의 규모 자체는 별로 크지 않지만 내부는 제법 세심하게 꾸며져 있다. 베로나의 두오모에서는 1500년대에 그려진 티치아노의 성모 승천 제단화와 중앙 제단의 돔 프레 스코화를 눈여겨봐야 한다. 특히 중앙 제단의 돔 프레스코화는 양감이 확실히 살아 있어 마치 그림이 아니라 실제 조각품이 매달려있는 것 같다.
입장료. 2.5 유로(베로나 카드 소지시 무료)
오픈 시간. 월요일~토요일 10시부터 17시 30분까지. 일요일 13시 30분부터 17시 30분까지.
▲피에트라 다리
베로나를 휘감아 도는 아디제(Adige)강변을 따라 산책하다보면 마주하게 되는 다리. 사실 다리 자체보다는 강과 다리가 어우러진 풍경, 그리고 다리에서 바라보는 강 너머의 풍경이 멋지다. 차는 다닐 수 없고 사람만이 통행 가능하다.
출처Chosun.com / 트레블 조선 / WRITER·PHOTO : 길정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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